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13명 위한 사업도 합니다” SK행복나눔재단이 직접 사회문제를 푸는 이유

2026 기업공익재단 리포트<6>[인터뷰] 이보인 행복나눔재단 전략기획팀 본부장“지원 규모보다 실제 변화 중요…다른 곳이 풀기 어려운 문제에 집중” “전국에 점자 문제집이 필요한 학생이 13명이라고 해보죠. 몇 명이 이용하는지, 얼마나 큰 성과를 낼 수 있는지 따지기 시작하면 이런 문제는 해결하기 어렵습니다.” 이보인 SK행복나눔재단 전략기획팀 본부장은 최근 <더나은미래>와의 인터뷰에서 재단이 직접 사회문제 해결에 나서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수혜자가 적거나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문제는 영리기업이나 소셜벤처도 접근하기 쉽지 않다. 하지만 당사자에게는 일상을 좌우하는 절실한 문제라는 것이다. ◇ 사회혁신 생태계 지원에서 직접 문제해결로  2006년 설립된 SK행복나눔재단은 외부 단체를 지원하던 방식에서 2019년을 기점으로 직접 사회문제를 발굴하고 솔루션을 검증하는 방향으로 전환했다.  이 본부장은 “초기에는 사회적기업과 소셜벤처 등 사회혁신 생태계를 지원하는 데 많은 역량을 투입했었는데, 점차 사회혁신 영역에 진입하는 기업과 기관이 늘어났고, 재단 내부에서도 새로운 역할을 고민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존 사회혁신 생태계에서도 수익성이나 규모 문제로 다루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며 “안정적이고 유연한 재원을 갖춘 기업재단이 다른 곳에서 접근하기 어려운 문제를 먼저 풀어볼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세상파일’은 이러한 기조 아래 재단이 추진 중인 사회문제 해결 플랫폼이다. 구체적인 문제를 발굴해 해결 방법을 설계하고 현장 실험을 통해 효과를 검증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시각장애 아동 점자 문해력 교육, 휠체어 이용자를 위한 저상버스 탑승 예약 앱 ‘위버스’, 노인 치매 예방 인지훈련 등이 대표적인 사업이다. 출범 이후 현재까지 약 110억 원의 기업 기부금을 활용해

챗GPT·메타버스로 사회문제 풀지만…기업재단 52%는 ‘내부 업무용’ 활용 

2026 기업공익재단 리포트<5> AI 수어 상담, 메타버스 금융 교육 등 기술 활용 다변화 21곳 중 11곳은 업무 자동화에 활용, 수혜자 맞춤 지원은 4곳 인공지능(AI)으로 수어를 인식해 청각장애인의 금융서비스 이용을 돕고, 스마트폰 앱으로 휠체어 이용자의 저상버스 탑승을 지원한다. 청소년들은 AI로 식재료의 영양 데이터를 분석하고, 메타버스 공간에서 저축과 투자를 체험한다.  국내 일부 기업공익재단들이 재원과 전문성에 정보기술(IT)·AI를 결합해 새로운 ‘테크 복지(Tech-Welfare)’ 모델을 만들어내고 있다. 단순 기부나 물품 전달 방식에서 벗어나, 기술을 매개로 사회적 약자의 교육 기회를 넓히고 일상 속 물리적 장벽을 허물고 있는 것이다. 다만 대다수 기업공익재단의 기술 활용은 아직 내부 업무 효율화에 집중돼 있어, 공익사업 현장으로의 확산은 과제로 남아 있다.  ◇ 필담 대신 AI 수어 상담…교통·금융의 문턱 낮춘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기술을 통해 일상의 불편을 직접적으로 해결하는 사례다. 신협사회공헌재단은 지난해부터 AI 수어 인식 기술을 적용한 청각장애인 금융서비스 ‘손소리(on)’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청각장애인이 금융 창구에서 직원과 의사소통할 때 주로 필담에 의존하던 불편을 줄이기 위해 개발한 서비스다. 수어 안내와 양방향 문자 상담, AI 수어 인식 기능을 하나의 화면에서 제공해 고객이 수어와 문자로 상담을 진행할 수 있도록 했다.  현재 대전 지역 신협 영업점 1곳에서 시범 운영 중이며, 재단은 청각장애인 고객 약 60명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별도로 2개 복지관에서 청각장애인 약 130명을 대상으로 금융교육도 진행했다. 재단은 “단순 자금 지원과 달리 기술 기반 공익사업은 1회성에 그치지 않고 지속 가능한

