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만드는 공동체, 덴마크에서 찾은 사회적 자본의 비밀

내가 속한 공동체에서 신뢰와 협력이 바탕이 된다면 삶은 더욱 편안하고 안전해질 것이다. 이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사회를 건강하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다. 공동체 내에서 신뢰와 협력이 원활하게 작동할 때, 사회적 자본은 강해지고 지속가능한 발전이 가능해진다. 덴마크는 이러한 사회적 자본이 단순한 개념이 아니라 제도와 생활 속에서 구체적으로 작동하는 나라다. 아산 프론티어 아카데미 13기 사회혁신 프로젝트 팀 ‘홍삼’은 “지역의 사회적 자본이 건강하지 않다면, 귀농·귀촌 청년들이 그곳에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덴마크를 찾았다. 7일간의 탐방을 통해 신뢰와 협력이 어떻게 작동하고, 확장되며, 공동체를 변화시키는지를 직접 경험했다. ◇ 함께 먹고, 대화하고, 성장하는 덴마크 공동체의 힘 덴마크에서 만난 사람들은 서로를 믿고 협력하는 것이 생활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는 모습이었다. 신뢰와 협력이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제도와 시스템 속에서 작동하고 있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기억에 남는 곳들이 있었다. 사람책 도서관(Human Library), 랑엥 주거 공동체(Lange Eng), 스반홀름 행복마을(Svanholm), 그리고 덴마크 자유학교(International People’s College)다. 비슷한 듯 다른 4곳은 사회적 자본을 어떻게 형성하고, 확장, 확산해나가는지 몸소 보여주었다. 사람책 도서관(Human Library)은 2000년, 편견과 차별을 줄이기 위한 프로젝트로 시작됐다. 이곳에서는 사람들이 특정한 편견을 가지고 있을 법한 난민, 성소수자, 장애인 등과 직접 대화를 나누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탐방 중 한 게이 부모를 ‘사람책’으로 만나 그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와의 대화는 덴마크가 어떻게 다양성을 존중하고, 신뢰를 기반으로 사회적 자본을 쌓아가는지를 보여주는 경험이었다. 랑엥

덴마크는 ‘남성 난임’ 문제를 어떻게 풀고 있을까

결혼과 출산이 선택이 된 시대에도 아이를 원하지만 ‘난임’으로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많다. 난임 문제는 흔히 여성만의 문제로 여겨지지만, 실제로는 남성 요인이 36%를 차지하며 증가 추세에 있다. 2024년 UN 세계행복지수 2위에 오른 덴마크 역시 저출산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 현재 덴마크 출산율은 1.5명으로, 인구 유지선인 2.1명에 크게 못 미친다. 그렇다면 가족친화적 정책이 잘 갖춰진 덴마크에서는 ‘남성 난임’을 어떻게 다루고 있을까. 아산 프론티어 아카데미 13기 사회혁신 프로젝트 팀 ‘두 개의 선’은 덴마크 코펜하겐을 방문해 난임 문제를 성별의 문제가 아닌, 사회 전체가 해결해야 하는 과제로 인식하는 현장을 목격했다. ◇ 난임, 사회가 함께 해결해야 할 문제 덴마크 코펜하겐시는 주치의 제도와 데이터 기반의 건강 정책으로 불평등을 줄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덴마크에서는 성인 25~44세의 20%가 난임을 겪으며, 난임 시술로 태어난 아이들이 전체 출생아의 12%를 차지할 정도로 국가적 문제로 자리 잡았다. 보건복지관리국을 총괄하는 카트린 셰닝(Katrine Schjønning)은 “난임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예방 전략과 공공 및 민간 협력을 통한 종합적 접근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덴마크는 광역지자체가 난임 클리닉과 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기초지자체는 성교육과 시민 인식 개선에 주력하고 있다. 또한 환경 문제 대응, 성소수자 정책, 학교 및 NGO와의 협력 등으로 다양한 차원에서 난임 문제를 풀어나가고 있다. 셰닝은 젊은 세대가 전쟁이나 환경 위기, 자아실현 등을 이유로 출산을 늦추면서 난임 위험이 더 커졌다고 설명했다. 이에 덴마크는 청소년 성교육에서 질병 예방이나 피임뿐 아니라, 출산 가능한

