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만난 정택수 넷스파 대표는 “폐어망에 사용된 나일론은 너무 얇아서 흐느적거리기 때문에 따로 분리하기가 쉽지 않다”면서 “넷스파는 이런 나일론을 자동으로 분리하는 기술을 상업화 단계까지 개발했다”고 말했다. /한준호 C영상미디어 객원기자
“해양폐기물도 귀한 자원”… 폐어망서 순도 98% 나일론 추출

[인터뷰] 정택수 넷스파 대표 “최근 ESG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재생 플라스틱 수요도 늘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그린워싱’이 의심될 때도 많아졌습니다. 재생 플라스틱이라고 홍보했는데, 알고 보면 다른 소재를 섞었거나 아예 새 플라스틱인 거죠. 앞으로 글로벌 시장에서는 ‘진짜’ 재생 플라스틱인지 확인하는 인증 절차가 중요해질 겁니다.” 최근 섬유, 자동차, 화학 등 다양한 산업군에서 재생 플라스틱에 주목하고 있다. 쓰임을 다한 나일론 등 플라스틱은 가공을 거쳐 다시 의류, 자동차 부품 등의 소재가 다시 쓰인다. 자원순환 스타트업 ‘넷스파’는 폐어망에서 순도 높은 나일론을 추출해 재생 플라스틱을 만든다. 지난 2020년 창업 이후 유치한 투자금은 45억원. 지난달에는 국제 인증기관인 UL솔루션으로부터 국내 기업 최초로 해양 플라스틱 재활용 인증(UL ECV-2809 OP)을 받았다. 지난 24일 서울 강남구 서울소셜벤처허브에서 만난 정택수(31) 대표는 “재생 플라스틱을 제품에 활용하고 싶어하는 기업이 많아 해양폐기물 품귀 현상까지 빚고 있다”라며 “수요보다 매년 나오는 폐어망 양이 더 적을 정도”라고 말했다. 바다 죽이는 폐어망의 변신 한국해양수산개발원에 따르면 국내에서는 연간 약 4만4000t의 폐어망이 발생한다(2018년 기준). 이 중 일부는 바닷속에 버려져 ‘유령어업’의 주범이 된다. 물고기들이 물속에 방치된 폐어망에 걸려 죽거나 다치는 것이다. 유령어업으로 인한 수산자원 피해 규모는 연간 9만5000t 규모로 추정된다. 폐어망의 자원화는 폐기물의 체계적인 수거를 유도하고, 유령어업을 줄이는 데도 기여한다. 다음은 정 대표와의 일문일답. -폐어망에서 나일론을 추출하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 “그렇다. 폐어망에는 나일론과 폴리에틸렌(PE), 폴리프로필렌(PP) 섬유가 얽혀 있다. 지금까지는 사람이 직접 칼이나

조혁진 한국노동연구원 노사관계연구본부 연구위원은 17일 “장애인이 ‘동료시민’으로서 비장애인과 함께 일할 수 있는 사회분위기가 조성되길 바란다”며 “그러기 위해선 고용의 주체인 기업들이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본인 제공
“장애인고용부담금, 직원 ‘평균임금’ 수준으로 올려야”