“10년 보고 투자하고, 실패도 감수해야” 기업재단이 꼽은 ‘존재 이유’

2026 기업공익재단 리포트<4>71.4% ‘장기·안정적 투자’ 꼽아…기업 전문성 활용 57.1%혁신·실험, 정부·기업·비영리 잇는 가교 역할도 강조 정부는 예산과 제도의 틀 안에서 움직이고, 기업의 CSR 조직은 경영 성과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현장 전문성을 갖춘 비영리단체는 안정적인 재원 확보가 늘 과제다. 그렇다면 이들 사이에 자리 잡은 기업공익재단의 역할은 무엇이어야 할까.  국내 21개 주요 기업공익재단의 답변을 분석한 결과, 기업공익재단의 차별화된 역할은 크게 네 가지로 모였다. 15곳(71.4%)이 ‘장기간 안정적으로 사업에 투자하는 것’을 선택했고, ‘기업의 기술·전문성·인프라를 공익에 적극 활용하는 것’이 12곳(57.1%)으로 뒤를 이었다. 이 밖에 ‘실패 가능성이 있는 혁신적 사업에 먼저 도전하는 것’은 4곳(19.0%), ‘다양한 민간 파트너와 섹터를 연결하는 가교 역할’은 3곳(14.3%)이 꼽았다.  ‘앞으로 기업공익재단이 정부나 기업 CSR 조직, 일반 비영리단체와 구별되는 역할을 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라는 서술형 문항에서도 비슷한 방향의 답변이 이어졌다.  ◇ 분기·연간 성과 아닌 ‘10년’을 보는 자본 가장 두드러진 키워드는 ‘장기성’이었다. 정부 사업은 회계연도나 정책 변화의 영향을 받고, 기업 CSR은 단기 경영성과나 홍보 효과를 고려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이와 달리 한 사회문제를 장기간 붙잡고 투자할 수 있다는 점이 기업공익재단의 차별성이라는 것이다. DB김준기문화재단은 “정부는 예산 집행의 경직성 탓에 도전을 꺼리고, 기업 CSR은 분기 실적에 쫓기며, 일반 NPO는 모금 압박에 시달린다”며 “기업공익재단은 당장 수치적 성과가 나오지 않더라도 미래 인재의 잠재력에 10년, 20년 장기 투자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재단은 실제로 장기 지원형 인재 육성사업인 ‘드림빅’을 운영하고

기업재단 ‘신뢰 기반 지원’ 적극 적용 5곳뿐…운영비 20% 벽 여전 

2026 기업공익재단 리포트<3>기업공익재단 21곳 중 15곳, 인건비·운영비 사용 20% 이하전문가 “인건비·조직 역량 투자 없인 지속가능성 떨어져”  최근 필란트로피 영역에서는 현장 조직에 지원금 사용에 있어 큰 재량을 주고, 복잡한 정산과 보고 부담을 줄이는 ‘신뢰 기반 지원’이 논의되고 있다. 국내 기업공익재단에서도 이를 일부 도입한 곳이 적지 않지만, 현장 조직이 지원금을 인건비와 운영비로 활용할 수 있는 범위는 여전히 제한적인 경우가 많았다. 신뢰 기반 지원은 사업 목적과 예산 항목을 세세하게 지정하기보다 현장 조직의 판단을 존중하고, 다년간 포괄적인 재원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사업비뿐 아니라 단체의 인건비와 운영비를 인정하고 신청·보고 절차를 간소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21개 기업공익재단 가운데 신뢰 기반 지원을 ‘이미 일부 사업에 적극 적용하고 있다’고 답한 곳은 아산나눔재단, 이랜드재단, CJ나눔재단, DB김준기문화재단, SK행복나눔재단 등 5곳(23.8%)이었다. 일부 요소만 제한적으로 적용한다고 답한 곳은 삼성복지재단, 유한재단, 하나금융나눔재단, IBK행복나눔재단 등 4곳이었다. 반면 아직 구체적으로 검토하지 않았다는 곳은 10곳(47.6%)이었다.  ◇ 운영비 30% 이상 허용 1곳, 보고서·정산 방식은 다양  외부 비영리단체에 사업비를 지원할 때 일반 인건비나 단체 운영비로 사용할 수 있는 비율을 물은 결과, 10곳(47.6%)이 ‘10~20%’라고 답했다. 5곳(23.8%)은 10% 미만이었다. 전체 조사대상 21곳 가운데 15곳(71.4%)이 운영비 사용 비율을 20% 이하로 두고 있는 셈이다. 30% 이상을 허용한 곳은 IBK행복나눔재단 한 곳이었고, 삼성복지재단·이랜드재단·SK행복나눔재단 등 3곳은 제한 없이 단체 자율에 맡긴다고 답했다.  삼성복지재단은 사업마다 필요한 인력과 운영비 구조가 다르다는 점에서 일률적인 비율을 두기보다 파트너 단체의 판단을

