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6일(금)

[한국의 혼을 찾아서③] 인터뷰_ 신국악단 ‘소리아’ 류문 프로듀서

“국악, 전통을 바탕으로 하되 세계인이 공감할 수 있어야”
“우리가 만든 新국악이 온 세상에 울려 퍼질 때까지 내인생 모두 바칠 것”

미국 공영방송 PBS가 만들고 있는 한국 특집 다큐멘터리 ‘김치연대기(Kimchi Chronicles)’를 보면 해금, 대금, 가야금 등 한국 전통 악기를 사용한 음악이 나온다. 하지만 지금까지 들어왔던 국악과는 사뭇 느낌이 다르다. 훨씬 빠르고 젊은 분위기다. 이런 스타일의 음악은 지난 2009년 미국 NBC 방송에 나갔던 독도 홍보영상에도 사용돼 많은 사람들의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

이번 PBS의 다큐멘터리와 NBC의 독도 홍보영상에 사용된 음악은 둘 다 국악의 대중화와 세계화를 목표로 만들어진 신국악단 ‘소리아’의 음악이다. 소리아(SOREA)는 한국의 소리(Sound of Korea), 한국의 영혼(Soul of Korea)이라는 뜻으로 2005년에 결성됐다. 데뷔 직후인 2006년 국악 분야를 넘어 대중음악 분야에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을 수상하며, 창작곡 ‘뷰티풀 코리아(Beautiful Korea)’가 중학교 교과서에도 실렸다. 2006년 독일 펜페스트(Fan Fest) 공식 초청 독일 5개 도시 순회공연, 2009년 영국 템스페스티벌 공식 초청 특별공연, 2010년 프랑스 샹리브르페스티벌 공식 초청 특별공연 등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유명하다.

신보경 기자
신보경 기자

‘우리 것이 좋은 것이여’라고 외치지만 막상 국민들은 외면해 왔던 국악으로 소리아가 국내외 무대에서 인정받을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소리아의 류문 프로듀서는 “음악은 특히 공감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처음부터 전 세계 청중과의 소통을 염두에 두고 음악을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금은 전 세계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보사노바, 탱고 등의 음악도 원래는 한 지역의 음악이었습니다. 그런데 미국·유럽 등의 유명 아티스트들과 교류하고 음악적 실험 등을 하면서 성공하게 됐습니다. 이렇게 한 지역의 문화가 미국이나 유럽, 그리고 일본 같은 더 큰 시장에 진출해 인기를 얻게 되면, 그때부터는 ‘주류 문화’가 됩니다. 우리 음악도 잘만 만들면 전 세계를 아우를 수 있는 새로운 트렌드가 될 수 있습니다.”

류문 프로듀서는 국악이 세계적으로 인정받으려면 ‘전통국악’이나 단순히 다른 문화의 음악과 섞이기만 한 ‘퓨전국악’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소리아가 하고 있는 음악을 굳이 ‘신(新)국악’이라고 이름 붙인 것도 완전히 독립적이고 독창적인 음악을 하겠다는 의지였다. 그는 “아스토르 피아졸라의 ‘누에보탱고’가 처음엔 아르헨티나 자국에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지만, 기존의 탱고와 미국의 재즈를 혼합한 새로운 음악적 실험을 통해 전 세계 사람들에게 더 큰 사랑을 받게 된 것처럼 신국악도 그렇게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국악을 바탕으로 한 우리의 음악이 보사노바와 탱고처럼 ‘주류 문화’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류문 대표는 “타문화와 섞이고 호흡할 수 있는 유연성과 소통할 수 있는 힘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아직도 한국 문화를 이끌어가는 많은 사람들이 ‘전통이 아니면 안 된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전통을 바탕으로 하되, 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좋아할 수 있도록 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면에서 그는 국악계에 만연한 잘못된 인식에도 아쉬운 점이 많다고 했다. 전통만을 강조하면서 그것이 전부인 양 섬처럼 보호하려고만 하기 때문이다. 그는 “국악도 중국의 영향, 더 나아가 몽골의 영향을 받은 음악”이라며 “결국 문화와 음악의 역사도 순환하는 것이고 현재의 국악도 발전과 개량을 거쳐 진화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문화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라는 인상 깊은 말을 남겼다. 국악이 타문화와 섞이고 젊은 분위기가 나더라도 그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전통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내외 대중과 소통해 사람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음악이 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사람들이 국악을 좋아하게 되면 자연스레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의 근원을 찾으며 전통에 다다를 것이기 때문입니다.”

소리아를 이끌어 온 지난 6년을 회상하며 류문 대표는 “전 세계 인구의 0.8%밖에 되지 않는 이 작은 나라에서 꼭 해야 할 일은 한국의 문화가 세계에서 주류가 되는 것”이라며, “김구 선생이 ‘나의 소원’에서 말씀하셨던,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라는 문구가 날이 갈수록 강하게 마음속에 박힌다”고 했다.

“소리아가 만드는 신국악이 한국을 넘어 뉴욕·런던·베이징·도쿄 거리마다 울려 퍼질 때까지 신념 하나로 인생의 승부를 걸겠다”는 그에게서 자랑스러운 한국인의 기개가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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