보이스피싱·고수익 알바…경계선지능청년, 금융 사기 피하는 법 배운다

사각지대 해법찾기 [경계선 지능인] <5> ‘금융사기 예방’ 토스씨엑스 교육 현장을 가다 “돈이 필요한데 일자리가 없을 때 고액 아르바이트 공고를 보고 혹한 경험이 있었는데, 금융사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알고 있으면 사기를 예방할 수 있다는 게 딱 머리에 박히게 됐어요. 아직 돈 관리가 조금 어려운데, 조금 더 배워나가고 싶어요.” 지난달 27일, 서울 성동구 ‘스퀘어 오브 토스’에서 열린 금융사기 예방 교육에 참석한 한 청년은 “이번 교육을 통해 고액 아르바이트 공고가 금융사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이 교육은 금융사기에 특히 취약한 이들을 위해 비바리퍼블리카(토스)의 비대면 상담 전문 계열사 ‘토스씨엑스’가 마련한 자리다. 경계선지능청년 50여 명이 참석한 이날 교육은 금융사기 예방 교육과 체험활동으로 구성됐다. 먼저, 참가자들의 눈높이에 맞춰 사진과 영상을 활용한 사례 교육이 진행됐다. 각 금융사기 유형별로 실제 피해 사례를 각색해 보여주며, “이런 상황이라면 어떻게 행동할 것 같은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청년들이 직접 답을 내보며 사기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을 반복적으로 학습하도록 유도했다. 특히, ‘쓰리고(의심하고, 전화 끊고, 확인하고)’ 등 금융사기 예방을 위한 표어도 소개됐다. 교육을 마친 후 소감을 묻자, 청년들은 한목소리로 “‘쓰리고’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답했다. 교육에 참석한 한 보호자는 “경계선지능청년은 당장 눈앞에 보이는 것만 생각한다”며 “내일을 대비해 스스로 조절하는 게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집에서 아무리 가르쳐도 잘 안 됐는데, 보이스피싱부터 신종 금융사기까지 ‘쉽게’ 배우다 보니 나 역시 몰랐던 걸

고아원 없앤 영국·스위스, 자립준비청년을 위한 해답은

2023년 보건복지부 자립지원 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자립준비청년 2명 중 1명이 자살을 생각한 적이 있고, 약 10%는 고립·은둔 상태에 있다. 사회적 관심과 지원이 이어지고 있지만, 이들이 겪는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근본적인 해답을 찾기 위해 복지 선진국 영국과 스위스를 찾았다. 두 나라는 높은 수준의 복지제도와 체계적인 보호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이곳에서 자립준비청년을 위한 특별한 프로그램과 제도를 배우고 한국 현실에 적용할 수 있는 해답을 찾는 것이 이번 여정의 목적이었다. ◇ 영국과 스위스에선 이미 사라진 ‘고아원’ 영국과 스위스는 이미 20세기 중반부터 대규모 고아원을 없애고 소규모 돌봄시설과 위탁가정으로 보호 체계를 전환했다. 1980년대부터는 보호아동과 자립준비청년을 위한 법적 보호장치를 마련해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자립을 지원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2019년 유엔 아동권리위원회의 권고를 받고, 2022년이 되어서야 ‘탈시설 로드맵’을 발표하며 변화의 첫걸음을 뗐다. 이번 방문에서 만난 비영리기관 ‘월드 위드아웃 오펀스(World Without Orphans·이하 WWO)’는 가족 기반 돌봄을 원칙으로 빈곤과 폭력 등 가족 해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한다. WWO는 위탁가정과 친족 돌봄, 입양 등을 적극 지원하며, 돌봄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훈련과 멘토링도 제공한다. 이를 통해 아이들이 가정 안에서 건강하게 성장하고 자립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 부모의 빈자리, 생애주기 전반에 걸친 돌봄 필요 “친부모와 함께 살지 않은 모든 아이들은 트라우마를 경험합니다. 친가족에서 떼어놓을 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더라고 이별과 상실을 통해 트라우마는 남습니다. 치유를 위한 대체 가족이 없다면 트라우마는 남습니다.” 영국에서 만난 WWO