[인터뷰] 조혁진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기업 규모, 고용 형태별고용부담금 차등해야 ‘부담금이 더 경제적’잘못된 인식 바뀔 것 “현재 월 최저임금의 60%(약 120만원)로 설정된 장애인고용부담금 부담기초액을 회사 평균 임금 수준으로 올린다고 가정해볼게요. 장애인 더 뽑으시겠어요?” “그렇게 되면 고용하지 않을 수 없죠. 어떻게든 방법을 찾겠죠.” 조혁진 한국노동연구원 노사관계연구본부 연구위원은 17일 더나은미래 전화 인터뷰에서 민간기업 A사의 인사 관리자와 나눈 대화를 공유했다. A사는 장애인 의무고용률(3.1%)을 지키지 못해 2021년에 고용부담금으로 약 2억6500만원을 냈다. 연매출 1조원에 상시 근로자는 1100여 명.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에 따라 장애인 33명을 고용해야 하지만 16명에 그쳤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A사의 상시 근로자 1인 평균 연봉은 8000만원이 넘는다. 조혁진 연구위원은 “최저임금 수준의 부담기초액을 직원의 월평균 임금으로 올리면 A사의 고용부담금 규모가 3배 가까이 커진다”며 “이른바 ‘부담금으로 때우는 게 더 저렴하다’는 세간의 인식도 바뀔 것”이라고 했다. ―장애인고용부담금 기준을 월평균 임금 수준으로 개편하자는 주장인가? “현행법상 부담기초액은 각 기업의 고용 규모·매출액 등과 관계없이 일괄 적용된다. 기업마다 사업장 크기, 경제적 상황이 같지 않은데 같은 기준을 적용해버리면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이 더 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자본 시장에서 우위를 점한 대기업은 최저임금 수준의 고용부담금을 내는 데 큰 무리가 없다. 기업 규모별로 장애인 고용부담금을 차등해야 하는 이유다.” ―기업에 과도한 부담을 지운다는 우려가 나올 수 있다. “조금은 섣부른 우려다. 기업에 막대한 벌금을 물리는 게 고용부담금의 목적이 아니다. 고용 주체인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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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옷 버리지 말고, 문 앞에 두세요”… 방문수거·재판매로 의류폐기물 줄인다

[인터뷰] 양수빈 리클 대표 경기 남양주에 있는 의류 매장 ‘리클스토어’. 가게 안에는 셔츠, 바지, 가방, 신발 등 다양한 아이템이 진열돼 있었다. 폴로 셔츠 2만원, 프라다 블라우스 12만원. 시세의 5분의 1 수준이다. 새 제품 같아 보이지만 모두 중고 의류다. 헌옷을 판매하는 여타 매장과 다른 건 이른바 ‘모셔온 물건’으로 채워졌다는 점이다. 지난달 20일 매장에서 만난 양수빈 리클 대표는 “멀쩡한 옷이라도 의류수거함에 들어가면 대부분 새 주인을 만나지 못하고 폐기된다”라며 “헌옷을 한 번 더 유통시키고 폐기물을 줄이기 위해 선택한 방식이 바로 방문 수거”라고 설명했다. “이용자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으로 헌옷 수거를 신청하고 문 앞에 내놓으면 직원들이 직접 찾아갑니다. 보상금도 지급해요. 그렇게 매주35t(약 10만벌)이 리클 물류창고에 입고됩니다. 이 중 소비자에게 판매할 최상급 중고의류는 3%, 3000벌 정도죠. 계절에 따라 절반 정도 매장에 걸고, 나머지는 창고에 보관해요. 매대에 걸리지 못하는 옷들은 국내 도소매업체에 판매해요.” 지난 2021년 설립된 스타트업 ‘리클’은 3년 만에 직원 수 40명으로 규모를 키웠다. 누적 투자 유치액은 15억원 수준이다. 양 대표는 “고객의 약 85%가 20·30 여성”이라며 “버리려고 했던 옷을 문 앞에 두기만 해도 커피값 벌 수 있다는 인식이 퍼질수록 자연스럽게 의류폐기물도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헌옷 수거 업체는 기존에도 많습니다. 어떤 차이가 있나요? “대부분의 헌옷 수거 업체들은 무게 20kg 이상 돼야 수거해요. 매입 단가도 의류 상태에 관계없이 1kg당 200원 수준이죠. 20kg를 한꺼번에 버리는 건 쉽지 않잖아요. 그래서 수거

박형건(왼쪽) 캡쳐6(Capture6) 부대표와 에단 코헨-콜 대표. /캡쳐6
“기후테크로 공기 중 탄소 잡고, 깨끗한 물도 만든다”

