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여러 로컬 지역(제주, 안산, 전주, 경주, 청도, 밀양 등)에서 디자인씽킹 교육을 진행했습니다. 많은 지역에서 교육 요청이 이어지는 가운데, 한 지역활동가는 반짝이는 눈으로 물었습니다.
“왜 로컬에서 다시 디자인씽킹이 유행하는 걸까요?”
이에 대해 “첫째,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는 접근성, 둘째, 문제 해결 당사자의 참여, 셋째, 문제를 가시화하여 공감을 이끄는 비주얼씽킹의 장점 덕분이 아닐까요”라고 답했습니다. 그러자 다시 돌아오는 질문이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디자인씽킹으로 지역 문제를 정말 해결할 수 있을까요?”
자유영을 배우면 한강을 건널 수 있을까요? 접영과 배영까지 익히면 도버해협도 건널 수 있을까요? 디자인씽킹은 만능 해결책이 아니지만, ‘가능성의 문을 연다’는 점에서 그 가치를 찾을 수 있습니다.
비유하자면 디자인씽킹은 수영 초심자가 안전하게 물에 들어가도록 돕는 자유영과 같습니다. 특정 문제에 안전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돕는 공감(Empathize), 문제정의(Define), 아이디어 창출(Idea), 프로토타이핑(Prototype), 테스트(Test) 등 다섯 단계의 ‘수영 코치’가 존재한다고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수영을 잘하는 것과 도버해협을 건너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마찬가지로 디자인씽킹 자체가 로컬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진 않습니다. 그것은 ‘누가 디자인씽킹을 활용하는가’라는 주체의 중요성을 간과한 발상입니다. 디자인씽킹은 분명한 가능성과 한계를 지니며, 혁신이라는 바다에서 자유영으로 헤엄칠 자유를 제공할 뿐입니다.
◇ 맹목적으로 사용되던 ‘디자인씽킹’에 눈을 달다
지역과 소셜섹터에서 디자인씽킹을 교육할 때마다 조금씩 불편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이전 직장에서 디자인씽킹을 활용해 ‘고객에게 환영받는, 잘 팔리는 신제품’을 개발한 경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디자인씽킹의 존재 가치를 매출 증대로만 한정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지역과 소셜섹터에서는 단기적 성과를 위한 도구로서의 디자인씽킹이 오히려 해가 될 수 있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여러 전문가들이 지역과 소셜섹터에 적합한 디자인씽킹 접근법을 고민해왔습니다. 그중 주목할 만한 것은 K12 Lab에서 제안한 ‘Equity-Centered Design Framework’입니다. 이 방법론은 디자인씽킹이 가질 수 있는 권력 편향성과 맹목성을 보완하기 위해 기존 단계에 ‘알아차림(Notice)’과 ‘성찰(Reflect)’을 추가했습니다.
저 역시 프로젝트 팀이 모이면 ‘알아차림(Notice)’ 단계로 시작하고, 공감, 문제 정의, 새로운 접근, 실체화, 적용의 다섯 단계를 거친 후 마지막에 ‘성찰(Reflect)’ 단계를 추가했습니다. 이를 통해 팀원들이 단순한 목적 달성에만 몰두하지 않고, 주어진 상황과 사회적 구조 안에서의 문제들을 인식하고 비판적으로 사고할 수 있었습니다. 이를 통해 사회적 문제를 다룰 때는 가치 판단이 포함된 디자인씽킹 도구를 사용하는 것이 필요함을 느꼈습니다.
◇ 디자인씽킹은 협주의 서곡일 뿐 본연의 협주곡은 따로 있다
저는 디자인씽킹을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서곡이라고 생각합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아파르트헤이트처럼 역사적 갈등을 해결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아담 카헤인이라는 퍼실리테이터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냈습니다. 그의 <통합의 리더십>에서 제시된 ‘말하기/듣기/새로운 현실 창조하기’ 3단계는 단순한 방법론을 넘어 함께 존재하는 역동적인 과정이라는 것을 느끼게 했습니다.
디자인씽킹은 어린이부터 어르신까지 더 많은 사람들을 테이블로 초대하는 ‘서곡’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그 후에는 서로의 언어를 이해하고, 자신을 돌아보며, 함께 미래를 그려나가는 ‘중요한 대화’가 이어져야 할 것입니다. 이는 특정 문제 해결에 그치지 않고, 공동체가 함께 존재하고 관계를 형성하기 위한 음악이어야 합니다.
디자인씽킹을 처음 배우러 오는 지역활동가들에게 기본적인 방법론을 가르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제 바람은 이 협업의 서곡이 또 다른 관계로 이어지는 협주곡이 되어 지역에 널리 울려 퍼지기를 기대하는 것입니다.
디자인씽킹에 대한 여러 비판적인 관점도 존재하는 이때, 한가지 확실한 것은 디자인씽킹이 로컬을 만나 진화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로컬이란 맥락에서 디자인씽킹이 기대됩니다.
송영일 MYSC 수석컨설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