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혁 교수의 CSR 전략-⑩] 기업경영의 절차적 공정성

한국이 세계 최강인 스포츠 종목은 무엇일까? 의심할 여지 없이 ‘양궁’이다. 1984년 LA올림픽 이후 지금까지 한국은 세계선수권을 포함한 각종 대회에서 금메달의 대부분을 쓸어 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 양궁이 이토록 경쟁력을 가지게 된 이유는 뭘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절차적 공정성(procedural justice)’을 가장 중요한 이유로 꼽을 수 있다. 선수 선발을 포함해 행정상의 절차에 공정성이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절차적 공정성을 통해 의사결정의 정당성을 확보하고 목표 달성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기업에서도 절차적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여러 시스템이 도입되고 있다. 채용과정에서의 불합리한 차별을 막기 위해 입사지원서에 출신 학교나 지역, 가족관계 등을 기재하지 못하게 하는 ‘블라인드(blind)’ 채용이 그 예다. 그렇게 입사를 해도 일명 ‘360도 평가’라 불리는 다면평가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상급자뿐 아니라 동료, 부하직원, 내외부 고객의 평가를 받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일반 회사원이 임원이 되는데 평균 24년이 소요된다. 하지만 이러한 절차적 공정성이 재벌총수의 자녀들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100대 그룹 총수 일가 자녀는 평균 5년 만에 임원이 되는 ‘초고속 승진’을 기록하고 있다. 그룹 내 근무 경력이 전혀 없이 바로 임원이 되는 ‘신입사원 임원’도 있다. 젊은 나이에 임원이 되는 것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다만 그런 예외적인 상황이 점차 관행으로 굳어지는 상황이 문제다. 취준생들에게 “쓸데없는 스펙을 쌓지 말고 제대로 실력을 키우라”고 조언하는 기성세대의 말이 허망하게 들리는 이유이다. 청소년들의 꿈은 재벌 2세가 되는 것인데 부모가 재벌이 아니어서 불행하다는

[이재혁 교수의 CSR 전략-⑨] 공공기관의 사회적 가치 창출, 어떻게 해야할까

최근 공공기관의 경영평가에 사회적 가치의 비중이 확대 적용되고 있다. 공공기관이 사업을 잘 운용하고 있는지 평가할 때, 효율성과 수익성보다는 사회적 가치 창출 등의 공공성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는 시대적 요구를 반영한 결과이다. 공공기관의 사회적 가치 창출과 관련하여 빈번하게 논의되는 지표 중의 하나는 일자리와 고용의 질이다. 하지만 공공기관에게 기대하는 사회적 가치 창출의 구체성과 그 평가에 있어서 좀더 정교한 접근방식이 필요하다.   공공기관이란 정부의 투자·출자 또는 정부의 재정지원 등으로 설립·운영되는 기관을 의미한다. 2018년의 경우 338개가 지정되어 있으며, 시장형 공기업, 준시장형 공기업, 기금관리형 준정부기관, 위탁집행형 준정부기관, 기타공공기관으로 세분화된다. 이렇듯 다양한 형태와 목적을 지닌 공공기관에 대해서 사회적 가치 창출 여부를 단순화된 공통의 지표로 평가할 때, 그 객관성과 실효성에 의문이 생길 수 있다. 사기업처럼 공공기관의 사회적 가치 창출 여부도 해당 공공기관의 비즈니스모델에 대한 이해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예를 들어 ‘일자리 창출’이라는 사회적 기대에 대해서, 고용노동부와 다른 공공기관들이 느끼는 당위성은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각각의 공공기관이 달성해야 하는 사업의 목표를 사회적 가치 구현이라는 거시적 관점에서 파악하고, 그에 상응하는 실질적 평가지표를 도출해야 한다. 그 구체적 방법은 무엇일까?   사회가 공공기관에게 기대하는 가치 창출도 유엔개발정상회의에서 채택된 총 17개의 지속가능발전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 이하 SDGs)와 169개의 세부목표로부터 유추할 수 있다. 정부차원에서 추진하고자 하는 국가지속가능발전목표(K-SDGs)에 대한 공감대를 바탕으로 전략적 접근방식이 필요하다. SDGs의 17개 목표들은 상호 배타적이 아닌 상호 보완적 관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

