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혼을 찾아서①] 무형문화재 최기영 대목장

“후대에 전할 기술·기법하나라도 더 남겨야지” 인간문화재는 어떤 모습일까? ‘한국의 혼을 찾아서’ 시리즈를 시작하며, 인간문화재와 첫 만남을 가지는 자리였기에 기자는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최기영(68) 대목장은 대한민국 중요무형문화재 74호이자 세계가 인정한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이다. 작년까지 충남 부여군 백마강 일대에 1300년 전 사라진 백제를 재현하는 ‘백제문화단지’ 조성을 지휘했고, 서울 서대문 봉원사, 경기도 양평 용문사, 전남 순천 송광사, 창경궁, 남한산성 등 수많은 문화재들이 그의 손길을 거쳐 새로운 생명을 얻었다. ‘인간문화재는 한복을 입고 한과를 즐길 것’이라 생각했던 기자의 선입견은 경기도 남양주시에 있는 전수교육관에 들어서자마자 여지 없이 깨졌다. 최기영 대목장은 ‘삼부특수목재’라는 글자가 박힌 검은 작업복 점퍼를 입은 채 탁자에 코를 박고 한옥 설계도를 그리고 있었다. 금방이라도 현장 속으로 뛰어들 것 같은 모습이었다. 상상했던 모습과 다르다는 말에 “대통령이든 서민이든, 어린 아이든 백세 노인이든 분수를 알아야 혀. 분수를 알아야 공부도 저절로 되고 기능도 저절로 익히게 된다 이 말이여. 목수는 목수로 끝내야 혀. 문화재니 교수니 해도 ‘나는 목수다’하고 생각허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이말이지.”라며 웃었다. ‘나는 목수다’라는 목소리 속에는 대목장이기 이전에 목수라는 업에 대한 자부심과 작업에 대한 집요한 열정이 느껴졌다. 대목장(大木匠)은 나무를 소재로 집을 짓는 사람으로 나무를 다듬고 집을 설계하는 것부터 공사의 완성까지 책임지는 건축가다. 전통건축현장에서는 절대적인 권위를 갖고 있다. 최기영 대목장은 신응수 대목장, 전흥수 대목장과 함께 중요무형문화재로 당대가 지정한 대목장 세 명 중 한 명이다. 평생 목수를 하기로 마음먹은 때를 물었더니

[Cover story] 세계 Top10 사회적 기업가를 찾아서⑩ ‘하갈(Hagar)’ 설립자 피에르 타미

“머리 아닌 가슴으로 운영”… 거리의 아이들을 ‘꿈꾸는 아이’로 미소년 소팟(Sophat)이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은 바로 부엌이다. 채소를 다듬고 잘게 써는 일부터 고기를 알맞게 구워내는 일까지 다 그의 몫이다. 소팟과 함께 일하는 다른 요리사들은 “요리실력만 좋은 게 아니라, 성격도, 태도도 너무 좋은 친구”라며 입에 침이 마르게 칭찬했다. 자신에 대한 칭찬에 부끄러워하면서도 소팟은 “너무 행복하다”며 웃음을 참지 못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는 삶이었어요. 언제 어디서 태어났는지도 모르고, 거리의 아이로 자랐어요.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구걸하고 쓰레기를 뒤지며 간신히 굶어 죽지 않는 삶을 살았죠.” 꿈꾸는 일조차 사치라고 생각했던 그가 인생의 전환점을 맞은 것은 2007년 ‘하갈(Hagar)’을 만난 이후다. ‘하갈’은 아동 성매매, 가정폭력 등으로 상처 입고 버려진 여성과 아이들을 위한 쉼터다. 직업훈련, 사회훈련을 위해 출장요리 업체 ‘하갈 케이터링’ 같은 사회적 기업도 운영한다. ‘하갈’은 당시 소팟에게 직업훈련 프로그램을 제안했다. 거리의 아이였던 소팟에게는, 재료를 다듬는 즐거움도, 음식을 만드는 흥분도, 손님이 깨끗하게 비운 접시를 닦는 보람도 다 처음이었다. 직업훈련을 성공적으로 마친 소팟은 현재 다른 레스토랑에서 정식 요리사로 일한다. 프놈펜에 위치한 ‘하갈’은 이처럼 가장 사랑받아야 할 가정에서 버림받은, 또는 상처를 받은 이들이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곳이다. 집에 감금되어 남편에게 매일 폭행을 당하다 구출된 젊은 여성, 가난 때문에 고작 300달러에 팔려가 아동 성매매에 수년간 희생되다 탈출한 소녀 등 수많은 여성과 아이들이 ‘하갈’을 찾는다. 지난 15년간

