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엔 수익모델·조직 역량 부족, 투자자는 느린 의사결정
“신속한 실행과 ‘시장 조성자’ 역할 나서야”
글로벌 임팩트 투자시장에 막대한 자본이 쌓여 있지만 실제 투자가 더디게 이뤄지는 원인은 ‘자본 부족’보다 기업의 ‘투자 적격성’ 부족과 투자자의 느린 실행에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 27일 인도 뉴델리 바라트 만다팜에서 열린 ‘AVPN 글로벌 콘퍼런스 2026’의 ‘자산배분가의 관점: 자본 전반의 위험·수익·임팩트’ 세션에서는 임팩트 자본이 현장까지 도달하지 못하는 구조적 원인을 둘러싼 비판과 성찰이 이어졌다.
더그 갤런(Doug Galen) 리플웍스(Rippleworks) 최고경영자(CEO)는 임팩트 투자의 가장 큰 장벽으로 벤처 기업들의 ‘투자 준비 부족’을 꼽았다. 그는 현장 기업들이 공통으로 겪는 3대 난제로 ▲지속 가능한 수익 모델 구축 ▲창업자 1인 역량을 뛰어넘는 조직 확장 ▲후속 투자를 유치하기 위한 스토리텔링 역량을 지목했다.
그는 투자 기관이 단순히 자금을 제공하는 데서 역할을 끝내서는 안 된다고 꼬집었다. 자금이 투입된다고 해서 안정적인 수익 모델이나 탄탄한 공급망, 조직 구조가 저절로 만들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리플웍스는 전체 인력 중 자금 공급을 담당하는 비중이 15%에 불과하며, 나머지 85%는 포트폴리오 기업의 경영 및 조직 운영 지원에 투입된다. 이들은 지금까지 3000명의 리더를 교육하고, 공급망 구축 및 고객 확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500여 건의 장기 프로젝트를 수행해 왔다.

◇ 낡은 투자 관행 깨고 유연성 확보…대규모 민간 자본 이끌어야
기업의 역량 강화뿐만 아니라 기존의 투자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나 로이카넨(Hanna Loikkanen) 핀펀드(Finnfund)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미국과 유럽에서 만들어진 표준적인 사모펀드 구조를 신흥시장에 그대로 적용하는 관행을 문제로 꼽았다.
신흥시장에서는 신뢰할 만한 시장정보가 부족하고 규제 승인에도 오랜 시간이 걸린다. 런던에서 몇 주면 끝날 실사가 몇 분기씩 이어지기도 한다. 외부 충격이 발생하면 기업의 성장이 12~18개월 늦어질 수 있지만, 펀드는 통상 설정부터 투자금 회수까지 10년 안에 모든 절차를 마쳐야 한다. 현지 주식시장과 인수합병 시장이 충분히 발달하지 않아 투자금 회수도 쉽지 않다.
로이카넨 CIO는 “시장 여건이 전혀 다른데도 운용사와 출자자가 여전히 미국·유럽식 펀드 구조를 요구하고 있다”며 “기존 폐쇄형 펀드만 고집할 것이 아니라 개방형이나 하이브리드 구조를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투자자의 시간표에 맞춰 기업을 성급하게 매각하기보다, 기업이 충분히 성장하고 사회적 가치를 유지할 준비가 됐을 때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유연성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이를 위해 임팩트 투자기관과 개발금융기관이 일반 투자자보다 먼저 위험을 감수하는 ‘시장 조성자’가 돼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였다. 규제와 사업구조를 정비하고 기업의 역량을 높여 초기 위험을 낮춘 뒤, 연기금과 국부펀드 등 대규모 민간자본이 들어올 수 있는 길을 열어야 한다는 것이다.
요림 슈라벤(Jorim Schraven) 네덜란드개발은행(FMO) 임팩트 부문 디렉터는 FMO의 전략을 ‘개척·개발·확장’ 세 단계로 설명했다. 아직 금융기관의 자금을 받기 어려운 분야에 먼저 투자하고, 사업을 성장시킨 뒤, 위험과 수익이 상업 투자자가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하면 민간자본과 함께 확장하는 방식이다.
투자자의 느린 의사결정도 도마 위에 올랐다. 참석자들은 임팩트 투자기관이 자본 보호에만 치중하면서 정작 사회문제 해결에 필요한 자금 집행을 미루고 있다고 지적했다. 갤런 CEO는 “기업들은 투자 유치를 위해 수없이 거절당하느라 정작 중요한 업무를 수행할 시간을 빼앗기고 있다”며 “투자자들은 다른 기관의 실사 결과를 신뢰하고 더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다. 리플웍스는 현재 90일 안에 실사를 마치고 이후 2주 안에 자금을 지급하는 방식을 운영하고 있다.
로이카넨 CIO 역시 토론을 마무리하며 “우리에게는 더 신속한 행동이 필요하다”며 “투자 검토 첫날부터 의사결정권자들을 합류시켜 결정을 서둘러야 한다”고 신속한 실행을 재차 강조했다.
인도 뉴델리=조유현 더나은미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