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9일(금)

[더나미 책꽂이] ‘빈곤 과정’ ‘자연은 협력한다’ ‘백인의 역사’

빈곤 과정

유엔식량계획(WFP)이 집계한 전 세계 빈곤 인구 7억9500만명. 한 가지 묻고 싶다. 빈곤은 사회 곳곳에 깊숙이 스며들어 있지만, 이를 체감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 쪽방촌, 고시원에 살면서 지척의 가난을 보고 듣지만 ‘다들 이렇게 살겠지’라는 생각을 한다. 책에서 등장하는 빈자에도 경계는 없다. 빈자의 외연은 이 사회의 통치 방식과 그에 연루된 사람들의 관계 속에서 계속 확장된다. 그렇다면 빈곤의 과정은 무엇일까? 누가, 어떻게 빈곤에 처하게 되는가. 저자는 “물질적 궁박함으로 표상된 빈곤이란 상태가 사실은 실존의 결핍을 메우려는 끝없는 분전”이라고 말한다. 취약한 존재가 세계 속에서 진정한 자기 자리를 찾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과정을 ‘빈곤’이라고 정의한 것이다. 인류학자 조문영이 바라본 빈곤은 돈이 없고 불안한, 전망 없는 삶이 아니었다.

조문영, 글항아리, 2만4000원, 428쪽

자연은 협력한다

우리는 복잡한 세상에 살고 있다. 팬데믹, 기후위기, 에너지 대란 등 모든 현상은 단편적으로 발생하지 않는다. 사회 네트워크와 생태계의 현상을 통합적으로 분석하는 ‘복잡계 과학’은 다층적인 현상을 이해하는 데 나침반이 돼 준다. 이 책은 복잡계 과학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자연과 사회에서 벌어지는 여러 현상 사이의 공통점, 보편적인 규칙을 탐구하고 그 연관성을 가시적으로 만든다. 그리고선 이제껏 등장하지 않은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핵심은 통합적인 사고와 협력이다. 미국의 진화생물학자 린 마굴리스에 따르면, 협력과 공생을 바탕으로 생물의 진화가 이뤄진다. 동식물도 서로 살아남기 위해 공생관계를 도모해 왔다. 우리 생태계는 촘촘하게 얽혀 있고, 서로 긴밀하게 영향을 주고받는다. 인간의 사회도 마찬가지다. 인류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통합적인 사고를 기반으로 생태계와 사회를 연결하고, 사회 내에서 어떻게 유기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한다.

디르크 브로크만 지음, 강민경 옮김, 2만원, 328쪽

백인의 역사

이 책은 ‘백인’이라는 관념조차 존재하지 않던 고대 그리스와 로마에서 시작한다. 노예제도에서 인종의 구분이 없었던 시기를 지나 남북전쟁을 계기로 민족 간 분열이 생기면서 인종차별이 생겼다. ‘백인은 자유롭고 노예는 흑인’이라는 관념이 자리 잡은 것이다. 저자는 서구 2000년 역사를 가로질러 백인의 정체성을 둘러싼 많은 논란과 이론을 촘촘하게 분석한다. 그 과정에서 백인과 백인성이라는 관념이 얼마나 모호하고 배타적이며 허구적인지 드러낸다. 역사 속에서 백인은 단순히 피부색만을 의미하지 않았다. 그것은 권력과, 위신, 숭고함의 표지로서 누구에게는 허용되고 누구에게는 거부됐다. 그렇다면 이러한 인종차별은 그저 미국만의 일인가. 한국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를 가난과 굶주림에서 벗어나고자 타국으로 도피한 인종으로 바라보고 있지는 않은가.

넬 어빈 페인터 지음, 조행복 옮김, 2만8000원, 580쪽

김수연 더나은미래 기자 ye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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