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사회문제 지도로 그리는 사회적 기업의 미래
조선일보 더나은미래는 지난 3월부터 사회적기업연구소(소장 서재혁) 및 연세대 공공문제연구소 정부와기업연구센터(센터장 장용석)와 공동으로 ‘대한민국 사회문제 지도로 그리는 사회적 기업의 미래(이하 미래지도)’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국제 지표 및 국내 이슈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현 사회문제를 발굴·분류하고,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문제와 사회적 기업 간의 미스매치(불일치)를 살펴보는 프로젝트다. 첫 회는 ‘빅데이터로 본 대한민국 사회 이슈’다. 편집자 주
‘안전’과 ‘부동산 및 가계 부채’ 문제가 우리나라의 가장 큰 사회문제로 인식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더나은미래’가 서울대 기술지주회사 자회사 ㈜STH.I.S(책임 연구자 김수욱 교수)와 함께 2012년부터 2014년까지 3년간 조선일보, 한겨레, 매일경제의 종합면 1~4면에 실린 기사 빅데이터 3만1808건을 분석한 결과다. 기사에서 100번 이상 언급된 7675개 단어를 도출해 연관어 분석(TF-IDF·많은 문서 중에서 어떤 단어가 특정 문서 내에서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나타내는 통계 가중치)을 실시, 사회문제 및 이슈와 관련 있는 키워드들을 도출했다.
사회문제에 대한 국민의 다양한 목소리를 듣고자 트위터, 네이버블로그, 다음아고라, 다음블로그, 조선닷컴 토론마당, 한겨레 커뮤니티 등 6개 채널의 2014년 6월부터 2015년 7월까지 1년간 게시된 웹문서 빅데이터 477만531건에 대한 분석을 추가로 실시해 신뢰도를 높였다.
◇ 대한민국 10대 사회 이슈 도출… 온오프라인 모두 ‘안전’최우선 과제로
2012년부터 2015년 7월까지 신문 및 온라인상에서 가장 많이 다뤄진 사회 이슈는 ‘안전’으로 나타났다. 안전 관련 기사는 전체 빅데이터의 45%(8676건)를 차지했고, 2012년 794건에서 2013년 1320건, 2014년 1788건으로 해마다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온라인 채널에서도 안전 이슈가 총 336만8060건(77.45%)으로 가장 많았고, 특히 세월호 사건이 발생한 2014년 4월을 기점으로 문제 제기가 계속되고 있다.
안전 다음으로 신문 기사에서 많이 언급된 사회문제는 가계 부채(1737건·20%), 원자력 에너지(785·9%), 비정규직(627건·7%), 탈북자(477건·6%)순으로 나타났다. 키워드별 언급량을 통해 연도별 트렌드를 살펴보니 가계 부채 문제는 2013년엔 수입보다 지출이 많아 가계 부채가 불어나는 문제, 2014년엔 전세보다 월세가 증가하는 주택 시장이 화두로 떠올랐다.
원자력 에너지 문제는 2012년 고리 1호기 전원 공급 중단 사고, 2013년 원전 비리, 2014년 원전 시스템 해킹 및 정보 유출 문제가 꾸준히 제기됐다.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방안 등 고용 불안정 문제, 탈북자 북송 등 북한 인권 문제는 3년 내내 논란이 됐다. 그 외 국내 10대 사회문제로는 보육(464건·5%), 청년 일자리(284건·3%), 부동산 대책(203건·2%), 정보 유출(79건·0.9%), 온실가스(68건·0.8%)가 포함됐다.
반면, 온라인상에서는 부동산 대책(65만7074건·13.8%), 청년 일자리(14만735건·2.97%), 비정규직(10만6996건·2.2%), 보육(9만1842건·1.94%) 순으로 사회문제가 도출돼 생활 밀접형 문제 해결에 관심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온라인 게시글에선 정부의 부동산·청년 취업·보육 정책에 대한 회의적인 목소리가 많았고, 관련 유용한 정보를 공유한 내용도 눈에 띄었다.
국민이 직접 체감하기 어려운 탈북자(3만2853건·0.7%)·온실가스(9640건·0.2%)·원자력에너지(296건·0.01%) 이슈는 언급 수가 적었다. 특히 가계부채(2만1971건·0.5%)와 관련해선 가계 재정을 넘어서 공공 부채(1000조원), 금융 부채(1000조원) 등 5000조원에 육박하는 국가 부채를 우려하는 내용이 많았다. 정보 유출(6748건·0.14%)과 관련해선 보이스피싱·카드정보 유출 등으로 개인 정보를 보호받지 못하는 불안감이 크게 나타났다.