디지털 자산, 사회공헌의 새 길 열까…국회서 세미나 개최

3월 10일 국회의원회관 제3간담회의실 국제디지털자산위원회(IDAC)가 3월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공익법인 디지털 자산 활용 세미나: 디지털 자산으로 넓히는 사회공헌의 지평’을 개최한다. 이번 세미나는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주최로 열리며, 국제디지털자산위원회와 디지털자산기부연구회(DADA)가 공동 주관한다. 지난 13일 정부가 비영리법인의 디지털 자산 활용을 단계적으로 허용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이번 세미나는 비영리법인의 디지털 자산 활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와 해결 방안을 집중 논의하는 자리다. 원은석 국제디지털자산위원회 이사장은 ‘사회공헌: 디지털 자산 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한 테스트베드’라는 주제로 디지털 자산을 활용한 사회공헌의 가능성과 제도적 과제를 짚는다. 이어 장윤주 아름다운재단 연구사업팀장이 ‘디지털 자산의 공익 활용 현황과 기부 처리 사례’를 발표하며,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실무적 문제를 공유한다. 이호성 이촌세무회계 대표는 ‘공익법인의 가상자산 활용에 대한 세무·회계적 이슈’를 발표하며, 가상자산 기부 시 발생하는 회계 처리 및 세금 납부 문제를 설명한다. 또한, 이지은 법률사무소 리버티 대표 변호사는 ‘가상자산 기부 활성화를 위한 법률·제도적 과제’를 주제로 관련 법률과 제도적 보완책을 제시한다. 이어지는 패널 토론에서는 ‘공익법인 디지털 자산 활용, 어디까지 왔나?’를 주제로 정부, 산업계, 법조계 관계자들이 논의한다. 홍원준 가천대 초빙교수가 좌장을 맡고, 금융위원회와 국세청 관계자, 디지털 자산 거래소 업비트 및 수탁 서비스 기업 관계자가 참여해 각 분야의 시각을 전달할 예정이다. 민병덕 의원은 “디지털 자산 생태계와 기부 문화를 접목하면 사회공헌의 폭을 더욱 넓힐 수 있다”며 “이번 세미나에서 논의된 의견을 바탕으로 비영리법인이 디지털 자산을 보다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자동차를 줄이면 도시가 달라진다…네덜란드·독일의 선택

행정안전부가 2023년 공개한 자전거 이용 현황에 따르면, 우리나라 자전거 교통수단 분담률은 1.53%에 불과하다. 이는 2007년 ‘자전거 이용 활성화 종합대책’에서 제시한 목표치 10%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정부가 중장기 계획으로 ‘국가자전거정책 기본계획(2022~2031)’을 수립했지만, 자전거를 실질적인 교통수단으로 자리 잡게 할 대책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탄소중립이 절실한 시대, 자전거는 친환경 교통수단으로 더욱 주목받아야 한다. 특히 단거리 이동량이 많은 도심에서는 교통 혼잡을 줄이고, 대중교통과 연계성을 높이는 대안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자동차 중심의 도로 인프라와 계속 혼잡해지는 교통환경 속에서 자전거 이용은 여전히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이에 시민 참여 기반의 자전거 활성화 프로젝트를 위해 아산 프론티어 아카데미 13기 사회혁신 프로젝트 팀 ‘메이크웨이브(MakeWave)’는 자전거 선진국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시정부와 독일 베를린의 시민단체 ‘체인징시티(Changing Cities)’를 방문해 성공 사례를 탐구했다. ◇ 암스테르담이 자전거 도시로 거듭난 이유 네덜란드는 세계에서 가장 자전거 친화적인 국가로 평가받지만, 1970년대까지만 해도 상황은 달랐다. 당시 자동차 증가로 인해 연간 교통사고 사망자가 3000명을 넘었고, 이 중 어린이 사망자가 약 500명에 달했다. 이에 시민들은 ‘어린이들을 그만 죽여라(Stop de Kindermoord)’라는 캠페인을 벌이며 자동차 중심의 도시 계획을 강하게 비판했다. 시민들의 강력한 요구가 결국 정책 변화를 이끌어냈고, 암스테르담은 세계적인 자전거 도시로 거듭났다. 암스테르담 시정부의 교통 및 공공공간 담당 부서의 정책자문을 맡고 있는 앤 호빙(Anne Hovings)은 “자전거 중심의 변화 자체가 도시 계획의 목표가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전거뿐만 아니라 교통, 건물, 공공시설 등