[이재혁 교수의 CSR 전략-⑧] 한국 중소기업형 CSR 지표 개발과 활용 방안

조선일보 더나은미래와 IGI가 발표한 ‘2017 아시아 CSR랭킹’에서 나타난 가장 큰 특징은 평가대상이 된 한국 기업들 대부분의 CSR지표가 개선됐다는 점이다. 평균 점수(56.6점)는 작년(43.8점)에 비해 큰 폭으로 상승한 반면, 표준편차(21.4점)에 있어서는 작년(22.2점)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하위 10위권에 포함된 기업들(평균 19.9점; 표준편차 3.6점)은 전반적인 CSR활동이 아직 체계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다는 것이 드러났다.   또한 CSR커뮤니케이션 활동이 부족한 한국 기업들의 특징도 나타났다. ‘지역사회 발전’과 ‘노동 관행’ 항목 등에서는 일본과 중국에 비해 높은 점수를 받았지만, ‘소비자 보호’ 항목에서는 일본보다 낮은 점수를 받았기 때문이다.   한국 기업의 CSR 담당자를 만났을 때 느끼는 점은 해당 기업의 CEO가 매우 ‘겸손’하다는 것이다. 즉 “우리 회사가 CSR 활동을 착실히 하면 되지 굳이 외부에 알릴 필요가 있느냐”는 CEO의 뜻에 따라 이해관계자와의 커뮤니케이션에 적극적이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보이지 않는 손’이 CSR 활동을 할 뿐만 아니라, 왼손이 하는 CSR 활동을 오른손도 모르게 하려는 의지가 엿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 회사의 CSR활동을 이해관계자에게 알리는 것은 선택이 아닌 의무다. 소비자가 제품을 구매할 때 뿐만 아니라, 투자자가 투자할만한 기업을 선택할 때, 구직자가 일하고 싶은 기업을 결정할 때, 협력업체가 상생의 파트너를 판단할 때 절실히 요구되는 것이, 바로 해당 기업의 CSR활동 현황이기 때문이다.    개별 기업의 CSR활동을 가장 객관적으로 유추할 수 있는 근거가 지속가능보고서다. 대기업의 경우, 관련 보고서의 발간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중소기업의 경우, 보고서 작성을 위한 내부 전문

[이재혁 교수의 CSR 전략-⑦] 금감원장의 CSR 공시 발언과 기업 평가의 향방

CSR 정보 공시가 재계에 미칠 영향  ‘지속가능경영’.최근 학계뿐만 아니라 재계 및 일반 사회에서도 자주 등장하는 용어다. 프랜차이즈의 착취 구조, 기업의 수익성 악화 및 파산 증가, 환경보전과 관련된 우려 등을 감안했을때 지속가능경영에 대한 우리 사회의 관심이 커진 것은 불편한 진실이다.  지속가능경영을 논의할 때 그 주체를 명확히 해야한다. 각 주체별로 지속가능경영을 달성하기에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방법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신임 금융감독원장의 취임사에 담긴 내용과 그에 대한 반응이 좋은 예다. 최흥식 금감원장은 기업 공시 항목에 ‘저출산 대응 노력’, ‘환경보호’, ‘노사관계’와 같은 사회적책임(CSR) 관련 활동을 포함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좋은 기업이 시장에서 인정받도록 하겠다는 취지라고 하지만, 재계에서는 결국 기업들을 줄세우는 결과가 될까봐 우려하고 있는 듯하다. CSR에 대한 금감원과 기업의 견해 차이가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아직 구체적인 방안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어느 쪽의 견해가 옳고 그른지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이번 일을 계기로 CSR에 대한 금융당국과 기업의 견해가 다를 수밖에 없는지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아무리 취지가 좋다고 하더라도 실천방안이나 평가지표가 객관성을 띄지 못한다면 공감대가 형성될 수 없다. 금융당국은 평가지표에 대한 명확한 배경 및 구체적인 방법에 대한 설명을 해야한다. 예를 들어 ‘저출산 대응 노력’이 평가방법으로 적절한지에 대해 명확한 설명이 수반돼야한다. 특히 글로벌 관점에서 한국 기업들의 경쟁력을 강화시키는 것이 취지라면, 그러한 평가방법에 ‘보편 타당성’이 있는지 검토가 선행돼야한다.   기업 입장에서도 금융당국의 이번 시도를 단순히 부정적으로 바라보기 보다는

