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건물 틈 사이로 떨어진 길고양이를 구조하는 사람을 봤다. 주변으로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었고, 구조한 사람은 입양할 사람이 나타날 때까지 직접 돌보겠다며 고양이를 병원으로 데려갔다. 그렇게 상황이 마무리된 뒤, 모여 있던 사람 가운데 한 명이 조용히 말했다. “나도 길고양이가 참 안타깝긴 한데, 사실 한 마리씩 돕기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어서….”
그 말이 마음에 오래 남았다. 냉정해서가 아니라 현실적이어서였다. 하루에도 수많은 고양이가 위기에 처하고 도움을 필요로 한다. 한 마리를 구조해도, 구조가 필요한 또 다른 고양이들이 계속 생겨난다. 그러다 보니 처음에는 힘 있게 동참했던 사람들도 어느 순간 무력감을 느끼고, 누군가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처럼 여기는 것 같다.
하지만 상황이 이럴수록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력감을 견디는 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또 아플 텐데’라는 이유로 치료를 포기하지 않듯, ‘어차피 반복될 사회문제’라는 이유로 손길을 거두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 문제의 근원과 결별하고 싶은 마음
보육원 등 아동보호시설에서 생활하는 보호대상아동과, 성인이 된 뒤 홀로 삶을 시작해야 하는 자립준비청년의 문제 역시 마찬가지다. 사회가 이 문제에 완전한 마침표를 찍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렇기에 정부의 지속적인 예산 투입과 민간의 기부가 필수적이다.
물론 누군가는 이처럼 끝이 보이지 않는 문제에 피로감을 느낄 수 있다. 기약 없이 지원을 이어가기보다 근본적인 원인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이러한 당위적 주장에 반박하는 것은 언제나 어렵다. 하지만 당위적인 것과 현실적인 것은 다르다.
보호대상아동과 자립준비청년 문제의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은 분명 ‘건강한 가정’이다. 모든 아이가 보호시설에 들어가지 않아도 되는 사회, 모든 아이가 안전한 가정에서 보호받는 사회를 만들 수만 있다면 더없이 좋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예기치 못한 사고로 부모를 잃는 일을 완전히 막을 수도 없고, 방임과 학대로 가정이 해체되는 일을 모두 예방할 수도 없다. 다시 누군가는 사고 없는 사회를 만들자고 할 수도 있고, 부모 교육을 강화해 모든 가정을 건강하게 만들자고 할 수도 있다. 이러한 노력은 사회가 끊임없이 지향해야 할 방향임에는 틀림없지만, 가까운 시일 안에 도달할 수 있는 목적지는 아니다.
문제가 수십 년 동안 반복되면 사회는 쉽게 피로해진다. 오랫동안 구호를 외쳤고, 수많은 사람의 자원봉사와 후원이 이어졌는데도 왜 세상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지 묻고 싶어진다.
그 피로감과 답답함을 충분히 이해하지만, 경계해야 할 마음이 있다. 근본적인 해결을 논하는 과정에서 현재의 지원을 ‘임시방편’이라고 폄하하거나, ‘완전하게 해결하지 못할 바에는 하지 말자’는 결론을 내려버리는 마음이다.
◇ 근본적인 해결책에 대한 과도한 열망을 경계하며
물론 모든 사회문제가 근본적인 해결책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다. 사회기반시설을 확충해 취약계층의 접근성을 높이는 문제처럼, 비교적 고정된 환경에서는 하나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오랫동안 효과를 발휘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자립준비청년이나 고립·은둔 청년이 겪는 어려움은 다르다. 이들을 둘러싼 문제는 시대와 사회문화적 환경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한다. 몇 년에 걸쳐 문제를 분석하고 해결책을 설계하더라도, 정작 실행하는 시점에는 청년들을 둘러싼 현실이 이미 달라져 있을 수 있다. 특정 시점에는 타당했던 문제 정의와 해결 방식이 시간이 흐른 뒤에도 그대로 유효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더욱이 이러한 문제는 개인마다 양상이 크게 다르다. 같은 자립준비청년, 같은 고립·은둔 청년이라 하더라도 각자가 마주한 어려움은 지극히 개별적이며, 저마다의 구체적인 삶의 역사에서 비롯된다.
그렇기에 ‘자립준비청년 문제의 단 하나의 근본 원인은 이것이다’라고 공통 원인을 단정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때로는 개인의 삶을 지나치게 단순화하는 오만한 접근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사회는 언제나 문제를 발본색원하는 방식만을 추구하지 않고,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을 지속해서 돌보는 방식을 함께 선택해 왔다. 누군가에게 이러한 방식은 건물 틈에 떨어진 길고양이를 한 마리씩 구하는 일처럼, 끝없는 투입이자 비효율로 보였을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떤 사회문제는 애초에 그런 방식으로만 완화될 수 있는 성질을 지닌다. 모두의 삶을 단번에 바꿀 명쾌한 해답을 찾기보다, 제각각의 삶을 붙잡아 주는 일을 포기하지 않고 이어가는 것. 어쩌면 우리 사회를 지탱해 온 힘 역시 서로를 향한 끊임없는 관심과 애정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러한 노력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고 쉽게 단정하지 않았으면 한다. 오래된 사회문제를 바라볼 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냉소가 아니라, 그 반복을 기꺼이 감당하는 사려 깊은 시선이다.
이호영 임팩트리서치랩 공동대표·한양대 겸임교수
필자 소개
임팩트를 측정·평가하는 전문 기관인 (주)임팩트리서치랩에서 공동대표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한양대학교에서 겸임교수로 재직하며 대학생들에게 지속가능경영과 소셜벤처 창업, 임팩트 측정에 대해 가르치고 있습니다. 대학교 재학 시절 취약계층 청년들에게 무료 식권을 전달하는 비영리단체 ‘십시일밥’을 설립했고, 현재는 자립준비청년들에게 무료 주거지를 제공하는 비영리단체 ‘십시일방’을 설립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