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0월 28일(수)
“의료 인프라 부족한 나라에 필요한 앱… 국제 사회서도 주목받았죠”
“의료 인프라 부족한 나라에 필요한 앱… 국제 사회서도 주목받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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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코로나19 예측 앱 개발한 군의관 허준녕 대위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 대응 현장에선 의료 자원의 효율적 분배가 아주 중요합니다. 누가 더 시급한 치료가 필요한 사람인지 알려주면 의료진에게 큰 도움이 됩니다. 의료 인프라가 부족한 나라일수록 이런 시스템이 꼭 필요해요. 국제사회에서도 그걸 알아준 거라고 생각합니다.”

코로나19 예후 예측 서비스를 만든 국내 의사들이 주목받고 있다. ‘닥클(DOCL·Doctors in the Cloud)’ 팀이 그 주인공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5월 이 서비스를 공공 목적의 국제보건기술 목록에 등재했고, 구글은 지난달 후속 개발 기금 6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닥클을 이끈 사람은 국군의무사령부 허준녕(34·신경과 전문의) 대위다. 지난달 22일 전화 인터뷰로 만난 허 대위는 “IT와 의료를 접목해 효과적으로 생명을 구할 수 있다는 걸 증명해 보이고 싶다”면서 “필요한 곳 어디서든 쓰이도록 비영리 모델을 고수할 것”이라고 했다.

허준녕 국군의무사령부 대위는 “이미 국군외상센터에서 일반인 코로나19 확진자 진료에 이 서비스를 도입하고 있다”면서 “계속 서비스를 다듬어 의료 현장에서 잘 쓰이는 설루션이 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국군의무사령부 제공

‘IT 덕후’ 의사가 만든 코로나 예후 예측 서비스

“닥클은 환자용과 의료진용 두 가지가 있습니다. 인터넷에 닥클이라고 검색해서 들어가면 환자용 서비스를 만날 수 있어요. 의심 환자인 경우, 동선과 증상 등을 따져 선별진료소를 방문해야 하는지를 자가 진단할 수 있어요. 의료진용은 앱(애플리케이션)으로 개발해 현재 사용되고 있어요. 앞으로 증상이 얼마나 심각해질지가 점수로 나타나요. 처치 방법에 대한 조언까지 얻을 수 있습니다.”

특히 의료진용의 경우 환자 관리와 진단에 필요한 시간과 노동력을 줄여준다는 면에서 획기적이라는 평가다. 병원이 가진 확진자 정보가 서비스에 자동 연동되게 만들었고, 인공지능(AI)이 필요한 정보만 선별해 의료진에게 제공하는 방식이다. 환자의 상태를 점수로 보여주기 때문에 병상이 부족한 상황에서 시급한 환자를 빠르게 판단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서비스의 정확도는 90% 이상이다.

허 대위는 코로나19 대응 효율화에 의료계가 총력을 다하던 지난 3월 초, 코로나19 자가 진단 앱을 개발하면서 닥클 프로젝트의 시작을 알렸다. “군의관이라 다른 의사들처럼 코로나19 최전선에서 뛰지 않으니 ‘뭐라도 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시작했어요. 제가 ‘IT 덕후’거든요(웃음). 10대 시절 코딩을 독학으로 배워놓은 게 큰 도움이 됐어요.”

처음에는 선별진료소에 가야 하는지를 판단할 수 있는 자가 진단 앱을 만들었다. 처음엔 국군외상센터 세브란스 병원 등에서 코로나19 관련 정보를 받다가 질병관리본부(현 질병관리청)에서 더 많은 관련 정보를 받게 되면서 닥클 서비스 개발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군의관들과 여러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환자는 물론 의료진이 사용할 수 있는 통합 코로나19 관리 서비스인 닥클을 지난 8월 내놨다.

개발도상국 의료 환경 개선하고파

닥클이 여기까지 오게 된 데에는 선한 일에 뜻을 함께하는 사람들의 연대와 협력이 있었다. 닥클 팀에서 활동하는 의료진은 감염내과 전문의 두 명을 포함해 총 10명이다. 이들은 구글에서 지원금을 받기 전까지 모든 비용을 스스로 부담하며 자원봉사 형태로 개발에 참여했다. 젊은 의사들의 노력에 선배 의료진도 적극 힘을 보탰다. 허 대위가 초기 모델인 코로나19 자가 진단 앱을 개발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연세대 의대 박유랑·윤상철 교수가 “돕겠다”며 나섰다. 허 대위가 연세대 의학전문대학원 출신이긴 하지만, 닥클 활동 전에는 친분이 있던 사이는 아니었다.

“SNS에 소식을 올렸더니 교수님들이 먼저 연락을 주셨어요. 인공지능·데이터 활용 의료 분야 전문가인 박 교수님은 취합된 환자 데이터를 유의미하게 분류하는 데 조언을 주셨고, 국제보건 전문가인 윤 교수님은 개도국 진출 모델을 다듬는 데 큰 도움을 주셨습니다. 임상 경험이 풍부한 선배 의료진 도움이 큰 힘이 됐습니다.”

구글에 연결되는 과정에서는 시민사회 네트워크 힘이 컸다. 닥클 팀의 소식을 들은 방대욱 다음세대재단 대표가 구글 코리아의 정재훈 선임정책자문위원에게 이 프로젝트를 소개했고, 이 인연으로 공익 프로젝트를 후원하는 구글닷오알지 프로그램에 지원하게 됐다. 구글닷오알지는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혁신 설루션에 약 99억165만원(850만달러)을 지원하는데 닥클 팀 외엔 스탠퍼드대 연구팀 등 해외 전문가들이 선정됐다.

닥클 팀은 앞으로 개발도상국 지원에 나설 예정이다. 의료 인프라가 부족한 개도국에서 처치가 시급한 환자를 선별하고 비대면 방식으로 관리 할 수 있는 서비스가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허 대위는 “내년 4월 제대 후엔 본격적으로 현장을 방문할 계획”이라고 했다.

“감염병엔 국경이 없으니 가장 의료 환경이 어려운 곳부터 돕는 일이 결국 우리나라를 위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국제보건 전문가들과 힘을 합쳐 각 나라 상황에 맞게 서비스를 발전시켜 나갈 계획입니다.”

 

박선하 더나은미래 기자 son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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