[이재혁 교수의 CSR 전략-⑥] 미래 자동차 산업, CSR이 핵심된다

미래 자동차 기업의 핵심성과지표, 무엇이 될까     경영전략을 강의할 때 가장 마지막으로 다루는 이슈는, 기업이 여러가지 전략의 수립 및 실행을 통해 기대했던 목표를 실제로 달성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다. 그 판단 결과에 따라 경영전략 프로세스 전체의 효과성에 대한 논의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목표 달성여부를 판단할 때 기업들이 의존하는 다양한 지표를 통칭해 ‘핵심성과지표’라고 부른다. 자주 사용되는 핵심성과지표는 매출이나 시장점유율 등이 있다. 하지만 이러한 핵심성과지표는 모든 기업에 적용되는 절대적 기준은 아니다.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하는 창업 3년 미만 벤처기업의 핵심성과지표가, 폴란드의 GDP보다 더 많은 수익을 내고 있는 월마트의 핵심성과지표와 같을 수 없기 때문이다. 노동 집약적 산업과 기술 집약적 산업의 일반적인 핵심성과지표들 역시 서로 다를 수 밖에 없다. 산업별 특성이나 개별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오랜 시간 핵심성과지표로 활용되는 것이 양적 증가를 대변하는 경제적 지표였다. 미국 경제지 포춘(Fortune)이 개별 기업의 수익에 근거해 매년 발표하는 전 세계 500대 기업 리스트가 좋은 예이다. 이러한 양적 증가가 핵심성과지표로 활용되어 온 이유는,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기업이 양적 성장을 지속적으로 달성해야 한다는 재계와 학계의 오랜 믿음 때문이다. 경영환경이 바뀌면 기업의 전략이 수정되어야 하는 것처럼, 핵심성과지표 역시 시대적 변화를 감안해야한다. 자동차산업을 예로 들어보자. 전후방 산업에 대한 파급효과 및 그에 따른 고용 창출 효과 등에 따라, 자동차산업은 국가 기간산업으로 간주되기도 한다. 이런 특징 때문에 피터 드러커(Peter Drucker)는 자동차 산업을 ‘산업