[2010 사회공헌 결산] ⑥ LG U+_ ‘두드림 U+’ 캠프

장애인 가정 청소년들에게 ‘요술통장’ 선물 어려운 상황에 처한 사람을 다시 일어서게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LG U+의 이상철(62·사진) 부회장은 “꿈과 사랑, 이 두 가지가 사람을 강하게 만듭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지난 22일 천안 지식경제부 공무원 교육원에서 열린 ‘두드림 U+’캠프에 참여한 장애인 가정의 청소년 100명과 LG U+ 임직원 100명의 멘토가 숨을 죽이며 이 부회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여러분들 동생 있어요? 동생이 있으면 동생을 사랑해보세요. 그러면 동생을 아끼고 보살피기 위해 강해지는 여러분을 느낄 겁니다.” 이 부회장은 말을 이었다. “여러분의 삶은 하얀 도화지와 같은 것입니다. 거기에 꿈을 갖고 인생을 그려 나가세요. 오늘 여러분들의 멘토가 되겠다고 모인 형과 누나, 언니, 오빠에게 여러분의 꿈이 무엇인지 말해보세요. 오늘 여기에서 여러분들이 자신과 하는 약속이 여러분의 인생을 바꿀 수도 있어요.” 강의가 끝나자 즉석에서 질의 응답이 이어졌다. CEO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질문하는 학생도 있었고 자신의 꿈을 친구들이 얕잡아본다고 고민을 토로하는 학생도 있었다. 장애 가정의 청소년이라고 하면 어두운 고민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는 편견과는 달리, 질문을 하는 학생들은 모두 ‘꿈’과 ‘극복’에 대해 질문했다. LG U+는 한국 장애인 재활협회의 두드림펀드와 함께 ‘두드림 U+’사업을 하고 있다. ‘두드림 U+’는 장애가정 청소년이 꾸준하게 적금을 들 경우 LG U+의 임직원이 1:1로 매칭을 해주고, 다시 회사가 매칭을 해주는 프로젝트다. 장애가정 청소년이 한 달에 2만원을 저금할 경우 임직원이 추가 2만원을, LG U+가 4만원을 매칭해 8만원을 저금하는 효과가 생긴다. 이

[2010 사회공헌 결산] ⑤ STX_ 다문화어린이도서관 ‘모두’

엄마나라 동화책 읽는 도서관, 우리 마을 자랑이에요 지난 21일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에 있는 다문화어린이도서관 ‘모두’의 회의실. 10여 명의 엄마들이 담소를 나누며 웃음꽃을 피우고 있었다. “미유키 언니는 아기 때문에 못 오고, 토야 씨는 1월이 출산예정일인데 벌써 오늘내일 한대요.” “우리 내년에는 인형극만 하지 말고 놀러도 가요. 호호호.” 자리에 모인 사람들은 몽골·베트남·일본 등 7개국에서 온 결혼이주여성들과 여기에 가세한 한국인 여성들이었다. 이들은 ‘함께 떠나는 엄마나라 동화여행’이라는 모임을 만들어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나고 있다. 처음에는 ‘엄마 나라의 언어로 된 동화를 아이들에게 읽어주고 싶다’라는 작은 소망에서 출발했다. 하지만 동화책을 읽어줄수록 아이들이 좀 더 쉽게 엄마 나라의 문화를 이해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각 나라의 동화로 만든 ‘인형극’ 공연이다. 지난해에는 공연을 20여회 했고, 올해는 도서관·학교·다문화축제 등에 초청받아 한 달에 3번 이상 공연을 하고 있다. 2008년 9월 우리나라 최초로 설립된 다문화어린이도서관 ‘모두’는 국제결혼가정 자녀와 지역사회 어린이들을 위한 도서관과 공부방 역할을 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도서관이 생긴 지 만 2년이 지나면서는 기존에 목표로 했던 역할뿐만 아니라, ‘결혼이주여성들의 네트워킹과 지역사회 참여 유도’라는 역할까지 수행하고 있다. 2000년에 결혼해 두 아들을 두고 있다는 일본인 가요 스키모토(37)씨는 “일본 엄마들 모임에 가면 다들 비슷한 주제로 이야기를 하지만 이곳에는 여러 나라 엄마들이 모여 있어 서로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다는 게 좋다”라고 말했다. 모임에 한국인 엄마들이 합세하면서 결혼이주여성들만 있을 때는 몰랐던 한국문화나

