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5일(목)

[H-온드림 10년의 임팩트] 혁신과 기술력이 만나 지속가능한 세상 만들다

스타트업 ‘아트와’는 최근 현대자동차그룹(이하 그룹)과 공장 주변의 수질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로봇을 개발했다. 현대차의 로봇 생산 기술을 활용해 주로 저수지나 댐에서 쓰던 아트와 로봇을 산업 현장 여건에 맞게 개조했다. 그룹의 자동차 부문 전동화생기센터 매니저인 배성민(35), 이현수(35)씨가 함께 작업했다. 올해 시범 운행 결과를 바탕으로 내년에는 제품 완성도를 높일 예정이다. 최종 목표는 로봇이 수질을 확인하고 기준치 이상으로 오염된 장소에서는 방제 작업까지 완료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번 프로젝트는 아트와가 지난 7월 ‘H-온드림 스타트업 그라운드(이하 H-온드림)’ 펠로로 선정되면서 시작됐다. 스타트업의 아이디어와 혁신성, 대기업의 기술력과 노하우를 합쳐 산업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올해로 10기를 배출한 ‘H-온드림’에서는 이처럼 새로운 임팩트를 창출할 수 있는 다양한 협업이 일어나고 있다.

'H-온드림 스타트업 그라운드' 1~10기 펠로의 활동 모습. /현대차정몽구재단·현대자동차그룹 제공, 이신영 C영상미디어 기자
‘H-온드림 스타트업 그라운드’ 1~10기 펠로의 활동 모습. /현대차정몽구재단·현대자동차그룹 제공, 이신영 C영상미디어 기자

‘H-온드림’은 현대차정몽구재단(이하 재단)과 그룹이 사회문제를 해결할 임팩트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육성해 투자까지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올해 9월 기준 누적 사업비는 192억원, 지원팀은 294곳(중복 포함)에 달한다.

스타트업과 대기업이 만드는 ‘ESG’ 모델

H-온드림은 지난 2012년 시작됐다. 10년 전만 해도 스타트업의 소셜 미션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높지 않았다. 재단과 그룹은 스타트업의 혁신성에 주목했다. 대기업이 풀지 못한 사회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잠재력이 높은 스타트업을 전폭적으로 지원했다. 고용노동부,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과 전국 단위의 창업 오디션 ‘H-온드림 오디션’을 열었다. 선발된 청년 창업가들에게는 멘토링 등 맞춤형 지원과 사업 지원금을 제공했다.

지금까지 총 10기의 펠로가 배출됐다. 펠로 기업들은 환경을 비롯해 교육, 의료·보건, 고용 등 우리 사회 다양한 분야의 문제를 해결했다. 대표 기업으로는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을 구축해 문화예술 창작자 등의 자금 확보를 돕는 ‘텀블벅’(1기) ▲온라인 판매 업체의 물류 대행 사업을 통해 노숙인·고령자·저소득층 일자리를 창출하는 ‘두손컴퍼니’(2기) ▲재생에너지 전문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을 운영하며 재생에너지 시장 확장에 기여한 ‘루트에너지’(4·9기) ▲문해력이 낮은 느린 학습자를 위한 책을 제작하고 독서 교육을 하는 ‘피치마켓’(8기) 등이 있다.

지난해에는 엠와이소셜컴퍼니(MYSC)가 H-온드림의 새로운 파트너로 합류했다. 재단과 그룹, MYSC는 국내 임팩트 비즈니스 생태계가 성장기에서 성숙기로 접어들었다고 판단, 지원 프로그램을 재구성했다. 정식 명칭도 ‘H-온드림 스타트업 그라운드’로 변경했다. 기존에 인큐베이팅과 엑셀러레이팅으로 나뉘던 구성은 A·B·C트랙으로 세분화했다. A·B트랙에서는 이전과 같이 인큐베이팅과 엑셀러레이팅을 각각 진행한다.

새롭게 추가된 C트랙에서는 환경문제 해결을 위한 스타트업-대기업의 협력 프로젝트를 지원한다. 아트와가 올해 참가한 프로그램이다. 배성민, 이현수 매니저는 지난해에도 9기 펠로 쉐코와 공장용 무인 방제 시스템을 개발했다. 앞으로는 아트와도 합류해 무인 모니터링-방제 시스템 전 과정을 매끄럽게 구축하고 실용화할 예정이다. 배성민 매니저는 “대기업 제조 분야에서 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가능성을 찾았다”면서 “ESG 경영에서 추구하는 가치를 실현하고 있다는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 밖에 식스티헤르츠, 코드오브네이처 등이 그룹 계열사와 협력해 각각 재생에너지 발전, 산림 재난 예방 솔루션을 발전시켰다.

숫자로 보는 'H-온드림 스타트업 그라운드'

펠로 기업 294곳, 교류하며 성장하다

역대 펠로 수가 늘면서 펠로들 간 네트워킹도 강화되고 있다. 선배 펠로에게 자문을 얻고, 뜻이 맞는 동기 펠로끼리 비즈니스 협업을 하기도 한다. 최근 육성 과정을 마친 10기만 해도 선배 펠로와 만나 더 빠르게 성장했다. 플라스틱을 대체하는 친환경 종이 팩을 개발하는 리필리의 김재원 대표(10기)는 종이 팩 공장을 설립하면서 박근우 닥터노아 대표(6기)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박 대표는 대나무 칫솔 공장을 세팅한 경험을 살려 아낌없이 조언했다. 10기 컬택과 키블은 발달장애 아동을 위한 솔루션을 개발한다는 공통점을 매개로 협력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펠로 지원 방식은 점점 진화하고 있다. 올해는 역대 펠로의 사후 관리를 위한 ‘리부트(Reboot)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이미 H-온드림 프로그램을 거쳐 간 스타트업이 성장하면서 부닥친 또 다른 문제 해결을 돕기 위해 추가 지원을 한다. 마케팅, IR 준비, 조직 문화 개선 등을 위한 1대1 컨설팅을 제공하고 임팩트 리포팅 작성도 돕는다. 인재 채용에 어려움을 겪는 스타트업을 위해서는 채용 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건강검진, 간식 구매 등 펠로 기업 임직원을 위한 복지도 제공한다.

지원 규모는 앞으로 더욱 확대된다. 지난 4월 재단과 그룹은 2023년부터 2027년까지 1000억원 규모의 투자 유치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스타트업 250개를 추가로 선발해 일자리 6000개를 창출하는 것이 목표다. 이병훈 현대차그룹 상무는 “지난 10년 동안 임팩트 스타트업을 키울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을 모색해왔다”면서 “그동안의 노하우를 발휘해 앞으로도 임팩트 스타트업이 사회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지은 더나은미래 기자 bloom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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