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0일(토)

[제3섹터 인사이트-②] 이희숙 재단법인 동천 변호사 인터뷰, “비영리단체 효율성 높이는 체질 개선 필요해”

제3섹터 인사이트

더나은미래가 전 세계적으로 제3섹터로 지칭되는 공익법인, 비영리민간단체,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마을기업, 자활기업 등의 통계를 추산해보니, 제3섹터가 국내 GDP의 약 13% 경제 규모를 차지하는 것으로 드러났다(2017년 8월 29일자 기사). 사회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정부와 시장의 한계가 뚜렷해지면서, 제3섹터는 역할은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제3섹터의 현주소는 어떠하며, 앞으로의 방향은 어떠해야할까. 더나은미래는 창간 8주년을 맞아 제3섹터의 성장과 발전을 지원해온 전문가 인터뷰 시리즈 ‘제3섹터 인사이트’를 연재한다. 두번째 주인공은 공익 전담 변호사인 이희숙 재단법인 동천 변호사다.

이희숙 변호사는 비영리단체, 사회적경제 조직 등 제3섹터 가까이에 있는 공익 전담 변호사다. 단체들이 현장에서 맞닥뜨리는 법률적 문제에 대해 자문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시민공익위원회, 시민사회발전법 등 비영리 분야의 현 이슈에 대해 활발하게 목소리를 내는 스피커이기도 하다. 사법연수원 37기로 대형 로펌과 포스코 사내 변호사 등을 거쳐온 이 변호사는 지난 2015년부터 법무법인 태평양이 설립한 ‘재단법인 동천(이하 동천)’에서 상임변호사를 맡고 있다. 동천은 지난 2009년 6월 설립된 이후, 난민, 이주외국인, 장애인, 탈북민, 여성·청소년 등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한 법률 지원을 해왔고, 2016년에는 ‘동천NPO법센터’를 설립해 법률 자문과 관련 법 제도 연구 등 공익활동에도 앞장서고 있다.

이희숙 재단법인 동천 변호사 ⓒ재단법인 동천

어떤 계기로 제3섹터에 관심을 가지게 됐나. 원래부터 ‘공익 변호사’에 뜻이 있었나.

“법무법인 로고스에서 변호사 일을 시작해 3년 정도 일하다, 포스코의 사내 변호사로 5년 가량 있었다. 변호사를 시작할 때만 해도 ‘공익 변호사’에 대한 지식이 부족했고, 어떤 형태일지는 몰라도 일이 곧 공익활동이면 좋겠다고 막연히 생각했다세부적으로는 북한이나 통일 관련 분야에 관심이 있었다. 변호사가 된 이후 북한 관련 대학원에서 석사를 마쳤고, 중국과 북한 접경 지역에서 탈북민과도 가까이 만난 적이 있다. 줄곧 계속 ‘비영리 분야로 와야겠다’고 생각해오던 차에 지난 2015년, 동천에 공익 전담 변호사로 왔다. 동천에서는 현재 비영리와 사회적경제 분야와 함께 북한 관련 분야도 맡고 있다. 공익 분야가 워낙 넓다보니 한 사람이 두 개 이상의 분야를 맡고 있다.”

-제3섹터의 가까이에서 법률적 자문을 지원하는 당사자로서, 관심 있게 지켜보는 이슈가 있다면?

“비영리 종사자의 ‘최저임금’ 이슈다. 비영리 영역은 자원활동가로 일하는 사람들이 많다보니 ‘저임금 구조’가 계속 이어져왔는데, 이번 최저임금 상승으로 인해 예산을 맞출 수 없어 문을 닫게된 곳도 있다. 경기도 여주에 있던 탈북청소년 대안학교 ‘물망초학교’의 경우, 기숙학교에서 24시간 근무하는 교사 활동가를 유지하려면 채용을 3배로 늘려야했던 상황에서, 예산 부족으로 학교를 오후반으로 축소해 이전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재원이 필요하고, 프로보노 등 자원봉사자와의 연계도 중요하다. 최근에 정부가 일자리 창출에 예산을 많이 지원하고 있는데, 비영리와 사회적경제 등 제3섹터를 주요한 일자리 영역으로 주목해줬으면 한다. 비영리 영역에도 젊은 인재들이 유입되도록 정부 지원책이 필요하다. 비영리도 영리만큼 괜찮은 일자리라는 인식, 혁신적이고 효율적으로 일하는 기업이란 인식이 생길 때 젊은 세대의 유입도 가능할 것이다.”

-최근에 많은 비영리단체들이 어려움을 겪는 법률적 이슈가 있나. 

