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2일(금)

[이재혁 교수의 CSR 전략-⑧] 한국 중소기업형 CSR 지표 개발과 활용 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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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더나은미래와 IGI가 발표한 2017 아시아 CSR랭킹에서 나타난 가장 큰 특징은 평가대상이 된 한국 기업들 대부분의 CSR지표가 개선됐다는 점이다. 평균 점수(56.6점)는 작년(43.8점)에 비해 큰 폭으로 상승한 반면, 표준편차(21.4점)에 있어서는 작년(22.2점)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하위 10위권에 포함된 기업들(평균 19.9점; 표준편차 3.6점)은 전반적인 CSR활동이 아직 체계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다는 것이 드러났다.  

또한 CSR커뮤니케이션 활동이 부족한 한국 기업들의 특징도 나타났다. ‘지역사회 발전’과 ‘노동 관행’ 항목 등에서는 일본과 중국에 비해 높은 점수를 받았지만, ‘소비자 보호’ 항목에서는 일본보다 낮은 점수를 받았기 때문이다.  

한국 기업의 CSR 담당자를 만났을 때 느끼는 점은 해당 기업의 CEO가 매우 ‘겸손’하다는 것이다. 즉 “우리 회사가 CSR 활동을 착실히 하면 되지 굳이 외부에 알릴 필요가 있느냐”는 CEO의 뜻에 따라 이해관계자와의 커뮤니케이션에 적극적이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보이지 않는 손’이 CSR 활동을 할 뿐만 아니라, 왼손이 하는 CSR 활동을 오른손도 모르게 하려는 의지가 엿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 회사의 CSR활동을 이해관계자에게 알리는 것은 선택이 아닌 의무다. 소비자가 제품을 구매할 때 뿐만 아니라, 투자자가 투자할만한 기업을 선택할 때, 구직자가 일하고 싶은 기업을 결정할 때, 협력업체가 상생의 파트너를 판단할 때 절실히 요구되는 것이, 바로 해당 기업의 CSR활동 현황이기 때문이다.   

개별 기업의 CSR활동을 가장 객관적으로 유추할 수 있는 근거가 지속가능보고서다. 대기업의 경우, 관련 보고서의 발간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중소기업의 경우, 보고서 작성을 위한 내부 전문 인력의 부재, 보고서 발간에 따른 마케팅효과 미흡, 발간 비용 부담, 보고서에 기재할 지표 산정의 어려움 때문에, CSR 관련 보고서 발간은 전체의 8% 정도에 머무르고 있는 실정이다.

사업체 수나 종사자 수 등의 기준으로 판단했을 때, 한국 경제에서 중소기업의 차지하는 중요성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중소기업 자체의 지속가능성은 매우 암울하다. 이자도 갚지 못하는 한계 기업이 최근 6년간 30% 증가했는데, 이중에서 85%(2666개)가 중소기업이기 때문이다. 만성적 한계기업의 84.3%(4191개) 역시 중소기업이다.   

현 정부에서 가장 큰 관심을 두고 있는 일자리 창출도 중소기업의 자생력 강화 없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이제는 중소기업의 CSR활동에 대한 평가와 활용 방안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도 중소기업의 특성을 감안한 CSR지표의 개발이 절실하다. 주로 대기업을 염두에 두고 개발된 ESG 프레임워크에서 가감할 내용을 판단하여 중소기업에 맞는 현실적 지표 개발이 필요하다.

중소기업형 CSR지표는 다음과 같이 활용할 수 있다.

첫째, 중소기업은 이러한 지표에 근거하여 자사의 경쟁력 현황을 파악하고 개선방향을 도출할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특화해야할 경영활동에 대한 좀더 객관적인 판단이 가능해질것이다.

둘째, 대기업의 경우 협력업체 선정시에 중소기업 CSR 지표의 분석결과를 활용할 수 있다. 산업융합화에 따른 경쟁의 심화 등으로 인하여 아무리 거대한 기업이라고 해도 모든 가치사슬에 있어서 경쟁우위를 유지 및 확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아웃소싱 파트너를 포함한 협력업체를 선정할 때 해당 중소기업의 CSR지표을 활용하여 그 선정의 객관성 뿐만 아니라 대내외적 타당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국가 차원에서는 중소기업 육성을 위한 기초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 500개 대기업 협력업체(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지난 10년간 추진해 온 상생협력 정책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응답이 70%에 육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절반 이상은 문재인 정부가 추진할 동반성장 정책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고, 정부의 상생 정책에 대한 우선순위를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일관되고 지속적인 정책 추진’이 가장 많았다. 한국의 중소기업형 CSR지표의 개발과 활용을 통해, 한국경제의 생태계를 수평적 및 수직적 협력 네트워크로 재구성할 때 그 실효성이 높아지길 기대한다.

2001년 9월부터 고려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고려대학교에서 학사 및 석사학위, 미국 Ohio State University 에서 경영학 박사학위 (Ph.D.)를 취득했고, San Jose State University 교수로 재직했다. 현재 고려대학교 사회적기업센터 소장, 고려대학교 중남미연구소 위원, KOTRA 글로벌CSR사업 심의위원, 한국국제경영학회 부회장, 한국국제전략학회 부회장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CSR 및 글로벌 관련 이슈를 체계적으로 연구하기 위하여 IGI (Inno Global Institute)의 대표를 맡고 있다. 중국 내 다국적 기업과 중국기업들을 대상으로 CSR Ranking을 조사 분석하여 그 결과를 경제지에 2001년부터 매년 발표했다. 2015년부터는 평가대상 기업을 한국, 일본, 중국 및 주요 아세안국가의 대기업들로 확대하여 그 랭킹을 발표하고 있다.
CSR 및 지속가능성에 관한 저서로는 “The Role of corporate sustainability in Asian development: A case study hand-book”(2017년)”, “Green leadership in China: Management strategies from China's most responsible companies”(2014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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