[이재혁 교수의 CSR 전략-⑤] 국내에서만 1등? 아시아 기업들과 비교해본 한국 기업의 CSR 성과

한국 기업의 CSR 성과, 아시아 기업들과 비교해보니    경영학의 세부 연구 주제는 매우 다양하다. 그러나 이러한 연구주제의 궁극적 목표는 ‘기업이 경쟁 우위를 어떻게 유지 혹은 확보할 수 있을까’에 대한 대답을 제공하는 것으로 수렴된다. 경쟁우위가 점차 약화되는 기업은 궁극적으로 생존 자체를 염려해야 할 처지에 몰리기 때문이다. 글로벌 컨설팅 회사 맥킨지(McKinsey)의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기업의 평균 수명이 급격히 줄고 있다. 1935년 90년이었던 미국 기업의 평균 수명은 1975년에는 30년, 1995년에는 22년, 그리고 2015년에는 15년으로 급속히 단축되고 있는 것. 포춘(Fortune) 500 리스트를 통해서도, 거대 기업들의 흥망성쇠가 여지없이 드러난다. 한국의 경우도 예외가 아니다. 국내 시가총액 상위권에 포함된 기업 10곳 중 4개 기업은 불과 20년 만에 그 이름을 찾아볼 수 없다. 자산 기준으로 본 30대 그룹의 순위는 1년새 절반이 바뀌었다. 10대 그룹 중에서 영업이익률이 악화된 기업은 7개에 달한다. 중소기업이나 벤처기업은 더 말할 나위도 없다. 3만 벤처기업 시대가 열렸다고 하지만 벤처기업 중 62%는 3년을 버티지 못한다.   ‘경쟁우위’란 우리 회사의 경쟁자(들)에 비해 우리 회사가 지니고 있는 강점을 의미한다. 따라서 경쟁우위의 원천이나 그 지속성을 논의하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 회사의 ‘경쟁자’가 누구인지 파악해야 한다. 산업 융합화 시대에 이어 최근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 기업들이 더 많은 불확실성과 위험에 노출되고 있는 근본적인 이유는, 우리 회사에게 위협이 될 수 있는 경쟁자가 누구인지 파악하는 것조차 힘들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경영활동이 유사한 지역에서 서로

[이재혁 교수의 CSR 전략-④] 우리 회사는 CSR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나?

우리 회사는 CSR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나    조상들이 남긴 최초의 메시지는 무슨 내용일까. 인류 역사에 대한 통찰을 담아낸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 (Yuval Harari)에 따르면, 기원전 3400~3000년경 우르크의 행정문서가 적혀 있는 점토판에는 역사에 기록된 최초의 이름이 담겨있다. 점토판에 “쿠심이 37개월에 걸쳐 보리 2만9086자루를 받았다고 서명했다”는 내용이 명백히 담겨있는 것. 유발 하라리가 언급한 것처럼, 역사에 기록된 최초의 이름이 예언자나 시인, 위대한 정복자가 아니라 회계사의 것이라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통계·수치의 역사는 오늘날까지 계속 이어지고 있다. 국가의 재정부터 개인의 삶의 질까지 많은 것이 수치를 통해 표현되고있다. 심지어는 피겨스케이팅 선수가 은반 위에서 펼치는 퍼포먼스의 감동까지, 소수점 두번째 자리까지 세밀하게 평가하는 기술 점수와 예술 점수의 합으로 수치화시키고 있다.  기업을 연구하는 학문 분야인 경영학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특히 실증연구를 수행하는 경우에는 개념의 계량화 즉 조작적 정의가 필수적이다. 예를 들어 종업원을 대상으로 직무만족도와 회사에 대한 충성도의 관계를 실증분석하기 위해서는, 설문조사나 2차 자료를 활용해 ‘직무만족도’, ‘회사에 대한 충성도’라는 추상적인 개념을 수치로 바꾸어야 한다. 이렇듯 추상적인 개념을 수치로 측정하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어려움에 직면한다. 수치로 표현하기 어려운 개념이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하나의 개념이 여러가지로 방법으로 측정될 수 있는 경우, 선택의 문제에 직면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는 과정을 겪으면서 결국은 관련 연구 더 나아가서는 경영학이 점차 발전해 나가게 된다. 측정 및 평가 방법의 개선을 통해 더욱 정확한

[이재혁 교수의 CSR 전략-③] 우리 회사의 CSR은 전략적인가?

