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가치연구원, ‘사회적가치 페스타’서 ‘SEE SV’ 첫 공개
측정 결과를 다음 사업 기획·자원배분에 활용하도록 설계
“우리는 기업의 사회공헌을 투입 기준으로 고민해왔습니다. 이제는 이를 통해 삶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보고자 합니다.”
나석권 SK 사회적가치연구원(CSES) 대표이사가 밝힌 사회적가치연구원이 AI 기반 CSR 측정·평가 플랫폼 ‘SEE SV’를 개발한 이유다. 몇 년간 얼마를 지원했고 몇 명이 혜택을 받았는지를 집계하는 기존 성과평가 방식에서 벗어나, CSR 프로그램이 수혜자와 사회에 어떤 변화를 만들었는지를 측정하겠다는 취지다.

사회적가치연구원은 2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6 대한민국 사회적가치 페스타’의 ‘AI가 그리는 CSR의 미래, 인식을 넘어 행동을 바꾸다’ 세션에서 SEE SV를 처음 공개했다. 이는 한국사회가치평가, AIWORKX, Ackterton Partners, SK와 공동 개발한 기업 사회공헌 측정·평가 플랫폼이다. 측정 결과를 다음 사업의 기획과 자원배분에 활용해 사회공헌 활동의 개선으로 이어지도록 설계했다.
◇ AI로 성과 살피고 다음 사업에 반영한다
SEE SV는 사회공헌 사업의 기획부터 실행, 성과까지 전 과정을 살펴 수혜자와 사회에 나타난 변화를 측정한다. 기업이나 기관이 사업 자료를 올리면 AI가 사업 특성에 맞는 평가 지표와 초안을 제안하고, 사용자는 이를 검토·보완한다. 결과 리포트에서는 사업의 강점과 보완점, 조직 내 위치를 확인하고 비슷한 유형의 사업과 비교해 개선 방향도 살펴볼 수 있다.
평가 기준은 국내외 37개 지표체계와 725개 세부지표를 벤치마킹해 마련했다. 기획·실행·성과 3개의 카테고리와 총 18개의 세부 지표로 구성되며, CSR 사업의 성숙도와 영향 범위에 따라 6개의 평가 유형을 도출할 수 있도록 했다. 평가에는 AI가 근거와 판단안을 제시하고 사람이 최종 판단하는 ‘Human-in-the-Loop’ 방식을 적용했다. 사용자가 확정한 결과는 데이터로 축적돼 이후 평가 기준을 정교화하는 데 활용된다.
최인영 사회적가치연구원 측정센터 팀장은 결식 우려 아동에게 주 2회 도시락을 제공하는 사업을 예로 들었다. 최 팀장은 “기존에는 도시락의 시장가에 지원 식수를 곱하는 방식으로 성과를 계산했다”며 “SEE SV에서는 도시락 제공에 따른 결식 해소뿐 아니라, 공교육 학습기회 손실 방지와 같은 결과와 임팩트 단계의 성과까지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성과 증명할 공통 기준 필요”…현장 맥락도 담아야
이날 기업 현장에서는 사회공헌의 효과를 설명할 공통 기준과 데이터 체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같은 성과라도 경영진과 이사회에는 재무 지표로, 정부와 지자체에는 정책의 관점에서, 수혜자와 현장기관에는 실제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를 설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박성재 현대해상 사회공헌파트 과장은 전문인력 부족과 사업마다 제각각인 데이터 형식도 문제로 꼽았다. 그는 “우리에게 임팩트가 없어서가 아니라, 이를 가려낼 방법과 도와줄 체계가 없어 증명하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다”고 이야기했다.

박 과장은 기업마다 지표를 새로 만들지 않아도 되는 분야별 공통 임팩트 지표와 기업·NGO·지자체의 데이터를 함께 축적할 수 있는 플랫폼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표준화된 측정 결과가 정부 인증이나 정책 참여의 근거로 인정되는 체계도 필요하다고 봤다. 그는 “현장의 임팩트가 숫자를 넘어 신뢰의 언어가 될 수 있도록 함께 만들어가면 좋겠다”고 전했다.
최예숙 초록우산 나눔마케팅본부 팀장은 SEE SV가 사업 설계와 측정의 문턱을 낮출 수 있다고 봤다. 다만 플랫폼이 현장에서 실제로 활용되려면 숫자로 드러나지 않는 변화와 데이터 수집 과정의 특성까지 반영해야 한다고 짚었다. 최 팀장은 “측정 가능한 것을 정교하게 다루는 동시에, 설문만으로는 포착하기 어려운 당사자의 경험과 현장 맥락까지 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에서도 기업 사회공헌에 대한 정책적 지원을 위해 객관적인 성과 측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박태현 산업통상부 산업정책과 과장은 “투입한 비용이 아니라 창출된 임팩트가 숫자로 입증될 때 정부도 세제 혜택이건 금융 인센티브건 밀어드릴 명분이 생긴다”며 “측정 산출식과 지표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현장 의견을 반영해 기업의 수용성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사회적가치연구원은 올해 말 SEE SV 베타 버전을 공개하고 기업 등의 CSR 프로그램을 대상으로 개념검증(PoC)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후 참여 기관으로 구성된 ‘CSR 성과 측정·평가 협의체(안)’와 분야별 분과위원회를 운영해 실제 측정 과정에서 제기되는 문제와 현장 의견을 플랫폼에 반영한다.
2027년부터는 측정 범위를 CSR에서 사회적가치 전 영역으로 넓히고 외부 기관에도 플랫폼을 개방할 예정이다. 장기적으로는 기업·비영리·공공·사회적기업·투자자 등이 함께 활용하는 ‘SV 측정·평가 허브’로 확대한다는 목표다.
채예빈 더나은미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