[2010 사회공헌 결산] ④ SKT_ 북한이탈주민 휴대폰 교육

사용법에서 에티켓까지… 3600명에 ‘소통 교육’ 북한이탈주민 최미혜(가명·36)씨가 지난 4월 초 남한 땅을 밟은 뒤 가장 신기했던 것 중의 하나는 휴대폰이었다. 북한 국경 근처에는 휴대폰을 쓰는 사람들이 더러 있었고, 북한을 떠나오는 길에 중국 등 다른 국가에서 휴대폰을 사용해봤다는 북한이탈주민들도 만났다. 하지만 최씨가 직접 휴대폰을 손에 쥐어본 것은 한국에 온 후였다.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고 가족들이랑 돌려보며 좋아했지요. 어찌나 신기하던지….” 최씨는 북한이탈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을 마치고 본격적으로 사회에 나온 지 석 달 만에 휴대폰이 한국사회에서 ‘필수품’이라는 걸 알았다. “사람 한번 만나려고 해도 시간을 정하고 목적지까지 가는데 계속 휴대폰을 써야 했다”고 말했다. 최씨에게 휴대폰 사용법을 알려준 것은 SK텔레콤 임직원들이었다. SK텔레콤 임직원들은 북한이탈주민의 정착과 교육을 돕는 경기 서북부 하나센터에서 자원봉사를 하던 중에 최씨를 만났고, 그가 묻지 않은 것까지 친절하게 알려줬다. 최씨는 “내가 터치폰을 골라서 요금이 많이 나오는데 봉사자 분이 저렴한 요금제를 추천해주고 기초수급자에게 할인혜택이 있다는 사실도 알려줘서 큰 도움이 됐다”며 고마워했다. 북한이탈주민 휴대폰 교육에 참여한 SK텔레콤 이성환(29) 매니저는 “북한이탈주민들은 커뮤니티를 만들지 않고 뿔뿔이 흩어져 살기 때문에 휴대폰 활용도가 높아 휴대폰 활용교육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사선을 넘어오신 분들이라 그런지 쉬는 시간이 되면 줄을 서서 경쟁적으로 질문하시는데 그럴 때 큰 보람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정보통신기술(ICT: Information & Communication Technology)을 활용한 사회공헌 활동에 중점을 두고있는 SK텔레콤은 2008년부터 3년간 3600여명의 북한이탈주민에게 휴대폰 활용교육을 해왔다. 북한이탈주민들에게 필요한 내용을 담은

