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는 플랫폼에서, 책임은 판매자?…공정위 칼 뺐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온라인 플랫폼의 소비자 보호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 검토에 착수했다. 플랫폼의 역할이 단순 중개를 넘어 결제·물류 등 거래 전반으로 확대되면서, 현행 법 체계와 시장 현실 사이의 괴리를 점검하겠다는 취지다.

20일 정부에 따르면 공정위는 최근 통신판매중개업 관련 소비자 보호 체계 개선을 위한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현행 전자상거래법상 온라인 플랫폼은 ‘통신판매중개업자’로 분류된다. 통신판매중개업자는 사이버몰을 통해 판매자와 소비자 간 거래를 연결하고, 판매자의 신원 정보를 확인해 소비자에게 제공할 의무를 진다. 거래 과정에서 발생하는 분쟁 해결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하지만, 계약의 주체는 판매자이며 플랫폼은 중개자라는 구조를 전제로 한다. 이에 따라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더라도 원칙적으로는 입점 판매자가 책임을 지게 된다.

그러나 최근 전자상거래 시장에서는 플랫폼의 기능과 역할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네이버는 네이버파이낸셜을 통해 결제와 대금 정산 기능을 수행하고 있고, 쿠팡은 쿠팡페이를 통해 결제·정산을 처리한다. 쿠팡은 CPLB를 통해 자체 브랜드(PB) 상품을 출시·판매하고, CLS를 통해 상품 보관과 배송 등 물류까지 직접 수행하고 있다.

이처럼 플랫폼이 결제·정산·물류 등 핵심 거래 기능을 담당하면서 단순 중개를 넘어 거래 과정 전반에 실질적으로 관여하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통신판매중개업자와 통신판매업자의 역할 구분도 점차 모호해지는 상황이다.

소비자 인식 역시 이러한 시장 변화를 반영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이 지난해 실시한 소비생활지표 조사에 따르면, 분쟁 발생 시 입점 판매자뿐 아니라 플랫폼도 함께 책임을 져야 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86.3%에 달했다. 계약 당사자를 입점업체가 아닌 플랫폼으로 인식한다는 응답도 85.8%로 나타났다. 상품 검색부터 결제·배송·사후 처리까지 대부분의 과정을 플랫폼을 통해 진행하는 구조가 소비자 인식 변화로 이어진 것이다.

하지만 전자상거래법은 여전히 플랫폼을 중개자로 규정하고 있어, 소비자 인식과 법적 규율 사이에는 괴리가 존재한다. 플랫폼이 거래 핵심 과정에 깊이 관여하고 있음에도 법적 지위는 중개자로 한정돼 있어, 소비자 피해 발생 시 책임 범위가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공정위는 이번 연구용역을 통해 통신판매중개업자의 역할 변화에 맞춰 소비자 보호 체계를 점검하고, 제도 개선 필요성을 검토할 계획이다. 플랫폼 중심으로 재편된 전자상거래 환경에서 중개업자의 책임 범위를 재정립하고 법·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취지다.

연구 과정에서는 디지털서비스법(DSA) 등 해외 주요국의 플랫폼 규제 사례와 국내 제도 추진 현황도 함께 분석할 예정이다.

이번 논의는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플랫폼거래공정화법과는 규율 대상이 다르다. 플랫폼공정화법은 플랫폼 기업과 입점업체 간 거래 조건·수수료·대금 정산 등 사업자 간 거래(B2B)를 규율하는 법안으로, 거래 공정성 확보에 초점을 둔다. 반면 전자상거래법은 플랫폼과 소비자 간 거래(B2C)에서의 소비자 보호를 목적으로 한다.

주병기 공정위 위원장은 올해 업무보고 브리핑에서 “플랫폼과 입점업체 간 거래 안정성과 투명성 강화를 위한 디지털 시장 관련 국회의 입법 논의를 계속 지원하겠다”며 “플랫폼을 이용하는 소비자의 피해 예방을 위해 플랫폼의 소비자에 대한 직접 책임도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일각에서는 미국 정치권을 중심으로 쿠팡에 대한 우리 정부의 규율 강화 움직임이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전자상거래법 개정 검토는 기업 간 경쟁 제한이 아닌 소비자 보호 강화를 위한 제도 개선이라는 입장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소비자 보호 측면에서 보완이 필요한 부분이 있는지 해외 사례를 포함해 검토할 예정”이라며 “플랫폼거래공정화법이나 독과점 규제와 달리, 소비자 보호는 주요 국가에서도 공통적으로 다루고 있는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조유현 더나은미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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