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기반 수어 의사소통 지원으로 금융 업무 돕는 ‘손소리on’
지역 복지관·농아인협회와 함께 설계…“금융 넘어 지역사회 연결도”
“사람들은 청각장애인이 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때 필담이나 앱만 있으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수어는 한국어와 다른 언어인 만큼 그렇게 간단하지 않습니다.” 6월 27일 세계 시청각장애인의 날을 앞두고 만난 김슬기 신협사회공헌재단 사무국장이 수어 기반 금융 서비스 ‘손소리on’ 개발 배경을 설명하며 꺼낸 말이다.

청각장애인의 금융 접근성은 여전히 낮다. 보건복지부의 2023년 장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청각장애인의 저축 비율은 22.9%로 전체 장애인 평균(29.6%)보다 낮았으며, 모든 장애 유형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청각장애인이 금융 서비스를 이용하기 어려운 가장 큰 이유는 한국 수어와 한국어의 언어적 차이다. 수어는 한국어와 문법 체계가 다른 독립된 언어인 만큼 많은 농인이 한국어 문장과 금융 용어를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수어통역사가 있지만 인력 부족과 개인정보 노출 우려 등 한계가 있다.
이에 신협사회공헌재단은 올해 4월 청각장애인 금융 서비스 ‘손소리on’을 시작했다. AI 기반 의사소통 보조 서비스로 현재 대전 점진신협에서 시범 운영 중이다. 통장 개설과 예·적금 가입, 송금 등 표준화된 금융 업무를 수어 안내와 양방향 텍스트 상담으로 지원하며, 지금까지 약 70명의 청각장애인 고객이 이용했다.
김 사무국장은 “손소리on의 핵심은 청각장애인 고객이 금융 업무를 마치는 데 그치지 않고, 금융기관에서 존중받는 경험을 통해 금융 접근성을 높이는 데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신협은 영업점에 안내 자료를 비치하고 응대 절차를 마련했다. 한 청각장애인 고객은 “의사소통이 어려워 금융기관 방문이 늘 부담스러웠는데, 점진신협에서는 환영받는다는 느낌을 받아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 금융 접근성 넘어 지역사회 연결까지
신협사회공헌재단이 손소리on을 추진한 또 다른 이유에는 지역사회와의 연결도 있다. 신협은 전국 조합의 약 70%가 비수도권에 자리한 지역 기반 금융협동조합이다. 김 사무국장은 “금융 서비스 제공을 넘어 지역사회의 연결고리 역할을 해왔다”며 “영업점에서는 직원들이 주민들과 안부를 나누고, 다양한 커뮤니티 활동을 통해 자연스럽게 교류가 이뤄진다”고 말했다. 반면 농인들은 자체 커뮤니티 활동은 활발하지만 의사소통 장벽으로 비장애인 중심의 지역사회 활동에는 참여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
김 사무국장은 “손소리on을 통해 청각장애인이 더 편안하게 신협을 방문하고 금융 서비스를 이용하게 된다면, 신협이 운영하는 다양한 커뮤니티 활동과 지역사회 프로그램에 참여할 기회도 넓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한 청각장애인 고객이 특별한 금융 업무가 없음에도 신협 근처를 지나가다 직원들에게 인사를 하기 위해 잠시 영업점을 찾았던 일이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 지역에서 당사자와 함께 만든 서비스
사업 초기에는 당사자들의 반응도 긍정적이지 않았다. 다양한 기관의 지원이 일회성에 그친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재단은 이를 해소하기 위해 청각장애인을 공동 기획자로 참여시켰다. 인터뷰와 현장 테스트를 반복하며 금융 용어를 이해하기 쉬운 표현으로 바꾸고 실제 이용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을 반영해 서비스를 개선했다.

김 사무국장은 “당사자들이 자신의 의견이 실제 서비스에 반영된다는 점을 체감하면서 점차 사업을 신뢰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김 사무국장은 향후 더욱 다양한 금융 업무로 서비스를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그는 “금융 서비스는 정확성과 이해가 가장 중요한 만큼 현재 손소리on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시범 운영 과정에서 이용 데이터와 현장 의견이 축적되면 점차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채예빈 더나은미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