기업재단 90% ‘직접 운영’…문제해결형으로 변모 

2026 기업공익재단 리포트<2>21곳 중 19곳 전담인력 통한 직접 운영16곳 “향후 문제 해결형 모델 강화” 기업공익재단이 단순한 지원금 제공을 넘어 사회문제를 직접 발굴하고, 사업을 기획·실행하는 방식으로 역할을 넓히고 있다.  <더나은미래>가 국내 기업공익재단 21곳을 조사한 결과 19곳(90.5%)이 주요 사업 운영 방식으로 ‘재단 내 전담인력을 통한 직접 운영’을 선택했다. 신한금융희망재단과 우리금융미래재단 두 곳은 특정 현장기관과의 공동 기획·운영과 임직원 참여형 등을 주요 운영 방식으로 꼽았다. 다만 직접 운영을 선택한 19곳도 외부 공모나 현장단체 공동기획, 정부·지자체 협력 등을 함께 활용하고 있어 운영 방식은 다양했다.  ◇ 사업은 재단이 짜고, 실행은 직접 또는 협업  각 재단이 ‘대표사업’으로 제출한 사업의 기획과 실행 구조를 분석한 결과, 크게 세 가지 방식이 나타났다. 재단이 내부 인력으로 사업을 직접 기획하고 핵심 실행까지 맡는 ‘직접 기획·실행형’, 재단이 사업을 주도하되 전문기관과 실행을 나누는 ‘재단 주도·파트너 실행형’, 재단이 사업 방향과 자원을 총괄하고 현장 실행은 전문기관이 맡는 ‘재단 총괄·현장 전문실행형’이다.  SK행복나눔재단의 ‘써니 스콜라’는 재단이 직접 기획과 실행까지 맡는 대표적인 사업이다. 대학생 25명이 약 8개월 동안 현장조사와 당사자 인터뷰를 거쳐 사회문제를 정의하고, 해결책을 개발·검증·고도화하는 전 과정을 경험한다. SK행복나눔재단은 직접 운영을 주요 사업방식으로 삼는 이유에 대해 “현장 전문성은 오랫동안 그 문제를 다뤄온 비영리 등의 기관들이 훨씬 깊지만, 그럼에도 남겨진 문제들은 있다”며 “시장 규모가 너무 작거나 눈에 잘 띄지 않아 기존 비영리나 소셜벤처가 구조적으로 들어가기 어려운 영역이라면 재단이 직접

