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 한 달에 한 번 사용하는 생리대. 여기에는 석유추출물이 들어간 고흡성수지(SAP)가 활용됩니다.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유기농 물질을 개발했습니다. 첫 제품 출시 한 달 만에 1억원 넘는 매출을 달성했고 플라스틱 2t, 탄소배출량 10t 저감 효과도 거뒀죠. 최근에는 상품을 처음으로 배에 태워 해외로 보냈습니다. 미국과 영국 아마존에서도 판매할 예정이거든요. 앞으로 행보를 응원해주세요.”(김효이 이너시아 대표)
소셜미션 달성을 위해 한 해를 달려온 스타트업 대표들이 22일 한자리에 모였다. 이날 서울 중구 온드림소사이어티에서는 ‘H-온드림 스타트업 그라운드’ 성과공유회 ‘파이널 임팩트 데이’가 열렸다. ‘H-온드림 스타트업 그라운드’는 현대자동차그룹과 현대차정몽구재단이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혁신적인 기술이나 비즈니스 모델을 제안하는 스타트업을 발굴, 육성하는 프로그램이다. 2012년부터 294개 창업팀을 지원해 5195개의 일자리를 창출했다. 누적 사업비는 192억원에 달한다. 이번 행사는 현대차그룹과 현대차정몽구재단이 주최하고 고용노동부,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이 후원했으며 엠와이소셜컴퍼니(MYSC)가 주관했다.
올해 10기 펠로로 선발된 28개 기업이 프로그램 기간 내 달성한 매출은 총 63억2000만원, 투자유치금은 49억6000만원이다. 권오규 이사장은 환영사에서 “’H-온드림 스타트업 그라운드’ 사업은 사회문제 해결과 일자리 문제를 책임지는 대한민국 대표 스타트업 육성 프로젝트로 자리 잡았다”며 “앞으로도 청년의 꿈을 응원하고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수 펠로에 사업지원금 최대 1억5000만원
축사를 맡은 정현곤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장은 “우리나라 사회적경제 생태계 조성에는 기업의 기여가 컸다”고 했다. 정 원장은 “팬데믹 등 여러 사회문제가 복합적으로 발생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사회적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지난해 말부터 EU, OECD, IMF 등 국제기구가 사회적경제의 중요성을 특히 강조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오래전부터 대기업이 앞장서 사회문제를 해결할 혁신기업을 발굴해왔고, 대기업-혁신기업 간의 협력 수준도 높아졌다”면서 “오늘 이 자리가 그래서 더욱 뜻깊다”고 말했다.
김영덕 은행권청년창업재단 디캠프 상임이사는 기조연설에서 오늘날 사회적기업이 성공하기 위해 염두에 둬야 할 점을 조언했다. ▲수익모델을 구체화하고, 이에 따른 성과를 나타낼 것 ▲미션에 충실한 핵심 사업에 집중할 것 ▲ 더 많은 선택의 기회를 갖기 위해 1년 이상 버틸 수 있는 자금을 확보할 것 ▲성장을 도모하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투자를 지속할 것 등이었다.
‘H-온드림 스타트업 그라운드’는 초기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A트랙, 스타트업의 성장 가속화를 돕는 B트랙, 현대차그룹 계열사와 스타트업이 협력해 환경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C트랙으로 구성된다.
이날 트랙별로 우수 펠로 시상식이 진행됐다. A트랙에서는 리필리(플라스틱을 대체하는 친환경 종이팩 개발), 리하베스트(부산물을 재사용하는 푸드 업사이클링 솔루션 제안), 위미트(버섯을 이용한 식물성 원육 개발), 이너시아(유기농 생리용품 제조·판매), 쿨베어스(친환경 소재 골프웨어 개발)가 수상했다. 수상팀에는 각 1000만원의 사업지원금이 주어졌다. B트랙에서는 라잇루트(폐이차전지 분리막으로 리사이클 소재 개발)가 선정돼 상금 6000만원을 받았다. C트랙에서는 아트와(수질 모니터링을 위한 수륙양용 로봇 개발), 아트와와 협력한 현대자동차PT생기3팀이 수상했다. 사업지원금 1억5000만원이 전달됐다.
현실이 된 아이디어, 환경을 살리다
이어 우수 펠로 기업 대표 3명이 성과 공유를 위해 무대에 섰다. A트랙에서 선정된 김효이 이너시아 대표가 먼저 마이크를 잡았다. 이너시아는 설립한 지 만 1년 된 초기 스타트업이다. 카이스트 출신 여성 과학자 4명이 평소 생리 기간에 겪은 불편함을 직접 해결하기 위해 뭉쳤다. 대부분 생리대에는 흡수제 소재로 석유추출물을 이용한 물질 SAP가 들어간다. SAP는 분해 과정에서 미세플리스틱이 생기고, 인체에도 좋지 않다고 알려졌다. 이너시스는 독성 물질이 없는 천연흡수체 셀라텍스를 개발해 생리대에 적용했다.
B트랙에서 수상한 라잇루트는 수명이 다한 전기차에서 나오는 폐이차전지 분리막을 재활용해 기능성 원단을 개발한다. 라잇루트에 따르면 국내에서 이미 연간 1만톤 넘는 폐이차전지 분리막이 발생하고 있으며, 전기차 수요가 늘어나는 2025년에는 1년에 축구장 8만개 면적의 분리막이 배출될 전망이다. 신민정 라잇루트 대표는 “앞으로 의류에 이어 자동차 시트 소재도 개발할 예정”이라며 “내년에는 프랑스에 진출해 자체 공장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C트랙의 아트와는 현대차와 협업해 수륙양용 로봇을 개발했다. 수질 모니터링, 방제 등의 과정에 무인 로봇을 활용한다. 사람이 직접 하는 것보다 모니터링 가능 면적은 20배 넓어지고, 효율성도 비약적으로 높아질 수 있다. 방제 관리 비용 약 860억원, 수질검사 비용 약 200억원 절감 효과도 거둘 수 있다. 강동우 아트와 대표는 “미래 모빌리티와 로봇으로 수질 환경의 새로운 파장을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병훈 현대차그룹 사회문화팀 상무는 “올해는 기후변화, ESG 경영 확산 같은 굵직한 흐름과 속에서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스타트업이 많이 발굴됐다”며 “특히 글로벌 차원의 문제에 대한 솔루션을 제시하는 곳이 많아 투자자들의 관심도 더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최지은 더나은미래 기자 bloom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