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알라 무라비트(Alaa Murabit) 박사 의사, 사회운동가, 정책전문가, 그리고 임팩트 투자자. 알라 무라비트 박사의 커리어는 여러 영역을 넘나들었지만, 중심에는 언제나 ‘여성과 아동의 존엄’이 자리해왔다. 그는 진료실에서 환자를 돌보고, 거리에서 목소리를 높이며, 국제기구와 투자 현장에서 정책과 자본을 설계해왔다. 지난달, ‘2025 사회적 가치 페스타’ 참석차 방한한 알라 무라비트(Alaa Murabit) 박사를 <더나은미래>가 만났다. 이른 아침이었지만 무라비트 박사는 환한 얼굴로 대화를 이어갔다. 그는 딸을 비롯한 새로운 세대가 열어갈 미래에 기대를 드러냈다. 그리고 이슬람이라는 문화적 토양 속에서 여성 인권을 어떻게 새롭게 읽어낼 수 있는지, 의사와 투자자라는 서로 다른 이름들을 엮는 철학을 풀어냈다. ◇ 불편한 대화라도 끝까지…이슬람 안에서 여성 권리를 찾다 캐나다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무라비트 박사는 고등학교를 마치자마자 부모의 고향인 리비아로 건너갔다. 때는 2005년, 군부 독재 체제의 카다피 정권이 장악하던 시기였다. 2011년 아랍의 봄이 리비아 혁명으로 번졌고, 당시 의대 마지막 학년이었던 그는 ‘리비아 여성의 목소리(Voice of Libyan Women·이하 VLW)’를 설립했다. “여성들이 인도주의나 교육뿐 아니라 정치와 경제 영역에서도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참여를 보장하는 것이 목표였어요. 여성 고용과 리더십을 위한 최초의 경제정책을 마련했고, 여성 헌장도 제정했습니다.” 그는 2012년에 가정폭력 근절을 위해 2월 네 번째 토요일을 ‘보라색 히잡의 날(Purple Hijab Day)’로 제정했다. 보라색은 가정폭력에 맞선 연대를, 히잡은 여성의 존엄과 정체성을 상징한다. 세계적으로 주목받은 건 ‘누르(Noor·빛)’ 캠페인이었다. 이슬람 경전을 근거로 “이슬람은 여성에 대한 폭력을 정당화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전하며 성폭력·가정폭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