[인터뷰] ‘캡쳐6’ 에단 코헨-콜 대표, 박형건 부대표 한국산업은행 과장을 거쳐 녹색기후기금(GCF) 부국장,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민간위원까지. 독특한 이력을 가진 한국인이 최근 미국의 기후테크 스타트업 ‘캡쳐6(Capture6)’에 합류했다. 박형건 캡쳐6 부대표는 “한국산업은행과 GCF에서 기후 부문에 투자하는 역할을 했는데 마음 한편에는 직접 운전대에 앉아 사업을 진행해보고 싶은 바람이 있었다”고 했다. 올해로 설립 3년차를 맞은 캡쳐6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버클리와 뉴질랜드 로토루아에 사무실을 둔 기후테크 스타트업이다. 이들은 탄소직접공기포집(DAC)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DAC는 대기에 누적된 이산화탄소를 포집하는 기술로, 흔히 대형 팬에 공기를 통과시켜 이산화탄소를 분리해낸다. 캡쳐6의 DAC 기술은 조금 독특하다. 대형 팬 대신 해수담수화장치나 수처리시설에서 나온 농축수를 활용한다. 지난달 18일 더나은미래는 캡쳐6의 비즈니스 모델을 자세히 듣기 위해 에단 코헨-콜 대표와 박형건 부대표를 화상회의로 만났다. 인터뷰 시작 전, 두 사람은 할 이야기가 많았는지 한참 이야기를 나눴다. 공기 중 탄소, 연간 최대 20억t 제거 가능 -재밌는 대화 중이었던 것 같다. 코헨-콜=요즘 사업 확장하기 위해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만나고 다니느라 사무실에 있을 시간이 없었다. 레오(박형건 부사장의 영어이름)도 굉장히 오랜만에 만났다. 근황을 얘기하다 보니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캡쳐6의 DAC 사업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코헨-콜=탄소 포집 공정은 크게 ▲수처리 ▲전기분해 ▲탄소직접공기포집 등 세 가지로 구분된다. 우선 해수담수화·수처리 시설에서 나오는 농축수를 정제한다. 그 과정에서 물과 염화나트륨(소금)이 분리된다. 분리된 소금을 전기분해하면 염소, 수소가 추출되면서 수산화나트륨 용액이 만들어진다. 수산화나트륨은 이산화탄소를 끌어들이는 성질이 있어 대기 중 탄소를

정태랑 대표는 "똑똑한 건설현장을 만들기 위해선 전통적인 방식들을 벗어나 소프트웨어 도입 등 새로운 기술들을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남 김해=이건송 C영상미디어 기자
건설업 탄소 감축, 낭비되는 에너지에 주목하라

[인터뷰] 정태랑 레디로버스트머신 대표 건설기계 연비 높여 탄소배출량 30% 감축창업 1년 만에 30억원 규모 투자 유치 “자동차 산업은 내연기관에서 전기모터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습니다. 연료 사용으로 인한 탄소배출량을 줄이기 위해서죠. 그런데 건설기계로 분류되는 굴착기나 불도저, 지게차 등은 상황이 조금 다릅니다. 자동차처럼 경유를 사용하는 굴착기의 경우 낮은 연비로 에너지 낭비가 심한데도 에너지 전환 움직임이 거의 없어요. 버려지는 에너지를 잡으면 탄소배출량이 크게 줄텐데요. 저희가 주목한 지점도 바로 에너지 효율입니다.” 정태랑(36) 레디로버스트머신 대표는 “건설업의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건설기계의 에너지 효율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레디로버스트머신은 굴착기 등 건설기계의 연료사용량을 최대 30% 줄일 수 있는 연료 절감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굴착기가 움직일 때마다 버려지는 유압·위치에너지를 저장하고, 이를 다시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기술이다. 건설업은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산업에 속한다. 2020년 유엔환경계획(UNEP)의 ‘글로벌 현황 보고서(Global Status Report)’에 따르면, 건설·건축 분야의 연간 탄소배출량은 9.95GtCO2e로 전체 배출량의 약 38%에 달한다. 변화에 보수적인 건설·토목 분야에서 새로운 에너지 효율화 솔루션을 적용하기 위해 정태랑 대표는 지난 20일 경남 김해 본사에서 만났다. 지난 2021년 레디로버스트머신을 설립한 정 대표는 “전체 산업군 중에서 가장 탄소배출량이 큰 건설·토목 분야에서의 탄소저감 노력은 그만큼 더 큰 효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탄소배출량 줄이려면 낭비되는 에너지에 주목해야 -건설기계가 배출하는 탄소량은 어느 정도인가? “무게 30t짜리 굴착기가 하루에 쓰는 경유량은 200~300L에 달한다. 연간 탄소배출량으로 환산하면 196t 정도되는데, 1만5000km를 주행하는 승용차 100대가 내뿜는 탄소배출량과 맞먹는다.” -탄소감축은

