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SR(기업의 사회적책임), 제대로 이해하자
경영학은 기업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기업을 둘러싼 경영환경이 어떠한지, 그러한 경영환경이 초래하는 실무적 시사점이 무엇인지 등을 분석하는 기능을 주로 수행하기 때문이다. 경영환경에 변화를 주는 새로운 현상이 등장하면, 그 현상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것에 대해서는 학계와 업계 모두에서 이견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몇몇 현상에 대해서는 그 중요성뿐만 아니라 그 개념 자체에 대해 공감대가 형성되는 것이 쉽지 않은 듯 하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CSR)이 그 중의 하나이다. CSR에 대해서 ‘다양한’ 이해가 공존하는 이유를 CSR을 구성하는 세 개의 단어로부터 유추할 수 있다. ‘Responsibility’라는 단어 때문에, CSR를 일방적인 의무로 판단하기 쉽다. 그러다보니 기업 준조세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바른사회시민연대의 2017년 1월 10일자 성명에 따르면, 기업이 정부에 반 강제적으로 지불한 준조세 규모는 최대 20조에 달한다.) ‘Social’이라는 단어 때문에, CSR은 사회적 문제에 국한된다는 생각을 하기 쉽다. 하지만 세 개의 성적표(triple bottom line: TBL)가 의미하는 것처럼, CSR은 좀더 광의의 대상을 통해 이해해야 한다(Blackburn, W. R. 2007. The Sustainability Handbook. Environmental Law Institute Press. Washington DC.). 마지막으로 Corporate’라는 단어 때문에, CSR은 기업에게만 해당되는 것으로 간주하기 쉽다.
예를 들어보자. 산업화에 따른 자연환경 훼손은 생산자인 기업뿐만 아니라 소비자를 포함한 이해관계자집단이 함께 고민해야 할 이슈이다. 최근 이해관계자들은 기업의 의사결정에 지대한 영향을 주는 적극적 집단으로 거듭나고 있다. 따라서 기업들에게 ‘착한 기업시민(good corporate citizen)’이 되는 것을 요구하기 전에, 우리가 ‘착한 시민(good citizen)’이 되고자 하는 의식 변화도 수반되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배기가스 장치 조작으로 파문을 일으킨 폭스바겐이 무이자 할부 및 현금할인 등을 제시하자 한국에서의 판매량은 오히려 급증한 사실은 다시금 곱씹어봐야할 이슈다.
진정한 의미의 CSR은 일방적 의무가 아닌, 기업의 경쟁우위 유지 및 확보를 위한 전략적 수단이어야 한다. CSR의 대상도 사회적 문제뿐만 아니라 환경적 문제를 포함하여 훨씬 더 포괄적인 내용을 포함하여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CSR은 기업뿐만 아니라 기업의 수많은 이해관계자가 같이 고민해야 하는 총체적 이슈다.
국내 주요 신문도 CSR에 대해서 ‘다양한’ 개념이 공존하는데 일조했다고 생각한다. 심지어는 ‘CSR(사회공헌활동)’이라는 표현처럼, CSR=사회공헌활동이라고 설명하는 기사가 전체의 46%를 차지할 정도다(2016년 10월 9일~11월 9일 한 달간 해당 단어로 주요 언론사 기사를 검색한 결과). CSR을 사회공헌활동이나 공유가치창출과 유사한 의미로 혼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4 대한민국 CSR 국제컨퍼런스’에서 발표된 한국기업들의 CSR 실태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한국 기업들이 CSR를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사업목표는 ‘지역사회 공헌,’ ‘기부 및 자선활동,’ ‘동반성장,’ ‘직원 복지 및 안정,’ ‘기업윤리,’ ‘공정거래’ 등이 주를 이룬다. 기업을 대상으로 CSR 강의를 시작할 때, ‘CSR이라는 단어와 관련하여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나 느낌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하면, 대다수의 대답이 ‘기부,’ 비용,’ ‘귀찮음’ 등으로 귀결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즉 CSR를 통해서 기업은 ‘선(善)을 행하여만 한다(Doing Good)’라는 사회적 압박 때문에, 기업들에게 CSR은 단순한 비용으로 간주되고 있을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윤을 추구해야 한다(Doing Well)’라는 기업 본연의 의무와 CSR의 연결고리를 찾기는 점차 힘들어진다.
기업이 경제적 가치는 물론 사회 전반 (society at large)의 이익을 위해 환경적, 사회적 가치를 함께 추구하여 발전의 지속성 (sustainability)을 유지하고자 하는 것이 CSR의 핵심가치다. 즉 진정한 의미의 CSR은 ‘선을 행하면서 이윤을 추구하는 것(Doing Well by Doing Good)’이다.
쉽게 말하면 돈을 버는 과정에서 사회로부터 칭찬까지 받자는 것이다. 이것이 가능한가? 반문하고 싶다.
2001년 9월부터 고려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고려대학교에서 학사 및 석사학위, 미국 Ohio State University 에서 경영학 박사학위 (Ph.D.)를 취득했고, San Jose State University 교수로 재직했다. 현재 고려대학교 사회적기업센터 소장, 고려대학교 중남미연구소 위원, KOTRA 글로벌CSR사업 심의위원, 한국국제경영학회 부회장, 한국국제전략학회 부회장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CSR 및 글로벌 관련 이슈를 체계적으로 연구하기 위하여 IGI (Inno Global Institute)의 대표를 맡고 있다. 중국 내 다국적 기업과 중국기업들을 대상으로 CSR Ranking을 조사 분석하여 그 결과를 경제지에 2001년부터 매년 발표했다. 2015년부터는 평가대상 기업을 한국, 일본, 중국 및 주요 아세안국가의 대기업들로 확대하여 그 랭킹을 발표하고 있다.
CSR 및 지속가능성에 관한 저서로는 “The Role of corporate sustainability in Asian development: A case study hand-book”(2017년)”, “Green leadership in China: Management strategies from China's most responsible companies”(2014년)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