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 손주은 ‘윤민창의투자재단’ 창립자 & 김철환 ‘카이트창업가재단’ 이사장
투자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재무적 수익뿐만 아니라 사회·환경적인 가치를 고려해 투자를 결정한다. 이름하여 ‘임팩트 투자자(impact investor)’다. 지난 9일부터 11일까지 제주에서 개최된 글로벌 임팩트 투자 포럼 ‘2017 D3 임팩트 나이츠(D3 Impact Nights)’에서는 전 세계 100여 명의 투자가와 기업가가 모여 ‘임팩트 투자’ 생태계에 관한 깊은 논의를 이어갔다.
D3쥬빌리가 개최하고, ㈔루트임팩트가 운영 파트너로, 더나은미래가 미디어 파트너로 참석한 이번 행사에는 임팩트 투자자와 기업가·비영리단체·금융기관 등 ‘임팩트 투자’ 생태계에 속하거나 관심 있는 각양각색의 이들이 현장을 메웠다. 더나은미래는 현장에서 가장 주목을 끌었던 손주은 메가스터디 회장(윤민창의투자재단 창립자·오른쪽 사진)과 김철환 카이트창업가재단 이사장의 대담을 전한다.
손주은 회장은 수능세대에 가장 유명한 학원강사이자 메가스터디그룹을 창업한 사업가로, 지난해 사재 300억원을 출연해 윤민창의투자재단을 설립했다. 김철환 이사장은 카이스트 출신의 공학도로서, 2000년부터 바이오제닉스, 이미지앤머티리얼스 등 기술벤처를 잇따라 창업했다. 국내 대기업에 성공적으로 매각하면서 번 100억원대 재산을 출자, 2012년부터 카이트창업가재단을 세웠다. ‘Pay Forward(먼저 지불하기)’라는 주제의 대담은 박란희 더나은미래 편집장의 사회로 이뤄졌으며, 이들의 성공과 투자 철학에 관한 담백한 이야기가 오고 갔다.
사회=두 분은 성공적인 기업가로서 창업에 투자하는 재단을 설립한 공통점이 있다. 왜 재단을 설립했는지 궁금하다.
손주은=2년 전쯤 되돌아보니, 살아온 인생이 부끄럽더라. 우리나라 30대 친구들은 제 인터넷강의를 많이 들었던 세대다. 그때 학생들에게 ‘공부가 너희를 구원할거다’라고 했는데, 이제 보니 공부가 전혀 구원이 되지 못하고 있다. 저는 그 친구들 덕분에 돈을 엄청 벌었는데, 그 친구들에게 미안하고 ‘부채의식’이 컸다. 사회에 진 빚을 갚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우리 집안은 상당히 오래된 청교도 집안인데, 어릴 때부터 십일조 생활을 철저히 해왔다. 그런데 작은 학원을 하던 1996년까지는 십일조를 잘 했는데, ‘손사탐'(손선생 사회탐구)이 확 터진 뒤로 연간 강사료가 50억원쯤 되니까 오히려 십일조를 안 하게 됐다(웃음). 그동안 십일조로 냈어야 하는 돈을 많이 떼먹었으니, 한방에 사회에 십일조를 낸다는 마음으로 재단을 만들었다.
김철환=벤처를 6년 하고 갑자기 회사 2개를 엑시트(Exit)하면서 돈이 많이 생겼다. ‘이 돈이 왜 나한테 왔을까’를 고민하던 차에, 한 친구가 이런 이야기를 해줬다. ‘사과나무 열매가 사과인 것 같지만, 사과나무가 진짜 맺고 싶은 열매는 사과나무다’. 내가 사과나무 하나를 심으면, 똑같은 일이 생길 수 있고 그러면 숲이 되지 않을까. 이런 마음으로 재단을 만들었다. 기술로 창업하는 분들을 돕는 일을 한다.
