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I
美 ESG 주주제안 반토막…트럼프 ‘안티 ESG’ 기조에 기업들 눈치보기

ESG 주주제안 3년 새 536→184건으로 급감 공개 제안 줄고 사전 협의 증가…“후퇴 아닌 방식 변화” 분석 미국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주주제안이 올해 들어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ESG 주주제안 분석 전문 기관 프록시 임팩트가 지난 16일 발간한 ‘2026 프록시 프리뷰(Proxy Preview 2026)’에 따르면, 3월 17일 기준 미국 기업 주주총회에 상정된 ESG 관련 제안은 184건으로 지난해 같은 시점(355건)의 48% 수준으로 감소했다. 2024년 536건과 비교하면 감소세가 더욱 뚜렷하다. ESG 주주제안은 기업의 탄소 배출, 인력 다양성, 지배구조 개선 등을 요구하는 안건으로, 공시 확대나 내부 정책 변화를 끌어내며 관련 이슈를 공론화하는 수단으로 활용됐다. 이러한 감소는 ESG와 DEI를 둘러싼 정책적 압박과, 기업 경영 자율성을 확대하려는 정책 기조가 맞물린 결과로 해석된다. 특히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2025년 11월 주주제안 처리 방식에 변화를 주며 기업의 재량을 확대했다. 기존에는 기업이 특정 주주제안을 제외하려면 SEC 판단을 거쳐야 했지만, 이후에는 기업의 판단 여지가 커지며 안건 포함 여부를 보다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기업 경영진의 영향력이 커지고, 투자자들이 ESG 관련 제안을 주주총회 안건으로 끌어올리기 어려워졌다. 이러한 감소가 ESG 의제 자체의 축소라기보다, 대응 방식의 변화와 맞물려 있다고 보고서는 분석한다. 기업과 투자자 간 사전 협의를 통해 안건을 조정하는 비중이 늘어나면서, 주주총회에 상정되는 공개 제안은 줄어드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DEI나 기후 이슈처럼 정치적 논란이 큰 사안일수록 불필요한 외부 노출을

“백인·남성도 차별 피해자 될 수 있다” 美 법원 판결…DEI 정책 흔들 [글로벌 이슈]

3월 美 항소법원 판결로 다수 집단 차별 소송 문턱 낮아져대법원 판례·트럼프 정책 속 “구조적 차별 간과” 우려 미국 연방항소법원이 소수자가 아닌 다수 집단이 제기하는 ‘역차별’ 소송의 입증 기준을 완화하는 판결을 내렸다. 백인이나 남성 등 다수 집단이라고 여겨지는 이들이 차별을 주장할 때 별도의 추가 입증을 요구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 판결로 기업과 공공기관의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정책을 둘러싼 법적 공방이 확산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뉴저지주 등을 관할하는 미국 제3연방항소법원은 지난 3월 6일(현지시간) 뉴저지주의 한 경찰 승진 인사를 둘러싼 차별 소송을 다시 진행하도록 판결했다. 백인 경찰 부국장 크리스토퍼 매시가 자신보다 직급이 낮은 아랍계 무슬림 경찰관이 서장으로 승진한 것이 인종과 종교에 따른 차별이라며 제기한 소송이다. 이번 판결의 핵심은 다수 집단이 제기한 차별 소송에 별도의 높은 입증 기준을 적용할 수 없다는 점이다. 그동안 일부 법원에서는 다수 집단 원고가 차별을 주장할 때 ‘배경 정황’을 추가로 입증하도록 요구해 왔다. 이는 고용주가 다수 집단을 차별하는 특별한 정황이 있다는 점을 원고가 먼저 입증하도록 하는 기준이다. 일반적인 차별 소송보다 더 높은 문턱을 요구해 다수 집단의 소송을 사실상 걸러내는 역할을 해 왔다. 그러나 제3연방항소법원은 이러한 기준이 연방 민권법 취지와 맞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판결문에서 에밀 보브 판사는 “미국의 고용 차별 금지법인 1964년 민권법(Title VII)은 직장 내 모든 차별을 없애기 위해 만들어진 법이며 다수 집단에 별도의 요건을 부과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라고 언급했다. 이번

러쉬코리아, 2026 DEI 보고서 공개…“DEI가 조직 운영 핵심”

