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업재단은 그냥 돈만 잘 쓰면 되는 곳 아닌가요? 세상에서 제일 쉬운 게 남의 돈 쓰는 일이라는 말도 있잖아요.” 종종 듣는 질문입니다. 멀리서 보면 그럴듯해 보입니다. 기부금을 정해진 기준에 맞춰 집행하고, 공시와 보고만 하면 역할을 다 한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현장을 조금만 가까이에서 보시면 이 질문을 쉽게 꺼내기 어려우실 겁니다. 어디에, 언제, 어떤 방식으로 자원을 흘려보낼지 결정하는 일은 단순한 일이 아닙니다. 한 번의 선택이 어떤 지역의 복지 체계를 바꾸기도 하고, 반대로 몇 년간 쌓아 온 현장의 신뢰를 한순간에 무너뜨리기도 합니다. 돈 쓰는 것은 쉬울지 모르지만, 돈을 ‘잘’ 쓰는 일은 가장 어려운 일 가운데 하나입니다. 물론 모든 기업재단이 그런 무게를 감당하고 있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잘하는 곳도 있고, 여전히 형식적인 집행에 머무는 곳도 있습니다. 그래서 더더욱, 잘 쓰인 돈이 한 사회의 흐름을 바꾸는 지렛대가 될 수 있고, 잘못 쓰인 돈이 좋은 의도에도 불구하고 문제를 더 고착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직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만, 기업재단을 여전히 ‘감시와 감독의 대상’ 정도로만 상정하는 순간, 재단은 적극적인 사회문제 해결의 주체로 들어오지 못합니다. 요즘 제 머릿속 질문은 조금 다릅니다. “지금 이 시대에, 재단이라는 조직은 어디까지 할 수 있는 존재일까.” 기부를 ‘얼마나’ 하느냐가 아니라, 우리가 가진 자원과 구조를 가지고 ‘어디까지’ 상상해볼 수 있는지, 그 상상의 끝을 한 번쯤 밀어붙여 보고 싶다는 마음입니다. 상상력이 없다면 위기 앞에서 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