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기부 트렌드 전망 <4>
정부의 비영리 민간 단체 보조금 지원이 엄격해졌다. 2022년 12월 행정안전부는 지원사업 시행공고에 ‘최근 5년 연속 지원사업에 선정된 사업’과 ‘전년도 사업 회계 분야 평가 결과가 50점 이하인 단체’를 보조금 지원 제외 대상으로 명시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2023년 6월 대통령 주재 ‘2023년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비영리단체·사회적기업 등에 지원되는 보조금 등을 “제로베이스에서 전면 재검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행안부의 예산 개요 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2024년 비영리 민간단체 국고보조금 예산으로 39억원을 편성했다. 이는 74억6300만원이 편성된 작년 예산안에 비해 대폭 줄어든 금액이다.
엄격해진 정부의 보조금 지원
기업, 초기 비영리 조직의 파트너로 부상하다
정부의 국정과제로 ‘민간단체 국고보조금 투명성 강화’가 거론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2022년 12월 민간단체 국고보조금 감사 특별 지시를 내렸다. 2023년 행안부는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 시행령’을 개정했다. 개정안에는 기부금품 모집 및 사용 관련 서식에 ‘모집 연월일, 지급처명, 사업내용 등’을 기재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모집한 기부금품의 사용처를 상세하게 확인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투명한 비영리 조직의 후원자 관리 중요성이 다시 한번 강조됐다.
정부는 지원을 축소하되 규제를 강화했다. 이러한 변화는 비영리 모금 생태계에 어떤 변화를 불러왔을까. 기업과 민간 재단이 정부 지원금 축소의 빈자리를 채우고 있었다.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가 2021년 설립한 재단법인 브라이언임팩트는 2022년 12월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비영리 혁신조직을 지원하는 ‘임팩트 그라운드’ 2기 사업의 지원 범위와 규모를 크게 늘렸다. 상반기에 선발한 1기 사업에서 6곳을 선정해 100억원을 지원했다면, 2기에서는 15곳에 150억 원을 지원했다.
아산나눔재단의 ‘아산 비영리스타트업’ 사업 또한 2021년 처음 프로그램을 선보인 후, 올해는 기존 ‘성장트랙’ 외에 ‘도전트랙’을 추가적으로 신설해 연 2회에 걸쳐 모집을 진행한다. 아산나눔재단은 새로운 사회혁신 아이디어를 가진 초기 팀을 연간 20개팀을 선발하겠다는 계획이다. 장석환 아산나눔재단 이사장은 “올해 ‘아산 비영리스타트업’에서 기존 비영리 조직을 비롯해, 올해 처음 선보이는 ‘도전트랙’ 프로그램으로 선발하는 신규 팀들이 새로운 사회혁신 아이디어를 펼치며 더 큰 사회적 임팩트를 함께 만들어갈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특히 초기 비영리 단체의 기업 지원 의존도가 다소 높아졌다. 고려사이버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이민영 교수는 22일 사랑의열매 나눔문화연구소 주관 ‘기부트렌드 2024 컨퍼런스’를 통해 “기업 기반의 재단들은 지원 규모가 크고, 지원금 사용처를 지정하지 않아 정부 지원금보다 활용도도 높은 편”이라며 “기업(재단)이 비영리의 새로운 파트너로 급부상했다”고 설명했다.
모금 생태계에 큰 파장 일으킨 정부의 ‘고향사랑기부제’
정부의 정책 변화와 함께 지난해 모금 생태계에 큰 파장을 일으킨 것은 ‘고향사랑기부제’ 였다. 2023년 1월 1일, 정부가 고향사랑기부제 제도를 도입했다. 이는 주민등록상 거주지가 아닌 지자체에 기부하면 세제혜택과 함께 답례품을 받을 수 있는 제도이다. 행안부에 따르면 지난 1년 동안 고향사랑기부제를 통해 모인 총 모금액은 650억원을 돌파했다. 지역별로는 전남도가 143억3000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경북도 89억9000만원, 전북도 84억7000만원 등으로 뒤를 이었다. 모금액 상위 20개 지자체 평균 모금액은 2억7460만원이며, 지자체 1인당 평균 기부 금액은 18만2000원, 평균 기부 건수는 1656건이었다.
고향사랑기부제는 비영리 민간 단체뿐만 아니라 지방정부도 모금 활동의 주역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그러나 지역 기반 비영리단체의 입지가 좁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에 더해 모인 기부금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에 대한 체계가 마련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다. 나눔문화연구소는 “(고향사랑기부제의) 도입을 둘러싸고 비영리 부문의 관심과 대응 방안에 대한 논의는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며 “고향사랑기부금 사용 혹은 배분과 관련된 지역 비영리 단체의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규리 더나은미래 기자 kyuriou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