우리 회사의 CSR은 전략적인가?    스포츠경기가 끝나면 그 결과에 따라 ‘전략의 승리’ 혹은 ‘전략의 부재’라는 평가가 뒤따르는 경우가 많다. 전략이라는 용어는 스포츠뿐만 아니라 우리의 일상생활 전반에서 쉽게 만날 수 있다. 예를 들어 근대화 시기의 국가 정책(국가발전을 위해 특정 산업에 전략적 집중투자), 개인의 생활(전략적 대학 입시 및 취업 준비), 기업의 경영활동(산업융합화에 대비한 다른 업종 기업들간의 전략적 제휴)까지 광범위한 분야에서 자주 언급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이 말하는 ‘전략’이란 무엇일까. 많은 이들이 ‘이기는 방법’을 떠올린다. 이는 오답은 아니지만 만족스런 답변도 아니다. 전략이란 ‘목표를 달성하려는 수단’을 말한다. 따라서 전략을 이기는 방법으로만 국한시키면 안된다. 기업이 직면하고 있는 대내외적 경영환경에 따라 이기는 것 외에도 다양한 목표를 설정할 수 있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도 다양해지기 때문이다.  전략에 대한 이 단순한 정의에는 크게 두 가지의 중요한 시사점이 포함돼있다. 첫째, 전략을 이해할 때 그 방점을 수단에 두어야 한다는 점이다. 전략은 수립으로 끝나서는 안된다. 전략이 수단으로서의 기능을 달성했는지, 실행 이후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둘째, 전략은 무언가를 달성하고자 하는 수단인데, 이는 해당 기업이 설정한 목표를 말한다. 따라서 여러 기업들이 동일한 목표를 설정하더라도 내외부 경영환경에 따라 그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수단, 즉 전략은 기업별로 다양하게 수립되고 실행될 수밖에 없다. 이제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기업의 사회적책임)로 국한시켜 생각해보자. ‘우리 회사의 CSR이 전략적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해답을 얻으려면, 해당 기업이 CSR을 통해 얻고자 하는 목표가

[이재혁 교수의 CSR 전략-②] 돈을 벌어야 하나? 선을 행해야 하나?

기업은 왜 존재하는가    ‘기업의 존재 이유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어떤 대답을 할 것인가? 취약계층, 복지 사각지대, 공유가치 창출 등의 용어를 떠올리면서 ‘사회공헌’이라고 대답할 수 있을 것이다. 글자 그대로 기업이 사회에 공헌하면서, 기업과 사회가 서로 win-win할 수 있는 따뜻한 공동체를 만들어간다는 점에서 말이다.  반면에 기업이 존재하는 이유가 ‘돈을 버는 것’이라고 대답한다면, 친기업 정서에 빠져있는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으로 취급받기 쉽다. ‘이윤 창출’이라고 고상하게 대답하더라도, 속물자본주의 성향을 드러낸 사람에게 보내는 차가운 눈빛을 감수해야 할지도 모른다. 기업의 존재 이유를 말할 때 가장 많이 언급되는 사람은 아마도 밀튼 프리드먼 (Milton Friedman)일 것이다. 대표적인 자유주의 경제학자인 그는 1980년 뉴욕타임즈에서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The social responsibility of business is to increase its profits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이윤을 증진시키는 것)”. 기업의 책임 중에서 경제적 책임만 유일하게 강조하는 것 같은 이 표현이, 기업 역할에 관한 논쟁에서 꾸준히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Mulligan, T., “A critique of Milton Friedman’s essay ‘the social responsibility of business is to increase its profits’,” <Journal of Business Ethics>, 5(4), 1986).  기업의 존재 이유가 사회공헌인가? 재벌닷컴과 경제개혁연대에 따르면, 미르재단, K스포츠 재단에 53개의 기업들이 총 774억원을 기부하였으며, 그 중에서 12개 기업은 적자를 기록했다고 한다. 자의건 타의건 사회공헌 활동에 참여하는 기업을 비하해서는 안된다. 하지만 사회공헌을 지속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그 기업의 지속가능성이 먼저 확보되어야 한다.    글로벌화 시대, 산업 융합화 시대에

