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추적] “이익만 취하고 먹튀” vs. “강압적 기부는 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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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해상케이블카 기부금 분쟁]

사업 승인 당시 기부 약정…2년 만에 불이행
운영사 ‘여수포마’, 미납 기부금 20억원 넘어
市 “준공 허가 후 돌변”…법원 소송 제기도

기부금 분쟁, 여수서만 3건…광주서도 시끌
사업자·지자체 사이, 지역민만 피해 보는 꼴
전문가들 “기부를 거래 도구로 삼는 게 문제”

여수시와 해상케이블카 운영사 간의 ‘기부금 분쟁’이 해를 넘겨 올해로 4년째 접어들었다. 여수 해상케이블카는 자산공원과 돌산공원 사이 1.5㎞ 바다 위를 가로지르는 남해안 대표 관광코스로 2014년 12월 운행을 시작했다. 현재 여수시는 사업 승인 당시 운영사와 체결한 ‘매출액 3% 공익기부 약정’ 이행을 촉구하고 있다. 운영사인 여수해상케이블카(옛 여수포마)는 사업 첫해와 이듬해 매출액의 3%인 8억3379만원과 6억9900만원을 각각 내놨지만, 2017년부터 기부금 납부를 거부하고 있다. 지금까지 미납된 기부금 총액은 20억원이 넘는다. 기부금 납부 문제로 소송까지 치렀지만 업체 측은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기부금 약정을 개발사업의 조건으로 내거는 지자체들의 관행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사업승인 때 약속한 기부금, 2년 만에 휴지장

여수해상케이블카 기부금 분쟁의 시작은 지난 201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케이블카 사업 승인을 앞두고 있던 여수포마는 그해 11월 24일 여수시와 공익기부 약정을 맺었다. 분기별로 매출액 3%를 10년간 여수시가 지정하는 단체에 기부하고, 이후에는 요율을 재협약하는 내용이다. 기부 약정을 체결한 지 일주일 만인 12월2일, 여수포마는 전남도로부터 ‘준공 전 사용신고 및 임시사용 승인’을 통보받아 운행에 들어갔다. 사실상 조건부 운행 허가인 셈이다. 정식 준공 확인 증명서는 17개월 뒤인 2016년 5월 31일에 발급됐다.

업체 측은 정식 준공을 받고 나자 태도를 바꿨다. 이에 여수시가 기부금을 받아내기 위해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2017년 2월 법원은 여수시의 손을 들어줬다. 여수시가 강제집행문까지 받아내자 업체 측은 공익기부 대신 자체적으로 장학재단을 설립해 기부하겠다는 입장을 낸 뒤 지금까지 버티고 있다. 지난 11월에는 케이블카 개통 당시 업무를 담당했던 7급 공무원을 직권남용 혐의로 광주지검 순천지청에 고소하기도 했다. 고소장에는 여수시와 맺은 기부 약정이 강압으로 이뤄졌고, 지방자치단체가 기부금을 강제하는 것은 불법이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여수해상케이블카의 매출액은 2016년 220억8114만원, 2017년 256억9995만원, 2018년 237억9412만원으로 안정적이다. 육상여객운송업 분야에서는 서울공항리무진에 이어 업계 매출 2위(2018년 기준)에 오를 정도로 알짜 기업이다. 강재헌 여수시의원은 “사업 전엔 기부는 물론 지역 사회를 위한 사회공헌 활동도 할 것처럼 하더니 정식 준공이 나자마자 갑과 을이 뒤집혔다”며 “기부금은 약정을 맺는다 해도 법적으로 강제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서 시와 업체의 갈등이 길어졌고 시민의 분노도 커지고 있다”고 했다.

