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9일(금)

[2010 사회공헌 결산] ⑤ STX_ 다문화어린이도서관 ‘모두’

엄마나라 동화책 읽는 도서관, 우리 마을 자랑이에요

지난 21일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에 있는 다문화어린이도서관 ‘모두’의 회의실. 10여 명의 엄마들이 담소를 나누며 웃음꽃을 피우고 있었다.

“미유키 언니는 아기 때문에 못 오고, 토야 씨는 1월이 출산예정일인데 벌써 오늘내일 한대요.”

“우리 내년에는 인형극만 하지 말고 놀러도 가요. 호호호.”

서울 이문동에 있는 다문화어린이도서관‘모두’에서 다문화 가정 엄마들이 아이들에게 동화책을 읽어주고 있다. /STX 제공
서울 이문동에 있는 다문화어린이도서관‘모두’에서 다문화 가정 엄마들이 아이들에게 동화책을 읽어주고 있다. /STX 제공

자리에 모인 사람들은 몽골·베트남·일본 등 7개국에서 온 결혼이주여성들과 여기에 가세한 한국인 여성들이었다. 이들은 ‘함께 떠나는 엄마나라 동화여행’이라는 모임을 만들어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나고 있다. 처음에는 ‘엄마 나라의 언어로 된 동화를 아이들에게 읽어주고 싶다’라는 작은 소망에서 출발했다. 하지만 동화책을 읽어줄수록 아이들이 좀 더 쉽게 엄마 나라의 문화를 이해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각 나라의 동화로 만든 ‘인형극’ 공연이다. 지난해에는 공연을 20여회 했고, 올해는 도서관·학교·다문화축제 등에 초청받아 한 달에 3번 이상 공연을 하고 있다.

2008년 9월 우리나라 최초로 설립된 다문화어린이도서관 ‘모두’는 국제결혼가정 자녀와 지역사회 어린이들을 위한 도서관과 공부방 역할을 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도서관이 생긴 지 만 2년이 지나면서는 기존에 목표로 했던 역할뿐만 아니라, ‘결혼이주여성들의 네트워킹과 지역사회 참여 유도’라는 역할까지 수행하고 있다.

2000년에 결혼해 두 아들을 두고 있다는 일본인 가요 스키모토(37)씨는 “일본 엄마들 모임에 가면 다들 비슷한 주제로 이야기를 하지만 이곳에는 여러 나라 엄마들이 모여 있어 서로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다는 게 좋다”라고 말했다. 모임에 한국인 엄마들이 합세하면서 결혼이주여성들만 있을 때는 몰랐던 한국문화나 지역사회 이야기를 속속들이 알게 됐다는 것도 장점이다.

‘모두’는 ‘다문화어린이도서관’이라는 본래의 목적도 톡톡히 해내고 있다. 현재 ‘모두’에는 한국어 책 1만2000여권, 12개국에서 들여온 외국어로 된 책 6700여권이 있다. 2002년 결혼한 몽골인 앙흐도야(33)씨는 “한국 어디에서도 몽골어로 된 책을 찾아볼 수 없었는데, 여기서 몽골어로 된 동화책·동시를 보며 어릴 때 추억이 떠올랐다”고 말했다. 요즘 앙흐도야씨는 자신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여덟 살 난 아들에게 몽골어로 된 책을 읽어주고 있다. 일본인 엄마와 한국인 아빠 사이에서 태어난 김우혜(9)양은 “일주일에 세 번이나 도서관에 온다”며 “이곳에서 친구들도 만나고 책도 읽을 수 있어서 좋다”라고 말했다.

다문화어린이와 결혼이주여성이 지역사회에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돕는 다문화어린이도서관 ‘모두’가 탄생할 수 있었던 데는 한 글로벌 기업의 도움이 컸다. 세계 4대 조선 기업인 STX는 하나의 아이디어에 불과했던 ‘모두’가 현실 공간에 탄생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STX 강인권(53) 대외협력실장은 STX가 다문화도서관 사업을 포함한 다문화가정 지원사업에 주력하고 있는 이유를 “전 세계 140여 개의 해외 법인과 지사, 8개국 18개 조선소 등의 네트워크를 갖춘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STX가 후원하는 다문화어린이도서관은 현재 서울·창원·부산·구미·대구 등 전국 5개 지역에 있고, 내년 상반기에 안산에도 하나 들어설 예정이다.

‘모두’에서 일하는 김정연(39) 활동가는 “STX가 베트남·일본·중국·몽골·인도네시아 등지의 법인 및 지사를 통해 현지 아동도서를 구입해 도서관에 후원하면 지역사회 주민들이 자원봉사자로 도서관 운영에 도움을 준다”며 “기업과 지역사회가 서로 ‘윈윈(win-win)’하는 바람직한 사회공헌사업”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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