13일 만난홍선욱 동아시아바다공동체 오션 대표는 "해양쓰레기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다른 국가들과의 네트워킹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오션은 매주 해양쓰레기 관련 논문을 다루는 세미나를 열고 매달 한번씩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국가의 NGO까지 참여하는 국제 세미나로 진행한다. /이건송 C영상미디어 기자
“해양쓰레기 문제, 정확한 데이터 분석이 먼저… 누구나 쓸 수 있게 공개합니다”

[인터뷰] 홍선욱 동아시아바다공동체 오션 대표 “바다에 떠있는 하얀 스티로폼 부표 하나가 ‘미세플라스틱 공장’이나 다름없어요. 햇볕과 바닷물에 부식되면서 수조 개의 미세 플라스틱을 양산합니다. 10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 해안에 이 미세플라스틱 공장이 5000만개가 넘게 있었지만, 지금은 절반으로 줄었어요. 정확한 데이터를 통한 분석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죠.” 동아시아바다공동체 오션(이하 ‘오션’)의 홍선욱(56) 대표가 말했다. 오션은 ‘연구하는 NGO’다. 데이터를 수집, 분석해 해양쓰레기 문제에 접근한다. 해양쓰레기의 심각성이 잘 알려지지 않았던 15년 전부터 문제 해결을 위해 나섰다. 국내 양식장에서 흔히 사용하는 스티로폼 부표가 심각한 해양오염을 일으킨다는 걸 처음 밝힌 것도 오션이었다. 2008년부터 2년간 해양쓰레기를 모니터링해 얼마나 많은 양의 스티로폼 부표가 사용되는지, 생태계와 인체에 얼마나 심각한 피해를 유발하는지 등을 알아내 정책을 바꾸기 위해 뛰었다. 오션의 노력으로 바다에 떠 있는 스티로폼 부표는 10년 전에 비해 절반 가량 줄었다. 올해 11월부터는 국내 양식장을 포함한 모든 어장에서 스티로폼 부표의 신규 설치가 금지된다. 올해는 오션에게도 특별한 해다. 그동안 펼쳐온 해안쓰레기 모니터링 사업 등을 바탕으로 임팩트를 확장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할 계획이다. 해양쓰레기를 10분의 1로 줄이기 위한 프로젝트와 시민 누구나 해양쓰레기 모니터링에 참여할 수 있는 플랫폼 제작에 나선다. 지난 13일 홍 대표와 서울 광화문에서 만났다. -국내에서 해양쓰레기 문제가 주목받지 않을 때부터 활동을 시작했다. “2001년 KMI한국해양수산개발원에서 해양폐기물 연구 프로젝트를 맡으면서 해양쓰레기 문제를 알게 됐다. 그해 9월 전 세계에서 동시에 열리는 국제 연안 정화(ICC) 행사에 자원봉사자로

