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비아테 다스텔(Beate Dastel) 유니세프 몽골사무소 대표
“몽골은 전통에 자부심이 강한 국가입니다. 이 전통을 유지하면서도 아이들의 복지를 보장하는 것이 유니세프의 과제입니다.”
유니세프 몽골사무소를 이끄는 비아테 다스텔(Beate Dastel) 대표의 말이다. <더나은미래>는 방한한 다스텔 대표를 지난 4월 8일 마포구 유니세프 사무실에서 만나, 몽골에서의 주요 사업과 과제, 한국과의 협력 방향에 대해 들었다. 라오스·부탄·코소보 등에서 근무한 그는 몽골이 여섯 번째 근무지로, 취임 두 달째다.
몽골은 세계에서 가장 인구 밀도가 낮은 나라 중 하나다. 면적은 한반도의 7배에 달하지만, 인구는 약 350만 명에 불과하다. 넓은 국토에 인구가 흩어져 사는 만큼 수도에서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공동체의 아이들에게까지 서비스가 닿는지가 핵심 과제로 꼽힌다.

몽골은 2015년과 2024년 세계은행 기준 상위 중소득국으로 분류되며 경제와 복지 수준이 향상됐지만, 불평등은 여전히 큰 과제로 남아 있다. 다스텔 대표는 도시와 농촌 간 격차뿐 아니라 소득 상위 20%와 하위 20% 간 교육·보건 접근성의 차이가 크다고 짚었다.
유니세프는 1963년부터 몽골에서 활동을 이어오다 1992년 현지 사무소를 설립했다. 현재 몽골 21개 아이막(Aimag, 도에 해당) 전역에서 유목민 가족과 취약 계층 아동을 포함해 도시와 농촌 전반을 대상으로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다스텔 대표는 그간의 성과로 영유아 사망률 개선을 꼽았다. “정부와 협력해 영유아 사망률을 낮추고, 특히 백신 접종을 통해 수십 년간 아동 생존율을 크게 높였다”고 했다. 교육 성평등 역시 개선돼 여아와 남아의 교육 접근성이 거의 동일한 수준에 이르렀고, 식수·위생 분야에서도 몽골 전역 21개 도의 학교와 지역사회에 관련 시설을 지원해 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성과와 함께 새로운 위협도 존재한다. 몽골은 겨울철 ‘조드(Dzud)’로 불리는 혹한과 폭설이 반복되며 기온이 영하 50도 이하로 떨어지기도 한다. 다스텔 대표는 “최근에는 기후 변화로 지하수 수위가 낮아지고 영구 동토층이 녹는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며 “지반이 약해지고 목초지가 변화하면서 유목민 가정과 아이들의 생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그는 개발과 긴급 구호를 결합하는 ‘넥서스(Nexus)’ 접근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임시거처 제공, 위생 시설 지원, 취약계층 대상 현금 지원 등 신속한 긴급 구호가 중요하다”며 “유니세프는 몽골의 거의 모든 부처와 협력하며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모두와 긴밀히 소통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교육 분야에서는 지리적 한계가 뚜렷하다. 다스텔 대표는 “몽골처럼 국토가 넓은 나라에서 모든 아이에게 교육을 제공하려면 전략이 필요하다”며 “현재는 아이들을 중심 교육 시설로 보내는 방식이지만 가족과 공동체를 떠나야 한다는 점에서 아동 보호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실제로 몽골에서는 매년 3만6000명 이상의 아동이 학교에 다니기 위해 약 9개월간 가족을 떠나 기숙사나 친척 집에서 생활한다. 유니세프 몽골사무소의 진요한 디지털 교육 전문관은 “5~6세 아이들이 가족과 떨어져 도 중심지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영양 문제나 기숙사 내 괴롭힘을 겪기도 한다”며 “아이들을 만나보면 가족과 함께 지내며 형제들과 학교에 가는 것이 꿈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고 말했다.
이에 유니세프와 몽골 정부는 소규모 행정 단위인 바흐(bagh)에 학교를 짓는 ‘원 바흐 원 스쿨’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바흐 학교는 학습뿐 아니라 아동 보호와 영양을 함께 다루는 구조로, 교실 안에 작은 정원이나 수경재배 시설을 두어 식재료를 제공한다. 건물은 혹한 기후를 고려해 단열과 난방 설비를 갖추고, 재생에너지를 활용한다. 일부 지역에서는 태양광으로 생산한 전력을 정부에 판매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진 전문관은 “작년에 지은 가장 먼 바흐 학교는 울란바타르에서 약 1600km 떨어진 곳에 있었다”며 “울란바타르에서 서울까지 거리가 약 1800km인 점을 고려하면, 우리가 얼마나 먼 지역까지 접근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스텔 대표는 학교 확충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모든 아이를 학교로 데려올 수 없는 만큼 디지털을 통해 교육이 아이들에게 도달해야 한다”며 “그러나 몽골은 농촌과 도시 간 디지털 격차가 커 도시 지역의 인터넷 이용률은 70%대인 반면 농촌은 10%대에 머무른다”고 지적했다.
또한 디지털 인프라 확대만으로 교육의 질이 자동으로 개선되지는 않는다고 짚었다. 몽골은 약 5000명의 교사가 부족한 상황으로, 교사 수 확충과 함께 기존 교사의 역량 강화도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다. 다스텔 대표는 “디지털 기술도 이를 활용할 교사의 역량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효과를 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에 유니세프는 교사가 직접 유목민 가정을 찾아가는 방식도 병행하고 있다. 진요한 전문관 “‘태블릿을 든 선생님’ 프로그램을 통해 교사들이 걸어서, 말을 타거나 오토바이를 이용해 이동하며 교육 콘텐츠를 전달하고 있다”며 “영유아를 중심으로 아이들뿐 아니라 부모에게도 교육의 중요성과 디지털 활용법을 함께 전달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한국의 2026~2030년 K-ODA 계획이 디지털과 AI 전환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기대가 크다”며 “이 분야에서 한국 정부와 협력해 아이들을 더 잘 도울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국과의 협력도 다양한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다스텔 대표는 “코이카와 함께한 식수 위생(WASH) 사업은 오지 공동체의 학교와 보건 시설에 식수와 위생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평가했다. 또한 민간 기업들이 ‘CHIP(칩)’ 프로그램을 통해 기후 대응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CHIP은 게르의 단열을 보강하고 전기 조리·난방 설비를 지원하는 기후 대응 프로그램이다. 2018년 시작된 이 사업에는 유니세프한국위원회와 BGF리테일 등 민간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유니세프한국위원회에 따르면 2021~2023년 사업을 통해 실내 공기질이 31% 개선됐으며, 현재까지 483가구와 16개 유치원, 2722명의 아동·청소년이 혜택을 받았다.

다스텔 대표는 협력을 아동 보호와 영양 분야까지 확대해야 한다며 한국 기업과의 협력 가능성도 언급했다. “몽골에서 활동하는 한국 기업들이 많고 중요한 시장으로 인식되고 있다”며 “CSR 관점에서 아동 지원에 대한 관심도 높다”고 말했다. 특히 CU를 예로 들며 “현지에 수백 개 점포를 운영하며 지역사회와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캐시미어 등 몽골의 주요 산업과 연계해 유목민 가정의 아동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는 방식도 검토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인터뷰를 마치며 그는 한국에 대한 메시지를 전했다. 다스텔 대표는 “한국은 수십 년 만에 다자주의와 인도주의 지원의 주요 파트너이자 공여국으로 성장한 사례로 평가받는다”며 “어려운 시기에도 보내준 연대에 깊이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채예빈 더나은미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