외로움은 ‘개인 탓’이 아니다…영국에서 찾은 해법

한국인의 57%가 외로움을 경험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외로움은 단순한 감정적 불편함이 아니라 경제적 어려움, 사회적 고립, 교류 단절 등 복합적 요인이 얽힌 심각한 사회적 문제다. 영국은 세계 최초로 ‘외로움 담당 정부부처’를 신설하며 이 문제에 정면 대응했다. 단순한 복지 정책이 아니라, 대화와 연결을 기반으로 한 ‘사회적 처방’ 모델을 만들어 외로움 해소에 접근했다. 아산 프론티어 아카데미 13기의 사회혁신 프로젝트 팀 ‘사이시옷(ConnectorS)’은 영국의 외로움 해소 정책을 직접 취재했다. 정부기관부터 대학 연구소, 민간단체까지 영국의 종합적인 해결책에서 우리는 어떤 교훈을 얻을 수 있을까. ◇ 세계 최초 ‘외로움부’ 신설한 영국 정부 “외로움은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가 함께 해결해야 할 과제입니다.” 영국 문화·미디어·스포츠부(DCMS) 외로움부의 엠마 배로우(Emma Barrow)는 이렇게 말했다. 영국 정부는 2017년 조사에서 전체 인구의 14%인 900만 명이 외로움을 느끼고 있으며, 이들 중 3분의 2는 이를 털어놓을 곳조차 없다는 점에 주목했다. 조 콕스(Joanne Cox) 하원의원의 뜻을 이어 설립된 DCMS는 2018년 세계 최초로 외로움 전담 부처로 지정된 정부기관이다. 현재 60개 정부기관과 150개 민간단체와 협력하며, 외로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영국 정부는 낙인을 해소하고, 지속 가능한 변화를 유도하며, 증거 기반 정책을 구축하는 것을 핵심 목표로 삼고 있다. 엠마 배로우는 “통계뿐 아니라 변화된 삶의 이야기를 수집하고 알리는 것이 중요하며, 진정성 있는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외로움 해소, 단기 처방 아닌 장기 전략이 필요하다 영국에는 외로움을 전문적으로

비영리 단체의 AI 혁명, 독일·스위스에서 배운다

한국의 비영리 단체들은 예산과 기술 전문성 부족으로 인해 AI 활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중소규모 단체의 IT 예산은 평균 1.7%에 불과해, 홍보와 커뮤니티 관리에서 효율성을 높이는 데 제약이 크다. 그러나 최근 급부상한 생성형 AI 기술은 적은 예산으로도 홍보 콘텐츠 제작과 모금 캠페인을 확장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필자는 생성형 AI 기술의 가능성을 직접 탐구하기 위해 독일 베를린과 스위스 제네바에서 글로벌 스터디를 진행했다. 8일간의 현장 방문을 통해 AI가 사회혁신 분야에 도입된 사례와 윤리적 가이드라인 구축 방안을 조사했다. 이를 바탕으로 한국 비영리 단체들이 기술과 윤리를 조화롭게 활용해 지속 가능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했다. ◇ 베를린에서 찾은 AI 혁신: 기술과 인간 중심 원칙의 조화 독일 베를린의 ‘임팩트허브 베를린(ImpactHub Berlin)’은 중소규모 비영리 기관과 사회적 기업을 지원하는 혁신 공간이다. 고풍스러운 벽돌 건축과 현대적 디자인이 어우러진 이곳은 친환경 소재를 활용한 공간 구성과 효율적인 업무 환경이 인상적이었다. 이곳에서 주목할 만한 사례는 ‘키론(KIRON)’이다. 키론은 난민과 난민 출신 학생을 위한 온라인 학습 플랫폼으로, AI 기술을 활용해 학습 자료를 추천하고 가상 멘토링을 제공한다. 이를 통해 교육의 접근성을 높이고, 맞춤형 학습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한편, AI 기술을 바라보는 관점은 조직마다 차이가 있었다. 같은 베를린에 위치한 독일 협동조합 ‘라이파이젠 연맹(DGRV)’은 5400개 협동조합을 관리하며, 2000만 명이 회원으로 가입된 대규모 조직이다. 당초 필자는 협동조합에서 RPA(Robotic Process Automation)와 생성형 AI를 어떻게

“뛰고, 걷고, 탐방하고”…몸으로 하는 기부가 뜬다 [2025 기부트렌드]

