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2일(금)

[이재혁 교수의 CSR 전략-②] 돈을 벌어야 하나? 선을 행해야 하나?

기업은 왜 존재하는가 

픽사베이 제공
픽사베이 제공

‘기업의 존재 이유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어떤 대답을 할 것인가? 취약계층, 복지 사각지대, 공유가치 창출 등의 용어를 떠올리면서 ‘사회공헌’이라고 대답할 수 있을 것이다. 글자 그대로 기업이 사회에 공헌하면서, 기업과 사회가 서로 win-win할 수 있는 따뜻한 공동체를 만들어간다는 점에서 말이다. 

반면에 기업이 존재하는 이유가 ‘돈을 버는 것’이라고 대답한다면, 친기업 정서에 빠져있는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으로 취급받기 쉽다. ‘이윤 창출’이라고 고상하게 대답하더라도, 속물자본주의 성향을 드러낸 사람에게 보내는 차가운 눈빛을 감수해야 할지도 모른다.

기업의 존재 이유를 말할 때 가장 많이 언급되는 사람은 아마도 밀튼 프리드먼 (Milton Friedman)일 것이다. 대표적인 자유주의 경제학자인 그는 1980년 뉴욕타임즈에서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The social responsibility of business is to increase its profits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이윤을 증진시키는 것)”. 기업의 책임 중에서 경제적 책임만 유일하게 강조하는 것 같은 이 표현이, 기업 역할에 관한 논쟁에서 꾸준히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Mulligan, T., “A critique of Milton Friedman’s essay ‘the social responsibility of business is to increase its profits’,” <Journal of Business Ethics>, 5(4), 1986). 

기업의 존재 이유가 사회공헌인가? 재벌닷컴과 경제개혁연대에 따르면, 미르재단, K스포츠 재단에 53개의 기업들이 총 774억원을 기부하였으며, 그 중에서 12개 기업은 적자를 기록했다고 한다. 자의건 타의건 사회공헌 활동에 참여하는 기업을 비하해서는 안된다. 하지만 사회공헌을 지속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그 기업의 지속가능성이 먼저 확보되어야 한다.   

글로벌화 시대, 산업 융합화 시대에 이어 이제는 ‘제4차 산업혁명’(The Fourth Industrial Revolution)’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아우성이다. 인공지능, 사물 인터넷, 빅데이터, 3D 프린팅 등을 말하는 과정에서, 이 새로운 시대가 초래할 사회경제 구조의 혁명적 변화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하지만 제4차 산업혁명의 선구자인 클라우스 슈밥(Klaus Schwab)은 이 ‘새로운’ 시대의 수혜자가 이노베이터, 투자자, 주주와 같은 지적·물적 자본을 제공하는 사람일 것이라는, 결코 새롭지 않은 예측을 하고 있다(클라우스 슈밥 <제4차 산업혁명>, 송경진 옮김, 새로운현재, 2016). 제5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기업은 이윤 창출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고자 여전히 노력할 것이다.

기업의 존재 이유가 이윤 창출이라고 자신있게 말하려면, 무엇보다도 기업의 이윤 창출 과정이 정정당당해야 한다. 기업이 이윤 창출이라는 목적을 달성하는 ‘과정’에서도 사회적 정당성을 확보해야하기 때문이다. 앞선 글 (“1편:CSR=사회공헌?”)에서 “기업의 경제적 가치는 물론 사회 전반(society at large)의 이익을 위해 환경적, 사회적 가치를 함께 추구하여 발전의 지속성 (sustainability)을 유지하고자 하는 것이 CSR의 핵심가치”라고 언급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사회 전반의 이익. 결국 기업을 둘러싼 이해관계자 집단과의 관계가 더욱 중요하게 대두되는 이유이다.

IGI제공_이재혁교수CSR전략_2_기업의 이해관계자 그룹

기업은 이해관계자(stakeholder) 집단의 다양하고 상충되는 이해(interest)를 만족시켜야 하는 어려움에 직면한다. 하지만 그런 어려움 자체가 개별기업의 경쟁우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CSR 사례로 자주 인용되는 탐스(이하 TOMS)의 경우를 살펴보자. TOMS는 신발 한 켤레가 팔릴 때마다 신발 없는 아이들에게 한 켤레를 기부하는 One for One 사업 방식으로 운영되는 기업이다. 2006년 1만 켤레로 시작해 2016년엔 70여개국에 6000만 켤레를 기부할 만큼,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과연 TOMS는 어떤 이해관계자 집단을 만족시키고 있을까? 

당신이 사랑하는 기업이 있으면, 그 기업에게 이윤 창출과 사회공헌 중에서 양자택일하라고 요구하지 말아야 한다. 두 마리의 토끼를 다 잡으라고 말해야 한다. 

기업은 두 마리의 토끼를 다 잡기 위해서, CSR을 ‘전략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그 구체적 방법에 대한 질문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재혁 교수의 CSR 전략
CSR에 대한 잘못된 개념을 바로 짚고, 제대로 된 기업의 사회적책임을 말한다. 국내외 최신 트렌드와 연구 분석을 통해, 기업이 올바르고 현명하게 CSR 전략을 세울 수 있는 가이드 역할을 하고자 한다. CSR의 개념적 이해와 기본 사례로 시작해, CSR 평가 방법론의 중요성, 아시아 CSR 랭킹 소개 및 사례 분석을 순차적으로 연재할 예정이다.

2001년 9월부터 고려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고려대학교에서 학사 및 석사학위, 미국 Ohio State University 에서 경영학 박사학위 (Ph.D.)를 취득했고, San Jose State University 교수로 재직했다. 현재 고려대학교 사회적기업센터 소장, 고려대학교 중남미연구소 위원, KOTRA 글로벌CSR사업 심의위원, 한국국제경영학회 부회장, 한국국제전략학회 부회장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CSR 및 글로벌 관련 이슈를 체계적으로 연구하기 위하여 IGI (Inno Global Institute)의 대표를 맡고 있다. 중국 내 다국적 기업과 중국기업들을 대상으로 CSR Ranking을 조사 분석하여 그 결과를 경제지에 2001년부터 매년 발표했다. 2015년부터는 평가대상 기업을 한국, 일본, 중국 및 주요 아세안국가의 대기업들로 확대하여 그 랭킹을 발표하고 있다.
CSR 및 지속가능성에 관한 저서로는 “The Role of corporate sustainability in Asian development: A case study hand-book”(2017년)”, “Green leadership in China: Management strategies from China's most responsible companies”(2014년) 등이 있다.

관련 기사

Copyrights ⓒ 더나은미래 & futurechosun.com

전체 댓글

제262호 창간 14주년 특집

지속가능한 공익 생태계와 함께 걸어온 1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