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혼자들의 워라밸을 위해 청년들의 워라밸이 희생됐다.” 경력보유여성 인턴십 프로그램을 통해 채용을 시도했던 한 조직의 피드백이었다. 기혼자이자 부모로서, 그리고 인사·조직문화를 담당하는 입장에서 이 한마디는 오랫동안 마음을 짓눌렀다. “우리 회사의 모든 축하와 인정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는 선택을 해야만 받을 수 있는 것 같다”는 한 동료 구성원의 말에도 오랫동안 마음이 시렸다. ‘자녀가 없는 직원에 대한 역차별 우려’로 직장 어린이집 설치를 포기했다는 한 글로벌 기업의 기사도 역시 쓰린 마음으로 읽었던 기억이 있다. 누군가의 고단함을 살피는 일이 다른 이를 소외시키는 일은 아닐까. 그런 우려 속에서도 우리는 직장 어린이집을 설치했다. 모성 보호 관련 취업규칙을 꾸준히 업데이트하고, 육아 중인 직원들을 위한 슬랙 채널을 열었다. 방학 중 자녀 대상 프로그램도 마련해 작은 공동 육아 실험도 시도했다. 아이를 낳고 키우기 좋은 회사를 만들자는 게 아니었다. 우리는 일하기 좋은 조직을 만들고자 했다. 가족과 사회에 대한 책임감이 큰 동료들이 돌봄을 이유로 자신의 역량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는 상황을 막고자 했다. 육아라는 특정한 사례를 우대하기보다, 구성원 각자의 삶을 존중하는 문화를 만들고자 했다. 정책 과정도 모두에게 투명하게 공유했다. 리더들은 반복해서 철학과 방향을 설명하며, 이 정책이 특정 그룹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알렸다. ◇ 우리 모두에게 흐르고 겹치는 ‘돌봄’ 이 과정에서 가장 먼저 깨달은 것은 돌봄이 특정 집단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시기와 형태는 다르지만 모든 구성원이 저마다 돌봄의 책임을 안고 있었다. 스스로를 돌보는 일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