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인한 불이익이 비정규직, 중소기업, 저임금 노동자에게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실직이나 소득 감소를 겪은 비율이 높았고, 코로나19 확진 시에도 적절한 휴가를 보장받지 못했다.
직장갑질119는 10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코로나19와 직장생활 변화’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달 24~31일 직장인 2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했으며, 이 중에는 확진자 430명도 포함됐다. 직장갑질119는 2020년 이후 분기마다 코로나19와 직장생활 변화를 조사하고 있다. 확진자에 대한 별도 문항을 구성하고 조사 결과를 발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전체 응답자 중 코로나19 양성판정을 받은 경험이 있는 사람은 21.5%였다. 확진자들이 출근하지 않은 동안 근무처리 방식은 추가적 유급휴가·휴업(28.4%), 무급휴가·휴직'(25.8%), 재택근무(23.3%) 순이었다.
다만 고용상태나 직장 규모 등에 따라 차이가 있었다. 격리 기간에 ‘무급 휴가·휴직을 했다’는 응답은 비정규직은 42.1%, 정규직은 16.2%였다. 공공기관과 대기업은 각각 13.6%, 14%였지만 5인 미만 사업장은 40.3%에 달했다. 월 소득 150만원 미만 저임금 노동자의 무급 휴가·휴직 비율은 월 소득 500만원 이상 고임금노동자(3.8%)의 18배에 달했다.
격리 기간에 ‘소득이 감소했다’는 응답은 34%였다. 정규직은 23.6%, 비정규직은 51.6%로 차이를 보였다. 5인 미만 사업장(48.6%)의 경우 공공기관(20.3%)의 2배가 넘었다. 고임금 노동자(11.7%)보다 저임금 노동자(54.5%)가 소득 감소를 경험한 비율도 더 높았다. 사무직(14.5%), 생산직(53.8%), 서비스직(54.7%) 등 직종에 따라서도 간극이 컸다.
지난 3개월 동안 ‘백신 접종이나 코로나19 검사로 인한 휴가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었는지’ 묻는 질문에는 정규직의 70.8%가 ‘그렇다’고 응답한 반면, 비정규직은 48%에 그쳤다. 공공기관(79.1%), 5인 미만 사업장(48.3%), 고임금 노동자(81%), 저임금노동자(41.3%)에서도 격차를 보였다.
코로나19 확진자에서 전체 근로자로 범위를 넓혀도 근로 환경에 따라 피해 정도가 달랐다. 정규직보다 비정규직이, 공공기관·대기업보다 5인 미만 사업장이, 사무직보다 서비스직이, 고임금보다 저임금 노동자들이 코로나19로 인한 실직과 소득 감소 경험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1월 이후 실직 경험에 대해서는 ‘있다’는 응답이 17.2%였다. 응답자 특성별로는 비정규직이 31.4%로 정규직(7.7%)의 4.1배였다. 또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는 24.7%로 대기업(11.2%)의 2.2배였다. 저임금노동자(31.4%)의 실직 비율도 고임금노동자(5.7%)의 5.5배에 달했다. 성별로는 여성(21.3%)이 남성보다, 비노조원(18.1%)이 노조원(9.2%)보다, 서비스직(25.8%)이 사무직(8.9%)보다 실직 경험 비율이 높았다.
2020년 1월에 비해 ‘소득이 줄었다’는 응답은 32.9%였다. 정규직(16.8%)과 비정규직(57%), 공공기관(21.8%)과 5인 미만 사업장(44.2%), 고임금노동자(57.6%)와 저임금노동자(16.8%)도 최대 3.4배의 차이를 보였다.
권두섭 직장갑질119 변호사는 “정규직·대기업·공공기관 사업장에서는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에 유급병가제도를 도입한 곳들이 있지만, 중소영세기업·저임금·비정규직의 경우 이런 제도가 없다”며 “코로나19 같은 감염병 확산을 막고 노동자 건강권을 지킬 수 있는 유급병가제도를 노동법에 도입하고 프리랜서 특수고용, 5인 미만 사업장도 적용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지은 더나은미래 기자 bloom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