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2일(금)

[Cover Story] 세상을 바꾸는 투자… 청년의 도전·가치에 ‘베팅’ ②

[대담] 손주은 ‘윤민창의투자재단’ 창립자 & 김철환 ‘카이트창업가재단’ 이사장

사회=그간 어떤 곳들에 투자하셨는지 궁금하다.

김철환노보믹스라는 곳은 암 수술을 받은 후 항암치료를 받아야 할지 말지를 미리 예측하는 칩을 만드는 회사다. 창업자 5명 중 3명이 연세대 의대 교수다. 그중 한 명은 전 세계에서 위암 수술을 가장 많이 한 걸로 기네스북에도 올라간 분이다. 이분들 이야기가 암에 걸리면 가장 고통스러운 게 항암치료다. 통계치를 보면 처음 암에 걸린 환자는 거의 대부분 항암치료를 받는데, 재발하면 50%가 항암치료를 거부한다. 세 번째로 재발하면 20%만 치료를 받고 나머지는 항암치료를 받지 않는다. 항암치료 받는 날 아침에 자살하는 분이 있을 정도다. 이걸 미리 판단해 고통을 해결할 수 있는 기술이 있다면 무조건 투자하겠다고 했다.

또 다른 팀은 고려대 병원 의사로 이뤄진 팀인데, 뇌졸중이 걸린 뒤에 혈관이 어떻게 잘못되는지 메커니즘을 연구해 골든 타임을 연장하는 기술을 갖고 있다. 농업을 ICT 기반으로 바꾸는 만나CEA라는 회사에도 자부심을 갖고 있다. 20대 카이스트 졸업생 6명이 창업한 회사인데, 수경재배 기술 등이 세계적인 수준이다. 사회의 근본 자체를 혁신하는 기술이 있다고 생각하고, 그런 기술을 발굴해 투자한다.

손주은=김철환 이사장님은 본인부터가 기술 기반 창업가였고, 엑시트(Exit)와 M&A도 경험하셨다 보니 노하우가 많으시다. 저희는 이제 막 시작했다. 어떤 기업에 투자해 키워낸다는 생각보다는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자기 삶을 성숙하고 정직하게 살아가는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1기 때 투자한 회사 중에 놀담이라는 스타트업이 있는데, ‘건강하게 잘 노는 것이 미래’라는 놀이 베이비시터를 하는 비즈니스를 한다. 교육 쪽으로 평생 살아온 사람으로서 놀이의 가치를 보고 투자했다.

‘위클리셔츠’는 일주일에 와이셔츠 5벌을 배달하고, 지난주에 받아간 5벌을 세탁해서 배송하는 사업이다. 창의적인 비즈니스라고 생각했다. 이 친구는 이전에 투자 받아 교만하게 비즈니스를 하다 실패한 경험을 반성하면서, 친구 3명이서 1000만원으로 지라시 만들어 돌려가면서 영업을 하더라. ‘아렌네(쉐어링)’는 휴대폰 컬러링을 앱으로 구동시키는 혁신 기술인데, 사업하는 친구들이 남매인데 착하고 순수하다. 재단 가용 재산으로 투자를 하는데, 회수되지 않아도 재단이 유지되는 형태로 만들었다. 창업하는 친구들에게 늘 ‘무엇을 하느냐’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사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2017 D3 임팩트 나이츠(D3 Impact Nights)’ 포럼 첫째날 오후에는 박란희 더나은미래 편집장(왼쪽)의 사회로 손주은 메가스터디 회장(윤민창의투자재단 이사장·가운데)과 김철환 카이트창업가재단 이사장의 성공과 투자 철학에 관한 대담이 진행됐다. ⓒ루트임팩트

사회=한국에서 재단을 운영하면서 겪었던 어려움이 있으시다면.

