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2일(금)

[알베르토와 마크의 비정상 대담] “갖는 것보다 주는 행복 깨닫게 되면 더 나은 사회 될 거예요”

한국을 잘 아는 외국인 두 남자가 만났다. JTBC 예능 프로그램 〈비정상회담〉 출연자로 얼굴을 알린 알베르토 몬디(Alberto Mondi·34)와 마크 테토(Mark Tetto·38)다. 두 사람이 한국에서 생활한 지 도합 18년. 알베르토는 최근 사회적 기업가로서의 행보를 시작했고, 마크는 일본으로 반출됐던 고려시대 유물을 구입해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한 인물이자 노인복지센터에서 꾸준히 활동하는 자원봉사자다. 푸른 눈의 외국인들은 왜 한국에서 이런 활동을 하는 것일까. 지난 7일 더나은미래는 알베르토와 마크 테토의 비정상 대담(非頂上 對談) 자리를 마련했다.

알베르토 몬디(左)와 마크 테토(右). ⓒ임영근 C영상미디어 기자
 
 
알베르토&마크, 두 남자가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

자동차를 판매하던 알 차장이 사회적 기업가로 변신했다는 소식이 흥미롭다. 지난달 첫 상품을 판매했다고 들었는데….

알베르토(이하 알)=”작년 6월에 회사를 그만뒀다. 1년 반 동안 방송 활동과 회사일을 병행했는데 너무 힘들었다. 와이프도, 아기도 볼 시간이 없을 정도였다. 난 방송인이지만 연예인은 아니다(웃음). 계속 일을 해야 하는데, 어떤 일을 할지가 고민이었다. 이에 중국에서 생활할 때 알게 된 지인들과 사업을 구상하게 됐다. 윤리적인 화장품을 만들고 싶은 피부과 원장, 사회에 이로운 기업을 만들고 싶은 젊은 여성 디자이너, 사회적 기업을 전문적으로 인큐베이팅하는 컨설턴트와 의기투합했다. 피부과 원장님이 저온에서 1000시간 이상 숙성시킨 클렌징바(클렌징용 수제 비누)를 개발했고, 소셜 벤처 동구밭의 발달 장애인 사원들이 생산 과정에 참여한다. 만들어진 비누는 노숙인을 고용해 물류 서비스를 제공하는 소셜 벤처 두손컴퍼니와 협력하고 있다. 돌이켜보니 나는 어렸을 때부터 ‘사회적 기업 문화’ 속에 성장해왔던 것 같다. 나눔 축제나 기부, 해외 아동 후원 등 다양한 사회 활동에 참여해왔다. 그러면서 창업을 한다면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는 기업을 만들어야겠단 생각에 이르게 된 것 같다.”

알베르토는 “사회적 가치도 중요하지만 제품력으로 승부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피부에 해가 되지 않는 천연 비누를 개발해 소비자에게 주는 것이 1차 목표다. 자연에서 얻은 원료만을 사용해 모든 제품의 전 성분을 공개하는 것이 원칙. 현재 개발된 제품은 트러플(송로버섯) 클렌징바와 마카다미아 클렌징바 두 종류. 지금은 엘레멘트 웹사이트(www.delement.co)에서만 판매한다. 알베르토는 “수많은 수제 비누가 있지만, 1000시간의 저온 숙성을 거쳐 만드는 수제 비누는 한국 최초”라고 덧붙였다.

마크는 본업이 투자자가 아닌가? 사회에 참여하는 방식이 다양한 것 같다. 왜 바쁜 시간을 쪼개 봉사 활동을 하는 것인가. 

마크 테토(이하 마)=”미국도 마찬가지다. 알베르토 말처럼 우리도 사회 활동에 참여하는 것이 하나의 문화로 형성돼 있다. 중학교 때부터 봉사 활동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 대학 신입생을 선발할 때도 공부도 잘하고, 사회 활동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는지 중요하게 본다. 대학교나 MBA를 졸업하고 나서 회사에 입사한 2030세대를 일컬어 ‘영 프로페셔널(Young professional)’이라고 부르는데, 이들도 일만 하지 않는다. 1주일에 60~80시간씩 일하면서도, 내가 관심이 있는 이슈에 대해 봉사 활동을 하거나 사회 참여를 한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8년 전쯤 삼성전자 글로벌 투자 업무를 맡으며 한국에 왔는데, ‘영 프로페셔널’ 문화가 아직 없더라. 회사에서 일괄적으로 진행하는 봉사 활동 외에 자발적인 활동을 찾긴 어려웠다. 한국에 와서 많은 것을 얻었으니 돌려주고 싶은 마음도 컸고, 미국에서처럼 젊은이들의 자발적인 봉사 문화를 만들어보고 싶었다. 마이크 김(現 구글 해외파트너십 부장), 사회적 기업가 고귀현 크래프트링크 대표 등 지인들과 자선 봉사 단체인 ‘코리아 레거시 커미티(Korea Legacy Committee·이하 KLC)’를 만들고, 운영진으로 참여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노인 빈곤 문제를 알리고, 기부금을 전달하며, 봉사 활동을 하고 있다.”

또한 마크는 국립중앙박물관 ‘젊은 친구들(YFM)’이라는 문화 후원 친목 모임의 일원이다. 올해 초 기증했던 고려시대 불감(佛龕·불상을 모셔두는 장)과 관음보살상은 회원들이 함께 구입해 기증한 것이란다. 마크는 “3년 전 한옥으로 이사를 가면서 한국 전통문화 매력에 빠졌다”고 했다. 특히 문화재 중에서 개인적으로 관심 있는 것은 한국의 ‘수막새(기와지붕 끝 부분 마감에 사용된 다양한 문양의 둥근 기와)’다. 지난해에는 미국의 골동품 수집가가 가지고 있던 수막새 20개를 직접 구매했다. 미국 부모님 댁에 있던 수막새를 슈트 케이스에 넣어서 한국에 가지고 왔다. 지금은 박물관 기증 절차를 논의하고 있다.