기업재단 62% ‘미래세대’ 지원…기후·지역소멸 관심은 2곳뿐

2026 기업공익재단 리포트<1>21곳 중 13곳 ‘영유아·아동·청소년·청년’ 지원 단순 자금 지원 넘어 심리·일경험·자립까지 복합화  복합적인 사회문제가 동시에 불거지는 시대에 정부와 시민사회만으로는 풀기 어려운 문제들이 늘면서 자원과 전문성을 갖춘 기업공익재단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 <더나은미래>는 국내 주요 기업공익재단 30곳을 대상으로 주력 의제와 사업 운영 방식, 파트너십, 임팩트 측정, 기술 활용 등을 묻는 공통 설문을 진행했다. 이 가운데 응답 재단 21곳의 전략과 실행 사례를 분석해 연속 보도한다. /편집자 주 국내 주요 기업공익재단의 관심은 아동·청소년·청년 등 미래세대에 집중돼 있었다. 반면 기후위기와 지역소멸을 주요 의제로 꼽은 곳은 적었다. 지원 방식은 장학금이나 일회성 프로그램에서 벗어나 자립 과정 전반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넓어지고 있었다. <더나은미래>가 국내 주요 기업공익재단 30곳을 조사한 결과, 응답 재단 21곳 중 11곳(52.4%)이 ‘올해 중점적으로 보는 의제’에 대한 질문에 ‘청년 자립 및 취업’을 선택했다. 이 같은 관심은 실제 대표사업의 지원 대상에서도 나타났다. 21개 재단이 제출한 대표사업을 분석한 결과, 영유아·아동·청소년·청년 가운데 하나 이상을 주요 지원 대상으로 삼은 재단은 13곳(61.9%)이었다. 대표적으로 삼성복지재단은 ‘삼성보육사업’을 통해 어린이집 운영과 교직원 교육, 보육프로그램 개발·보급을 지원하고 있다. 2025년 기준 연간 사업비는 약 230억 원으로 영유아 약 7000명과 교사·직원 1700여 명이 참여했다. 개별 아동뿐 아니라 보육기관과 교직원까지 함께 지원하는 구조다. 청소년의 경험과 진로를 넓히는 사업도 있다. CJ나눔재단의 ‘CJ도너스캠프 문화동아리’는 영상미디어·음악·공연·요리 분야 청소년 동아리에 팀당 창작활동비 300만 원을 지원하고, CJ 임직원과 외부 전문가 코칭, 관련

영케어러 3인이 말하는 ‘돌봄의 자국’

2인분의 삶, 홀로 선 나<3>“직장 선택에도 돌봄이 기준…필요한 지원 정보 찾기도 어려워” 영케어러(가족돌봄청년)의 가족 돌봄은 특정한 시간에만 머물지 않는다. 식사나 병원 동행 같은 신체적 지원뿐 아니라 생활비를 부담하거나 정서적으로 곁을 지키는 일도 포함된다. 진로와 관계, 생활 전반의 선택에도 영향을 준다. <더나은미래>는 청년기부터 가족을 돌본 20~40대 당사자 세 사람을 만나 돌봄이 이들의 삶에 남긴 영향을 들었다. ◇ 돌봄, 진로의 기준을 바꾸다 “야근을 하지 않는 곳이었으면 좋겠는데, 찾기가 쉽지 않네요.” 취업을 준비 중인 영케어러 김서윤(29·가명) 씨가 직장을 구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하는 조건은 ‘집과의 거리’와 ‘야근 여부’다. 김 씨는 “월급이 많지 않아도, 부업 수준의 일이더라도 집에 빨리 돌아갈 수 있는 곳이면 좋겠다”고 털어놓았다. 김 씨는 2018년 뇌경색으로 쓰러진 아버지를 돌보기 시작했다. 2020년 아버지에게 치매 증상이 나타난 데 이어, 2024년에는 어머니마저 직장암 3기 판정을 받으면서 두 부모를 동시에 돌보는 이중 간병을 맡게 됐다. 학원에 다니며 취업을 준비하는 지금도 돌봄은 일상 깊숙이 침투해 있다. 아버지의 식사를 챙기고 병원에 동행하는 일상에 더해, 집을 비울 때도 비상 상황에 대비해 늘 신경을 곤두세운다. 실제로 아버지의 상태가 갑자기 악화해 응급실로 달려가는 일이 반복됐다. 자신의 삶을 ‘24시간 대기 구조대원’에 비유한 김 씨는 “항상 예민한 상태로 지내다 보니 감정을 소모할 힘조차 남아 있지 않다”며 “다른 분야에 호기심을 갖거나 취미를 즐길 여유와 의욕마저 사라졌다”고 말했다. 돌봄 부담을 덜기 위해 복지 제도를