WWF는 세계 100여 국 3500만명의 서포터즈를 보유한 세계 최대 규모 비영리 자연보전기관이다. 지난해 8월 취임한 홍정욱 WWF한국본부 이사장은 “기후위기와 생물 다양성 감소를 막기 위한 WWF의 글로벌 프로젝트에 한국본부가 기여할 방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이신영 C영상미디어 기자
아직도 기후위기를 믿지 않는 이들에게

[인터뷰] 홍정욱 WWF한국본부 이사장 단정한 슈트 차림에 정돈된 헤어.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은 모습이었다. 뜻밖의 소품 하나가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지난달 23일, 홍정욱(53) WWF한국본부 이사장이 판다(Panda) 한 마리를 품에 안고 인터뷰 자리에 나타났다. “판다는 WWF를 상징하는 캐릭터예요. 이건 종이로 만든 판다 인형인데 당시 야생에 존재하던 판다 개체 수와 동일하게 1600개가 제작됐다고 해요. 지금은 개체 수가 많이 늘었다고 하니 다행이죠.” WWF는 세계 100여 국 3500만명의 서포터즈를 보유한 세계 최대 규모 비영리 자연보전기관이다. 홍정욱 이사장은 WWF 후원자로 시작해 2017년 이사직을 맡았고 지난해 8월 이사장에 취임했다. 이번이 이사장으로서 첫 공식 인터뷰다. 처음 만난 기후변화 ―WWF와 인연이 꽤 깊네요. “2012년에 국회의원 관두고 다시 경영자로 복귀했을 때 WWF를 알게 됐어요. 환경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던 시기였는데 2014년에 WWF 한국본부가 생긴다는 거예요. 당시엔 국내 환경 단체들이 다소 전투적이고 이념적인 경향이 있었어요. WWF는 ‘투게더 파서블(Together Possible)’이라는 구호를 가지고 있는데 그게 참 좋았어요. ‘지구를 공유하는 모든 구성원이 힘을 합쳐 헤쳐나가야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철학에 매료돼 후원을 시작했어요.” ―한국 사람들은 잘 모르지만 글로벌에서는 WWF의 위상이 상당히 높죠. “설립된 지 60년이 넘은 기관이고 본부는 스위스에 있어요. 영향력으로 치면 환경 분야 NGO 중에 압도적인 1위죠. 영향력이라는 건 결국 국제사회의 환경 어젠다를 WWF가 이끌고 있다는 뜻이에요. 1980년대에는 UNEP(유엔환경계획) 등과 함께 세계보전전략(World Conservation Strategy)을 만들었고, 1990년대에는 생물다양성협약, 기후변화협약 등 세계적인 환경 관련 협약의

지난 8일 풀무원의 여성 사외이사 3인을 만나 '여성이사 할당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맨 왼쪽부터 심수옥·이경미·이지윤 이사. /양수열 C영상미디어 기자
여성이사 셋이 모이면 ‘거버넌스’가 바뀐다

