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1일(목)

패턴 제각각 ‘폐타이어 신발’… MZ세대 사로잡았다

[인터뷰] 이온 트레드앤그루브 대표

“트레드앤그루브는 상상했던 것들을 구현해 주는 곳이에요. 버려진 타이어를 활용해 신발을 만드는 상상은 현실이 됐죠.”

지난 7월 27일 서울 중구 온드림소사이어티에서 이온(28) 트레드앤그루브 대표를 만났다. 트레드앤그루브는 폐타이어를 재활용해 신발을 제작하는 스타트업이다. 트레드앤그루브의 ‘트레드’는 노면에 닿는 바퀴의 접지면, ‘그루브’는 접지면에 새겨진 무늬를 의미한다.

이온 트레드앤그루브 대표는 “버려진 타이어를 활용해 신발을 만드는 상상은 현실이 됐다”고 말했다. /송자빈 청년기자
이온 트레드앤그루브 대표는 “버려진 타이어를 활용해 신발을 만드는 상상은 현실이 됐다”고 말했다. /송자빈 청년기자

버려진 타이어가 신발로 제작되는 과정

이 대표는 “폐타이어는 카센터, 폐차장, 타이어 수거 업체 등에서 구할 수 있다”며 “현재 트레드앤그루브는 한국타이어와 롯데 렌터카와 같은 대기업에서 사용하고 남은 타이어 혹은 생산과정에서 사용할 수 없게 된 타이어를 무상으로 공급받고 있다”고 말했다.

폐타이어 1회 수거량은 평균 100~300개에 이른다. 타이어 개당 무게는 10kg가량으로 300개를 수거할 경우 3t이 조금 넘는다. 이 대표는 수거한 폐타이어를 운반하기 위해서는 트럭 두대 정도가 필요하다고 했다.

수거된 폐타이어는 경기 남양주에 있는 트레드앤그루브 자체 공장으로 보내져 고무를 분리하는 과정을 거친다. 고무로 둘러싸인 타이어 내부는 단단한 철사층과 섬유층으로 구성돼 있다. 이에 가장 바깥에 있는 고무층을 3~6mm가량 분리해야 한다. 분리된 고무는 신발 밑창 등에 사용된다.

이 대표는 “고무층을 분리하는 작업에는 고난도 기술이 필요하다”며 “트레드앤그루브 공장이 타이어를 정밀 가공할 수 있는 기계를 보유하고 있다는 건 타 회사와의 큰 차별점”이라고 강조했다. 타이어를 먼저 분쇄하고 가공하는 프랑스, 인도네시아의 폐타이어 업사이클링 기업과 달리 트레드앤그루브는 자체 설계한 자동화 기계를 통해 폐타이어를 분쇄 없이 가공하기 때문이다.

타이어에서 분리된 고무는 부산에 위치한 신발 공장으로 전달돼 완제품으로 제작된다. 신발 종류는 운동화, 샌들, 부츠 등으로 다양하다.

폐타이어에서 철사층·섬유층과 분리된 고무는 신발 밑창에 사용된다. /트레드앤그루브 제공
폐타이어에서 철사층·섬유층과 분리된 고무는 신발 밑창에 사용된다. /트레드앤그루브 제공

MZ세대를 사로잡은 감각적인 디자인

트레드앤그루브는 감각적인 디자인으로 MZ세대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이 대표에 따르면, 트레드앤그루브의 주요 소비 연령층은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이다. 구매 고객의 약 60%가 남성이다. 타이어의 패턴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제작되는 신발도 각각의 모양을 갖고 있다는 게 장점으로 꼽힌다.

이 대표는 “소비자가 신발을 구매하면 그 신발에 활용된 타이어가 어떤 차종에 쓰였고, 어떤 패턴을 갖고 있는지 설명한 안내문을 같이 발송한다”고 말했다.

트레드앤그루브 신발의 착화감을 묻는 말에는 “타이어를 활용했기에 탄성이 좋은 편”이라며 “미끄럼에도 강하고, 무게도 일반 신발과 큰 차이가 없어 소비자들의 만족도가 높다”고 답했다.

현재 트레드앤그루브의 누적 신발 판매량은 약 3600켤레에 달한다. 월 매출만 3000만~4000만원이다. 이 대표는 올해 연 매출이 3억원 이상 될 것으로 전망했다.

사업 규모를 확장하는 과정이 모두 순탄했던 건 아니다. 초기에는 여러 난관에 봉착하기도 했다. “지금은 트레드앤그루브만의 차별점이 된 고무층 분리 기술을 개발하는 과정이 고비였어요. 타이어의 고무 부분이 너무 얇아서 이를 정확히 분리하기 위해서는 정밀한 기술이 필요했죠. 고무를 분리한 후 신발 완제품을 만들어줄 업체를 찾는 것도 힘들었어요. 타이어라는 특이한 소재를 활용해 신발을 제작한다는 것에 거부감을 느낀 업체들이 많았죠. 소규모 생산을 의뢰하면 돈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거절당한 적도 많고요.”

하지만 이 대표는 포기하지 않았다. 대학교 2학년 시절 창업 동아리에서 만난 두 명의 팀원들과 함께 더 많은 시간을 보내며 사업 규모를 점차 키워나갔다.

최근에는 한국타이어와 협업해 제작한 스니커즈가 큰 인기를 끌기도 했다. 한국타이어는 흠집 등으로 판매가 어려운 타이어를 제공했고, 트레드앤그루브는 이를 신발 밑창에 적용해 한정판 스니커즈 ‘에이치케이 그루비(HK Groovy)’를 만들었다. 처음에 준비한 물량 300켤레는 2주 만에 완판됐다. 이 대표는 2차 판매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버려지는 타이어는 환경에도 좋지 않아요. 타이어를 재활용해 신발을 만들게 되면 한 켤레당 약 9kg의 이산화탄소 절감 효과를 볼 수 있죠. 앞으로는 폐타이어를 활용해 신발 외에도 가방 등의 다양한 제품을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송자빈 청년기자(청세담13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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