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후원으로 이어진 비율, 0.4%에 그쳐
간편한 후원 취소 절차·모바일 최적화 신청 방식 등 필요
“후원 취소 꿀팁 알려주세요.”
최근 인터넷에서 이 같은 글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비영리단체의 기부를 중단하고 싶지만 방법을 몰라 도움을 구하는 내용이다. 최근 비영리 조직의 디지털 모금 캠페인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비영리단체 모금 캠페인의 기부 이탈률은 무려 99.6%에 이른다. 클릭만 유도하는 방식의 캠페인 전략으로는 한계가 명확하다. 모금 전문가들은 “지금 필요한 건 더 많은 클릭이 아니라, 이탈을 줄이는 정교한 설계”라고 입을 모은다.
◇ 5550만 명 중 후원 완료는 0.4%
비영리 조직의 디지털 모금 전략 컨설팅 기업 ‘누구나데이터’는 최근 ‘빅데이터 모금 트렌드 2025’ 를 출간하고, 2024년 한 해 동안 유입된 5550만 건의 모금 캠페인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분석에 따르면 방문자 중 61%는 첫 화면에서 아무 행동 없이 떠났고, 후원 페이지까지 도달한 비율은 0.4%에 불과했다.

이 책을 집필한 하예성 누구나데이터 펀드레이징 퍼포먼스 랩장은 지난 29일 서울 성동구 헤이그라운드 성수 시작점에서 열린 출간 기념 행사에서 “1억 원을 들여 캠페인을 진행한다고 가정하면, 9960만 원은 공중에 흩어진 셈”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AID 모델’(Awareness·Activation·Interest·Intent·Donation)을 기준으로 비영리 모금 캠페인의 단계별 이탈률을 분석했다. 전체 유입자 중 61%는 접속하자마자 아무런 행동 없이 이탈했고, 최소한의 관심 행동을 보인 사용자는 39%였다. 캠페인 내용을 끝까지 읽은 비율은 22%였으며, 후원하기 버튼을 클릭한 비율은 9%였다. 실제 후원 페이지까지 진입해 결제를 완료한 방문자는 0.4%에 그쳤다.
◇ 캠페인 유입부터 후원까지, 단계별 이탈률 막을 방법은?
하 랩장은 비영리단체의 이탈률을 줄이기 위해 가장 먼저 바뀌어야 할 점으로 ‘간편한 후원 해지 절차’를 꼽았다. 그는 “단체들이 후원자를 붙잡기 위해 해지 절차를 복잡하게 만드는 경우가 많지만, 이러한 방식은 오히려 단체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고 다시 돌아올 수 있는 후원자마저 멀어지게 만든다”고 말했다.
그는 또 “모바일 환경에 최적화된 후원 신청 절차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많은 이들이 후원을 결심하더라도 번거로운 가입 과정이나 불편한 결제 방식 때문에 중도에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는 “정기든 일시든 후원자가 원하는 방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신청 절차를 간소화하며 모바일에서도 손쉽게 결제가 가능하도록 설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 랩장은 후원자가 처음 단체를 접하는 순간에 어떤 경험을 하느냐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디지털 모금은 단순히 후원자를 모집하는 일이 아니라, 그들과 관계를 시작하는 일”이라며 “기부자가 자신의 선택이 가치 있다고 느낄 수 있도록 따뜻한 환영 메시지나 후원금의 사용처를 명확히 설명하는 콘텐츠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금은 모금을 단순히 확장하는 전략으로만 접근해서는 안 된다”며, “우리 단체를 진심으로 지지하는 ‘팬덤’을 어떻게 만들고, 그들과 어떤 관계를 맺을 것인지가 앞으로의 핵심 과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유현 더나은미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