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의 미래를 묻다…‘임팩트 대학’의 가능성

대학임팩트얼라이언스 x 한양대, ‘대학의 미래, 미래의 대학’ 세션

“미래 대학의 성공은 ‘이 대학이 존재함으로써 지역사회가 더 건강해지고 공존하며 지속가능해졌는가’라는 질문으로 평가될 것입니다.”

박준규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교수의 이 화두는 다중 위기 시대에 대학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압축한다. AI의 급격한 확산과 기후위기, 지정학적 갈등, 지역소멸과 인구감소까지 거대한 사회 변화 속에서 대학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2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3회 대한민국 사회적가치페스타’에서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모색하는 논의가 진행됐다. 대학임팩트얼라이언스(University Impact Alliance·UIA)와 한양대가 공동 주관한 ‘대학의 미래, 미래의 대학’ 세션에서는 변화하는 사회 속 대학의 새로운 역할과 교육 방식, 앞으로 만들어가야 할 미래 대학의 모습을 다뤘다.

UIA는 국내 대학과 기관이 연대해 사회혁신 교육의 새로운 표준을 만들기 위해 구성된 협의체다. 2025년 11월 준비위원회 발족을 시작으로 출범했으며, 현재 한양대, 고려대, 한동대 등 9개 대학 11개 캠퍼스가 참여하고 있다. 대학별 사회혁신 교육 사례를 공유하고 교과·비교과 협력 프로그램을 공동 운영하는 한편, 청년 사회혁신 리더를 양성하는 교육 생태계 구축에 주력하고 있다.

◇ “대학은 무엇을 위해 존재하나”

첫 발제를 맡은 조영호 서강대 정치학과 교수는 대학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며 대학이 무엇을 위해 존재해왔는지를 짚었다.

조 교수는 중세 유럽의 볼로냐대와 파리대에서 시작해 19세기 초 빌헬름 폰 훔볼트(Wilhelm von Humboldt)의 대학 개혁, 미국 연구중심대학의 성장으로 이어지는 변화를 설명했다. 특히 1810년 베를린대 설립을 계기로 확산된 훔볼트식 대학 모델에 주목했다. 연구와 교육을 결합하고 개인이 가진 소질과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하도록 하는 것이 대학 교육의 중요한 목적이었다는 설명이다.

반면 한국 대학은 다른 경로로 발전했다고 진단했다. 서구에 뒤처지지 않기 위한 국가 발전과 산업화 과정에서 대학 교육 역시 개인의 잠재력을 발견하기보다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적자원을 배출하는 기능에 무게가 실렸다는 것이다.

조 교수는 “대학 진학이 사회적 지위와 직결되면서 입시 경쟁과 대학 서열화가 심화했고, 그 과정에서 ‘대학의 본질이 무엇인가’라는 질문 자체가 뒤로 밀려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개인의 소질과 재능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이를 지원할 수 있는 대학으로 변한다면 우리의 대학이 미래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혁신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부의 자율성 보장’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교수는 “과거 문화예술계와 IT 분야가 ‘지원은 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기조 아래 세계적인 성과를 낸 것처럼, 대학 역시 통제 대신 자율성을 부여할 때 에너지가 넘치는 청년들과 열정적인 교수진이 새로운 동력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 “지역을 연구하지 말고, 지역과 함께 배워라”

이어 박준규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교수는 미래 대학의 영향력이 ‘지역사회와 도시’라는 공간 안에서 실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오랫동안 대학의 역할은 연구와 교육이었지만, 21세기의 대학은 캠퍼스가 위치한 지역을 더 회복력 있고 공정하며 지속가능하게 만드는 ‘공간의 기관’이 돼야 한다”며 “토지와 고용, 지식을 통해 지역에 깊이 묶여 있는 대학은 자원을 가진 만큼 책임도 지는 지역사회의 ‘앵커 기관(anchor institution·핵심 기관)’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방법으로는 학문과 현장의 경계를 허무는 ‘초학제적(Transdisciplinary) 교육’을 제시했다. 박 교수는 “학문과 캠퍼스의 벽을 넘어 지역사회와 산업, 자연 속으로 들어가 학생과 교수가 현장 활동가, 주민들과 함께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책을 실험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학과 지역사회의 연대가 일회성 프로젝트에 그치지 않으려면 ‘관계와 신뢰’가 중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박 교수는 “프로젝트 기반 수업(IC-PBL)이 한 학기 단위로 종료되면서 방학이 되면 학생들과 지역사회의 연결이 끊기는 한계가 있다”고 짚었다. 이어 “단순히 지식을 나누는 것을 넘어 지역 이해관계자와 학생, 교수 간 신뢰를 구축하는 데 집중한다면 15~16주라는 정형화된 학기제의 틀도 과감하게 뛰어넘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학 교육을 바라보는 기존의 전제 자체를 다시 질문해야 한다며 ‘언러닝(Unlearning)’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박 교수는 “경쟁과 성장만이 발전이라는 생각, 전문가의 지식과 지역 주민의 지혜를 분리해온 방식을 다시 질문해야 한다”며 “미래 대학의 성공은 ‘이 대학이 존재함으로써 지역사회가 더 건강해지고 공존하며 지속가능해졌는가’라는 질문으로 평가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 답이 ‘그렇다’일 때 대학은 더 나은 미래를 지탱하는 진정한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임팩트 대학’의 가능성은 ‘UIA x 한림대 임팩톤@춘천’에 참여한 학생들의 실제 프로젝트에서도 소개됐다. ‘UIA x 한림대 임팩톤@춘천’은 UIA 소속 9개 대학 11개 캠퍼스 학생들이 춘천의 인구·공간·관광 등 지역문제를 현장에서 조사하고 해결책을 제안하는 2박 3일 사회혁신 프로젝트다.

이날 발표된 사례에서 학생들은 대학과 전공의 경계를 넘어 팀을 꾸리고 지역의 문제를 직접 현장에서 풀었다. 한 팀은 활용도가 낮았던 춘천 지역 캐릭터를 러닝 콘텐츠와 결합하고 AI를 활용해 포스터와 코스맵 등을 제작했으며, 소상공인을 직접 만나 아이디어를 검증했다. 또 다른 팀은 인지도가 낮은 소양 아트워크를 활성화하기 위해 2030 여성을 주요 대상으로 설정하고, 지역 식재료를 활용한 디저트와 산책 코스를 결합한 관광 경험을 제안했다. 이들은 “데스크 리서치와 실제 현장 사이의 간극을 뼈저리게 느꼈다”며 “직접 현장을 발로 뛰고 지역 주민들과 소통하며 해결책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진정한 배움을 얻었다”고 회고했다. 

조유현 더나은미래 기자 

관련 기사

댓글 작성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더나은미래 특별기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