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은 여전히 차갑고 어렵다는 인식이 강하다. ‘법 없이도 살 사람’이라는 말은 법에 대한 불편한 감정을 드러내는 표현이기도 하다. 그러나 누군가에게 법은 마지막 안전망이자, 무너진 존엄을 다시 세우는 도구가 된다. 그리고 그 법을 통해 권리를 회복해가는 과정에는, 그들 곁에서 함께하며 힘이 되어주는 이들이 있다. 이 칼럼의 제목이 ‘세상은 여전히 따뜻한 法’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로펌을 중심으로 한 공익활동은 점차 조직화·전문화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법무법인(유) 바른은 공익사단법인 ‘정’을 설립해 다양한 공익활동을 이어가고 있으며, 난민과 이주민, 북한이탈주민 등 경계를 넘어선 사람들을 대상으로 법률지원을 지속하고 있다.
난민 법률지원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이에 굴하지 않고 국경을 넘어온 난민신청자들을 위한 상담과 소송을 포함한다. 많은 난민신청자들은 통역의 한계와 낯선 재판 절차 속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충분히 전달하지 못한 채 난민불인정결정을 받는다. 재판 절차를 이해하기조차 어려운 현실에서, 그들은 자신의 삶이 판단되는 과정에서조차 배제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그들이 겪는 좌절은 쉽게 위로하기 어렵다.
소송대리인으로서 내가 하는 일은 그들의 이야기를 끝까지 듣고, 이를 재판부에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이다. 다만 내가 더 마음을 쓰는 부분은 그보다 사소한 지점에 있다. 반가운 인사와 따뜻한 태도로 맞이하고, 차 한 잔을 나누며 일상의 대화를 이어가는 일이다. 그들의 여정 속에서 잠시라도 고단함을 내려놓고, 소소하지만 따뜻한 기억 하나를 남길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북한이탈주민은 북한에 고향을 두고 남한에서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먼저 온 통일’이다. 그러나 이들은 제도와 정보의 벽 앞에서 또 다른 어려움에 직면한다. 북한이탈주민은 남한 입국 후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가족관계등록부를 새로 작성하게 되는데, 이 과정은 부모나 혼인관계 등에 대해 신고인의 진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 결과 친생자 추정이 자동으로 적용되거나 실제 관계가 누락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실제로 북한에서 결혼한 사람이 경제활동을 위해 중국으로 이동한 뒤, 인신매매로 중국인 남성과 사실혼 관계를 형성하고 자녀를 출산한 사례가 있다. 이후 우여곡절 끝에 남한에 입국했고, 자녀와 중국인 아버지 역시 남한에 입국했지만, 자녀에게 친생자 추정이 적용되면서 한 번도 본 적 없는 북한 국적의 전 배우자가 법적 부모로 등록되는 등 현실과 서류가 어긋나는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이러한 사건에서의 법률지원은 단순한 가족관계 분쟁 해결을 넘어선다. 분단이라는 국가적 현실이 개인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바로잡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이때 한 명의 원고는 단지 자신의 권리를 구하는 개인에 그치지 않고, 앞으로 발생할 수많은 사례를 대변하는 출발점이 된다. 이들의 용기와 문제 제기는 행정 중심·절차 중심의 기존 시스템을 변화시키고, 나아가 통일 이후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데에도 의미 있는 기여를 할 수 있다.
이처럼 권리를 찾아가는 사람들을 위한 공익소송 지원은 ‘도와준다’는 관점이 아니라 ‘함께 해결해 나간다’는 태도에서 출발한다. 이는 사회적 약자와 소외된 이웃, 제도와 정보의 벽 앞에서 권리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에게 법률적 해법을 제시하고, 나아가 제도 개선으로 이어지는 과정이다.
법은 결국 사람을 향해야 하며, ‘따뜻한 법’으로서의 역할을 다해야 한다. 변호사의 공익활동은 축적해온 지식과 경험을 나눔으로써, 법의 보호가 가장 절실한 이들에게 실질적인 권리를 되찾아주는 실천이다. 이는 배운 것을 사회에 환원하는 책임 있는 방식이자, 법을 본래의 자리로 되돌려 놓는 과정이기도 하다.
송윤정 공익사단법인 정 변호사
로펌공익네트워크는 로펌의 공익활동 활성화를 위해 2016년에 결성되어 현재 국내 12개 주요 로펌(법무법인 광장, 김앤장 법률사무소, 법무법인 대륙아주, 법무법인 동인, 법무법인 로고스, 법무법인 바른, 법무법인 세종, 법무법인 원, 법무법인 율촌, 법무법인 지평, 법무법인 태평양, 법무법인 화우)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본 네트워크는 로펌이 서로 힘을 합쳐 로펌 및 변호사의 공익활동을 활성화하고 로펌의 사회적 책임을 다할 방법을 지속적으로 모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세상은 여전히 따뜻한 法> 시리즈를 통해 변호사들의 프로보노 활동을 생생히 알리고, 법률가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전함으로써 공익활동의 가치가 우리 사회 전반에 확산되기를 기대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