 
알베르토 몬디(左)와 마크 테토(右). ⓒ임영근 C영상미디어 기자

◇’더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한 기업과 개인의 역할은?

알베르토는 한 방송에서 ‘모든 기업은 궁극적으로 사회적 기업이 돼야 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어떻게 해야 가능할까. 

알=“이탈리아에는 ‘모두를 위한 경제’ 이론이 있다. 사회적 경제 이론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된다. 고향에서는 이 이론을 따라 사업하는 기업들이 많았다. 특히 북부 중소기업들이 많았는데, 회사 운영에서 이윤이 아니라 사람을 중심으로 두는 곳들을 말한다. 직원에게도 잘 대하고, 거래처와도 잘 협력하고, 생산도 윤리적으로 하는 등 사회적 가치를 중심에 둔다. 이익을 3부분으로 나눠서 3분의 1은 회사 개발에, 3분의 1은 투자자에게 배당하거나 재투자를 하고, 나머지 3분의 1은 기부를 하는 회사들도 있다. 목공방, 와이너리(포도주를 만드는 양조장) 등 생산 과정에 발달 장애인을 고용하는 곳도 있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선 모든 기업이 궁극적으로 사회적 기업이 되면 좋겠지만,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도 중요하다. 기업 운영이 어느 정도 가능해진다면 사회적 책임은 당연히 가져야 한다고 본다.”

=”서울 성수동만 가도 사회적 기업이 참 많다. 사회적 기업에만 투자하는 임팩트 투자 회사도 생겨났다. 우리 사회에 사회적 기업들이 많이 생기는 것을 보면서 희망이 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조심해야 한다는 생각도 있다. 우리 경제의 일부가 사회적 기업인데, 그렇다면 나머지는 사회적 활동을 하지 않아도 된다? 아니다. 사회적 기업이 커지는 만큼 영리 회사의 사회적 책임도 확대돼야 한다. 어떤 회사든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하고, 회사뿐만 아니라 사람들도 다양한 방식으로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 돈을 많이 벌어야만 기부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누구는 돈이 아니라 시간을 투자할 수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자선 파티’라는 형식으로 좀 더 쉽고, 재밌게 사회에 참여할 수 있는 장을 만들었다. 사람들이 낸 입장료가 기부금이 된다. KLC가 처음 기획한 자선 파티에는 40명이 참여했다. 기부금도 50만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작년 연말 파티엔 수백명이 참여했고 서울노인복지센터에 2500만원을 기부했다. 사회 참여 문화를 만들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두 분 모두 자신만의 방식으로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마크가 한국의 노인문제에 특별히 관심을 가진 이유가 궁금하다. 어떤 문제가 해결되면 ‘더 나은 미래’가 올까.

=”북촌으로 이사를 와서 광화문으로 출근을 하는데, 어떤 건물 앞에 어르신들이 줄을 엄청 길게 서 있는 광경을 목격했다. 알아보니 그 건물이 노인복지센터였다. 노인분들이 센터 오픈 시간 전에 입장하기 위해 줄을 서 있는 거였다. 충격을 받았다. 가끔씩 주말에 센터를 방문해 하루에 3000명 넘는 노인분들에게 배식 봉사를 하기도 한다. 눈앞에 바로 보이니 돕고 싶은 마음이 더욱 커졌다. 한국이 OECD 국가 중에서 노인 빈곤율과 자살률이 가장 높다는 것도 충격이었다. 사실 한국은 특별한 역사가 있지 않나. 윗세대가 수많은 희생을 했고, 지금은 경제 12위의 선진국이 됐다. 이런 나라가 노인 빈곤율이 가장 높다는 점이 이상했다. 각자가 관심을 두는 사회문제가 다를 수 있다. 다만 더 많은 젊은이가 자신이 관심을 가지는 사회문제에 지속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종종 ‘안나의집’이라는 곳을 방문한다. 이탈리아 출신 ‘푸른 눈의 사제’로 불리는 김하중 신부님이 계신 곳이다. 이곳은 노숙인과 가출 청소년, 노숙 청소년에게 식사를 제공하고, 쉼터도 운영한다. 개인적으로 기부를 하는 곳인데, 시간이 되면 봉사 활동을 가서 노숙인 배식도 돕는다. 그런데 대부분 노인분이더라. 나도 마크와 비슷하게 노인 빈곤 문제가 꼭 해결돼야 할 사회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완벽한 나라가 어디 있겠나. 이탈리아에도 단점이 있고, 미국에도 힘든 점이 있다. 어렸을 때 일요일마다 동네 사람들이 집에 모여서 파스타를 먹었다. 동네 아주머니들이 각자 집에 있는 재료를 가지고, 파스타를 만들었다. 동네 주민들은 레스토랑의 3~4배 비용을 지불하면서도 이 파스타를 먹고 즐겼다. 나는 이 돈을 모아서 지역 이민자 가족에게 침대를 선물하기도 했다. 돈이 많아서 하는 활동들이 아니다. 가지는 것보다 주는 것이 더 행복하다는 걸 깨닫게 되면 더 나은 사회가 만들어지지 않을까.”

관련 기사

Copyrights ⓒ 더나은미래 & futurechosun.com

전체 댓글

제262호 창간 14주년 특집

지속가능한 공익 생태계와 함께 걸어온 1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