차별 없는 채용, 돌봄 친화 복지, 장애·성소수자 포용 활동까지 담은 DEI 조직 운영 사례 담아 러쉬코리아가 다양성(Diversity), 형평성(Equity), 포용성(Inclusion)을 조직 운영의 핵심 기준으로 삼고, 이를 제도화한 과정을 담은 ‘2026 러쉬코리아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보고서’를 발간했다. 러쉬코리아는 DEI를 단순한 선언이나 캠페인에 그치지 않고, 구성원의 일과 삶을 지탱하는 기반이자 지속 가능한 조직을 위한 핵심 운영 기준으로 정의한다. 이번 보고서에는 ▲러쉬코리아의 사람들 ▲모두를 환영하는 회사 ▲포용적이고 안전한 문화 ▲함께 만들어갈 미래 등 네 가지 주제를 통해 러쉬코리아의 다양성 현황과 모두에게 열려 있는 포용적인 조직 문화가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를 담았다. 러쉬코리아는 ‘All Are Welcome. Always.’라는 브랜드 철학에 따라, 직장을 생계 수단을 넘어 각자의 삶의 형태와 정체성이 존중받는 조직으로 만드는 데 집중한다. 이는 인재 채용부터 조직 운영, 복지 제도 설계 전반에 반영돼 있다. 러쉬코리아는 현재 성별·연령·학력 등에 따른 차별을 배제하고, 네 가지 인재상과 윤리 의식을 기준으로 공정한 채용 프로세스를 운영 중이다. 복지 제도 또한 가구 형태와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를 반영한다. 2017년 국내 기업 최초로 도입한 ‘비혼자 복지 제도’는 현재까지 총 34명의 구성원이 혜택을 받았다. 이 외에도 1인 가구를 위한 사내 프로그램, 사무직 근무자를 대상으로 한 자녀 및 반려동물 동반 출근 제도 등을 통해 사각지대 없는 포용적 복지를 실현하고자 한다. 특히 장애인 직원들로 구성된 ‘해피 케어 셀(Happy Care Cell)’은 실질적인 포용 문화 실천의 대표적 사례다. 이들은 사내 환경

[돌봄의 재발견] 돌봄에서 발견하는 성장의 단서

아이를 낳고 키우며 일상이 송두리째 바뀌었을 때, ‘이제 영원히 이렇게 사는 건가’ 하는 공포가 밀려오곤 했다. 하지만 숨통이 트이는 순간도 있었고, 작은 효능감을 느낄 때도 있었다. 그때야 비로소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말이 단순한 위로가 아니라 진리임을 체감했다. 돌봄의 무게가 잠시 옅어지고 ‘지나간다’는 감각을 얻었을 즈음, 다른 종류의 돌봄을 생각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쉽게 지나갈 기약이 없는 돌봄은 어떤 모습일까. 끝내 이별을 향하는 돌봄, 스스로 선택하지 않은 돌봄, 아무도 인정해 주지 않는 돌봄. 이런 돌봄을 해내는 사람들은 어떻게 버티고 있을까. 치매와 노년 돌봄을 오래 연구한 이지은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교수에게 물었다. ◇ 매일 다른 날을 살아내는 힘 “돌보는 분들은 매일이 다르다고 말씀하세요. 돌보는 사람 자신이 변하고 자라면서, 어제가 아닌 오늘을 살아내고 있는 거죠.” 이지은 교수는 이를 ‘관계적 역량’이라 불렀다. 누군가를 돌보는 과정에서 돌보는 사람과 돌봄을 받는 사람 모두가 조금씩 넓어지고 깊어진다는 의미다. 내가 몰랐던 내 힘을 발견하고, 상대가 여전히 보여주는 가능성을 발견하는 것. 돌봄은 바로 그 상호작용 속에서 역량을 확장하는 일이다. 아이와 함께한 나의 경험도 그러했다. 젖니가 빠지던 순간, 레몬즙으로 비밀 편지를 쓰겠다며 호들갑을 떨던 날, 구구단 7단 때문에 괴로워하던 저녁. 나는 아이와 함께 내 어린 시절을 다시 살며, 그때 하지 못한 성장을 조금 더 했다. 그렇다고 가혹한 돌봄 현실 속에서 성장의 빛을 찾으라는 주문은 지나친 요구일 수 있다. 어둠 속에서 희미한

