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동률 15% 석탄발전소가 A+…개인투자자에 떠넘겨진 탈석탄 리스크

정부는 석탄발전 폐쇄 선언했지만, 마지막 신규 석탄발전소는 고신용 유지
시민사회 “정책 리스크 빼고 보조금만 반영한 왜곡된 평가”

정부가 2040년까지 석탄발전을 전면 폐쇄하겠다고 선언했지만, 국내 마지막 신규 석탄발전소인 삼척블루파워는 여전히 A+ 신용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신용평가사들이 자체 방법론에서 ‘정부 정책 리스크’를 핵심 평가 요소로 명시하고 있음에도, 가동률이 15%에 머무는 삼척블루파워의 등급 산정에는 탈석탄 정책이 사실상 반영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 정책 리스크는 외면하고, 언제든 바뀔 보조금은 반영

기후솔루션과 강릉시민행동, 청년기후긴급행동, 삼척석탄화력발전소반대투쟁위원회는 20일 금융감독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삼척블루파워의 신용등급 산정 과정 전반에 대한 정밀 검토를 요청하는 민원을 접수했다. 이들은 “신용평가가 정책 현실과 동떨어진 채 시장과 투자자에게 왜곡된 신호를 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기후솔루션과 강릉시민행동, 청년기후긴급행동, 삼척석탄화력발전소반대투쟁위원회 등이 20일 금융감독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삼척블루파워 신용등급 산정 과정 전반에 대한 정밀 조사를 촉구하고 있다. /기후솔루션

삼척블루파워는 국내 마지막으로 건설된 신규 석탄발전소로, 현재 회사채 발행 잔액만 1조 원에 이른다. 국내외 탈석탄 기조가 강화되면서 좌초자산 위험이 커지고 있고, 송전 제약까지 겹치며 발전소 가동률은 15% 수준에 머물고 있다. 시민사회는 ‘2040 탈석탄’이라는 정책 방향이 수익성, 현금흐름, 사업 지속 가능성에 중대한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데도, 이러한 위험이 사업위험 평가에 반영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단체들은 “자체 방법론에서 정부 정책을 핵심 평가 요소로 명시해 놓고도 ‘2040 탈석탄’이라는 메가톤급 리스크를 등급에 반영하지 않는 것은 명백한 이중잣대”라며 “신용평가사의 직무유기에 해당할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평가사가 스스로 정한 기준을 적용하지 않으면서 시장에 잘못된 신용 신호를 주고 있다는 것이다.

논란의 핵심에는 제도적 보조금에 대한 과도한 의존이 있다. 신용평가사들은 공식적인 재무 평가 항목이 아님에도, 석탄발전에 총괄원가를 보전하는 ‘정산조정계수 제도’를 근거로 수익 안정성을 높게 평가해 왔다. 전력 판매로 충분한 이익을 내지 못하더라도 제도에 따라 일정 수준의 투자수익이 유지될 것이라 가정하고, 아직 지급되지 않은 ‘총괄원가 미정산금’까지 사실상 미래 현금처럼 평가에 반영했다.

하지만 정산조정계수는 정책 결정에 따라 언제든 조정될 수 있는 제도다. 실제로 한국전력공사의 재무 부담이 커지자 한전은 과거 정산조정계수를 ‘0’으로 설정해 실적 개선을 시도한 전례도 있다. 이런 사례를 고려할 때, 총괄원가 보전 체계가 장기간 유지될 것이라는 전제 자체가 낙관적이라는 지적이다. 시민사회는 이를 두고 “부실 기업의 인위적 생명 연장”이라고 꼬집었다.

◇ 재무지표는 ‘BBB·BB’, 위험은 개인투자자 몫

재무 지표는 이미 위험 신호를 분명히 드러내고 있다. 신용등급은 ‘사업위험’과 ‘재무위험’을 종합해 산정되는데, NICE신용평가는 공시된 평가서에서 삼척블루파워의 재무위험 항목 다수가 ‘BBB’ 또는 ‘BB’ 수준에 머문다고 밝혔다.

기후솔루션이 나이스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의 방법론을 토대로 2022~2024년 3개년 평균을 분석한 결과, 총차입금 대비 EBITDA는 4.7배로 기준치인 3.5배를 크게 웃돌았다. 이자보상배율은 기준 6배의 절반 수준인 3.47배에 그쳤고, 영업현금흐름 대비 총차입금 비율도 기준 20%에 못 미치는 10.1%에 불과했다.

삼척블루파워. /삼척블루파워
국내 마지막 신규 석탄발전소 ‘삼척블루파워’는 정부의 2040 탈석탄 정책에도 불구하고 현재 A+ 신용등급을 유지하고 있지만, 재무평가 항목에서는 부채 상환 능력과 현금흐름 지표가 기준치를 밑도는 등 ‘BBB·BB’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삼척블루파워

그럼에도 삼척블루파워가 A+ 등급을 유지하는 배경에는 사업위험을 ‘AA’ 수준으로 과대평가한 판단이 작용했다는 것이 단체들의 분석이다. 재무지표가 지속적으로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음에도 2022년 이후 등급이 유지된 것은 자본시장법이 규정한 신용평가사의 독립성과 공정성 원칙을 훼손했을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제는 이 같은 ‘부풀려진 등급’의 피해가 개인투자자에게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오는 3월 약 3000억 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가 도래하면서 차환 발행이 예정돼 있는데, 삼척블루파워는 A+ 등급과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앞세워 투자자를 모집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회사채 수요예측에서는 개인투자자 판매 비중이 80~90%에 달했다. 기관투자자들이 회피한 위험을 개인이 고스란히 떠안는 구조다.

◇ “개인투자자 보호 강조한 금감원, 조사 나서야”

이에 시민사회는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취임 이후 소비자 보호 기능 강화를 강조해 온 점을 거론하며, 삼척블루파워 신용등급 산정 과정에 대한 엄정한 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고위험 채권으로부터 개인투자자를 보호하겠다는 금감원의 정책 기조와 맞닿아 있는 사안이라는 주장이다.

홍진원 강릉시민행동 운영위원장은 “탈석탄 정책이 가시화된 상황에서 가동률이 10%대에 머무는 삼척블루파워의 자산 가치는 이미 심각하게 훼손됐다”며 “특히 개인투자자의 회사채 보유 비중이 높은 만큼, 현 A+ 등급이 위험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지 재평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도현 청년기후긴급행동 활동가는 “과대평가된 신용등급으로 연명하는 석탄발전소의 전기는 외부로 송전되지만, 환경오염과 건강 피해는 지역 주민에게 남는다”며 “지역사회와 개인투자자 모두에게 위험한 사업에 합당한 신용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장연주 기후솔루션 연구원은 “NICE신용평가는 정부 정책과 사업 안정성, 운영 효율성에 70%, 한국기업평가는 정부 정책, 수급상황우호도, 사업경쟁력에 80%의 가중치를 두고 있다”며 “2040년 탈석탄 정책은 이 모든 항목에 연쇄적인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데도 이를 전혀 반영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는 투자자 보호라는 신용평가의 본래 목적을 저버린 채 좌초자산 위험을 개인에게 전가하는 행위”라고 말했다.

채예빈 더나은미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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