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NG 저장 능력 이미 정부 법정 비축 기준의 4~6배…”저장 확대가 에너지 안보 강화는 아냐”
한국가스공사가 3조3000억 원을 투입해 추진 중인 당진 액화천연가스(LNG) 터미널 확장 사업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가스공사의 현 저장 능력이 이미 정부의 LNG 법정 비축 기준을 크게 웃도는 데다, 국내 가스 수요 감소도 예상되는 만큼 추가 확장이 에너지 안보 강화로 이어진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기후솔루션은 11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보고서 ‘LNG 터미널-에너지 안보 논리로 정당화된 비생산적 자산’을 발간했다. 이번 보고서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서왕진 의원실을 통해 한국가스공사로부터 입수한 ‘2025년 터미널별 송출량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가스공사가 운영 중인 평택·인천·통영·삼척·제주 등 5개 생산기지의 현재 저장 능력은 동절기 송출량 기준 약 38일 치, 연평균 송출량 기준 약 55일 치에 달한다. 이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정한 동절기 LNG 법정 비축의무량인 9일의 4~6배 수준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가스공사는 총사업비 약 3조3000억 원을 투입해 2031년 완공을 목표로 당진 LNG 터미널 확장 사업(1~3단계, 총 270만㎘ 규모)을 추진 중이다. 보고서는 당진 2단계가 완공되면 가스공사의 저장 능력이 약 64일 치, 3단계까지 마무리되면 약 67일 치로 늘어나 정부의 법정 비축 기준의 7배를 넘어설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면서 실제 수요 대비 저장 용량이 충분히 활용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짚었다.
최근 중동 정세 불안과 국제 LNG 가격 변동성이 커지면서 에너지 안보 강화를 위해 국내 LNG 저장 시설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기후솔루션은 LNG를 평소에 더 많이 저장해두는 것이 곧 에너지 안보 강화로 이어진다는 인식은 LNG의 물리적 특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LNG는 영하 162도의 극저온 상태를 유지해야 하는 특성상 장기 저장이 어렵다. 육상 저장탱크에서는 외부 열 유입 등으로 인해 매일 최소 약 0.05%가 자연 증발(boil-off)한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정부가 LNG 법정 비축일을 원유 비축일(208일)보다 훨씬 짧은 9일로 설정한 배경에도 이러한 물리적 한계가 반영됐다고 보고서는 덧붙였다.
국내 가스 수요가 감소할 것이라는 정부 전망도 사업의 타당성을 둘러싼 논란에 힘을 싣는다. 정부의 ‘제15차 장기천연가스수급계획(2023)’에 따르면, 국내 가스 수요는 2023년 4509만 톤에서 2036년 3766만 톤으로 약 16.5%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가스공사는 당진 터미널 용량의 절반가량인 135만㎘를 민간에 임대해 사업비를 회수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보고서는 현재 가스공사 전체 저장 용량 가운데 민간 임차 비율이 3~11%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점을 꼬집었다. 향후 가스 수요 감소가 현실화할 경우 당진 LNG 터미널이 충분히 활용되지 못해 투자비 회수가 어려운 ‘좌초자산’이 될 수 있다는 우려다.
앞서 가스공사는 지난해 3월 시민단체의 공익감사 청구와 관련해 “당진 2단계 사업은 장기 수요 전망뿐 아니라 천연가스 도입비용 절감, 국가 에너지 안보 강화 및 수급 안정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추진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문보경 기후솔루션 가스팀 연구원은 “이미 충분한 수준을 넘어선 저장 능력과 향후 수요 감소 전망을 고려할 때, 당진 LNG 터미널 3단계 확장은 명분 없는 예산 낭비”라며 “과잉 저장 용량은 터미널의 저활용과 직결되는 만큼, 추가 설비 확충은 에너지 안보 강화가 아니라 비효율적인 인프라 비대화이자 좌초자산 리스크를 키우는 행위이므로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채예빈 더나은미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