[돌봄의 재발견] 돌봄을 지탱하는 이름 없는 도움들

“1시간 단위로 아이를 맡아주는 키즈카페 선생님이 있었는데, 1~2주에 한 번 아이를 맡겨두고 혼자 커피 한잔 마시는 게 그렇게 큰 힘이 되더라고요.” 사단법인 루트임팩트의 DEI 이니셔티브 팀은 2025년 상반기, 결혼 후 10년 이상 가족 돌봄을 전담해 온 여성들을 대상으로 약 3개월간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다. 돌봄의 여정을 되짚으며, 각 시기에 절실했던 ‘버팀목’이 무엇이었는지 물었다 ◇ 보이지 않던 기여들이 드러날 때 “아버님이 서울에 올라오셔서 병원에 함께 다녀오던 길이었어요. 아이가 잠깐만 놀겠다고 고집을 부리는 바람에, 아버님과 함께 놀이터에 서 있었죠. 그런데 아버님이 시장하실까 봐 속이 너무 타더라고요. 그때 배달앱만 있었어도…” “심리 상담을 받았어요. 몸이 약한 아이와 시부모님 간병을 중심으로 생기는 가족 갈등을 겪으며, 제 마음 상태를 스스로 설명할 수 없는 게 괴로웠거든요.” 인터뷰를 통해 우리는 돌보는 사람들이 만나는 의외의 지원과 기여들을 발견했다. 어떤 도움은 직접 손을 보태주는 방식으로, 어떤 도움은 돌보는 이를 돌봐주는 방식으로 작동했다. 놀아주는 일, 치료해 주는 일, 알려주는 일, 치워주는 일, 위로해 주는 일, 들어주는 일 등 형식도 다양했다. 돌봄 경제의 경쟁력은 누가 어떻게 돌봄에 기여하고 있는지를 얼마나 세심하게 파악하느냐에 달려 있다. 유엔여성기구를 중심으로 국제사회가 강조하고 있는 돌봄 경제의 핵심 키워드가 ‘아무도 배제되지 않도록(Leaving no one behind)’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는 단순히 돌봄의 대상에서 누락되는 사람이 없어야 한다는 의미를 넘어, 돌봄의 주체와 노동의 다양성까지 포용해야 한다는 메시지다. ◇ 돌봄도 커리어가 되는

[돌봄의 재발견] 돌봄, 모두의 삶을 관통한다

“기혼자들의 워라밸을 위해 청년들의 워라밸이 희생됐다.”  경력보유여성 인턴십 프로그램을 통해 채용을 시도했던 한 조직의 피드백이었다. 기혼자이자 부모로서, 그리고 인사·조직문화를 담당하는 입장에서 이 한마디는 오랫동안 마음을 짓눌렀다. “우리 회사의 모든 축하와 인정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는 선택을 해야만 받을 수 있는 것 같다”는 한 동료 구성원의 말에도 오랫동안 마음이 시렸다. ‘자녀가 없는 직원에 대한 역차별 우려’로 직장 어린이집 설치를 포기했다는 한 글로벌 기업의 기사도 역시 쓰린 마음으로 읽었던 기억이 있다. 누군가의 고단함을 살피는 일이 다른 이를 소외시키는 일은 아닐까. 그런 우려 속에서도 우리는 직장 어린이집을 설치했다. 모성 보호 관련 취업규칙을 꾸준히 업데이트하고, 육아 중인 직원들을 위한 슬랙 채널을 열었다. 방학 중 자녀 대상 프로그램도 마련해 작은 공동 육아 실험도 시도했다. 아이를 낳고 키우기 좋은 회사를 만들자는 게 아니었다. 우리는 일하기 좋은 조직을 만들고자 했다. 가족과 사회에 대한 책임감이 큰 동료들이 돌봄을 이유로 자신의 역량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는 상황을 막고자 했다. 육아라는 특정한 사례를 우대하기보다, 구성원 각자의 삶을 존중하는 문화를 만들고자 했다. 정책 과정도 모두에게 투명하게 공유했다. 리더들은 반복해서 철학과 방향을 설명하며, 이 정책이 특정 그룹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알렸다. ◇ 우리 모두에게 흐르고 겹치는 ‘돌봄’ 이 과정에서 가장 먼저 깨달은 것은 돌봄이 특정 집단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시기와 형태는 다르지만 모든 구성원이 저마다 돌봄의 책임을 안고 있었다. 스스로를 돌보는 일부터