◇ 사회문제 해결하는 주체·방법에 대한 관심 높아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도출한 10대 사회문제별로 연관 키워드 검색을 추가로 실시했다. 온오프라인에서 언급된 세부 이슈를 비교 분석한 결과, 세계 정세 변화와 정부·국민·대통령·기업 등 사회문제를 해결할 주체 및 책임 소재에 대한 언급이 많았다. ‘안전’의 경우 ‘책임·문제·보장’ 키워드와 함께 연관어가 ‘정부·대통령·미국·서울시·북한’순으로 도출돼, 국민의 안전을 도모하지 못하는 주체에 대한 실망과 걱정이 드러났다.
‘청년 일자리’와 관련해선 신문기사에선 ‘기업·정부·대통령’순으로, 온라인상에선 ‘대통령·기업·정부’ 순서로 언급돼 사회문제 해결 주체에 대한 기대감이 다르게 나타났다. 전문가들이 청년 일자리 문제의 대안을 기업 고용과 일자리 창출에서 찾는 반면, 국민은 대통령의 공약 및 정부 정책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으로 풀이된다.
각 사회문제를 바라보는 국민의 감정과 관심도 역시 연관어로 도출됐다. ‘가계 부채’와 함께 ‘묻지마·무분별·갈등·불안’ 등 부정적인 단어들이 눈에 띄었고, ‘부동산 대책’ 연관어로는 ‘아파트’보다 ‘주택’이 많이 언급됐다. 한편, ‘보육’과 함께 ‘물가·의식주·의료비·교육비’ 키워드가 많이 언급된 것은, 보육 이슈가 의식주를 비롯해 교육·의료 등 다양한 문제와 연결돼 있음을 방증한다.
장용석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는 “거시적인 국제사회 흐름 및 정권별 국정과제 연구분석을 통해 사회문제를 분류했다”면서 이와 더불어 “여론을 통해 보텀업(bottom-up)된 대한민국 사회문제를 도출한 의미 있는 시도”라고 말했다.
◇ 국내 사회적 기업 31%가 일자리 창출에 쏠려
한편 인증 사회적 기업 1299곳의 홈페이지·보고서·뉴스 등 외부 공개 자료를 분석 해당 사회문제 유형별로 사회적 기업을 새롭게 분류한 결과, 우리나라 사회적 기업은 근로 및 고용 불안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일자리 창출형’에 몰려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사회적 기업의 31.2%(405곳)나 된다. 간병인 460명을 고용(이 중 취약 계층이 60%)하고 있는 ‘다솜이재단’, 사회적 기업 상품 유통을 돕는 ‘행복나래’ 등 대부분이 그렇다.
조사 결과 ‘근로 및 고용 불안정’ 문제에 이어 ‘삶의 질 저하’를 해결하기 위한 사회적기업이 244곳(18.8%)으로 두 번째로 많았다. ‘삶의 질 저하’란 정신질환·자살·보육·문화 소외·복지 문제 해소를 위한 사회적 기업으로 독거노인 돌봄 서비스를 하는 ‘(주)도우누리’, 문화 소외 계층의 문화예술 활동을 지원하는 사회적 협동조합 자바르떼 등이 그 예다.
사회 통합 저해(219곳·16.9%)와 환경오염(180곳·13.9%) 등에 관한 사회적 기업이 그 뒤를 이었다. ‘사회 통합 저해(다문화, 탈북자, 투명성 약화, 장애인 및 성차별 등)’ 문제를 다루는 사회적 기업으로는 중증 장애인 이동 및 가사 지원을 하는 (사)안심생활, 연해주 고려인 동포 지원을 위한 유기농 콩 식품 전문 기업 ‘바리의 꿈’을 예로 들 수 있다. 소득 및 주거 불안(6%), 교육 불평등(4.1%), 안전 위협(0.9%) 등 국민이 인식하는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사회적 기업 숫자는 생각보다 적었다. 이는 실제 빅데이터로 분석한 대한민국의 시급한 사회문제와는 동떨어져 있었다.
조선일보 더나은미래의 빅데이터 분석 결과 안전, 가계 부채, 에너지(원자력) 등의 이슈가 나온 데 반해 정작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사회적 기업 수는 적게 나타난 것이다. 이에 대해 장용석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는 “이번 분석은 사회적 기업이 어떤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있는지에 초점을 두고 분류한 첫 사례로 의미가 깊다”고 설명했다. 서재혁 사회적기업연구소장은 “이번 연구를 통해 사회적 기업들이 미처 알지 못했던 다양한 사회문제에 눈길을 돌리고, 이를 통해 사회적 기업들의 혁신적인 사회문제 해결 사례들이 충분히 평가받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유진 더나은미래 기자 blossom@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