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미등록 이주아동 체류 대책 3년 연장…이제 남은 과제는

[더나은미래 x 아름다운재단 공동기획]
보이지 않는 아이들, 사라지지 않는 권리<5>

3년 더 머물 수 있게 됐지만…절반도 못 품은 ‘체류권 대책’

법무부는 오는 31일 종료 예정이었던 ‘미등록 이주아동’과 그 부모에 대한 한시적 체류 구제 대책을 3년 더 연장한다고 20일 밝혔다. 국내에서 성장한 외국인 청소년들이 체류 불안 없이 생활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취지지만, 기존 제도의 구조적 한계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에는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무부가 이달 말 종료 예정이었던 ‘미등록 이주 아동’과 그 부모에게 한시적으로 국내 체류 자격을 주는 구제 대책을 3년 더 연장하기로 결정했다고 20일 밝혔다. /법무부

체류 연장 3년, ‘사회통합 교육’ 등 추가 조건 부과

법무부는 2021년 4월부터 미등록 이주아동이 초·중·고교에서 학업을 지속할 수 있도록 한시적 체류 구제 대책을 운영해왔다. 초기에는 국내 출생 후 15년 이상 거주한 아동만 대상으로 했으나, 2022년부터는 입국 연령과 체류 기간 기준을 완화해 6세 미만 입국 후 6년 이상 체류한 아동과, 6세 이상 입국 후 7년 이상 공교육을 받은 아동도 포함했다.

법무부 발표에 따르면, 현재까지 총 2713명이 체류 자격을 부여받았으며, 이 중 아동은 1205명, 부모는 1508명이다. 이번 연장 조치에는 몇 가지 조항이 추가됐다. ▲요건을 충족한 아동의 미성년 형제자매에게도 체류 자격을 부여 ▲부모가 자녀 교육과 양육을 등한시하지 않도록 ‘사회통합 교육’ 참여 의무 부과 ▲국내에서 아동을 보호·양육하지 않은 부모는 신청 대상에서 제외 등이다.

미등록 이주아동은 부모의 체류 신분 문제로 인해 외국인 등록번호 없이 생활해야 한다. 이들은 휴대전화 개통, 건강보험 가입, 은행 거래 등 기본적인 사회적 서비스 이용이 어렵고, 범죄 피해를 입어도 강제 퇴거를 우려해 신고를 꺼리는 경우가 많다.

법무부는 이번 연장 조치와 함께, 기존에 대학에 진학해야만 체류를 연장할 수 있던 규정을 일부 완화했다. 4월 1일부터는 18세 이상 24세 이하로, 18세 이전 7년 이상 국내에 체류하며 초·중·고를 졸업한 경우 구직·연수(D-10) 또는 취업(E-7-Y) 비자를 신청할 수 있다.

또한, 초·중·고 과정 중 하나라도 졸업하지 못한 미등록 이주아동은 사회통합프로그램 5단계를 이수하면 동일한 체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기존에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반드시 대학에 진학해야만 체류 연장이 가능했으나, 이번 조치는 이러한 규정을 완화한 것이다.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지역특화 우수인재(F-2-R) 비자를 통해 인구감소 지역에 정주할 수 있는 길도 열렸다.

김석우 법무부 장관 직무대행은 “앞으로도 국내 성장 기반을 두고 있는 외국인 청소년이 우리 사회의 일원이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성장할 수 있도록 국민이 공감하는 사회통합 정책을 지속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구제 대상 1205명, 여전히 체류 불안에 놓인 5000여 명

법무부가 미등록 이주아동에 대한 체류 구제 대책을 내놓으며 제도 개선에 나섰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넘기 어려운 벽”이 남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까지 체류 자격을 부여받은 미등록 이주아동은 1205명. 전체 19세 이하 미등록 이주아동(6169명)의 5분의 1 수준에 그쳤다.

구제 대상에서 제외되는 주요 이유는 ▲부모의 범칙금 부담(최대 1인당 900만원) ▲구비 서류 부족(여권·출생증명서 미비) ▲제도 홍보 부족 등이다. 특히 서류 문제는 본국에서 출생증명서를 발급받기 어렵거나, 부모의 체류 신분 문제로 인해 아예 행정 절차를 밟을 수 없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와 관련해 법무부는 미등록 아동을 신고할 때 부모 1인당 부과되는 범칙금 900만 원이 지나치게 부담된다는 지적을 수용해, 범칙금을 70% 감경한 270만 원으로 조정했다. 또한, 경제적 어려움이 있는 경우 추가 감면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조영관 법무법인 덕수 변호사는 이번 조치에 대해 “체류 연장과 취업·정주 비자 전환이 가능해진 점은 긍정적”이라면서도 “여전히 한시적 제도로 운영되는 점은 아쉽다”고 지적했다. 또한 “부모의 사회통합 교육 참여 조건이 추가되면서 경제적으로 어려운 가정에서는 이수를 위한 시간과 비용이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온라인 교육 프로그램을 추가하는 것이 필요하고, 범칙금 문제도 분납할 수 있도록 조정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미등록 이주아동 체류 구제 대책이 연장되면서, 이제 중요한 것은 제도가 실효성 있게 정착할 수 있도록 보완하는 일이다. 체류 자격을 신청하지 못하는 사각지대를 줄이고, 실제로 이들이 사회에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는 장기적인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조유현 더나은미래 기자

관련 기사

Copyrights ⓒ 더나은미래 & futurechosun.com

전체 댓글

제262호 창간 14주년 특집

지속가능한 공익 생태계와 함께 걸어온 1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