[2010 사회공헌 결산] ③ BC카드_ 사랑,해 빨간밥차

영양만점·사랑만점… 11대의 밥차, 79만명에 한 끼 제공 용산노인종합복지관의 식당은 아침마다 북적거린다. 점심때 복지관을 찾아오는 어르신들에게 제공할 식사를 준비하기 위해서다. 복지관의 홍태임(31) 팀장은 “용산 지역에만 홀로 사시는 어르신들이 4000여명”이라며 “복지관 식사가 없으면 끼니를 거르실 우려도 크다”고 말했다. 어르신들을 위한 식사 준비로 바쁜 와중에 홍 팀장 얼굴이 갑자기 환해졌다. 밥차가 도착한 것이다. “저희 복지관이 지역 내 동쪽에 치우쳐 있어서 서쪽에 계신 어르신들이 식사하러 오시기가 힘들었어요. 하지만 밥차가 생겨서 복지관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계시는 노인분들에게도 식사를 제공할 수 있어요.” 홍 팀장과 봉사자 다섯명은 복지관 식당에서 미리 준비하고 다듬은 재료들을 가지고 밥차에 올랐다. “조리는 어르신들이 모여 계신 공원에서 바로 합니다. 따끈따끈하고 맛있는 식사를 현장에서 제공할 수 있는 거죠.” 이렇게 용산노인종합복지관이 밥차를 운영할 수 있었던 것은 2006년부터다. BC카드가 ‘사랑,해 빨간밥차’를 기증했기 때문이다. 빨간밥차는 5t 트럭에 가스레인지, 대형 솥 등을 넣어서 어느 곳에서건 취사와 급식지원이 가능하도록 개조한 차량이다. “이 트럭이 움직이면 한 번에 600명 정도의 급식이 가능합니다.” BC카드 박상진(45) 부장의 목소리에 힘이 들어갔다. 현재 서울·광주·여수·부산·대구·인천·울산 등에서 가동 중인 빨간밥차는 총 11대. 이 빨간밥차를 통해 일주일에 30회의 급식이 이루어지고 있고 1회에 4100명이 식사를 제공받고 있다. “2005년부터 지금까지 빨간밥차 11대를 보급하는 동안 급식 지원을 받은 분들이 79만명 정도 됩니다.” 지방의 중소도시 인구 전체에 식사를 제공한 셈이다. 급식 지원을 받은 이들의 수도 적지 않은데, 박 부장은 빨간밥차의 진짜 효과는

[2010 사회공헌 결산] ② 한전_ 지역아동센터 자매결연 활동

3900여명의 산타들, 소외 어린이의 꿈을 밝히다 대전시 대덕구 법동에 있는 법동지역아동센터에는 지난 21일 산타가 다녀갔다. 산타는 지역아동센터 아이들과 함께 캐럴을 부르고 게임을 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간식도 한상 가득 차려냈다. 크리스마스 파티가 끝나갈 무렵에는 산타가 준비해온 선물이 전달됐다. 포장지에 아이들의 이름이 하나하나 적힌, 아이들이 평소 갖고 싶어 하던 선물이었다. 아이들의 얼굴에 환한 웃음이 번졌다. 산타는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 전력연구원 직원들이었다. 법동지역아동센터와 일대일 자매결연을 맺은 한전 직원들은 아이들에게 줄 선물을 직접 고르려고 전날 겨울 추위 속에서 서너 시간을 돌아다녔다. “아이들이 너무 좋아했어요. 사실 지역아동센터 아이들은 크리스마스만 되면 상대적인 빈곤감을 느끼거든요. 반 친구들은 모두 거창한 선물을 받는데 자기는 선물을 받지 못하니까요. 외부에서 성탄절 축하파티를 해준 건 처음인데 너무 좋네요.” 크리스마스 파티가 열린 날 밤 김미란 법동지역아동센터 원장은 잔뜩 들뜬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한전 전력연구원과 법동지역아동센터가 인연을 맺은 지는 만 4년이 되었다. 한전 봉사자들은 한 달에 두 번 센터를 방문해 학습 지도를 해주고 있다. 주로 초등학교 4~5학년 아이들과 함께 수학 학습지를 푼다. 2년 반 째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는 송향순 한전 전력연구원 경영지원팀 대리는 “초등학교 수학이 의외로 어렵다며 따로 교재를 구입해 예습하는 직원이 있을 정도로 다들 열심이다”고 전했다. 아이들을 위해 책상, 의자, 사물함 같은 시설을 교체해주고 문화 체험비용, 간식비용 등을 지원하기도 한다. 김미란 원장이 한전 봉사자들에게 가장 감사하는 부분은 지난 4년 동안 아이들의 멘토가 되어 가족처럼

