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월 22일(수)

국감서 음반 상술 지적받은 K팝 기획사, 개선 노력은 ‘글쎄’

4대 기획사 음반 판매 관행 점검
JYP, SM ‘묵묵부답’

8777만 장. 지난해 팔린 K팝 음반 수다. 10년 전 737만 장에서 12배 이상 증가했다. 이 같은 성장의 배경에는 포토카드, 팬사인회 등 기획사의 공격적인 마케팅이 자리하고 있다. 하지만 케이팝 팬덤은 이러한 음반 판매 방식이 환경을 오염시키고 산업의 지속가능성을 해친다며 문제를 제기해 왔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이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엔터사들의 ESG 경영 실천은 미흡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 국감서 “개선하겠다”던 엔터사들, 실천은?

지난해 10월 7일 문화체육관광부 국정감사에서 JYP, SM, YG, 하이브 등 4대 기획사 대표들이 음반 판매 관행 개선을 요구받았다. 이날 국정감사에는 정욱 JYP엔터테인먼트 대표, 장철혁 SM엔터테인먼트 대표, 양민석 YG엔터테인먼트 대표와 하이브 자회사인 위버스컴퍼니의 최준원 대표가 참고인으로 출석했다.

이들 기획사의 지난해 음반 판매량은 5474만 장으로 전체의 62%를 차지한다. 임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팬싸인회, 랜덤 포토카드 등 사행성을 조장하는 마케팅으로 인해 음반이 무분별하게 소비되고 있다”며 “이는 탄소 배출과 자원 낭비의 주범”이라고 지적했다. 기획사가 첫 주 음반 판매량을 뜻하는 ‘초동’ 판매량을 중요시, 이를 늘리기 위해 과도한 상술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표들은 “개선점을 찾겠다”며 입을 모았다. 특히 최준원 위버스컴퍼니 대표는 “엄청난 쓰레기 배출이 ESG 경영이냐”는 지적에 “플라스틱 음반 대량 구매로 불필요한 자원 낭비가 발생하고 있다는 시장과 사회의 우려를 잘 알고 있다”고 답했다.

환경부에 따르면 기획사들이 2022년에만 폐기물 부과 대상 플라스틱 801.5톤을 사용했다. 케이팝 팬덤 환경단체인 ‘케이팝포플래닛’은 음반 한 장 제작 시 500g의 탄소가 배출되며, 지난해만 약 4400만 kg의 탄소가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이는 승용차 97억 km 주행 시 발생하는 탄소량과 맞먹는 수준이다.

K팝 팬덤이 뽑은 ‘최악의 환경오염 기획사’ 하이브

지난 16일, 케이팝포플래닛은 하이브를 ‘2024 지속가능한 케이팝 어워드’에서 ‘올해의 환경오염 작작하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팬들은 하이브 본사 앞에서 항의 시위를 벌이며 ‘팬들의 꺼지지 않는 빛’을 상징하는 응원봉 트로피를 전달하려 했으나, 사옥 출입이 불가능해 정문 앞에 전시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1월 6일 케이팝포플래닛 캠페이너들이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하이브 본사에 ‘2024 지속가능한 케이팝 어워드’ 1위 트로피를 직접 전달하는 것을 시도하고 있다. /케이팝포플래닛

케이팝포플래닛은 지난해 11월 16일부터 12월 17일까지 66개국 1만40명의 팬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투표에서 하이브가 50.5%의 득표율로 ‘기후악당’ 1위에 선정됐다고 밝혔다. 하이브는 ‘친환경 팬싸 가보자상’ 부문에서도 1위를 차지하며 환경 문제 해결에 소극적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하이브의 뒤를 YG엔터테인먼트, SM엔터테인먼트, JYP엔터테인먼트가 이었다.

김나연 케이팝포플래닛 캠페이너는 “지난 국정감사에서 기획사 대표들이 케이팝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며 개선을 약속했지만, 실질적인 변화는 미흡하다”며 “팬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이 변화를 이끌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더 나은 세상을 위한 마음과 지속 가능한 케이팝을 바라는 마음이 캠페인의 원동력”이라고 덧붙였다.

‘친환경 앨범’, 실효성 논란 여전

국정감사 이후, K팝 기획사는 어떤 실질적인 대응책을 내놓고 있는 것일까. ‘더나은미래’ 취재 결과, 하이브는 “구체적인 개선 방안을 확정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라며 원론적인 입장을 되풀이했다. 다만 지속가능경영 차원에서 산업의 변화를 모색하고 있으며, 친환경 음반 제작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위를 차지한 YG 역시 비슷한 답변을 내놓았다. YG는 “2025년 방향성을 현재 수립 중”이라며 “친환경 음반을 포함한 ESG 활동이 팬덤과 대중의 요구를 반영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반면 SM과 JYP는 질의에 응답조차 하지 않아 책임 회피 논란을 키웠다.

연예 기획사들은 애플리케이션으로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플랫폼 앨범을 내놓고 있으며 이를 친환경 제품으로 소개하기도 한다. /2023 하이브 지속가능경영보고서 갈무리

하지만 기획사들이 내세우는 ‘친환경 앨범’도 환경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저탄소 종이, 콩기름 잉크, 생분해성 플라스틱 및 포장 비닐을 사용했다고 하지만, 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지난해 11월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지속가능한 케이팝 토론회에서도 음반 판매량 자체를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 반복됐다. CD 없는 플랫폼 앨범이 출시됐지만, 기존 음반 출시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으며, 음반 유형별 무작위 포토카드 삽입으로 인해 팬들의 중복 구매를 유도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마티유 베르비기 미국 카네기멜론대 한국학 객원교수는 “연예기획사들이 콩기름 잉크나 재활용 소재 사용을 내세우지만, 이는 팬들이 원하는 지속가능성의 본질을 간과한 조치”라며 “팬사인회 이벤트 참여 방식을 바꾸고, 포토카드 수집을 위한 새로운 시스템을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채예빈 더나은미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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