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2일(금)

[영국 반부패 현장을 가다-①]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반부패법’을 가진 나라, 영국

유엔글로벌콤팩트(UNGC) 한국협회 칼럼

영국 반부패 현장을 가다 –1편 영국 정부

총알에 뚫리는 방탄복, 물에 뜨지 않는 구명조끼, 가라앉지 않는 잠수함… 군용품 납품비리에서부터 수조원이 넘는 계약 비리까지 그동안 우리가 수없이 목격해온 방산비리의 모습입니다. 많은 부패 사건 가운데서도 방산비리에 더욱 분노하는 이유는 이것이 국방의 의무를 다하고 있는 젊은이들의 목숨을 위협하고, 국가 안보와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기 때문이죠.

부패에 대한 국민의 민감도가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시기입니다. ‘방위산업은 부패의 관습을 끊고 투명하고 신뢰할 수 있는 국가의 기반 산업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까?’ 이런 의문을 품고 지난 4월 UNGC 한국협회와 BSI 코리아는 영국으로 향했습니다. 강력한 반부패 정책으로 유명한 영국으로부터 한 수 배우기 위한 발걸음이었습니다.

1편에서는 국방획득지원본부(DE&S) 및 감사원(NAO) 등 영국 정부기관의 반부패 정책을 소개하고 2편에서는 반부패에 앞장서는 영국 방산기업 사례를 다룰 예정입니다. 마지막편에서는 방산업계의 자발적 참여와 감시 기능을 담당하는 시민사회를 이야기합니다.

영국은 최근 몇 년간 부패인식지수(Corruption Perception Index, CPI)에서 가장 드라마틱한 성장을 보여준 국가 중 하나입니다. 2012 CPI 순위 17위에 그쳤던 영국은 지난해 8위에 오르며 놀라운 상승세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2010년 이후 CPI 40~50위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우리 한국으로서는 부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영국은 어떻게 반부패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었을까요.

영국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반부패법을 가진 나라로 유명합니다. 2010년 제정된 뇌물법(Bribery Act)은 영국의 기업들뿐 아니라 영국에서 사업을 하는 외국계 기업과 해외 에이전트에까지 모두 적용됩니다. 법을 어겼을 경우 내야 하는 벌금에는 상한선이 없으며, 최고 10년형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습니다. 만약 기업이 충분한 반부패 시스템을 갖추고 이행한 경우에는 어느 정도의 면책 가능성도 열어줍니다. ‘당근과 채찍을 적절히 사용하는 영국의 사례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영국 감사원에 방문한 곽글 UNGC 한국협회 주임연구원. ⓒUNGC 한국협회

영국은 민간 부문의 뇌물 및 부패 방지를 위한 지침도 발표했습니다. 그중에서도 방위산업의 부패 예방을 특히 강조하고 있는데요. 2000년대 중반 불거진 군수업체 ‘BAE 시스템스의 수백억대 뇌물 스캔들은 영국 사회를 큰 충격에 빠지게 했습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방산비리에 대한 언론과 시민들의 관심이 매우 높아지면서 방위산업의 정보 공개와 청렴성에 대한 요구가 일게 됐다고 합니다. 정부의 전 사회적인 반부패 문화 확산 정책, 기업의 자정 노력, 언론과 시민사회의 적극적인 참여가 어우러져 영국은 2015년 발표된 국방 반부패 지수에서 A등급을 받았습니다. A등급 국가는 영국과 뉴질랜드 두 곳뿐이었다죠.

영국에서 우리는 정부기관, 방산기업과 기업협회, 비영리단체 등을 방문했습니다. 이들은 하나같이 반부패 확산을 위한 첫걸음으로 투명성을 꼽았습니다. 국내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퇴직공직자 취업제한제도에 대해 의견을 물었을 때, 이들은 “직급에 따라 일률적으로 제한할 수는 없다고 대답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각 업무에 대한이해 상충여부이며, 각각의 상황을 검토해 필요한 경우 취업을 제한한다는 것입니다. 영국은 ACOBA(Advisory Committee on Business Appointments)라는 제도를 통해 고위공무원 재취업 시 이해 상충 심사를 하고 있습니다. 그 절차와 검토 결과를 홈페이지에 공시하고 있는데요. 실제로 홈페이지에서 2014년부터 최근까지 퇴직 후 유·무급의 직책에 대한 심사를 받은 고위공무원들의 신청서와 관련 세부 조언 사항까지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나라도 공직윤리제도를 통해 퇴직공직자의 취업제한을 심사하고는 있지만, 아쉽게도 신청서와 그 결과에 대해서 홈페이지에서 정보를 확인하기는 어려웠습니다. 제도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하면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제도를 실행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것. 반부패 확산을 위해 우리가 영국으로부터 꼭 배워야 할 점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국 반부패 현장을 가다-②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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