루트임팩트-유엔여성기구 손잡고 ‘성평등 위한 돌봄 문화’ 조성한다

남성 돌봄 참여 확대·포용 조직문화 확산 위해 공동 프로젝트 본격 추진 루트임팩트가 유엔여성기구(UN Women)와 성평등 실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3일 전했다. 루트임팩트는 지난해부터 유엔여성기구 서울 지식·파트너십 센터와 경력보유여성 지원, 돌봄 의제 등 성평등 관련 협력을 이어왔다. 이번 협약은 그 경험을 바탕으로 체계적이고 지속가능한 파트너십을 구축하기 위해 마련됐다. 핵심 의제는 ‘돌봄’이다. 양육자 대상 돌봄 역량 강화 프로그램부터, 돌봄 친화적 조직문화 확산을 위한 실험 프로젝트까지 폭넓게 협력한다. 아시아·태평양 국가들과 유망 사례를 공유하고, 정책 개선을 위한 공동 연구도 추진한다. 이번 협약의 배경에는 ‘돌봄 노동의 불균형’이 있다. 국제 비영리기구 ‘에퀴문도(Equimundo)’가 발간한 ‘2023 세계 아버지의 현황(SOWF 2023)’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무급 돌봄 노동의 가치는 연간 11조 달러(한화 약 1경 4920조원)에 달하며, 여성이 남성보다 3~7배 많은 돌봄 노동을 담당하고 있다. 남성들도 변화를 원하고 있다. 미국·캐나다·중국 등 17개국 조사에서 상당수 남성들이 돌봄 참여 의향을 밝혔다. 하지만 임금 격차와 육아휴직 제도의 한계 등 구조적 장벽이 가로막고 있다. 한국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 2월 대한민국 고용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남성 육아휴직자 수는 4만 명을 돌파했으나 이는 전체 육아휴직자의 30%로, 여전히 여성 육아휴직자 수(9만 706명)의 절반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양측은 이달부터 ‘돌보는 아빠, 돌보는 조직’ 프로젝트를 본격 가동한다. 남성 양육자를 위한 전문가 워크숍을 열고, 돌봄 문화 확산을 위한 조직 실험도 시작한다. 허재형 루트임팩트 대표는 “이번 협약을 통해 국내

[키워드 브리핑] ‘양육 죄책감’이라는 이름의 무게

“나의 ‘엄마 노릇’을 되돌아볼 때 종종 죄책감을 느낀다.” 아이를 키우며 일하는 여성이라면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만한 말이다. 아픈 아이를 두고 회의실로 향한 날, 학부모 모임 대신 야근을 택한 순간. 이런 경험은 단순한 스트레스를 넘어 ‘죄책감’으로 남는다. 최근 학계에서는 이를 ‘양육 죄책감(Parental Guilty)’이라는 개념으로 주목하고 있다. ‘양육 죄책감’은 부모가 자녀를 충분히 돌보지 못한다고 느낄 때, 자기 자신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며 겪는 감정이다. 특히 어머니에게 빈번하게 나타나며, 성역할 고정관념이 강할수록 그 강도는 높아진다. 돌봄 부담이 집중되는 한부모 가정이나 장애아 가정에서도 양육 죄책감이 더 두드러진다. 임혜빈 광운대 산업심리학과 교수는 지난달 22일 루트임팩트가 개최한 DEI LAB 세미나 ‘돌보는 조직은 무엇을 바꾸는가’에서 국내 워킹맘 450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하루 6시간 이상, 주 5일 이상 일하는 여성 대다수가 양육 죄책감을 경험하고 있었으며, 이 감정이 ‘경력 몰입(일에 대한 애착과 지속 의지)’을 낮추는 주요 요인으로 확인됐다. 연구에 따르면, 양육 죄책감이 커질수록 경력 몰입은 줄고 일·가정 갈등은 커지는 경향을 보였다. 반면, 일과 가정이 긍정적으로 상호작용할 때는 죄책감이 줄고 직무 만족도는 높아졌다. 특히 업무 자율성이 높을수록 양육 죄책감이 완화되는 효과가 나타났다. 임 교수는 “일에 필요한 자원을 스스로 관리·통제할 수 있다는 인식이 중요한 완충 효과를 낸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이 유연근무제, 직장 어린이집 등 돌봄 친화적 지원책을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임팩트 지향 조직을 위한 공동 직장어린이집 ‘모두의 숲’(루트임팩트)

