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사회적가치 페스타 ‘리더스서밋’
초기자본이 다음 투자 불러와…혼합금융·인내자본 사례 주목
“우리에게 부족한 것은 자본이 아니라, 자본을 연결할 수 있는 설계입니다.”
김정태 MYSC 대표가 2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3회 대한민국 사회적가치 페스타’ 리더스서밋에서 던진 말이다. 이날 논의를 관통한 화두는 ‘자본을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였다. 정부의 보조금, 기업의 자금과 사업 역량, 재단의 기부금, 금융기관의 대출과 투자 등 사회 곳곳에 흩어진 자본의 성격은 서로 다르다. 어떤 자본이 먼저 위험을 감수하고, 어느 단계에서 다음 자본을 끌어들일지 설계해야 사회문제 해결의 규모를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 위험·수익·임팩트…“자본마다 할 일이 다르다”

이날 리더스서밋의 전체 진행을 맡은 강창모 한양대학교 파이낸스경영학과 교수는 이를 ‘자본의 역할 분담’으로 설명했다. 정부, 기업, 금융기관, 연기금, 재단 등이 각자 자금을 투입하고 있지만, 감당할 수 있는 위험과 요구하는 성과가 달라 자금이 파편화되어 있다는 지적이다. 강 교수는 “서로 다른 성격을 정확히 이해해 그에 맞는 역할을 부여하고 연결하는 것이 더 큰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사회적 가치를 만드는 핵심”이라고 말했다.
강 교수는 자본 연결 시 검토해야 할 4가지 요소로 위험 감수 수준, 기다릴 수 있는 기간, 목표 수익률, 요구하는 사회적 성과를 꼽았다. 정부와 재단이 초기 위험을 먼저 부담하거나 실험적 사업을 지원하면, 성과가 검증된 후 금융기관이 사업 규모를 키우는 자금을 공급하는 방식이다. 이처럼 성격이 다른 자본을 단계적으로 결합하는 방식을 ‘혼합금융(Blended Finance)’이라 부른다.
실제 대표적 사례인 미국의 ‘뉴욕시 어퀴지션 펀드(2006년 출범)’는 뉴욕시의 최초손실 자본과 재단의 저금리 자금을 토대로 민간 금융기관의 선순위 대출을 끌어들였다. 이 구조를 통해 누적 4억1500만 달러(약 5536억 원)를 조달해 저·중소득층을 위한 주택 1만2359호를 공급·보존하는 성과를 거뒀다.
◇ 2억 원이 17억 원으로…‘자본의 고층 건물’

김정태 MYSC 대표는 이러한 연결을 ‘고층 건물’에 비유했다. 김 대표는 “혁신 기업들이 자금을 구하기 위해 각기 다른 5번의 진입로와 기준을 넘어야 하는 현행 ‘단층 건물’ 구조에서는 문제 해결의 골든타임을 놓치기 쉽다”고 말했다. 기업이 필요한 돈을 마련하기 위해 지원금, 융자, 투자 등을 각각 따로 찾아다니는 대신 1층의 자본이 먼저 위험을 감수하고 그 성과를 바탕으로 2층, 3층의 자본을 차례로 끌어들이자는 구상이다.
MYSC는 이 방식으로 지난해에만 혁신기업 대상 총 500억 원 규모의 금융을 연결했다. 강원도의 한 지역 농산물 식품 기업은 약 10억 원의 공장 증설 자금이 필요했으나 단일 자금 조달이 어려웠다. 이에 MYSC가 먼저 2억 원을 투자해 초기 위험을 부담한 뒤, 지자체와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등의 자금을 이어 받아 총 17억 원을 조달하는 데 성공했다.
해외에서도 유사한 구조가 적용됐다. 인도네시아의 적정주거 공급 기업은 사업 확장 과정에서 건물 친환경 개선 자금이 필요해지자, 초기 위험 자본과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6000만 원 지원금을 결합해 LED 교체 및 태양광 시설을 구축했다. 해당 기업은 이후 기업가치 1000억 원 이상의 소셜벤처로 성장했다.
◇ 이익 10%를 다음 창업자에게…일본의 ‘인내자본’과 선순환

일본 보더리스 재팬(Borderless Japan)의 카즈나리 다구치 대표는 자본의 지속적인 순환 구조와 ‘인내자본(patient capital)’의 필요성을 제시했다.
세계 13개국에서 50개 사업을 운영하며 지난해 매출 105억 엔(약 918억 원)을 기록한 보더리스 그룹은 계열사 세후 이익의 10%를 출연해 새로운 소셜비즈니스의 창업 자금으로 재투자한다. 먼저 성공한 기업의 자금이 다음 창업자의 도전을 지원하는 선순환 구조다.
다구치 대표는 사업 초기 ‘솔루션 개발 단계’에서는 당장 수익이 나지 않더라도 기다려줄 수 있는 인내자본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필요한 것은 하나의 자본이 아니라 각 단계에 맞춰 연결되는 자본의 네트워크”라고 말했다.
아울러 일본에서는 시민들이 지자체 사업에 기부하는 ‘고향납세’나 장기 미거래 자금을 활용하는 ‘휴면예금’ 등을 통해 사회적 문제 해결을 위한 자금 출처를 다양화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한편 이날 인사말을 전한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도 자본 간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최 회장은 “최근 사회 문제가 심각하고 복잡한 영역으로 발전하고 있어, 지금까지 각자의 영역에서 쏟아온 고군분투가 과연 유효한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돈뿐만 아니라 사회적 관계, AI 데이터, 개인이 가진 안목까지 모든 것이 자본이 될 수 있다”며 “이러한 자본들이 한꺼번에 모여야 파급적인 효과를 내고 실제 사회에 임팩트를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조유현 더나은미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