손주은=정부 부처 내에도 재단에 대한 시각 차이가 크더라. 처음엔 단순하게 ‘장학재단’을 만들 생각이었다. 우리 실무자가 ‘300억원 규모 재단 만들겠다’고 했더니 한 부처 관계자가 ‘우리 일이 늘어나는데 안 만들면 안 되겠냐’고 했다더라. 김철환 이사장님 통해 중소기업벤처부를 소개받았는데, 그쪽에선 우리 회사까지 방문해 이스라엘 창업 생태계도 설명하며 방법을 적극적으로 알려주셨다. 재단 출연자로서 제 역할은 최소화하려고 한다. 이걸 통해 명예를 높이고 싶은 마음은 조금도 없다. 사무국 직원들이 열심히 해서 만들어가고 있고, 앞으로 좀더 커져서 직원들 연봉도 늘고 활동 영역이 넓어지면 좋겠다.

김철환=저도 재단을 시작할 때 쉽진 않았다. 제가 출연한 돈으로 다시 투자를 해야하다 보니 ‘이게 재단이 맞느냐’를 두고 중소기업벤처부 내에 논란이 많았다. ‘일 년만 지켜보면 우리가 영리 벤처캐피털과는 바라보는 시선도, 회사를 키우는 방법도 다르다는 걸 알게 될 것’이라고 설득했다. 감시의 눈초리를 받았는데, 일년이 지나고 나서야 돈 빼돌리려고 재단을 만든 게 아니라는 걸 알아주더라. 심사를 할 때도 성공한 창업가 분들의 도움을 받는다. 요새는 얼떨결에 엔젤투자했던 두 기업의 경영도 맡게 돼서 할 일이 많다. 한 곳에선 CEO가 떠났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며칠 고민을 하다가 내가 아이디어를 줄 테니 같이 해보자고 했다. 그중 하나는 특이한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데, 10 나노 정도로 물과 기름 입자를 작게 분해해, 물과 기름을 섞을 수 있는 기술이다. 화장품, 링거 같이 물과 기름을 섞기 위해 계면활성제를 썼던 많은 곳에 쓰일 수 있다.

사회=한국에서 재단은 대부분 복지 목적으로 기금을 배분하는 형태가 대부분이고, 그게 아니면 아예 영리 기반의 투자로 중간이 없었다. 이제는 영리와 비영리 경계에서 비영리 영역에 투자도 이뤄지고, 영리에서도 임팩트를 고려하면서 ‘중간 지대’가 많이 커졌다. 임팩트투자 콘퍼런스에 많은 이들이 모인 것도 같은 이유인 것 같다. 앞으로 두 분의 계획이나 방향이 궁금하다.

손주은=어떻게 하면 사회와 청년들에게 내가 진 부채를 갚을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최근에 새로운 답을 하나 찾았다. 공유 사무실 위워크(WeWork)와 비슷한 모델인데, 젊은이들이 새로움을 추구하는 공간 사업을 시도하고 있다. 올해 12월에 노량진에서 처음으로 오픈한다. 공간과 젊음, 컨텐츠가 만나 여러 새로운 길을 만들어내면 좋겠다고 기대하고 있다.

김철환=지금까지 5년 정도 투자를 했는데, 재단이 투자한 포트폴리오 회사끼리 연결하면 새로운 솔루션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 같다. 가령 우리가 투자한 기업 중에 유선통신만큼 빠른 무선통신 기술을 가진 곳을 원격수술 기술을 가진 곳과 연결한다거나, 목디스크가 심한 의사들을 위한 솔루션을 개발할 수도 있을 것이다. 기술끼리 연결하고 새로운 솔루션을 만들어내는 일을 주도적으로 해 나갈 생각이다. 지금처럼 비슷하게 투자도 이어갈 것이다.

[Cover Story] 세상을 바꾸는 투자… 청년의 도전·가치에 ‘베팅’ ①

관련 기사

Copyrights ⓒ 더나은미래 & futurechosun.com

전체 댓글

제262호 창간 14주년 특집

지속가능한 공익 생태계와 함께 걸어온 1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