“나는 효자가 아니었다” 영케어러를 세상 밖으로 끌어낸 조기현의 10년 

2인분의 삶, 홀로 선 나<2>[인터뷰] 조기현 N인분 대표스무 살부터 아버지 돌봄…“가족 일이라며 사회는 외면”책 출간 뒤 “나도 영케어러” 당사자들 세상 밖으로“불쌍한 아이 아닌 ‘돌봄 페널티’ 문제로 봐야” “가족을 돌보는 사람은 삶의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하는데, 왜 아무도 이걸 사회문제라고 이야기하지 않는지 억울했습니다.” 지난 9일 서울 더나은미래 사무실에서 만난 조기현(34) N인분 대표는 스무 살 무렵을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아버지가 쓰러지면서 그의 20대는 또래들과 다른 방향으로 흘렀다. 병원에서 수술과 치료 동의서를 작성하고 간병인을 구했다. 쌓여가는 병원비를 마련하는 것도 그의 몫이었다. 도움을 구하려 사회복지과를 찾았지만 아버지도, 자신도 ‘젊다’는 이유 등으로 지원 대상에서 번번이 벗어났다.  더 힘든 것은 자신이 처한 상황을 설명할 ‘언어’가 없었다는 것​이다. 당시 언론이나 다큐멘터리 속 가족돌봄자는 수십 년 동안 가족을 헌신적으로 돌보는 효자·효녀의 모습으로 그려지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조 대표의 현실은 달랐다. 아버지에게 화를 내기도 했고, 돌봄에서 도망치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  “나는 저런 사람이 아닌데, 내가 힘들다고 말해도 되나 싶었어요. 마치 가족을 끝까지 희생적으로 돌보는 사람이 아니면 이 문제를 말할 자격도 없는 것처럼 느껴졌죠.”  ◇ “아픈 사람은 많은데, 돌보는 사람 이야기는 왜 없을까”  조 대표가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결정적인 계기는 아버지의 치매 증상이 심해진 뒤 찾아왔다. 일을 하며 돌봄을 병행하던 어느 날, 혼자 있던 아버지가 큰 화상을 입었다. 조 대표는 “아픈 사람이 이렇게 많으니 분명 돌보는 사람도 많을 텐데 왜

2인분의 삶 짊어진 영케어러…지원금 넘어 ‘독박 간병’ 끊어낼 제도 마련돼야

2인분의 삶, 홀로 선 나<1>2021년 ‘간병 비극’ 뒤 사회문제로 부상올해 첫 지원법 시행…발굴·대체돌봄은 과제“효심 아닌 권리의 문제로 바라봐야” 가족의 질병이나 장애 등으로 어린 나이부터 돌봄을 떠안아온 ‘영케어러’는 오랫동안 가족 안의 문제로 여겨져 충분히 드러나지 못했다. 올해 3월 관련 지원법이 처음 시행되며 제도적 기반은 마련됐지만, 당사자를 어떻게 발견하고 돌봄 부담을 실질적으로 줄일지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더나은미래>는 오는 10월 23일부터 29일까지 열리는 ‘제1회 대한민국 영케어러 위크’의 미디어 파트너로서 영케어러의 삶과 제도 변화, 국내외 지원 현장과 전문가들의 해법을 연속 보도한다. /편집자 주 학교가 끝난 뒤 병원으로 향하고, 친구들이 취업을 준비할 때 가족의 병원비와 생활비를 걱정하는 아동·청년들이 있다. 아픈 부모의 약을 챙기고 장애가 있는 형제자매의 식사를 돕는다. 때로는 목욕과 용변을 보조하거나 가족 대신 생계를 책임진다. ‘영케어러(Young Carer·가족돌봄 아동·청년)’의 일상이다.  영케어러는 질병이나 장애, 정신질환, 중독 등으로 돌봄이 필요한 가족에게 간호·간병과 가사, 정서적·경제적 지원을 제공하는 아동·청년을 말한다. 지난 3월 시행된 ‘가족돌봄 등 위기아동·청년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가족을 돕는 모든 아동·청년을 영케어러라고 부르는 것은 아니다. 핵심은 돌봄의 강도와 지속성, 선택 가능성이다. 일상적인 가사 분담을 넘어 돌봄 때문에 학업과 취업, 건강, 교우관계와 진로 선택이 제한된다면 사회적 개입이 필요한 영케어러에 해당한다. ◇ 이름조차 없었던 돌봄, 한 청년의 비극 뒤 수면 위로 영케어러는 그동안 조손가정이나 장애인 가족, 한부모가정, 빈곤청년 등의 이름 아래 존재했지만, 아동·청년이 수행하는 돌봄노동 자체는 독립된