[풀무원 여성이사 3인 인터뷰] 상장사 여성이사 비율중국·일본보다 낮아 풀무원 여성이사들젠더 관점 질문으로여성임원 비율 높여 기업의 최고 의사 결정 기구인 ‘이사회’의 분위기가 달라졌다. 지난해 8월 시행된 ‘여성이사 할당제’의 영향이다. 여성이사 할당제는 자산 2조가 넘는 상장 기업이 이사회를 특정 성별(性別)로만 구성할 수 없게 하는 제도다. 기존의 이사회가 지나치게 남성 중심적이라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여성이사를 1명 이상 두도록 법으로 정한 것이다. 법 시행 이후 여성 사외이사를 선임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지만, 이사회 규모와 상관없이 여성 사외이사를 1명만 선임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법적 요건만 겨우 충족시킨 ‘구색 맞추기’라는 비난도 나온다. 여성 사외이사를 3명이나 보유한 풀무원이 특이한 케이스로 꼽히는 이유다. 이사회에 들어간 여성이사들은 어떤 목소리를 내고 있을까. 여성이사 할당제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어떤 조건이 필요할까. 지난 8일 이경미(서울대 경영학과 교수)·심수옥(성균관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 교수)·이지윤(플레시먼힐러드 상임고문) 등 풀무원 여성이사 3인에게 물었다. ―여성이사 할당제가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는 이야기도 있고, 다소 아쉽다는 평가도 있다. 심수옥=미국이나 유럽에 비하면 아쉬움이 있다. 작년 6월에 EU 의회가 대단한 결정을 하나 했다. 27개 전 회원국을 대상으로 여성이사 40% 할당제를 시행하기로 한 것이다. 전년도에 법안을 상정하면서 9개국을 대상으로 테스트를 했는데 굉장히 긍정적인 결과가 나왔다. 특히 양성평등 면에서 발전이 있었다. 여성 경영진 비율이 높아졌고, 시행하지 않은 기업들보다 재무적 성과도 높게 나타났다. 이 결과를 기반으로 확대 시행을 하게 된 것이다. 2021년 기준 국내 상장사의 여성이사 비율이 8.7%로 나타났는데, 가장 낮은 축에

지난 10일 만난 유승규(왼쪽) 안무서운회사 대표와 고립 경험 당사자 안윤승씨. 안무서운회사는 고립청년들이 단계적으로 사회로 다시 나올 수 있도록 지원한다. /김종연 C영상미디어 객원기자
“세상이 무서운 은둔형 외톨이 위해 ‘안무서운회사’를 만들었습니다”

“고립 당사자들의 감정을 한 단어로 표현하면 ‘두려움’이에요. 세상이 무서운 거죠. 방 밖에서 이들을 맞아 줄 ‘안 무서운 집단’이 필요해요. 그런 회사가 되자는 뜻에서 이름을 ‘안무서운회사’로 지었습니다.” 지난 10일 서울 강북구 주택가에 위치한 안무서운회사를 찾았다. 이름은 ‘회사’지만, 사무실은 여느 회사들과 다른 가정집 형태였다. 안무서운회사는 방 세 개가 딸린 주택 두 채를 셰어하우스로 운영한다. 고립 생활을 하던 청년들이 함께 지내며 다시 세상과 관계를 맺는 연습을 하는 공간이다. 지난 2월부터 12월까지 10여 명의 고립청년이 생활하다가 퇴소했다. 이날 셰어하우스는 오는 3월 새 가족을 맞기 위해 재정비 중이었다. 유승규(30) 안무서운회사 대표와 고립 경험 청년 안윤승(22)씨가 취재진을 맞았다. 유승규 대표는 20대 절반을 집에서 은둔하면서 보냈다. 20살 때부터 3년, 군대 제대 후 2년을 방에만 있었다. 그러다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 청년을 지원하는 일본 비영리단체 ‘K2’ 자립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다시 사회로 나왔다. 2021년 12월 K2가 한국에서 철수하고 두 달 후 K2에서 만난 친구 4명과 함께 안무서운회사를 만들었다. 안윤승씨는 20살 때 6개월 동안 고립 생활을 하다가 K2에서 유 대표를 만나 3년째 함께 지내고 있다. 나만의 동굴로 들어가는 나이 ‘스무살’ 지난 1월 서울시 발표에 따르면, 집에서 6개월 이상 은둔 생활을 한 만 19~39세 청년은 지난해 기준 전국에 61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유 대표는 “국내에 고립청년이 점점 늘고 있지만 이들에 대한 지원은 턱없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사람들 앞에 잘 나서려고 하지 않는 고립청년 특성상

