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WF 한국본부, 10주년 기념 ‘판다토크’
“기후위기와 생물다양성 손실 지표는 매해 나빠지고 있는데, 여전히 현실과 대응 사이의 간극(Gap)이 너무 큽니다.”
세계자연기금(이하 WWF) 한국본부 10주년 기념 행사에서 박민혜 WWF 사무총장은 “심각해지는 현실에 대비해, 기후위기 대응이 뒤쳐지고 있는 것”에 대한 우려를 표현했다.
WWF 한국본부는 지난 16일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에서 설립 10주년 기념 ‘판다토크(Panda Talks)’를 개최했다. 2016년 시작된 판다토크는 WWF 한국본부가 주최하는 환경 관련 ‘대화의 장’으로, 환경 문제를 연구하는 전문가와 후원자들이 한 데 모여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다.
◇ 기후변화로 ‘동족 살해’하는 푸른발얼가니새
이날 강연자로 선 정수종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는 “기후변화가 생물다양성 감소를 부추기는 중대한 요인이 된다”고 설명했다. ‘봄의 전령사’라고도 불리는 ‘복수초(福壽草)’의 개화 시기가 빨라지고 있다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실제로 복수초의 개화시기는 점점 더 빨라지고 있다. 국립산림과학원에 따르면 지난 5년간(2018∼2022년) 서울 홍릉숲 내 복수초의 평균 개화일은 1월 27일로, 20년 전(2월 25일)보다 한 달 이상 빨라졌다.
그러면서 “복수초와 같은 밀원식물(꿀벌이 자라는데 필요한 꽃꿀과 꽃가루를 제공하는 식물)의 수분 매개자인 벌이 존재하고, 덕분에 식물이 잘 자라서 사람이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것이 올바른 순환구조”라며 “하지만 기후변화로 생물다양성이 손실되고, 이로 인해 또다시 기후변화가 가속화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푸른발얼가니새(Blue-footed Booby)의 ‘동족 살해 현상’도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 손실에 따른 결과다. 정 교수에 따르면 갈라파고스 군도에 서식하는 푸른발얼가니새는 식이 유연성과 다양한 번식지 적응 등의 이유로 기후변화에도 안전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온 바 있다. 그러나 최근 푸른발얼가니새의 동족 살해가 포착된 것. 정 교수는 그 원인을 ‘해수면 온도 상승’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해수면 온도가 상승하면서 먹이 자원이 감소해 푸른발얼가니새가 자신의 새끼까지 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미국 메인대학교(University of MAINE)의 기후변화 연구소는 지난 4월 기준, 전 세계 해수면 평균 온도가 섭씨 21.07도, 화씨 69.93도로 월간 최고 기록을 달성했다고 발표했다.
정 교수는 끝으로 “생물다양성 손실을 막지 않으면 기후변화가 가속화되고 인간의 생존과도 직결된다”며 경각심을 주문했다.
◇ “UN 플라스틱 협약에 목소리 낼 것”
박민혜 사무총장도 이날 행사에서 WWF 한국본부의 활동과 함께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밝혔다. 지난 1월 취임한 박 사무총장은 WWF 한국본부 최초로 내부에서 선발된 인사다.
박 사무총장은 WWF 한국본부의 대표적 활동으로, 지구촌 불 끄기 행사인 ‘어스아워’를 비롯해 멸종위기에 처한 판다·북극곰·호랑이·코끼리 등의 보전 활동, 기업과의 ‘2050년 탄소배출 중립(넷제로) 달성’ 협력 등을 꼽았다.
향후 10년 목표에 대해서는 크게 세 가지를 제시했다. ▲국내 온실가스 50% 절반 감축 기여 ▲ 2030년까지 보호구역으로 지정된 전 지구의 30% 관리 ▲지속가능한 비즈니스로의 전환 지원 등이다.
무엇보다 올해는 UN 플라스틱 협약 최종안 마련을 위해 오는 11월 부산에서 개최되는 마지막 회의를 앞두고 목소리를 내는 일에 집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사무총장은 “협약으로 인해 직접적 영향을 받을 기업과 소비자의 의견이 잘 반영되도록 정부에 제안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WWF는 1961년 설립돼 스위스에 본부를 둔 비영리 자연보전기관으로, 세계 100여 국 500만 여명의 후원자를 보유하고 있다. 생물다양성 보전, 자원의 지속가능한 사용, 환경오염 및 에너지 낭비 방지 등과 관련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조유현 더나은미래 기자 oil_lin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