사회=두 재단 모두 설립 목적 자체가 창업가들을 돕는다는 공통점이 있는데, 윤민창의재단은 미국 카우프만재단(기업가정신 확산을 위한 비영리법인 중 가장 큰 조직)을 벤치마킹했고 카이트창업가재단은 기술 창업가들을 잘 발굴한다고 알려져 있다. 재단 사업의 특징을 소개해달라.
손주은=청년창업 지원, 청소년을 위한 창업교실, 장학사업 등 3가지로 나뉜다. 이 중 39세 이하 청년창업을 지원하는 ‘굿스타트’가 대표적이다. 올해 1·2기 8팀씩 16개 스타트업을 뽑았다.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젊은 친구들의 회사 가치를 낮게 평가해 적은 금액을 투자하고 지분을 많이 가져가는 일도 있다고 해서, 우리는 선정되면 회사 가치를 10억원 이상으로 평가한다. 한 기업당 5000만원 투자를 하고, 5% 이내 지분만 갖는다. 1·2기 합쳐서 650팀이 지원을 했는데, 너무 많은 분이 지원해 감사하다.
김철환=처음에는 직접 좋은 기술을 가진 기업을 찾아 다녔고, 이제는 투자를 받은 기업들이 알음알음 소개해온다. 의료 메디컬 분야와 ICT 통한 기술 분야 투자를 많이 한다. 지금까지 52개 기업에 투자했고, 한 기업에 1억~4억원까지 투자했다. 투자한 기업 중 4곳은 M&A를 통해 엑시트(Exit)했다. 많은 창업가가 세계 유명 액셀러레이터 기관인 미국 와이 컴비네이터나 영국의 레벨39, 상하이나 보스턴에 있는 존슨앤존슨 J랩스에 가는 걸 꿈꾸는데, 저희 팀 중 8팀이 ‘레벨 39’에 갔고, 두 곳은 ‘와이 컴비네이터’에서 초청받아 갔다. 한 기업이 보유한 기술은 전 세계 3대 모바일 회사 중 한 곳에서 내년도 출시할 시제품에 포함시켰다. 이제는 좀 많이 알려져서, 우리 시리즈A단계 투자에서 ‘카이트에서 투자받았으면 기술은 됐고, 비즈니스모델은 어떻느냐’고 한다고 얘기해서, ‘그래도 잘해왔구나’ 착각하며 살고 있다.
사회=두 분이 임팩트투자를 하는 건 아니지만, 사회적인 가치를 반영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투자를 결정하는 기준이나 철학이 궁금하다.
손주은=우리는 ▲창의적인 기술 ▲혁신적인 비즈니스 ▲사회공헌 3개 분야로 나눠 뽑는다. 재단 사무국에서 투자하기 전에 모든 기업을 실사하는데, 저는 ‘착한 게 경쟁력’이라고 한다. 착하지 않으면 딴 생각을 하고, 그러면 비즈니스의 본질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있다. 비즈니스도 결국 착한 사람이 만들어간다고 생각한다.
김철환=저는 창업자가 독해야 투자를 한다(웃음). 좋은 기술은 가졌는데 착하기만 하면 자꾸 중도포기 하더라. 제가 가진 투자 철학은 크게 두 가지다. 기술이 어디를 향하는지 본다. 비즈니스가 잘 됐을 때 사회적인 가치가 있어야 한다. 둘째로 저희가 투자한 곳이 자라서 또 다른 사과나무를 키우는 일을 하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내년쯤 저희 회사 포트폴리오 중 1~2개 기업이 상장을 할 예정인데, 그분들께도 ‘돈 많이 벌면 뭐 하실 거냐’며 미리 압력을 넣고 있다. 그중엔 재단을 만들겠단 분도 있다. 손주은 회장님이 재단 설립을 고민하면서 찾아오셨을 때, 그래서 너무 반가웠다. 내가 직접 뿌린 사과는 아니었지만 나보다 더 큰 사과나무를 심으시는 것 같더라. 정관 회의록까지 전부 복사해서 드렸고, 재단 식구들에게도 뭐든 도와드리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