[돌봄의 재발견] 아이만 돌보는 건 아닙니다

‘가족친화적’ 혹은 ‘돌봄 친화적’ 직장을 상상해 보라 하면 많은 이들이 비슷한 장면을 떠올린다. 아이들이 회사에 방문해 마스코트 인형과 사진을 찍고, 놀이공원을 대관해 패밀리데이를 열기도 한다. 알록달록하고 따뜻한 풍경이다. 그러나 현실에서 많은 이들이 감당하는 돌봄은 훨씬 다양하고 조용하며 복잡하다. 루트임팩트는 지난 1월 성수동 공유오피스 헤이그라운드에 입주한 임팩트 지향 조직 78개 팀, 총 300명 임직원을 대상으로 자율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이 가운데 29%는 현재 돌봄 책임이 있다고 답했다. 이들 중 절반 이상(59%)은 18세 미만 자녀 외에도 부모, 시부모, 배우자, 형제자매 등 다양한 가족 구성원에 대한 돌봄 책임을 함께 지고 있었다. 병간호나 원격 돌봄처럼 예상치 못한 상황도 주요 유형으로 확인됐다. 이름조차 붙여지지 않은 다양한 돌봄들이 우리의 삶 곳곳에 스며 있다. ◇ 모든 사람의 생애주기에 걸쳐 반복·확장되는 ‘돌봄’ 그럼에도 일상에서 공유되고 환대되는 돌봄은 여전히 자녀 양육에 치중돼 있다.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했음에도 말이다. 김수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루트임팩트와의 협력 기고문에서 “우리 사회 다섯 명 중 한 명이 65세 이상 고령자이며, 이들의 건강 문제는 장기적인 돌봄을 필요로 한다”고 지적했다. 단지 고령 인구가 늘었다는 것에 그치지 않고, 돌봄의 필요가 얼마나 일상에 깊숙이 침투해 있는지를 강조했다. 김 교수는 돌봄이 특정 가족 상황에만 국한되지 않으며, 모든 사람의 생애주기에 걸쳐 반복되고 확장된다고 설명한다. 특히 고령 가족을 돌보는 구성원들은 예측 불가능하고 장기화하는 돌봄 상황에 놓이지만, 이들의 요구는 공식 제도로 잘 수렴되지 않는다.

“청년도, 여성도 빠졌다”…기후정책 결정, 이대로 괜찮나

녹색전환연구소, 국회서 ‘2035 NDC 목표 수립’ 토론회 개최기후 정책 수립 과정에도 다양한 이해관계자 포함해야 “한국의 기후 대응은 정책적으로 실패하고 있습니다. 젠더 관점, DEI 원칙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새로운 기후 거버넌스 체계가 시급합니다.” 지난달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8간담회의실에서 열린 ‘누가 어떻게 2035 NDC 목표를 결정해야 하는가’ 토론회에서 오용석 녹색전환연구소 기후시민팀장이 강조한 말이다. 이날 토론회는 녹색전환연구소와 여성환경연대가 공동 주관하고, 더불어민주당 기후행동의원모임 ‘비상’과 서왕진 조국혁신당 의원, 윤종오 진보당 의원, 한창민 사회민주당 의원이 공동 주최했다. 토론회는 최창민 플랜1.5 변호사가 현재 2035 NDC(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 논의 현황을 소개하며 시작했다. 최 변호사는 지난해 8월 기후헌법소원 판결을 언급하며 “국가가 기후위기 대응에서 져야 할 법적 책임이 명확해진 만큼, 탄소 예산과 배출량 관리도 과학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현행 기후정책 결정 구조의 폐쇄성과 비대표성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녹색전환연구소는 “2035년 NDC 목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한국은 국제 기준과 달리 ‘젠더’나 ‘사회적 포용’ 관련 항목을 아예 언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2023년 7월까지 NDC를 제출한 61개국 중 89.1%가 젠더 이슈를 포함했다. 김주온 녹색전환연구소 연구원은 “DEI(다양성·형평성·포용성) 원칙을 반영하지 않으면, 기후정책은 특정 계층만을 위한 정책으로 왜곡될 수 있다”며 “정책의 형평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결정 구조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정책 결정 컨트롤타워인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탄녹위)’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2기 탄녹위는 위원장 2명(국무총리·민간위원장)을 포함해 총 58명으로 구성됐는데, 이 중 위촉직 위원 71%가 교수