중앙사회서비스원을 맡은 조상미 초대 원장은 "민간 기업과 비영리단체, 대학, 병원 등 다양한 주체들의 사회 공헌 활동을 엮어 사회 서비스 규모를 키우고 민관 협력의 생태계를 만들어 갈 것"이라고 했다. /이신영 C영상미디어 기자
조상미 중앙사회서비스원장 “온 국민이 사회서비스 누려야 진정한 복지국가”

“올해 복지 예산이 처음으로 100조원을 넘어섰지만 국민 체감도는 낮습니다. 사회서비스 대부분이 취약 계층에 집중돼 있기 때문인데요. 사실 사회서비스는 모든 국민을 위한 제도입니다. 국민 삶의 불편을 해결하는 게 사회서비스의 본질이고, 누구나 누릴 수 있어야 해요. 그게 진정한 복지국가로 가는 길이기도 합니다.” 조상미 중앙사회서비스원장은 지난해 8월 초대 원장으로 임명됐다. 임기는 3년이다. 중앙사회서비스원은 전국 17개 시도 지방자치단체별로 운영되던 사회서비스원을 지원하고, 한국사회보장정보원이 위탁 관리했던 사회서비스 품질 관리 등을 총괄하는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지난해 3월 보건복지부 산하 기관으로 설립됐다. 올해를 ‘사회서비스 혁신의 원년’으로 만들겠다는 조 원장을 지난달 19일 서울 중구 중앙사회서비스원 사무실에서 만났다. 그는 “사회서비스를 취약 계층 넘어 모든 국민이 보편적으로 체감할 수 있도록 혁신 모델을 만드는 게 목표”라며 “기존 사회서비스 사업과 사회복지조직, 비영리단체, 민간 기업 등에서 개별적으로 해오던 활동들을 연계해 전체 규모를 키우는 작업도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진정한 복지국가로 가는 길 ―사회서비스는 본래 취약 계층 대상 아닌가? “사회복지의 큰 축은 사회보험, 공적부조, 사회서비스로 구분된다. 사회보험은 익히 아는 4대 보험이고, 공적부조는 취약 계층에게 주는 기초생활 수급 같은 현금 지원이다. 이와 달리 사회서비스는 도움이 필요한 모든 국민에게 복지, 보건, 교육, 고용, 주거, 문화 등 각 분야에서 제공하는 개별 서비스를 말한다. 흔히 노인, 아동, 장애인 등 취약 계층을 위한 서비스라고 생각하는데, 굉장히 협소한 해석이다. 사회문제를 완화하거나 국민이 불편을 느끼는 것들을 편하게 해주는 모든 것을 사회서비스라고 보면 된다.

황신애 한국모금가협회 상임이사. /김종연 C영상미디어 기자
튀르키예·시리아 성금 모금, 기부자가 알아야 할 것은?

2월 6일(현지 시각) 발생한 대지진으로 피해를 본 튀르키예·시리아를 돕기 위한 재난 성금 모금이 한창이다. 정부와 국민, 모금 단체가 힘을 합쳐 성금 모금과 전달이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협력하고 있지만 잘못된 정보로 종종 혼선이 빚어지기도 한다. 재난 성금에 관해 기부자가 알아두면 좋을 만한 내용을 황신애 한국모금가협회 상임이사에게 물었다. ―모금은 누가 할 수 있나요? “1000만원 이상 모금하려는 단체나 개인은 ‘기부금품 모집 등록’을 해야 합니다. 1365기부포털(www.nanumkorea.go.kr)에서 모집 등록하면 보통 20일이 걸리는데, ‘튀르키예·시리아 성금’은 신청 후 1일 이내 신속 처리됩니다. 등록 없이 모금할 경우, 기부금품법에 따라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 벌금형을 받을 수 있습니다. 모집 등록 문의는 행정안전부 민간협력과(044-205-3183)와 서울시 시민협력과(02-2133-6327) 등 관할 지자체로 하면 됩니다.” ―튀르키예·시리아 지진 구호 기부는 어디에 하면 좋을까요? “모집 등록을 마친 단체에 기부하는 게 안전하며 그중에서도 ‘해외 재난구호사업’의 전문성과 경험을 갖춘 단체, 성금 사용 및 전달 계획이 있는 단체를 선택할 것을 권합니다. 대표적 기부금품 모집 등록 단체로는 ▲국경없는의사회 ▲굿네이버스인터내셔날 ▲대한적십자사 ▲대한구세군유지재단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세이브더칠드런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옥스팜코리아 ▲월드비전 ▲유니세프한국위원회 ▲컨선월드와이드 ▲플랜한국위원회 ▲한국국제기아대책기구(가나다순) 등이 있습니다. 모집 등록 확인은 1365기부포털 (nanumkorea.go.kr)에서 가능합니다.” ―튀르키예·시리아 지진 성금은 어떻게 사용되나요? “국제 구호 단체로 모인 성금은 각 단체의 국제 본부를 통해 현지에 전달됩니다. 성금은 주로 피해자 및 피해 지역 지원, 구호 활동, 심리 치료 지원, 재난 복구 등에 사용되며 지원 기간은 단기적으로 수개월에서 1년까지, 중장기 지원은 2~10년까지 걸립니다.”