[2010 사회공헌 결산] ① 아시아나항공_ 동전 모금 16년

‘티끌 모아 50억’… 구름 위 온정, 가장 낮은 곳의 삶을 보듬다 기자가 취재를 하다 보면 사회 공헌이 기업의 영업에 방해가 된다고 생각하는 기업인을 여전히 만나게 된다. 이런 기업은 무지막지한 금액을 텔레비전 광고에 쏟아 부으면서도 그 금액의 1%도 안 되는 금액을 사회 공헌에 사용하는 것에는 유난히 조심스럽다. 반면 기업의 총수부터 직원까지 진심으로 나눔을 즐기는 기업도 있다. 이런 기업에서 찾아볼 수 있는 공통점은 ‘고객에 대한 믿음’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1994년부터 유니세프와 함께 항공기 기내에서 사랑의 동전 모으기를 진행했다. 해외 체류를 마치고 돌아오는 승객들이 미처 환전을 하지 못하고 잔돈을 소지한 채 항공기에 탑승한다는 점에 착안해서 환전이 힘들거나 환전을 해도 큰 의미가 없는 소액들을 기부받아 유니세프에 전달하자는 것이었다. 좋은 취지였지만 유니세프로부터 처음 동전 모으기를 제안받았을 때 쉽게 나설 수만은 없었다. “항공사의 입장에서 보면 편안하게 휴식을 취해야 할 승객들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일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선뜻 나설 수만은 없었습니다.” 기내 서비스를 담당하는 이승희 과장은 조심스럽게 말했다. 다른 항공사도 같은 이유로 모금을 망설이고 있었다. 하지만 박삼구(65) 회장은 아동 구호를 위해 기부금이 쓰인다는 얘기를 듣고 기내 동전 모으기를 흔쾌히 허락했다. 오히려 잘하라고 격려해주었다. 그렇게 해서 16년간 지속되는 장수 모금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그리고 놀라운 일들이 하나씩 벌어졌다. 1994년 1억6000만원이 1년 만에 모이더니 해마다 모금액이 전년도 대비 10%가 넘게 증가했다. 2007년과 2008년 사이에는 기존의 모금액보다 50% 이상 모금액이 증가했고,

세계 TOP 10 사회적 기업가를 찾아서 ⑨ 인도 지적장애인 취업센터 연 수간다 수크루타라지

“지적장애인이 어떻게 일하냐고요? 조금 느리지만, 함께라면 가능하죠” 국제우주항공박람회 유치(1993), 국방연구개발기구(DRDO) 컨설턴트, 데칸항공 최고기업연락경영자(Chief Executive Corporate Liaison), 정부 내 정보기술부 프로그램 디렉터. 국방과 정보기술(IT) 분야에서의 화려한 경력과 타이틀, 그 모든 것이 한순간 의미가 없어졌다. IT업계 내 최고의 전문가 중 하나였던 수간다 수크루타라지(Sugandha Sukrutaraj·54)씨가 2000년, ‘스페셜 올림픽(Special Olympics)’을 만난 후의 일이다. ‘스페셜 올림픽’은 지적장애인들의 올림픽으로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의 여동생, 故 유니스 케네디 슈라이버 여사가 시작했다. 선수보다 자원봉사자가 더 많은 ‘특별한’ 올림픽으로 4년마다 개최된다. 그녀는 2000년 12월, 인도 스페셜 올림픽의 이사로 초청됐다. 그렇게 많은 지적장애인을 만난 것도, 그렇게 가까이에서 그들의 삶을 들여다본 것도 처음이었다. “그동안 제가 너무 몰랐던 것이, 무관심했던 것이 미안했습니다. ‘뭔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스페셜 올림픽에서 지적장애인들을 만난 지 4년 후인 2004년, 수크루타라지씨는 ‘AMBA CEEIC’라는 지적장애인의 경제력 강화를 목적으로 한 센터를 세웠다. 그 결과 현재 인도 전역에는 AMBA CEEIC 센터가 26곳이 있다. 235명의 청년들이 직업기술을 훈련받고 맡은 업무를 수행한다. 센터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은행, 학교, 공항 등에서 일하고 있는 청년도 49명이나 된다. 2007년 아쇼카 펠로로 선정되어 지원금도 받았다. “항상 ‘절대로 늦은 때는 없다’, ‘불가능한 것은 없다’는 마음으로 했습니다. 기업을 설득해 업무계약을 맺는 것이 어렵긴 해도 불가능하진 않더라고요. 학생들도 마찬가지예요. 조금 느릴 뿐이지, 아무것도 할 수 없진 않거든요. 만약 어떤 일이 어렵다면, 좀 더 쪼개고 나누어서 여러 명이 하면 됩니다. 혼자 해야

