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싱크탱크 기자회견…공시 대상 확대·스코프3 단축·법정공시 도입 요구
금융위원회의 ‘ESG 의무 공시 로드맵 초안’을 두고 국회와 기후·ESG 싱크탱크들이 “글로벌 기준에 뒤처지고 정부 정책과도 배치되는 정책적 모순”이라며 전면 수정과 대안 마련을 요구했다. 공시 대상 확대, 스코프3 유예 단축, 법정공시 체제 도입, 인증 로드맵 제시 등이 핵심이다.
더불어민주당 기후행동의원모임 비상, 국회 ESG 포럼 민병덕 공동대표,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녹색전환연구소, 플랜1.5, 기후변화청년모임 빅웨이브 등 6개 단체는 26일 국회 소통관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지난 2월 25일 ESG 공시 로드맵 초안을 발표하고, 2028년(2027 회계연도)부터 연결자산총액 30조 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를 대상으로 거래소 공시를 시행한 뒤 일정 기간 후 법정공시로 전환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스코프3(Scope 3)는 3년 유예해 2031년부터 의무화할 계획이다.
이들은 해당 초안이 글로벌 기준에 뒤처지고 기후금융, 전환금융, 밸류업, 스튜어드십 코드, K-GX 등 주요 정책과도 충돌한다고 짚었다. 공시 시기·대상·채널·스코프3 전반에서 정보 구축을 지연시켜 산업 전환과 투자 경쟁력을 약화하고, 자금 이탈과 공급망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내놨다.
◇ “공시 기준, 30조 원 아닌 2~5조 원으로 낮춰야”
참여 단체들은 공시 대상 기준을 현행 30조 원이 아닌 2조~5조 원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고 밝혔다. 연결자산총액 30조 원 기준에 해당하는 코스피 상장사는 58개에 불과하고, 이 가운데 29개가 금융기관으로 산업 전환 대상 기업을 충분히 포괄하지 못한다는 설명이다.
이들은 현실적으로 2조 원 이상(약 223개)부터 의무공시를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수용성을 고려할 경우 5조 원 이상(약 156개) 기준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주요국은 공시 시기가 더 빠르고 대상도 넓다. 일본은 2027년 약 172개, 2028년 약 343개 기업으로 확대하고, 중국도 2026년 약 458개 기업을 대상으로 의무 공시를 시작한다.
이종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사무총장은 “대부분 국가가 2030년까지 공시 체계를 완성하는 반면, 한국은 2033년에야 코스피 전반으로 확대된다”며 “ESG 정보 공백이 길어질 경우 자금이 해외로 이동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는 현행 자산 2조 원 이상 기업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발간(67%)과 CDP(탄소정보공개 프로젝트) 응답(62.3%) 수준을 고려한 기준이다. 5조 원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하는 ‘공시대상 기업집단’ 기준선이자 한국 경제의 실질적인 대형 우량주 기준으로도 활용된다.

◇ “온실가스 배출 핵심 스코프3, 유예 3년→1년 단축해야”
스코프3 공시 유예 기간도 도마 위에 올랐다. 3년이 아닌 1년으로 단축해야 한다는 요구다. 스코프3는 기업 전체 온실가스 배출의 약 75~80%를 차지하는 핵심 배출량으로, 장기간 유예할 경우 기후 리스크를 충분히 반영하기 어렵다는 점을 들었다.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는 1년 유예를 권고하고 있으며, EU는 유예 없이 도입한다. 영국·호주·일본도 1년 수준이고, 미국 캘리포니아는 180일에서 1년 이내다.
국내 기업들의 공시 역량이 일정 수준 확보됐다는 점도 근거로 제시됐다. 스코프3를 CDP에 보고한 국내 기업은 2023년 127개, 2024년 158개, 2025년 222개로 증가했으며, 평균 8개 카테고리를 산정·보고하고 있다.
한수연 플랜1.5 정책활동가는 “스코프3를 제외하면 기업의 기후 영향과 재무적 리스크를 제대로 평가할 수 없다”며 “3년 유예는 국제 기준과의 정합성을 훼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1년 유예를 적용하되, 추정 기반 데이터 오류에 대해서는 합리적 산정 노력을 전제로 면책을 인정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 “공시 채널, 거래소 아닌 법정공시로…제3자 인증도 필요”
ESG 공시 채널 역시 거래소가 아닌 법정공시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거래소 공시는 계약 기반의 ‘약한 공시’로, 법정공시에 비해 신뢰성과 제재 수준이 낮고 ESG 워싱 가능성도 상대적으로 높다는 지적이다.
녹색전환연구소 정영주 연구원은 “정보 품질과 신뢰성, 투자자 보호를 위해서는 도입 초기부터 법정공시 체계를 확립해야 한다”며 “거래소 공시를 도입하더라도 완충 기간은 1년을 넘지 않아야 하고, 이를 위한 자본시장법 개정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ESG 공시와 함께 제3자 인증에 대한 구체적인 로드맵 제시가 필요하다는 점도 짚었다. 금융위는 자율 인증 후 단계적 의무화를 예고했지만, 구체적인 일정이 없어 글로벌 흐름과 괴리가 있다는 비판이 이어진다.
김민 빅웨이브 대표는 “주요국은 공시 시기와 동시에 또는 1년 내 인증 의무화를 시작한다”며 “중국은 2026년, 일본은 2028년부터 제한적 인증 의무화를 도입하는데, 한국은 일정조차 없어 글로벌 흐름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ESG 공시 제도가 기업의 탄소중립 경쟁력을 높이고 청년과 미래세대에게 녹색 일자리와 투자 기회를 제시하는 방향으로 설계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들 단체는 4월 중 확정될 로드맵에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국회와 정부에 정책 제안을 전달하고, 캠페인과 관여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채예빈 더나은미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