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한국전력의 영업 적자가 역대 최대 규모인 7.8조원을 기록했다. 이를 두고 화석 연료에 대한 과도한 의존이 원인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기후솔루션은 3일 이슈 브리프 ‘한전 적자, 검은 진범’을 공개하고 이 같이 밝혔다. 한전에 막대한 적자가 누적된 과정과 이에 영향을 미친 요소를 분석한 보고서다. 한전은 최근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고 지분, 부동산, 해외 석탄발전소 같은 자산을 매각하는 등 ‘적자 메우기 대책’에 나선 상태다.
일각에서는 적자의 원인이 ‘신재생에너지 의무할당제(RPS)’와 관련이 있다고 주장한다. 한전은 할당량을 채우기 위해 매년 ‘신재생공급인증서(REC)’를 구입한다. 지난해에만 3조2649억원을 REC 구매에 썼다. 하지만 최근 RPS 비율이 높아지고 구입해야 할 REC 양이 늘면서 한전의 재무지표가 악화했다는 것이다.
기후솔루션은 “한전 적자 사태에 재생에너지가 끼친 영향은 적었다”고 일축했다. 대신 석탄, LNG 등 화석연료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전력 도매시장가격(SMP)이 증가한 것이 적자 상승과 관련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국제 유가와 석탄 가격이 급등하면서 한전의 재무 상황이 크게 악화했다. 특히 국내로 수입되는 석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호주산 발전용 유연탄 가격은 지난 4월 기준 톤당 292달러로, 지난해 연평균 가격(127달러)보다 2.8배 상승했다. 연료용 천연가스 가격도 4월 기준 전년 대비 1.9배 상승해 노멀 입방미터(Nm³)당 1236원을 기록했다. 보고서는 “한전은 국내 전력의 67%를 석탄, LNG 같은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발전기로 생산하기 때문에 국제 연료 가격 상승의 직격탄을 맞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내 전력시장은 연료비를 중심으로 시장 가격이 형성되는 ‘변동비반영시장(Cost Based Pool)’이다. 연료비가 상승하면 한전이 석탄이나 LNG 발전에 지급하는 정산단가가 높아지고, 발전사는 연료비가 상승해도 손실을 크게 보지 않는 구조다. 올해 1분기에는 석탄과 LNG 값이 크게 상승하면서 한전은 전력 도매 과정에서 9.1조원을 추가 지출했다.
한전은 전기 생산에 사용하는 연료비 변동분을 전기 요금에 반영하는 ‘연료비 연동제’를 지난해 7월 도입했다. 하지만 제대로 시행되지 않는 상황이다. 한전은 올해 1분기에 전력을 평균 181원/kwh에 구매해 110원/kwh에 판매하고, 이로 인한 손실을 온전히 흡수했다.
한전은 국외에서도 화석연료 과의존으로 인한 손실을 입었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에서 바이롱 석탄광산 개발에 뛰어들었지만, 환경 문제로 호주 당국이 중단하면서 8000억원이 넘는 매물비용이 발생했다.
보고서는 “한전의 재무 문제 해결을 위해 공적자금을 투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비판했다. 국내 총 전력 소비량의 55%를 기업이 차지하고 있는데, 화석연료 의존으로 늘어난 한전의 적자를 공적자금으로 보전하는 것은 한전의 경영 실패와 기업의 부담을 국민이 고스란히 분담하는 것과 같다는 이유다. 보고서는 “탄소세 등 환경비용이 증가하는 국제적 추세를 감안하면,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현재와 같은 조건에서는 한전의 적자 사태가 반복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가희 기후솔루션 연구원은 “한전 발전자회사의 화석연료 발전에 연료비를 포함한 총괄원가를 모두 보상하는 전력시장 구조가 한전의 부채를 비정상적으로 증가시키고, 전기요금 상승 리스크를 높인다”고 말했다.
최지은 더나은미래 기자 bloom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