“성과를 공유하고 다름을 이해할 때” 지속가능한 협력의 조건

[경기도사회적경제원 x 더나은미래 공동기획] 판을 키우는 협력<6·끝>글로벌 기업·사회적기업·대학, 서로의 강점을 잇다 “협력의 힘은 참여자의 수나 일률적인 노력보다, 서로 다른 활동을 어떻게 조율하느냐에서 나온다.” 2011년 미국 ‘스탠퍼드 소셜 이노베이션 리뷰(SSIR)’에서 콜렉티브 임팩트(Collective Impact) 개념을 정립한 존 카니아(John Kania)와 마크 크레이머(Mark Kramer)의 말이다. 이들은 각 참여자가 가장 잘하는 역할을 맡되, 다른 주체의 활동과 서로 보완되도록 조율하는 것을 성공적인 협력의 핵심 조건으로 제시했다. 경기도사회적경제원의 ‘2026년 사회환경 문제해결 지원사업’으로 추진된 이케아 코리아와 사회적기업 업클로스, 연성대학교의 협업은 이 명제를 현장에서 증명해 낸 사례다. 이케아 기흥점에서 시작된 협력 모델은 고양, 광명, 강동점으로 확대됐다. 이케아 코리아는 매장 공간과 고객 접점을 제공하고, 업클로스는 취약계층 인력을 채용해 의류·홈패브릭 수선 서비스를 운영한다. 연성대학교는 이들을 수선 전문인력으로 양성하는 교육을 맡았다. 사회공헌 사업 지원에 그치지 않고 수선 서비스를 이케아의 고객 서비스와 연결한 사업 구조다. 지난 11일, 이케아 광명점에서 김성근 경기도사회적경제원 사회가치연계팀장, 오꽃별 이케아 코리아 매니저, 임선아 업클로스 대표, 강경희 연성대학교 패션디자인비즈니스과 교수가 만나 각 기관이 얻은 성과와 협업 조건을 논의했다. ―글로벌 기업과 사회적기업, 대학은 조직의 의사결정 방식이 다른데 이를 어떻게 조율했나. 임선아=“서로의 다름을 이해하는 과정이 가장 먼저 필요했다. 업클로스 같은 작은 조직은 저 혼자 결정하면 되지만, 글로벌 기업인 이케아는 내부 승인과 검토 절차가 훨씬 복잡하고, 조직 명칭조차 낯설었다. 반대로 이케아 역시 빠른 실행력을 중시하는 우리의 창업가 정신을 이해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이

