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이후 재단·정부·민간자본이 맞물리며 시장 성장
중소득국·온실가스 감축 사업에 자금 편중…사회적 변화 입증이 과제로
‘임팩트 투자’라는 용어가 만들어진 지 17년 만에 시장 규모는 1조5000억 달러(약 2140조 원)를 넘어섰다. 글로벌임팩트투자네트워크(GIIN)는 2024년 전 세계 3907개 기관이 운용하는 임팩트 투자자산을 1조5710억 달러(약 2240조7200억 원)로 추정했다. 2019년 이후 연평균 성장률은 21%다.

‘임팩트 투자’라는 이름이 등장하기 전에도 사회문제를 금융으로 해결하려는 시도는 존재했다. 1960~1970년대 사회책임투자가 전쟁·인종차별이나 노동·환경 문제와 관련된 기업을 투자 대상에서 제외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동시에 재단과 개발금융기관은 저소득층 주택과 지역기업, 신흥국 금융기관에 대출과 보증을 제공했다.
1990년대 말부터는 이런 자금을 전문적으로 운용하는 기관들이 등장했다. 루트캐피털은 농업 협동조합에, 블루오차드는 신흥국 금융기관에 자금을 공급했다. 2001년 설립된 비영리 투자기관 어큐먼은 초기기업에 장기간 자금을 공급하는 ‘환자자본’ 방식을 내세웠다.
대표적으로 어큐먼은 2007년 오프그리드 태양광 기업 디라이트의 첫 제품 출시에 투자했다. 이후 후속투자와 경영·기술 지원을 이어갔고, 디라이트는 태양광 랜턴에서 이용자가 가격을 나눠 내는 종량제 홈시스템으로 사업을 확대했다. 회사는 2023년까지 전 세계 1억7500만 명에게 태양광 조명과전력 솔루션을 제공했다고 밝혔다.
◇ 흩어진 투자, ‘임팩트 투자’라는 이름을 얻다
2007년 록펠러재단이 이탈리아에서 마련한 회의에 모인 투자·재단 관계자들은 재무수익과 사회·환경적 성과를 함께 추구하는 투자를 ‘임팩트 투자’로 명명했다. 개발금융과 마이크로파이낸스, 사회적기업 투자처럼 서로 다른 영역에서 이뤄지던 활동을 함께 부를 이름이 생긴 것이다.
2009년 록펠러재단의 지원으로 출범한 글로벌임팩트투자네트워크(GIIN)는 투자기관을 연결하고 시장 통계를 구축했다. 출범한 해부터 사회·환경적 성과를 공통 지표로 측정하는 ‘IRIS’를 운영하기 시작했고, 2019년 이를 성과 관리체계인 ‘IRIS+’로 확대했다. 현재는 6개 대륙 약 450개 회원기관이 참여하는 임팩트 투자 분야의 대표 국제 산업기구로 자리하고 있다.
여러 투자자의 자금을 모은 전용 펀드도 등장했다. 일례로 임팩트 투자사 리프프로그는 2009년 신흥국 저소득층에게 보험과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에 투자하는 첫 펀드로 1억3500만 달러(약 1930억 원)를 조성했다. 전문 운용사가 다수 투자자의 자금을 모아 운용하는 구조가 자리 잡기 시작했다.
◇ 정부가 위험을 나누자 민간자본이 들어왔다
2010년대 들어 정부는 임팩트 투자시장의 자금 공급자이자 위험 분담자로 등장했다. 민간 투자자가 사회문제 해결 사업비를 먼저 대고 성과가 확인되면 정부가 원금과 수익을 지급하는 계약을 도입했다. 휴면예금과 공공자금을 활용해 사회적기업과 임팩트 펀드에 자금을 공급하기도 했다.

