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플TV+의 드라마 ‘파친코’가 화제다. 일제강점기 영민함과 자존심으로 스스로를 지켜내던 젊은 여인 선자는 갑작스런 임신으로 고향을 떠나게 된다. 무력으로 조국을 지배하는 제국의 심장에 던져지는 것도 어려운데, 남편은 병약하고 일자리 없는 가족은 자기 앞가림도 못한다. 그러나 선자는 온갖 역경을 이겨, 가정을 일으키고 자신의 삶을 개척해 나간다. 갑자기 고향을 떠나거나 급작스런 환경변화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업루티드 피플(Uprooted people)’이라고 한다. 뿌리가 뽑혀나간 사람이라는 뜻이다. 뿌리를 잘 내려도 흔들리며 갈등하는 것이 삶의 본질인데, 예상치 않았던 사건은 우리를 다른 곳에 데려다 놓곤 한다. 사람만을 다른 곳에 데려다 놓는 것이 아니다. 그 사람을 따라 삶의 총체를 구성한 생활양식과 지식과 기술 등도 함께 이동한다. 업루티드 피플을 따라, 세계 각지를 이동하며 그들의 삶을 달래준 대표적인 상품이 커피다. 별빛을 따라 육로의 무역 길에 나선 아라비아 상인들과 이탈리아에 도착했고, 목숨을 건 대항해의 끝에서 아프리카 노예의 손을 빌려 전 유럽에 퍼져 나갔다. 산업혁명의 시기에는 노동자들의 끼니가 되어 주고, 프랑스 혁명기 가난한 사람들에게 자유와 민주주의의 이념으로 퍼져 나갔다. 그러나 전쟁만큼 커피의 확산을 촉진한 단일 사건은 없다. 커피는 미국 남북 전쟁의 승패를 갈랐다 할 정도로 병사들의 사기 진작에 필수적이었다. 링컨 대통령은 1862년 남군 지역의 항구 봉쇄령을 내려 남군의 커피 보급을 끊어 사기를 저하시키려고 했다. 남북전쟁 후, 고향으로 돌아간 군인들과 함께 커피의 아메리카 대륙 여행은 시작됐다.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원두 대신 인스턴트 커피가 병영에 투입되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