“비영리 쪽에서 폰트(서체) 저작권과 관련한 피해 사례가 굉장히 많이 발생하고 있다. 비영리단체에서는 직원이 아닌 인턴이나 자원봉사자가 카드뉴스 등 콘텐츠를 만드는 경우가 많은데, 폰트 업체가 ‘개인이 비영리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며 배포한 폰트를 사용한 경우, 이를 찾아내 저작권을 침해했다는 내용증명을 보내는 식이다. 정식 디자인 업체를 통해 제작한 콘텐츠를 게재하거나, 타 단체의 컨텐츠를 공익 차원에서 공유한 단체들까지 내용증명을 받았다. 저작권을 오·남용한 일종의 영업전략인데, 폰트 업체들 대부분이 몇 백만원씩 합의금을 요구하며 합의를 종용하고, 실제로 경찰에 고소까지 하는 경우도 있다. ‘비영리 목적으로 쓸 수 있다’는 문구가 혼동을 불러온 것이다. 특히 폰트 업체에서 법무법인을 통해 연락을 하다보니, 되려 겁을 먹고 문제가 커질까봐 고액으로 합의를 한 단체도 있었다. 이에 대해 예방과 교육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동천도 최근에 ‘NPO운영워크숍’을 열어 단체들을 대상으로 ‘폰트 저작권 대응방법’에 대한 교육을 진행했다.”

-법률 자문 이외에도 비영리단체 및 사회적경제 관련 법제도 개선, 단체 실무자 법률교육 등 제3섹터와 관련해 다양한 공익 활동을 진행해왔다. 현재 진행 중인 주요한 프로젝트가 있다면.

“시민사회발전위원회(공익증진을 위한 민관협력 및 시민사회발전에 관한 중요 사항을 심의·의결하는 기구) 설치가 정부 국정과제에 들어가면서 지난해 행정안전부 산하 태스크포스(TF)팀에도 참가했다. 정부안을 반영해 올해 초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시민사회발전기본법’ 법안을 대표발의했고, 현재 수정안도 마련되고 있다. 관련 법이 통과되면 시민사회 전반의 장기적 발전 방향을 만들어갈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또 다른 프로젝트는 사회주택, 시민자산화 등 ‘안정된 공간’에 대한 작업이다. 시민사회를 비롯한 비영리단체가 적극적으로 활동하기 위해서는 안정된 공간이 필수적이다. 단체가 사용하고 있는 사무실의 임대료가 과도하게 상승하게 되면, 활동에도 타격을 입기 마련이다. 최근 진행 중인 사회적 부동산 공유 프로젝트 리커머닝(RE:COMMONING)에도 동천과 태평양이 법률 부문을 지원하고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다. 공공자산이 시민자산화돼 시민사회 영역이 늘어나야 하는데, 국공유재산법 등을 개정해 임대기간을 늘려주는 등 단체들의 안정적 운영이 가능하도록 협력이 필요하다. 단체들이 어떤 활동을 하는지, 또 어떤 성과를 내고 있는지에 따라, 잘하고 있는 곳은 임대기간을 길게 주는 방식으로 설계할 수 있다.”

지난 16일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2018년 제2차 시민사회단체 연찬회의 패널들. 가장 왼쪽이 이희숙 변호사다. ⓒ재단법인 동천

시민공익위원회(현재 부처별로 나눠진 공익법인 주무관청을 하나로 통합하는 총괄기구·이하 공익위) 이슈에 대해서도 꾸준히 목소리를 내왔다. 지난 5월 동천이 ‘시민사회 재정 투명성 제고와 행정 효율화 방안’ 을 주제로 열었던 ‘제2차 시민사회연찬회’ 현장에서도 공익위 설치, 공익법인 회계기준 등의 이슈가 주요하게 다뤄졌다고 들었다. 

“연찬회는 비영리단체들의 이야기를 듣기 위한 자리였다. 공익위 설치도 정부 국정과제에 포함됐고, 법무부 산하에 관련 태스크포스 팀이 꾸려져 일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오는 7월에는 공익위 설치에 대한 초안이 나올텐데, 정부가 이를 올해 안에 입법발의하고, 내년 통과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단체들은 호주의 경우처럼 주무관청이 통합되면서 행정이 효율화되고 활성화된 방향을 기대한 것 같은데, 정부 국정과제 속의 공익위는 규제와 관리감독 강화의 측면이 강하다. ‘목표는 다른데 방식은 같은’ 상황이다. 공익위가 설치되면, 세금은 국세청과 기재부에 보고하고, 기부금 등록은 행안부에 보고하는 등 부처별로 쪼개진 효율적인 행정이 하나로 통합된다. 제대로 관리되지 않던 것을 한 군데서 관리하게 되다보니, 기존에 비해 관리감독 수준은 강화될 것이다. 아직 비영리단체 중에서는 공익위 설치가 신속한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모르는 단체들이 더 많고, 스스로가 공익법인에 해당하는지도 모르는 곳들이 많다. 앞으로 더욱 비영리 영역에서부터 공론화가 필요하다. 올해 시행된 비영리 회계기준 역시 혼동기에 있지만, 기존에 최소한의 기준도 없어 임의로 회계 처리를 해왔던 때를 생각하면, 필요한 과정이라 생각한다.” ☞’제2차 시민사회연찬회’ 현장에서 나온 이야기가 궁금하시다면?