되풀이되는 기부금 분쟁 사건

기부금 분쟁 사건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여수시에서만 해상케이블카를 포함해 시티파크리조트, 웅천택지개발 등 3건이나 된다. 시티파크리조트의 경우 골프장 개발에 따른 100억원의 기부 약속을 받았지만, 업체 측이 부도를 냈고 법원 조정을 거쳐 기부금은 10억원으로 대폭 줄었다. 이마저도 6억4000만원만 납부됐고, 나머지 3억6000만원은 기업 인수·합병(M&A) 과정에 주식이 소각되면서 받지 못했다. 웅천택지개발 건은 사업자와 교량 공사비로 150억원을 기부받기로 2016년 7월 협약을 맺었지만, 정산금 관련 소송이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10억원만 내고 나머지 140억원은 납부를 미루고 있다. 여수시 관계자는 “시티파크는 종결된 사안이고 웅천택지개발과 여수해상케이블카의 경우 소송 중이라 행정력을 동원하는 데 부담이 있다”고 했다. 김종길 여수시의원은 “기부금을 받으려고 법적 공방까지 벌어지는 상황이 됐다는 게 답답하다”며 “해상케이블카와 웅천택지개발의 경우 끝까지 버티면 받을 방법이 없는데, 이런 형태의 기부금 약정은 애초에 하지 말았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광주광역시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2012년 어등산리조트는 골프장 선(先)개장 허가를 놓고 광주시와 갈등을 빚으면서 법적 분쟁이 발생했다. 이에 법원의 강제조정 결정에 따라 광주시, 광주도시공사와 기부 협약을 체결하고 대중제 골프장 9홀에서 발생하는 수익금 전액을 금조사회복지장학재단을 통해 기부하기로 약속했다. 하지만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지난해 정부합동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어등산리조트가 기부금으로 내야 할 총액은 14억원에 달한다. 광주시 관계자는 “강제집행 권한이 없기 때문에 기부금 납부를 요구하는 공문을 발송하고 직접 사업장 방문도 해봤지만 쉽게 해결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기부를 거래의 도구로 삼는 게 문제…기부 인식도 크게 훼손

문제는 지자체와 개발사 간의 ‘기부금 분쟁’은 언제든 되풀이될 수 있다는 점이다. 업체 측에서 납부를 거부하고 버틸 때 지자체로서는 사실상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여수해상케이블카의 경우 여수시는 기부금 미납을 대비해 ‘제소 전 화해조서’를 함께 맺었다. 민사소송법 제220조에 따르면, 제소 전 화해조서는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을 갖기 때문에 다툼의 여지를 줄일 수 있다. 여수시에서는 실제 분쟁이 발생했고 이를 통해 시가 법원에서 승소까지 했지만,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순 없었다.

수익만 챙기는 사업자와 어설픈 행정 사이에서 피해를 보는 건 지역 주민들이다. 지난달 여수시 돌산 지역 7개 시민단체는 입장문을 내고 “그간 지역 발전이라는 대의명분에 숨죽이고 불평도 못했지만 공익기부 파행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며 “공익기부 약속을 파기한 해상케이블카의 운행을 중단시키고 기부금 사용처를 주민들의 의견 수렴을 통해 결정하고 집행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여수시 관계자는 “지역 주민들의 요구를 충분히 인지하고 있고 지역 사회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타협점을 찾는 중”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사업 인허가권을 가진 지자체가 기부약정을 맺는 것 자체를 문제로 지적한다. 황신애 한국모금가협회 상임이사는 “정부나 지자체가 기부를 거래의 도구로 인식하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민자 사업자 선정의 공정성이 떨어지는 건 물론 각종 분쟁으로 인해 기부에 대한 대중 인식도 크게 훼손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기부금품법에 따르면, 기부금은 반대급부 없이 취득해야 하고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는 모집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다만 해당 법률 제5조에는 사용용도와 목적을 지정해 자발적으로 기탁해 기부심사위원회 심의를 거치면 예외적으로 허용하도록 했다. 또 문화예술진흥법에 따른 법인·단체와 정부나 지자체장의 실질적인 지휘·통제를 받지 않는 곳도 기부금을 모집할 수 있게 규정을 두고 있다. 황 이사는 “지자체의 우회적인 기부금 모집 사례는 점차 늘고 있지만 전국에 얼마나 일어나고 있는지 관리·감독하는 곳은 없다”며 “공공이 민간으로부터 기부금을 모집하는 행위 자체가 기업이나 단체에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법적 요건을 엄격하게 따져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이경호 법무법인 더함 변호사는 “기부약정이 대가성을 띠면 명백한 불법 행위가 되기 때문에 자발적 기탁 형식을 취하게 되고 이는 분쟁의 씨앗으로 작용한다”며 “다만 인허가권이 있는 지자체와 해당 사업을 수행하는 사업자 사이의 기부약정은 자발적인 기탁인지 사실상 공권력의 영향에 따른 것인지 구별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문일요 더나은미래 기자 ily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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