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팩트 비즈니스 리뷰] IFRS 18가 임팩트 비즈니스에 거는 대화

도현명 임팩트스퀘어 대표

회계는 단순히 숫자를 기록하는 기술이 아니다. 당대 사회가 무엇을 가치 있게 여기는지를 비추는 거울이고 언어다. 2027년부터 본격적으로 적용될 국제회계기준(IFRS) 18을 단순한 장부 작성 방식의 변경으로 치부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번 개편은 기업의 손익계산서 구조를 근본적으로 재편하며, 그간 ‘벌고 남은 돈의 일부’를 나누는 것으로 여겨졌던 기부금을 경영의 핵심 영역인 ‘영업손익’의 범주 안으로 편입시킨다. 이는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는 방식은 물론, 임팩트 비즈니스 생태계 전반의 문법까지 바꾸는 거대한 패러다임 전환의 시작을 예고하고 있다.

IFRS 18의 가장 중요한 변화는 영업이익의 정의를 명확히 함으로써 기업이 비용을 분류하던 관행에 제동을 걸었다는 점이다. 과거 많은 기업이 기부금이나 ESG 관련 지출의 일부까지도 영업외 비용으로 처리하며 본업의 수익성과 분리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새로운 기준 아래서는 이러한 비용이 기업 운영과 밀접한 ‘운영 비용(Operating Expense)’으로 인식될 가능성이 매우 커졌다. 이제 최고재무책임자(CFO)와 투자자는 장부상의 숫자를 바라보며 이전보다 훨씬 날 선 질문을 던지게 될 것이다. 이 비용이 왜 발생하는지, 그만큼의 가치가 있는지 증명하라는 요구다.

사실 이러한 흐름은 지속가능성 담론이 성숙해 가는 과정과 시너지를 낸다. 지속가능성 분야의 전략가로 활동 중인 살바토레 피니초토는 최근의 변화를 두고 기업 경영의 어휘(vocabulary)가 가치(values)에서 인프라(infrastructure)로, 책임(responsibility)에서 회복탄력성(resilience)으로, 기후(climate)에서 경쟁력(competitiveness)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과거의 사회공헌이 기업 외부의 문제를 해결하는 나눔 활동이었다면 이제 기후 대응과 공급망 관리, 지역사회 투자는 기업의 경쟁력을 결정짓는 필수적인 인프라가 되고 있다는 뜻이다. IFRS 18은 바로 이러한 인식의 변화를 회계라는 객관적인 체계 안으로 끌어들여 사회적 가치가 더 이상 본업 밖의 특별한 활동이 아님을 선언하고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이제 기업의 사회적 가치 활동이 단순히 “얼마를 썼는가”의 문제가 아니라 “무엇을 남겼는가”의 문제로 이동하게 된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사회공헌이 기업의 평판을 관리하는 영역에 가까웠다면, 앞으로는 공급망 안정성, 시장 확대, 규제 대응력, 인재 확보, 지역 생태계 유지 같은 실질적 경영 성과와의 연결성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사회적 가치 활동 역시 영업비용으로 인식되는 이상, 기업 내부에서는 그 비용이 어떤 전략적 효용을 만들어내는지 훨씬 집요하게 추적하게 될 것이다. 이는 단순한 회계 처리 변화가 아니라, 기업이 사회문제를 바라보는 관점 자체가 구조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의미다.

문제는 이러한 회계적 압박이 기업의 사회공헌 전략을 양극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일부 기업은 영업이익 수치를 관리하기 위해 사회적 지출을 단기적이고 형식적인 활동으로 축소할 우려가 있다. 예산의 규모는 유지하더라도, 전략적 깊이보다는 눈에 보이는 캠페인이나 이미지 관리에 치중하거나 행정적으로 처리하기 쉬운 사업을 택하며 ‘비용 처리의 정당성’만을 확보하려 할지도 모른다.

반면 선도적인 기업은 이 변화를 본업과 사회적 가치를 완전히 통합하는 기회로 삼을 것이다. 어차피 운영 비용으로 잡힐 지출이라면 이를 공급망 안정화, 미래 시장 개척, 핵심 인재 확보와 같은 전략적 과제와 결합하여 ‘투자의 효용’을 극대화하는 방식이다. 제조기업이 협력사의 탄소 전환을 지원하는 행위는 이제 단순한 지원이 아니라 글로벌 규제 대응을 위한 공급망 관리 전략이 되며, 금융회사의 포용금융 확대는 미래 잠재 고객을 선점하는 시장 확보 전략이 된다. 결국 앞으로의 경쟁력은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기업의 운영 리스크를 낮추고 미래 가치를 높이는 구조적 통합 능력에서 결정될 것이다.

그리고 장기적으로는 바로 이러한 통합형 접근을 선택한 기업이 훨씬 강한 경쟁력을 가지게 될 것이다. 앞으로 사회문제는 더 이상 기업 외부의 공익 의제가 아니라 기업 운영 자체를 흔드는 리스크로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후위기는 공급망 비용과 에너지 가격을 뒤흔들고, 지역소멸은 노동력과 소비시장을 약화하며, 양극화와 고령화는 사회적 안정성과 시장 구조를 동시에 변화시킨다. 이제 사회문제를 외부의 선의 영역으로만 바라보는 기업은 오히려 미래의 핵심 리스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기업이 될 수도 있다. 사회적 가치 활동은 더 이상 비용과 수익 사이에서 고민해야 하는 선택지가 아니라, 미래의 생존 가능성과 경쟁우위를 결정하는 운영 전략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파고는 임팩트 비즈니스 생태계에도 거센 전환을 요구한다. 지금까지 많은 조직이 ‘명분’과 ‘도덕적 당위성’에 기대왔다면, 앞으로는 그 이상의 언어가 필요하다. 대기업 같은 이해관계자 협업에서도 그러하고, 스스로의 사업을 구성할 때도 사회적 가치를 위하여 사용하는 비용이 단순 비용으로 끝나지 않도록 설계하고 추진하려는 관점이 강조되어야 한다.

결국 IFRS 18은 임팩트 비즈니스 생태계에 대화를 시작하고 있다. 사회적 가치를 정말 기업 지속가능성의 핵심 동력으로 삼을 수 있다고 믿는가. 회계 기준의 변화라는 규범적 사건이 기업의 사회적 가치 활동에 대한 전략을 시험대에 올리고 있다. 사회적 가치와 기업 가치가 더 이상 분리될 수 없는 하나의 궤적 위에 놓이게 된 지금, 이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는 조직만이 다가올 새로운 자본주의의 문법을 주도하게 될 것이다. 이제 격차는 이미 시작되었고, 그 결과는 2027년 이후 기업의 장부 위에서부터 극명하게 드러날 것이다.

도현명 임팩트스퀘어 대표

필자소개

임팩트스퀘어 대표이자 임팩트 투자자, 액셀러레이터입니다. 소셜벤처 투자·육성, 대기업 ESG 신사업 개발, 임팩트 비즈니스 전략 수립, 지역 기반 프로젝트 설계, 사회적 가치 측정과 평가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해 왔습니다. 최근에는 베트남, 인도네시아, 일본 등으로 활동 무대를 넓히며 글로벌 확장에 힘쓰는 한편, AI 시대의 변화와 새로운 기회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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