[돌봄의 재발견] 돌봄, 멈출 수 없는 일에 대하여

2018년생 아이가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입학식은 조용하고 단출했다. 백 명 남짓한 아이들과 가족들이 모여 치른 짧은 환영 행사였다. 운동장이 가득 차도록 어린이들이 모였고, 교장 선생님의 말씀이 마이크를 타고 메아리치던 ‘국민학교’ 시절을 기억하는 내게는 낯선 풍경이었다. 전국 초등학교 입학생 수가 역대 최저를 기록한 올해, 폐교가 결정된 학교만 49곳에 이른다고 한다. 아이 수가 줄면 오히려 더 나은 교육 환경이 펼쳐질 줄 알았다. 작은 교실에서 더 많은 관심을 받고, 치열한 경쟁에서 벗어나 우리 세대보다 더 행복해질 것이라 기대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한국 아동·청소년의 행복지수는 여전히 OECD 최하위권이다. 교사들의 직업 만족도는 중간 수준에 머물고 있다. 2024년 기준 사교육비 총액은 39조 원. 역대 최고치다. 아이들은 줄었는데, 현장은 왜 더 힘들어졌을까. 우리는 지금 무엇을 놓치고 있는 것일까. ◇ ‘돌봄’의 정의부터 다시 전문가들은 초저출산의 주된 원인으로 ‘돌봄 공백’을 지목한다. 특히 여성의 경력단절 문제는 반복적으로 지적돼 왔다. 정부는 ‘빈틈없는 돌봄’을 표방하며 각종 정책을 확대 중이다. 육아휴직 기간과 급여는 꾸준히 늘었고, 배우자 출산휴가 의무화, 가족돌봄휴가 도입 등 일·가정 양립 지원도 강화됐다. 2025년부터는 ‘늘봄학교’가 본격화됐다. 이제는 아동 돌봄을 넘어 노인, 일상 돌봄까지 정책의 외연이 넓어지고 있다. 사단법인 루트임팩트도 이 과제에 발맞춰 움직여왔다. 2017년에는 샤넬재단과 함께 ‘임팩트 커리어 W’를, 2020년에는 하나금융그룹과 함께 상생형 직장어린이집 ‘모두의숲’을 시작했다. ‘임팩트 커리어 W’는 육아로 유급노동시장을 떠났던 여성들이 다시 경력을 시작할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이다. 2024년까지

“공론장에 다양성·포용성 더한다”…빠띠, ‘DEI 월간이슈’ 프로젝트 시작

사회적협동조합 빠띠가 3·8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공론장 DEI’ 월간이슈 프로젝트를 시작한다고 5일 밝혔다. 공론장에서의 다양성(Diversity), 공정성(Equity), 포용성(Inclusion) 실현 방안을 논의하고 시민 참여를 이끄는 것이 목표다. ‘월간이슈 프로젝트’는 빠띠가 운영하는 공론장 플랫폼을 기반으로 진행된다.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데이터톤 ▲시민 대화 ▲캠페인 ▲이슈 타임라인 등의 활동이 이어진다. 빠띠는 이를 통해 특정 집단의 과잉 대표 현상을 줄이고, 소수자의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는 공론장 문화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오는 7일에는 서울 성동구 헤이그라운드 서울숲점에서 ‘공론장에서의 다양성·포용성·접근성 데이터 디깅하기’ 데이터톤이 열린다. 데이터톤은 일정 시간 동안 특정 주제의 데이터를 수집·정제·분석해 의미 있는 결과를 도출하는 행사다. 이번 데이터톤에서는 젠더·지역·장애 등과 관련된 다양성 데이터를 분석해 공론장의 포용성을 높이는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다. 이 외에도 다양한 온라인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여성 개발자와 포용적 기술 상상하기’ 이슈 밋업 ▲‘모두를 위한 공론장, 어떻게 만들까요?’ 시민 대화 ▲‘#DEI 뉴스 에디터톤’ 이슈 타임라인 등의 세부 행사도 마련됐다. 13일에는 ‘액세스가 거부되었습니다’의 저자이자 테크페미니스트인 조경숙과 함께 AI의 젠더 편향성을 분석하고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이슈 밋업’이 열린다. 이후 시민 대화에서는 데이터톤의 결과를 바탕으로 DEI 공론장 가이드를 제작하고, 이를 외부에 배포할 예정이다. ‘이슈 타임라인’에서는 DEI, 젠더, 여성의 날 등 관련 키워드를 중심으로 뉴스와 논평을 정리해 한눈에 볼 수 있는 타임라인을 구축한다. 빠띠 측은 “DEI 공론장을 실질적으로 개선하는 데 필요한 자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모든 프로그램은 누구나 참여 가능하며, 빠띠

더나은미래 특별기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