[이재혁 교수의 CSR 전략-①] CSR=사회공헌? CSR, 제대로 이해하자

CSR(기업의 사회적책임), 제대로 이해하자   경영학은 기업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기업을 둘러싼 경영환경이 어떠한지, 그러한 경영환경이 초래하는 실무적 시사점이 무엇인지 등을 분석하는 기능을 주로 수행하기 때문이다. 경영환경에 변화를 주는 새로운 현상이 등장하면, 그 현상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것에 대해서는 학계와 업계 모두에서 이견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몇몇 현상에 대해서는 그 중요성뿐만 아니라 그 개념 자체에 대해 공감대가 형성되는 것이 쉽지 않은 듯 하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CSR)이 그 중의 하나이다. CSR에 대해서 ‘다양한’ 이해가 공존하는 이유를 CSR을 구성하는 세 개의 단어로부터 유추할 수 있다. ‘Responsibility’라는 단어 때문에, CSR를 일방적인 의무로 판단하기 쉽다. 그러다보니 기업 준조세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바른사회시민연대의 2017년 1월 10일자 성명에 따르면, 기업이 정부에 반 강제적으로 지불한 준조세 규모는 최대 20조에 달한다.) ‘Social’이라는 단어 때문에, CSR은 사회적 문제에 국한된다는 생각을 하기 쉽다. 하지만 세 개의 성적표(triple bottom line: TBL)가 의미하는 것처럼, CSR은  좀더 광의의 대상을 통해 이해해야 한다(Blackburn, W. R. 2007. The Sustainability Handbook. Environmental Law Institute Press. Washington DC.). 마지막으로 Corporate’라는 단어 때문에, CSR은 기업에게만 해당되는 것으로 간주하기 쉽다. 예를 들어보자. 산업화에 따른 자연환경 훼손은 생산자인 기업뿐만 아니라 소비자를 포함한 이해관계자집단이 함께 고민해야 할 이슈이다. 최근 이해관계자들은 기업의 의사결정에 지대한 영향을 주는 적극적 집단으로 거듭나고 있다. 따라서 기업들에게 ‘착한 기업시민(good corporate citizen)’이 되는 것을 요구하기 전에, 우리가 ‘착한

이해 관계자 간 소통이 절실한 때

제1회 아시아 CSR 랭킹 총평 이재혁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IGI 대표) CSR 활동을 통해 기업이 경쟁 우위를 확보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 기틀을 마련하려면 CSR 보고서 발간에 앞서 먼저 자사 CSR에 대한 외부의 객관적 평가에 귀 기울여야 한다. 실제로 환경(E), 사회(S), 지배구조(G) 등 세 영역의 총점에서 한국 기업들 간 점수 차가 벌어진 가장 큰 이유는 ‘CSR 커뮤니케이션’ 때문이었다. 이는 많은 기업이 아직도 이해관계자들과 소통하며 상호 가치를 창출하는 데 익숙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편 한국은 환경, 사회, 지배구조 등 세 영역에서 중국·일본에 이어 전부 2등에 그쳤다. 개별 기업들이 CSR 활동을 통해 ‘코리아 프리미엄(Korea Premium)’을 만들어 갈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관심과 구체적인 지원 방안이 조속히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이윤석 Inno CSR그룹 대표 아시아권 국가들이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자이자 동반자로 떠오른 만큼 각국 기업들의 지속 가능성을 동시에 비교 분석해본 이번 아시아 CSR 랭킹의 의미는 매우 크다. 몇 가지 트렌드를 살펴보면 기업들이 환경 및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력이 점차 커지고 있음을 깨닫고 글로벌 기업들은 이미 친환경 정책 및 비즈니스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사회공헌에 집중돼 있는 기존 한국 기업의 구조로는 지속 가능한 기업의 미래를 준비하기 어렵다. 노사 문제, 공정 거래, 협력사 동반 성장을 비롯해 환경과 기업 지배구조 부분까지 거시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는 CSR 의사결정체(위원회 등)를 재정비해야만 한다. 이를 통해 다양한 이해 관계자들과 소통해 사회의 니즈를 기업의 의사 결정에

제262호 창간 14주년 특집

지속가능한 공익 생태계와 함께 걸어온 1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