-법률가의 관점으로 보기에, 비영리단체들에게 변화가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비영리단체는 성과가 아닌 ‘과정’ 중심으로 일하는 문화가 있다. 영리 영역과 비교했을 때, 비영리에서는 세웠던 계획이 지켜지지 않고, 효율적으로 움직이지 않는 것이 상당 부분 양해되는 분위기가 있다. 단체는 기부자로부터 받은 기부금을 잘 사용하면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해야한다. 기부자에 대한 책무성을 가지고 더 낮은 비용으로 더 많은 사회적 가치를 낼 수 있도록 일하는 문화가 필요하다. 일의 ‘투입 대비 효과’라는 측면에서, 장시간 진행되던 회의를 임팩트 있게 진행하고, 불필요한 일을 줄여 성과를 키워나가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본다. 법률적인 부분으로는, 단체들이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법과 제도를 파악하고 자체 점검을 빨리 시작하셔야 한다. 비영리단체에 대한 규제 법안은 많은데 지금까지는 위반해도 감독하는 곳이 별로 없었고, 실제 문제된 사례도 없어 암암리에 지켜지지 않던 것들이 많다. 정부에서도 앞으로 이를 적극 개선해나가겠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단체들이 적극적으로 교육과 자체 점검을 통해 체질을 개선하지 않으면 이후에 패널티로 돌아올 지 모른다.”

-최근 공익분야에 변호사·회계사 등 프로보노(Pro Bono·전문가들이 사회 약자를 위해 제공하는 서비스)로 참여하거나 관심을 가지는 이들도 많아지고 있다고 들었다. 실제로는 어떤가.

“동천은 ‘NPO법률지원단’을 통해 일반변호사를 교육하고 이들을 단체와 1:1로 매칭하는데, 이틀만에 70명 정원이 마감될 정도다. 동천이 국내 법무법인 중 최초로 공익 영역을 시작해 적극적인 역할을 해왔기 때문에, 태평양 내에서도 공익활동위원회에 활동하는 등 관심있는 변호사들의 참여가 많다. 열심히 수업을 듣고 활동하려는 변호사는 많지만, 비영리 영역을 전문으로 하는 상근 변호사가 나오기엔 시장이 준비가 안 된 것 같다. 아직 비영리단체들이 법률자문료를 지급하는데 재정적인 어려움이 있어, 시장 가격도 거의 무료로 형성돼있다. 비영리 회계 쪽도 마찬가지이지만, 비영리 법률 자문도 프로보노로만 유지하기엔 한계가 있다. 적은 보수라도 일정 비용을 지급하는 시장이 형성돼야 제3섹터를 지원하는 법률 영역이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이전부터 공익 전담 변호사를 하고 싶었고, 막상 하니 잘 맞고 재밌어서 즐겁게 일하고 있다. 계획을 세우며 일한다기보다는, 주어진 일을 하다가 돌이켜보니 지난 일들이 하나의 맥락을 이뤄 재밌게 일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단기적으로는 사회주택의 법제화에 열심을 쏟을 생각이다. 지난해 열심히 입법활동을 했는데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돼있다. 주거복지로드맵에도 사회주택이 있는데 아직 사회주택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없고, 현재 사회주택에 대한 정의도 제각각이다. 실험 단계를 넘어 이제는 제도로 정착되는 것이 필요하다. 동천에서 이번에 북한 관련 단체들의 내부 상황을 개선하는 법률 컨설팅을 제공하는 사업에도 참여하게 됐다. 개인적으로는 한반도 10년 시나리오에 대한 저술 작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앞으로도 북한 관련 프로젝트를 계속하면서, 주어진 일을 하다보면 맥락이 만들어져 있지 않을까 싶다.”

관련 기사

Copyrights ⓒ 더나은미래 & futurechosun.com

전체 댓글

제261호 2024.3.19.

저출생은 '우리 아이가 행복하지 않다'는 마지막 경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