지난 8일 만난 정영일 이랜드재단 대표는 "가정밖청소년을 돕는 단체들이 연대하고 교류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한다"고 밝혔다. /양수열 C영상미디어 기자
정영일 이랜드재단 대표 “아이들에게 필요한 건 집, 그리고 곁에 있어줄 어른”

사각지대 가정밖청소년‘플랫폼’ 구축해 지원 청소년 직접 돕는 대신‘돕는 기관’ 발굴해 서포트 아이들이 위태롭다. 가정이라는 울타리에서 밀려난 아이들이 갈 곳은 뻔하다. 제약이 많은 ‘쉼터’ 대신 거리로 나선다. 먹고살기 위해 돈을 벌기로 한다. 쉽게 돈을 벌 방법이 참 많다. 도박, 성매매, 마약 배달 등 각종 범죄가 아이들을 유혹한다. 이랜드재단이 ‘가정밖청소년’을 돕는 사업을 시작한다. 가정밖청소년을 재단의 핵심 사업 분야로 선언하고 장기적인 지원을 공표했다. 당사자를 직접 돕는 방식이 아니라 ‘청소년을 돕는 기관’을 찾아내 지원하는 방식을 택했다. 지난 8일 만난 정영일(60) 이랜드재단 대표는 “위기에 빠진 아이들을 헌신적으로 돌보는 작은 단체들이 전국 곳곳에 있다”면서 “단체들이 지치지 않고 활동을 이어갈 수 있게 필요한 부분을 찾아 메워주는 역할을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가정밖청소년은 일반적으로 민간 기업에서는 지원을 꺼리는 영역이죠. “가출 청소년, 비행 청소년이라는 부정적 이미지 때문이에요. 성과가 안 나는 분야이기도 하고요. 아이들이 사고 안 치고 평범하게 살게 됐다는 것 정도가 가정밖청소년 사업의 성과니까 자랑하기도 애매하죠. 사실은 그래서 시작한 겁니다. 성과 안 나는 일, 남들이 안 하는 일이라 우리가 하기로 했어요. 그게 이랜드재단이 일하는 방식이니까요.” ―어떤 방식인가요. “재단이 설립된 게 1991년입니다. 박성수 이랜드그룹 회장께서 재단을 설립하면서 ‘이 시대의 가장 어려운 사람들을 찾아서 도우라’는 미션을 주셨어요. 성과를 자랑하기 위한 활동이 아니라 진짜 사각지대를 찾아 돕는 일에 몰두하라고 하셨죠. 이런 철학에 따라 30여 년간 위기 가정에 주거비, 치료비, 생계비, 교육비를 지원하는 사업을

제262호 창간 14주년 특집

지속가능한 공익 생태계와 함께 걸어온 1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