경험하는 기부, 움직이는 기부자 스스로 참여하는 ‘체험형 기부’ 인기 기부 문화가 변하고 있다. 단순히 돈을 내는 것을 넘어, 몸을 움직이며 기부를 ‘체험’하려는 사람이 늘고 있다. 마라톤, 하이킹, 봉사활동 등 기부자가 직접 참여하는 방식이 대세로 자리 잡았다. 이제 기부는 매달 자동이체되는 기부금을 넘어, 오감으로 느끼고 경험하는 활동으로 확장되고 있다. 지난 6일,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연세대학교에서 연 ‘기부트렌드 2025 컨퍼런스’에서도 이런 흐름이 강조됐다. 박미희 사랑의열매 나눔문화연구소 연구위원은 “기부 마라톤이 급증하면서, 사람들이 직접 몸을 움직이며 기부를 체험하고 있다”며 “함께 뛰는 기부자들과 현장의 분위기를 온몸으로 경험하는 것이 기부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 직접 체험하는 기부가 뜬다 나눔문화연구소가 실시한 조사에서도 이런 흐름이 뚜렷했다. 기부트렌드 조사에 참여한 시민 패널 18명에게 앞으로 해보고 싶은 기부 방식을 물었더니, 응답자의 68.8%가 ‘참여형 기부’를 꼽았다. ‘기부런’(기부+마라톤) 열풍이 대표적이다. 최근 2년간 인스타그램에서 ‘기부’ 관련 해시태그와 함께 가장 많이 등장한 키워드도 ‘기부런’과 ‘기부하이킹’이었다. 특히 기부마라톤은 기부단체의 전통적 모금행사를 넘어 사회적 유행으로 확산했다. 한국해비타트의 815런, 월드비전의 글로벌 6K, 굿피플의 에너지 히어로 레이스 등이 대표적이다. 새로운 기부 참여 모델로 주목을 받은 소규모 비영리 단체도 있다. 사단법인 ‘계단뿌셔클럽’은 이동 약자를 위한 배리어프리 정보를 제공하는 ‘계단정복지도’ 앱을 운영한다. 시민들이 직접 계단과 경사로 정보를 수집해 등록하는 방식이다. 매주 주말마다 2시간씩 산책하며 데이터를 모으는 이 활동에 지금까지 2500여 명이 참여했고, 수집된 장소 정보는 5만 8000곳에

공익법인 투자 길 넓힌다…사회적 금융 새 판 짜나 [공익법인 NEXT]

윤호중 의원, 공익법인 투자 활성화 상증세법 개정안 발의 공익법인이 사회적 기업이나 중소기업 등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 국회에서 논의된다.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의원은 지난달 23일, 공익목적투자를 공익법인의 고유목적사업에 포함하는 내용의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공익법인이 투자활동을 통해 창출하는 공익적 가치를 법적으로 인정해, 사회투자 활성화를 유도하는 데 있다. 현재 한국의 사회적 금융 규모는 6000억 원에 달하지만, 이 중 비영리 민간기금의 융자 비중은 2%에 불과하다. 공익목적투자에 대한 명확한 법적 근거가 없고, 주무관청마다 해석이 달라 혼란을 초래해왔다. 반면, 미국은 1969년부터 프로그램 연계 투자(Program-Related Investment·PRI) 제도를 도입해 공익법인의 사회투자를 장려하고 있으며, 영국도 2012년부터 자선단체의 사회투자를 허용해왔다. 현행법상 공익법인은 출연재산을 활용해 얻은 운용소득의 80%를 직접 목적사업에 사용해야 한다. 그러나 공익목적투자가 법인의 정관상 고유목적사업에 포함되지 않으면, 운용소득을 다시 공익목적투자에 활용할 수 없는 문제가 있었다. 정관을 변경하면 가능하지만, 주무관청의 허가를 받아야 해 기관별 판단 차이에 따른 혼선이 발생해왔다. 윤호중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공익목적투자를 ‘직접 공익목적사업 사용’으로 규정해 정관 개정 없이도 공익법인이 사회투자에 나설 수 있도록 했다. 공익목적투자는 공익법인에 대한 대출, 중소기업의 주식·지분 투자 및 대출을 포함하며, 총출연재산의 의무 지출 대상에도 포함된다. 즉, 공익법인이 출연가액의 1%, 주식 10% 초과 보유 시 3%를 공익목적사업에 사용해야 하는 현행 규정에 따라, 공익목적투자가 명확히 인정되면 공익법인의 사회투자 확대가 기대된다. 아울러 개정안은 공익사업을 수행하는 중소기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기

