[청년이 묻다] 서울공화국 시대, 과연 서울만이 ‘기회의 땅’인가

오상지 서강대 교육대학원 석사과정생

‘서울공화국’이 더 이상 과장이 아니다. 전체 인구의 50.7%인 약 2600만 명이 국토의 11.8%에 불과한 수도권(서울·경기·인천)에 몰려 있다. 교육·일자리·의료·문화 등 삶의 필수 요소가 이 좁은 공간에 집중되면서 지방 청년들은 ‘서울행’을 사실상 구조적 강제처럼 받아들인다.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전국 228개 시·군·구 중 57%인 130곳이 ‘소멸위험지역’으로 분류된다. 학교가 사라지고, 병원·상점이 문을 닫는 지방과, 주거비 폭등·교통 혼잡·과밀화로 신음하는 수도권의 양극화가 날로 심화되고 있다.

특히 청년 세대는 이러한 구조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다. 지방에서 성장한 청년은 더 나은 일자리와 교육, 문화시설을 찾아 서울로 이동하고, 서울에서 자란 청년은 지방을 삶의 공간으로조차 상상하지 않는다. 수도권 집중은 단순한 사회 현상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전략이 되어버렸다.

◇ 2025 대선 공약으로 본 ‘지방 살리기’

다가오는 대선에서 여야는 저마다 지역 균형 발전을 외쳤지만, 실효성에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 더불어민주당 : 지역 주도 행정체계와 전략산업 육성

더불어민주당은 ‘세종 행정수도’의 완성과 ‘5극 3특’ 구상을 통해 국토 균형 발전을 이루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구체적으로는 수도권을 제외한 전국을 5개의 권역으로 나누어 각각의 거점 도시를 중심으로 전략산업과 교통망, 행정기능을 분산시키는 동시에 ‘지역 주도 행정체계 개편’을 통해 지방이 주체가 되는 거버넌스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혁신도시, 경제자유구역, 산업단지 등을 연계하여 지역의 전략산업을 육성하고 위기에 처한 지역산업을 개혁해 지역 경제의 생태계를 회복시키겠다는 전략은 지방 청년들에게 일자리 기반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청년층이 실질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 산업 단지 조성만으로는 양질의 일자리가 자동으로 생기지 않으며, 해당 산업이 청년의 커리어와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지도 구체적이지 않다. 공약의 방향은 타당하나, 실행력에 대한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지역 맞춤형 전략과 정주 여건에 대한 실질적 보완이 반드시 필요하다.

  • 국민의힘: 메가시티 구상과 지방 이양 확대

국민의힘은 수도권과 5대 권역을 GTX로 묶어 초광역 메가시티를 조성하고, 도시계획·산업·조세·교육 등 중앙 권한을 지방에 이양하겠다고 발표했다. 또한,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 국회 완전 이전, 대통령 제2 집무실 이전 등도 포함되어 있다.

표면적으로 보면 매우 파격적인 정책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공약에서 핵심축으로 제시된 ‘GTX 중심의 연결’은 수도권의 영향력을 전국으로 확장시키는 방식에 가깝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교통망으로 물리적인 거리를 좁히는 것이 지방 자립을 돕기보다, 오히려 수도권 중심의 생활·경제권을 전국으로 넓히는 결과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중앙의 권한을 지방에 이양하겠다는 방향성은 긍정적이지만, 실제 이양은 법제화와 관료조직의 저항, 재정 기반 등 다양한 현실적 과제를 수반한다. 권한을 나누는 데에만 그칠 것이 아니라, 이를 수용하고 집행할 수 있는 지방정부의 행정 역량과 조직 기반 강화가 전제되어야 한다. 구체적인 이양 로드맵과 단계별 실행 전략 없이는 선언적 공약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 아쉬운 점은 이 공약에서 청년의 삶에 대한 고민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GTX 확대가 지방 청년들에게 실질적으로 어떤 변화를 줄 수 있을까? 교통망 확충이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일부 기여할 수는 있겠지만, 그것만으로 청년들이 ‘그 지역에서 살아도 괜찮다’고 느끼기는 어렵다. 진정한 의미의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서는 교통 인프라 외에도 지역 내 교육, 의료, 문화시설 등 일상생활의 기반을 동시에 확충해야 한다. 이러한 요소들이 갖춰지지 않으면, 지방은 여전히 ‘머물고 싶은 곳’이 아닌 ‘잠시 거쳐 가는 곳’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 개혁신당: 자치권 강화와 리쇼어링을 통한 지역 활성화

개혁신당은 보다 급진적인 분권 정책을 내세우며 주목받고 있다. 핵심은 지방정부에 법인세 자치권과 최저임금 결정권까지 이양하겠다는 내용이다. 이는 단순히 행정적 권한을 넘겨주는 차원을 넘어, 지방이 자율적으로 경제 전략을 설계하고 집행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더불어 해외로 이전한 공장들을 다시 국내로 불러들이는 리쇼어링 정책도 함께 추진하여, 지방의 제조업 기반을 복원하고 지역 경제의 자생력을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지방정부가 지역 특성에 맞는 최저임금을 설정할 수 있다면, 지역의 중소기업도 숨통이 트이고 고용도 유연하게 이뤄질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권한 이양은 재정자립도와 행정역량이 낮은 지방 정부에겐 또 다른 부담이 될 수도 있다. 따라서 자치권 확대에 앞서 지방정부의 행정력과 인재 기반을 강화하는 선행 조건이 필요하다.