세계 TOP10 사회적 기업가를 찾아서⑧ 日 ‘테이블포투’ 창업자 마사히사 고구레

선진국엔 ‘건강식’ 후진국엔 ‘희망식’ 20엔<약 280원>으로 만드는 기적의 식탁 기업·학교 등 330여 기관과 제휴, 현재까지 1억200만엔 모여…르완다·우간다·에티오피아 등 아프리카 54개 학교에 급식 지원 일본 최대 무역회사 중 하나인 미쓰이(Mitsui & Co.). 이곳 구내식당에 ‘아프리카 아이들을 위한’ 점심메뉴가 있다고 해서 찾아갔다. 12시가 가까워지자 직원들이 하나 둘 구내식당으로 모여들었다. 다양한 메뉴들 중에서도 유독 ‘테이블포투(Table for two)’ 메뉴에 사람들이 줄을 길게 섰다. 유이치 아오키(57) 사회공헌부장은 “2008년 8월부터 테이블포투 메뉴를 시작했다”며 “직원들이 이 메뉴를 선택할 경우, 판매액에서 자동으로 20엔(약 280원)이 기부되고 회사도 20엔을 매칭해 추가 기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2년이 조금 넘는 기간 동안 미쓰이 상사는 테이블포투 메뉴 판매를 통해 약 148만엔(2000만원)의 기부금을 모았다. 지난 7월부터는 포인트 카드 제도를 도입해 이 메뉴를 10번 먹으면 무료 음료수를 제공하면서 기부를 독려하고, 회사는 동시에 아프리카 고아원에 추가 기부를 하고 있다. 회사 내에는 테이블포투 서포터즈 모임도 구성돼 있다. 주로 20~30대 젊은 직원들로 구성된 모임은 사내 캠페인 활동을 주도한다. 정기적으로 사내 설문조사를 통해 메뉴 개발, 홍보 전략을 짠다. 서포터즈 중 한 명인 히데아키 시미즈(29)씨는 “사회적 책임은 기업만의 것이 아니라, 우리 시민 모두의 것이기도 하다”며 “직장생활을 하면서 동시에 글로벌 사회에 조금이나마 기여할 수 있다는 게 참 보람있다”고 말했다. 테이블포투 메뉴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두 사람을 위한 것이다. 비만으로 고심하는 선진국 사람들과 굶주림으로 고통 받는 후진국 사람들을 위한 메뉴다. 비타민·무기질