공익활동가가 본 ‘좋은 사회공헌’…첫 기준이 나왔다

서울시공익활동지원센터·이노소셜랩 보고서 발간 #1. 러쉬에는 특별한 뚜껑을 가진 로션이 있다. 바로 ‘채러티 팟(Charity Pot)’이다. 해당 제품군의 판매수익은 인권보호, 동물복지, 환경보전을 위해 노력하는 소규모 비영리 단체에 후원된다. 2013년 출시 이후 러쉬코리아는 약 24억 원을 160여 개 국내 캠페인에 지원했다. 기업이 추구하는 가치와 현장이 만난 성공적인 사례로 평가받던 채러티 팟은 지난해 9월, 기부금 1억 파운드(한화 약 1767억)를 돌파하며 단종됐다. 그러나 러쉬는 더 적극적인 후원 방안을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2. 나이키는 서울시평생교육진흥원, 초록우산과 협력해 지난해 10월 서울 강남구에 두 번째 ‘모두의 운동장’을 조성했다. 이 공간은 성별, 나이, 신체 능력과 관계없이 누구나 자유롭게 스포츠를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은퇴 여성 선수들이 설립한 사회적기업 ‘위밋업스포츠’와 협력한 이 프로그램은 나이키의 ‘저스트두잇(Just Do It)’ 캠페인과 맞물려 사회공헌의 모범 사례로 꼽힌다. 이 사례들은 지난달 서울시공익활동지원센터가 발간한 ‘공익활동가 중심의 좋은 사회공헌 사례 조사 보고서’에 수록됐다. 이 보고서는 기업 사회공헌을 공익활동가의 시각에서 분석한 첫 시도로, 추천위원회가 선정한 우수 사례를 담고 있다. 기업의 사회공헌은 기업의 입장뿐만 아니라 협력 관계에 있는 공익활동가의 관점에서도 평가되어야 한다는 점이 강조됐다. 보고서는 러쉬의 ‘채러티 팟’과 나이키의 ‘모두의 운동장’ 외에도 유한킴벌리의 ‘여성NGO 장학사업’, 카카오모빌리티의 ‘기브셔틀’, 한국에자이의 ‘기업사회혁신’ 등 다섯 가지 우수 사례를 소개했다. 좋은 사회공헌 프로그램의 특징으로는 ▲사회적 가치와 기업 가치사슬을 결합한 이중중대성 추구 ▲신뢰를 바탕으로 한 파트너십 ▲(사회공헌 영역으로 여겨지지 않던) 비전통적 영역에서의 새로운 시도 ▲기업의 철학

무안국제공항에 ‘놀이쉼터’가 들어선 이유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에 마련된 ‘아동친화공간’ 재난사회복지전문기관 더프라미스 “재난 약자 위한 ‘맞춤형 구호’ 필요해” 무안국제공항 2층 4번 게이트. 아기자기한 그림 옆으로 색연필로 쓴 듯한 ‘아이들과 함께 오세요’라는 문구가 눈에 띈다. 이곳은 지난달 29일 벌어진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공항에 머무르는 유가족 아동들을 위해 마련된 ‘아이돌봄 놀이쉼터’다. 1월 2일부터 운영을 시작한 이 쉼터는 보호자를 위한 휴식 공간과 함께 아동의 정서 안정을 위한 놀이 도구를 제공하며, 재난 속 돌봄 공백을 메우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 공간을 마련한 곳은 재난사회복지전문기관인 더프라미스(The Promise)다. 쉼터가 설치된 계기는 지난달 31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참사 발생 사흘째였던 이날, 더프라미스는 공항 내 유가족 중 아동이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바로 다음 날, 현장을 방문해 유가족과 소통하며 아동을 위한 쉼터의 필요성을 확인했다. 김동훈 더프라미스 상임이사는 “공항에는 이미 수많은 재난구호 부스가 설치되어 있었지만, 아동을 위한 부스는 단 하나도 없었다”며 “재난 현장에서 아동이 얼마나 돌봄의 사각지대에 있는지 다시금 실감했다”고 말했다. ◇ 재난현장의 약자, 아동을 위한 ‘친화공간’이 필요하다 쉼터를 위한 공간 확보는 쉽지 않았다. 참사 발생 직후 공항은 이미 200여 개의 재난구호 텐트로 가득 찬 상황이었다. 접근성이 좋은 실내 공간을 우선적으로 찾아야 했지만, 여유 공간이 없었다. 김 이사는 “한국중앙자원봉사센터, 전라남도자원봉사센터 등 여러 단체와 협의하며 공간 마련 방안을 논의했다”며 “결국 공항 측이 관광홍보코너를 내어주며 쉼터를 마련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공간이 확보되자마자 쉼터 준비 작업은 속전속결로 진행됐다. 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