결국 이 공약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은 단순한 ‘이양 여부’가 아니라, 어떻게 이양하고 누가 그것을 책임질 것인가, 그리고 어떻게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실현 가능성과 법제화 과정에서의 정치적 합의가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 청년이 원한 것은 ‘서울’이 아닌 ‘기회’

사람들은 종종 “서울은 기회의 땅이니까 사람들이 몰리는 것”이라고 말한다. 필자는 서울에서 태어나 지금껏 수도권을 벗어난 적 없는 사람이다. 지방에서 살아보는 삶은 ‘여행’으로만 존재했을 뿐, 삶의 공간으로 상상해본 적조차 없다. 서울은 물론 편리하다. 다양한 교육 기회, 직장, 문화 생활이 가능하다. 하지만 단지 ‘서울이 좋아서’가 아니라, ‘다른 선택지가 없기 때문에’ 택하는 경우도 많다. 즉, 자유로운 선택이 아닌 사회가 만든 구조적 강제의 결과라는 것이다. 지방에서도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고, 문화생활을 누릴 수 있으며, 안정된 일자리가 제공된다면, 그래도 모두가 서울을 원할까?

지방은 기반이 부족하고, 서울은 숨 쉴 틈이 없다. 결국 청년들은 어디에서도 온전한 삶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서울에서도 삶은 점점 더 팍팍해지고 있다. 치솟는 주거비, 경쟁과 고립, 결혼과 출산을 미루는 삶. 이 모든 것은 청년에게 ‘기회’가 아니라 ‘생존’의 또 다른 형태일 뿐이다. 서울이 지닌 불편함도 몸소 느끼고 있는 지금, 우리는 왜 다른 대안을 꿈꾸지 못하는가?

우리가 바라는 것은 ‘서울에서 벗어나도 괜찮다’라는 믿음이다. 그 시작은 지역에 살아도 동일한 수준의 교육과 의료, 문화 인프라를 누릴 수 있다는 보장을 구축하는 것이다. 단순한 도로 건설, 기업 유치로는 청년들이 지역을 선택하지 않는다. 삶의 질이 우선시되어야 한다.

◇ ‘대체지’ 아닌 ‘선택지’로 거듭나려면

유럽의 여러 나라들은 다핵 분산형 국가 모델을 통해 수도 중심에서 벗어난 도시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프랑스의 중소도시 앙제(Angers)는 고속철도와 교육기관, 문화예술 기반을 결합하여 파리와 경쟁하지 않고도 시민들에게 충분한 삶의 만족을 제공하고 있다. 서울공화국이라는 현실은 단순히 행정 구조의 문제가 아니다. 이것은 기회의 편중, 인식의 고착, 제도의 왜곡이 만든 복합적 결과다.

수도권을 벗어난 삶이 위험이 아니라 선택지 중 하나가 되려면, 정책은 실질적인 삶의 조건을 바꾸어야 한다. 지방이 단순한 ‘대체지’가 아닌, 스스로 매력적인 삶의 공간이 되기 위해서는 이제 정치와 사회가 구조적 대수선을 감행해야 한다. 청년이 지역을 떠나지 않도록 붙잡는 것이 아니라, 지역에서도 도전과 실패, 성장이 가능한 환경을 만드는 것이 먼저다.

서울에만 삶의 가능성이 집중된 사회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 청년이 서울 밖에서도 존엄하고 안정된 삶을 꾸릴 수 있어야 한다. 청년은 어디서든 자립할 수 있는 사회를 원한다. 그 사회는 서울에만 있지 않아야 하며, 그 기회는 전국 어디서든 열릴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이번 대선이 반드시 답해야 할 질문이다.

오상지 서강대 교육대학원 석사과정생

필자 소개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많아, 늘 궁금한 건 직접 부딪혀보고 경험해야 직성이 풀리는 편이다. 최근에는 사람의 성장을 돕는 일에 관심이 깊어지면서, 서강대 교육대학원에서 공부를 시작했다. 청년들의 작당 3기 기획단으로 활동하며, 더 나은 공동체를 함께 만들어가고자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더 나은 사회란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마음속에 품고, 사회가 누구에게나 안전하고 따뜻한 공간이 되기를 바라며 오늘도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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