[세계 Top 10 사회적 기업가를 찾아서] ⑥ 인도 ‘베어풋 컬리지’ 벙커 로이 대표

“희망 잃은 주민에 용기 북돋우니 ‘맨발의 기적’ 일어나” 델리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다시 차를 타고 장장 10시간을 움직였다. 바로 ‘베어풋 컬리지(Barefoot College)’의 창업자이자 대표인 산짓 벙커 로이(Sanjit Bunker Roy·65)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베어풋 컬리지는 인도의 가난한 시골 사람들로 하여금, 스스로가 할 수 있는 일을 발견하고 그 기술과 재능을 개발하도록 돕는 비영리 단체다. 국제구호단체가 전문가들을 파견해 ‘제공’하는 형태였던 기존의 지역사회개발 모델과 달리, 마을 주민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선택하며 결정해서 자신들의 공동체를 자력으로 개발해 나가도록 돕는다. 이러한 혁신성 때문에, 베이풋 컬리지는 스콜(Skoll) 재단과 슈밥(Schwab) 재단 등 세계적인 기관들로부터 우수한 사회적 기업으로 선정되었다. 올해 초에는 타임(Time)지가 선정한 ‘100명의 가장 영향력 있는 사람’에도 뽑혔다. 로이 씨가 베어풋 컬리지를 설립한 것은 1971년이다. 지역사회개발에 관심이 있던 그는 대학을 졸업하고 기자가 찾아간 작은 마을, 틸로니아로 왔다. “약 5년간 우물을 파는 기술자로 일했어요. 정말 서툴고 숙련되지 않은(unskilled) 채였죠. 그렇게 5년간 함께 일하고 함께 살면서, 인도의 농촌 마을을 이해하게 되었어요. 일자리를 찾아 농촌을 등지는 청년들, 남겨진 노인과 여성, 아이들은 결국 소득거리가 없어 가난하고 무지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머리뿐 아니라, 가슴으로, 삶으로 이해하게 되면서 베어풋 컬리지를 시작했죠.” 지역사회개발이란 존중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그는 “마을을 어떻게 개발할 것인지, 삶을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한 지혜는 바로 그 마을에서 살아가는 주민들 스스로에게 있다”며 베어풋 컬리지의 정신을 반복해 강조했다. 그래서 단체의 이름도 맨발의 농촌 사람들이 서로가 서로에게 배우고 도우며

[세계 Top 10 사회적 기업가를 찾아서] ⑤ 英 ‘글로벌 에식스’ 창업자 던칸 구즈

“생수 팔아서 아프리카 생명수 끌어올립니다”… ‘One Water’ 브랜드 생수 판매 수익금으로 ‘플레이펌프’ 보급… 英 최고 사회적기업 반열 올라 사회적 기업이 가장 발전한 국가는 영국이다. 그 위상답게 영국에는 사회적 기업의 수가 5만5000개를 넘는다. 사회적 기업의 매출만도 50조원을 넘어, 국가 GDP의 2%, 고용의 5%를 담당하고 있다. 이 5만5000곳 중 올해 영국 기업이사기구(IOD)로부터 의장상을 수상하고, 지난해에는 사회적기업런던(SEL)으로부터 최우수 사회적 기업상을 수상한 기업이 있다. 바로 글로벌 에식스(Global Ethics)다. 철저히 시장 시스템 안에서 경쟁하면서 아프리카 빈곤퇴치에도 기여하는 글로벌 에식스의 노하우를 배워보고자 창업자, 던칸 구즈(Duncan Goose·41)씨를 찾았다. 사무실에서 나와 반갑게 인사하는 구즈씨의 손엔 샌드위치가 들려 있었다. 연속되는 회의 때문에 이렇게 점심을 때운단다. 정부 지원금이나 기부금 하나 없이 치열하게 시장에서 경쟁하는 그의 ‘기업가 정신’이 살짝 엿보였다. 점심시간을 뺏은 것만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들려는 찰나, 오히려 그가 적극적으로 질문한다. 한국의 사회적 기업은 어떠한지를. 구즈씨는 마케팅 및 사업기획 전문가였다. 미친 듯 일을 하던 29살(1998년), ‘이 일을 진짜 내가 원하는가’에 대해 스스로 묻기 시작했단다. 한참을 고민해보아도 답을 찾기 어려웠다. 결국 그는 ‘생각할 시간’을 갖기로 결심했다. 2년간의 여행 경비는 집과 차를 팔아 마련했다. 자아와 인생의 의미를 찾기 위해 그는 일부러 여행자들이 잘 가지 않는 곳들을 찾아다녔다. 지진을 겪기도 하고, 심지어는 총에 맞은 적도, 어느 부족에게 잡혀 경찰의 도움으로 구출된 적도 있다. 구즈씨는 “여행 중 온두라스에서 허리케인을 만난 것이 인생을 바꾼 계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