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리던 물류 유니폼 754벌, 굿즈로 재탄생…‘회수물류’가 자원순환망으로

[경기도사회적경제원 x 더나은미래 공동기획] 판을 키우는 협력<5>
용마로지스·쉘코퍼레이션, 폐유니폼을 자원·일자리로 바꾸다

매년 기업에서 쏟아지는 수많은 유니폼과 작업복은 어디로 갈까. 환경부·한국환경공단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국내에서 발생한 폐섬유류는 약 52만3000톤에 달한다. 특히 기업 로고가 붙은 유니폼과 작업복은 외부 유출에 따른 보안 문제와 브랜드 이미지 훼손 우려 때문에 재사용이나 기부가 쉽지 않아 상당수가 소각된다. 이 과정에서 섬유 폐기물이 늘고 탄소배출도 발생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종합물류기업 ‘용마로지스’와 기능성 원단 복원·새활용 전문 사회적기업 ‘쉘코퍼레이션’이 손을 잡았다. 경기도사회적경제원의 ‘2026년 사회환경 문제해결 지원사업’ 중 하나로 진행된 ‘RE:Born(리본) 프로젝트’다. 용마로지스의 전국 물류망과 쉘코퍼레이션의 소재 복원 기술을 결합해, 폐유니폼의 수거부터 전처리·제작·재사용까지 하나로 잇는 순환 구조를 만든 것이 이 프로젝트의 핵심이다. 

◇ 물류기업의 회수망, 사회적기업의 새활용 기술을 만나다 

시작은 매년 되풀이되던 폐유니폼 문제였다. 용마로지스는 약 2년 주기로 500여 벌의 유니폼을 새로 지급해왔지만, 그동안 사용이 끝난 유니폼은 직원들이 각자 보관하거나 폐기해야 했다. 김효정 용마로지스 지속가능전략팀 선임은 “올해 CSR 테마를 ‘연결과 순환’으로 정한 만큼, 매년 발생하는 폐유니폼을 단순히 버리는 대신 회사가 보유한 회수물류 역량을 활용해 다시 자원으로 순환시키고자 했다”며 “업사이클링 전문성을 가진 사회적경제조직과 협력하면 보다 실질적인 해결 모델을 만들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용마로지스가 맡은 것은 ‘모으는 일’이었다. 전국 37개 배송 거점과 38개 물류센터 등 75개 거점에서 직원들이 반납한 동계복·춘추복·조끼 등을 모아 안성Hub로 보냈다. 별도 수거 차량을 운영하는 대신 기존 물류 동선에 회수 물량을 함께 실었다. 지난 5월에는 임직원 참여형 수거 행사도 열었다. 이렇게 모인 폐유니폼은 총 754벌이다. 

모인 유니폼은 쉘코퍼레이션으로 넘어갔다. 쉘코퍼레이션은 폐유니폼의 소재를 분석하고 세척한 뒤 떨어진 방수·발수·내구 기능을 보강해 원단을 다시 사용할 수 있는 상태로 복원한다. 유은진 쉘코퍼레이션 대표는 “기존 폐섬유 재활용은 옷을 잘게 분쇄해 솜이나 저급 원사로 만드는 ‘다운사이클링’ 방식이 많지만 작업복은 애초 방수·발수·내구성 등을 갖춘 기능성 원단으로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이를 갈아버리면 원단이 갖고 있던 기능과 가치도 함께 사라지기 때문에 고기능성 원단을 최대한 되살려 다시 쓰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업사이클링 제품은 임직원 선호도 조사를 거쳐 확정했다. 그렇게 정해진 것이 파우치와 스터프백, 장시간 차량이나 물류센터에서 일하는 직원들을 위한 보냉백 등 4종이다. 현재 회수한 원단으로 1000개 이상의 제품 제작을 목표로 하고 있다. 완성품은 임직원 물품과 신입사원 웰컴키트, 사회공헌 행사 등에 활용할 예정이다. 김효정 선임은 “ESG를 단순히 교육으로 전달하기보다 임직원이 자신이 입었던 유니폼을 직접 반납하고, 다시 새로운 제품으로 만들어지는 과정에 참여하면서 자원순환의 의미를 체감하도록 해서 더욱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자원순환은 제작 과정에서 또 다른 사회적 가치로 이어졌다. 경기도 내 자활센터의 자활근로자 5명이 폐유니폼 해체와 재단·봉제 등에 참여하고 있다. 쉘코퍼레이션은 먼저 직접 유니폼을 뜯고 재단해보면서 작업 과정을 정리한 뒤 이를 매뉴얼로 만들어 자활센터에 전달하고 교육했다. 시제품을 거듭 만드는 과정에서 버려지는 원단을 줄이는 노하우도 쌓였다. 현재는 회수한 폐유니폼 원단의 약 70%를 제품 제작에 활용할 수 있는 수준까지 높였다는 설명이다.  

◇ 일회성 실증 넘어 지속가능한 순환모델로 

각 기관은 이번 협업을 통해 기존에 시도하기 어려웠던 방식을 실제 사업으로 검증하고, 이를 새로운 사업 자산으로 축적했다. 용마로지스는 처음으로 폐유니폼을 회사 차원에서 회수·관리하는 체계를 구축하고, 본업인 물류를 CSR과 연결한 ‘순환물류’ 모델을 구체화했다. 새활용 제품을 웰컴키트나 사회공헌 물품 등 기존 구매 품목의 일부로 대체할 가능성도 확인했다. 쉘코퍼레이션은 기업 폐유니폼을 실제로 다루며 공정과 비용, 원단별 재사용 가능성 등에 대한 현장 데이터를 확보했다. 유은진 대표는 “균질한 원료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늘 과제였는데, 용마로지스의 물류 인프라가 결합되면서 이 문제를 풀 수 있었다”고 했다. 

환경성과도 수치화한다. 두 기관은 경기도사회적경제원과 함께 투입 원단량과 이동 거리, 전력 사용량 등을 바탕으로 전과정평가(LCA)를 진행하고 있다. 사업 종료 후 기존 소각·신제품 생산 방식과 비교한 탄소배출 저감량을 산출할 예정이다. 

두 기관은 사업 종료 이후에도 협업을 이어갈 계획이다. 김효정 선임은 “동아쏘시오그룹 내 다른 계열사로 범위를 넓혀, 동아오츠카 등에서 정기적으로 발생하는 스포츠 타월이나 캠페인 의류 등을 회수·새활용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경기도사회적경제원의 ‘사회환경 문제해결 지원사업’은 사회적경제조직과 기업, 공공기관, 대학 등이 각자의 자원과 전문성을 연결해 사회·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사업이다. 올해는 기후·돌봄·지역 등 21개 프로젝트가 추진되고 있다. 2027년도 사업 참여를 희망하는 기관은 오는 9월 30일까지 사회혁신플랫폼을 통해 사회문제 해결 과제를 신청하면 된다. 자세한 내용은 경기도사회적경제원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조유현 더나은미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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