버리던 물류 유니폼 754벌, 굿즈로 재탄생…‘회수물류’가 자원순환망으로

[경기도사회적경제원 x 더나은미래 공동기획] 판을 키우는 협력<5>용마로지스·쉘코퍼레이션, 폐유니폼을 자원·일자리로 바꾸다 매년 기업에서 쏟아지는 수많은 유니폼과 작업복은 어디로 갈까. 환경부·한국환경공단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국내에서 발생한 폐섬유류는 약 52만3000톤에 달한다. 특히 기업 로고가 붙은 유니폼과 작업복은 외부 유출에 따른 보안 문제와 브랜드 이미지 훼손 우려 때문에 재사용이나 기부가 쉽지 않아 상당수가 소각된다. 이 과정에서 섬유 폐기물이 늘고 탄소배출도 발생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종합물류기업 ‘용마로지스’와 기능성 원단 복원·새활용 전문 사회적기업 ‘쉘코퍼레이션’이 손을 잡았다. 경기도사회적경제원의 ‘2026년 사회환경 문제해결 지원사업’ 중 하나로 진행된 ‘RE:Born(리본) 프로젝트’다. 용마로지스의 전국 물류망과 쉘코퍼레이션의 소재 복원 기술을 결합해, 폐유니폼의 수거부터 전처리·제작·재사용까지 하나로 잇는 순환 구조를 만든 것이 이 프로젝트의 핵심이다.  ◇ 물류기업의 회수망, 사회적기업의 새활용 기술을 만나다  시작은 매년 되풀이되던 폐유니폼 문제였다. 용마로지스는 약 2년 주기로 500여 벌의 유니폼을 새로 지급해왔지만, 그동안 사용이 끝난 유니폼은 직원들이 각자 보관하거나 폐기해야 했다. 김효정 용마로지스 지속가능전략팀 선임은 “올해 CSR 테마를 ‘연결과 순환’으로 정한 만큼, 매년 발생하는 폐유니폼을 단순히 버리는 대신 회사가 보유한 회수물류 역량을 활용해 다시 자원으로 순환시키고자 했다”며 “업사이클링 전문성을 가진 사회적경제조직과 협력하면 보다 실질적인 해결 모델을 만들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용마로지스가 맡은 것은 ‘모으는 일’이었다. 전국 37개 배송 거점과 38개 물류센터 등 75개 거점에서 직원들이 반납한 동계복·춘추복·조끼 등을 모아 안성Hub로 보냈다. 별도 수거 차량을 운영하는 대신 기존 물류 동선에

후원 넘어 ‘홀로서기’ 연결…청년 자립 돕는 협력 모델 나왔다

[경기도사회적경제원 x 더나은미래 공동기획] 판을 키우는 협력<4>CJ온스타일·가치있는누림·굿스니저 등, 일터·창업 경험 제공해 자립 지원  “2000원입니다. 티켓 여기 있습니다. 즐거운 관람 되세요!” 경기 안산의 실버영화관 ‘명화극장’에서 직원 조명희(22·가명) 씨가 능숙하게 표를 건넸다. 명화극장은 고전영화를 저렴한 가격에 상영하는 사회적기업이다. 조 씨의 업무는 하루 매출 정산부터 상영작 포스터와 온라인 배너 제작, 매표와 관객 응대까지. 지난 1월 일을 시작할 때만 해도 모든 게 낯설어 진땀을 뺐던 그였지만, 5개월간 성실하게 인턴십을 마친 지난 6월 극장 측으로부터 정규직 채용을 제안받았다.  조 씨는 아동·청소년 보호시설 등에서 지내다 이제 홀로서기를 준비하는 가정 밖 청소년이다. 그가 이곳에서 일을 시작하며 가장 크게 달라졌다고 느끼는 건 자신에 대한 믿음이다. “예전에는 집에만 있어 스스로도 답답했는데, 일을 하며 사람들을 만나다 보니 말솜씨도 늘고 원래의 외향적인 모습도 다시 나오는 것 같아 좋아요. 막연했던 독립이라는 꿈도 내 손으로 번 월급 덕분에 실현할 수 있게 됐고요.” 조 씨의 변화는 한 기업의 후원만으로 만들어진 게 아니다. CJ온스타일이 경기도사회적경제원의 ‘2026 사회환경 문제해결 지원사업’에 참여하며, 사회적경제조직·공공기관·대학이 각자의 전문성과 자원을 모아 사회문제를 함께 푸는 ‘콜렉티브 임팩트(Collective Impact)’ 방식으로 설계한 결과다. CJ온스타일은 올해 동반성장·사회공헌 통합 ESG 브랜드 ‘온도(ON:DO)’를 출범시키며 청소년·청년 자립 지원 방식을 새로 짰고, 그 일환으로 가정 밖 청소년을 위한 ‘사회혁신 도전기Ⅱ’와 자립준비청년을 위한 ‘청년사장 루키즈 ON’을 운영 중이다.  ◇ 사회적경제조직 인턴십·매장 운영도…가정 밖 청소년 자립 지원   조 씨가 거쳐 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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