영국은 2010년 세계 최초의 사회성과연계채권을 피터버러 교도소에서 시행했다. 17개 재단과 투자자가 출소자 지원비 500만 파운드(약 96억 원)를 먼저 부담하고, 재범이 줄어들면 정부가 원금과 수익을 지급하는 구조였다. 2017년 최종 평가에서 재범 빈도가 비교집단보다 9% 낮아지면서 투자자들은 원금과 수익을 돌려받았다.
이후 영국 정부는 2012년 휴면예금 4억 파운드(약 7670억 원)와 대형 은행 출자금 2억 파운드(약 3835억 원)를 바탕으로 빅소사이어티캐피털(현 베터소사이어티캐피털)을 출범했다. 이 기관은 사회적기업에 직접 투자하는 대신 사회주택·지역금융·사회서비스 분야의 펀드에 자금을 공급했다. 공공자금과 은행 자금을 민간 운용사에 연결해 임팩트 투자시장 전체의 자금 공급을 늘리는 역할이었다.
비슷한 정책은 다른 나라로 확산했다. 프랑스는 2016년 민간 투자자가 사업비를 먼저 내고 성과에 따라 정부가 상환하는 ‘임팩트 계약’을 도입했다. 일본은 같은 해 휴면예금 활용법을 제정한 뒤 2019년부터 10년 이상 거래가 없는 예금을 아동·청년 지원과 취약계층, 지역사회 사업에 배분했다. 한국 정부도 2017년 사회적경제기업 전용 투자펀드와 보증을 확대하는 방안을 내놨다.
◇ UN SDGs와 함께 대형 자본이 들어오다
2015년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UN SDGs)와 파리협정이 채택되면서 빈곤·보건·교육·기후 대응에 민간자본을 끌어들이려는 움직임이 강해졌다.

국제기구는 민간자본을 개발사업에 연결했다. 유엔자본개발기금(UNCDF)은 2018년 임팩트 투자사 뱀부캐피털파트너스와 함께 최빈개도국에 투자하는 ‘BUILD 펀드’를 출범시켰다. 개발자금이 초기 위험을 부담해 민간 투자를 유치하고, 금융·에너지·식량 분야의 현지 기업에 자금을 공급하는 구조다.
민간 시장에서는 대형 운용사의 진입이 본격화됐다. 글로벌 사모펀드 TPG는 2017년 당시 최대 규모인 21억 달러(약 3조 원)의 라이즈펀드를 조성해 교육·보건·금융·에너지 분야의 성장기업에 투자했다. 임팩트 투자가 대형 자산운용사의 독립된 투자전략으로 자리 잡기 시작한 것이다.
대형 자금이 유입되면서 임팩트를 관리할 공통 기준의 필요성도 커졌다. 국제금융공사(IFC)와 60개 투자기관은 2019년 ‘임팩트 관리 운영원칙’을 출범시켜 투자전략 수립부터 성과 측정, 부정적 영향 관리와 투자 회수까지 전 과정에 임팩트를 반영하도록 했다. 참여 기관이 이 원칙에 따라 관리하기로 한 자산은 출범 당시 3500억 달러(약 499조 원)를 넘었다.
◇ 커진 시장, 투자는 실제 변화를 만들었나
코로나19를 거치며 임팩트 투자는 보건·고용·중소기업 지원으로 영역을 넓혔다. 사회채권과 긴급대출, 보증이 확대됐고 투자 대상도 기업의 지분과 대출에서 주택·인프라 등으로 다양해졌다.
자금 유입이 두드러진 분야는 기후 대응이다. GIIN의 2024년 조사에 응답한 기관들이 보고한 자산 2890억 달러(약 412조 원) 가운데 에너지 분야가 21%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2019년부터 동일 기관을 추적한 표본에서도 에너지 투자자산은 153억 달러(약 22조 원)에서 312억 달러(약 44조 4500억 원)로 늘어 연평균 15% 성장했다.

다만 기후자금이 일부 국가와 사업에 편중됐다는 지적도 뒤따랐다. OECD는 2023년 보고서에서 공공재원이 동원한 민간 기후자금이 중소득국과 온실가스 감축·에너지 사업에 집중됐다고 짚었다. 반면 저소득국과 기후적응 분야로 유입된 자금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시장이 커진 만큼 투자 규모와 실제 성과를 구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버드경영대학원 명예교수 로버트 카플란과 콘스턴스 스피처는 2024년 수혜자 수와 창출된 일자리 수만으로는 사회적 성과를 충분히 평가하기 어렵다고 짚었다. 사업에 참여한 당사자의 삶이 실제로 얼마나 달라졌는지까지 측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임팩트 투자는 재단과 비영리기관의 실험에서 출발해 1조5000억 달러 규모의 시장으로 성장했다. 이제 시장의 신뢰는 운용자산이 얼마나 늘어났는지가 아니라 자금이 필요한 곳에 도달했는지, 투자가 실제 변화를 만들어냈는지를 얼마나 입증하느냐에 달려 있다.
채예빈 더나은미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