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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에이터 13명, 사각지대 청년 만나 ‘맞춤형 스타일링’ 지원

자립준비청년과 가족을 돌보는 청년, 다문화가정 청소년에게 옷을 일괄 지원하는 대신 크리에이터가 직접 만나 취향과 필요에 맞는 옷을 함께 고르는 사회공헌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이랜드재단은 종합 콘텐츠 기업 두호코퍼레이션과 함께 복지 사각지대 미래세대의 새로운 출발을 지원하는 ‘메이크오버 캠페인’을 진행한다고 16일 밝혔다. 지난 15일 서울 강서구 마곡 이랜드 글로벌 R&D센터에서 열린 전달식에는 이랜드재단과 두호코퍼레이션 관계자, 참여 크리에이터 등이 참석했다. 이번 캠페인의 특징은 현금이나 의류를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지원 대상자와 크리에이터를 직접 연결했다는 점이다. 두호코퍼레이션 소속 크리에이터 13명이 자립준비청년과 가족돌봄 청소년·청년(영케어러), 다문화가정 청소년 등 18명과 매칭된다. 참여 크리에이터는 카인드콩, 채도, 먹샘, 단아, 은방울, 곤두디녕, 병권, 포백, 예아, 혜지투즈, 말랑, 배수인, 다빈 등이다. 이들은 지원 대상자와 함께 스파오·미쏘·후아유 등 이랜드월드 패션 브랜드 매장을 찾아 각자의 생활환경과 취향에 맞는 의류를 고르고 스타일링을 돕는다. 지원금도 양측이 함께 마련했다. 크리에이터들이 지정기부금으로 465만 원을 조성하자 이랜드재단이 같은 금액을 더하는 1대1 매칭 방식으로 총 930만 원을 만들었다. 기부금은 18명의 의류와 스타일링 지원에 사용된다. 크리에이터의 영향력도 사회공헌 자원으로 활용한다. 지원 대상자와 만나 필요한 옷을 함께 고민하고 스타일을 찾아가는 과정은 영상 콘텐츠로 제작돼 각 크리에이터의 SNS 채널에 공개될 예정이다. 일회성 지원을 넘어 자립준비청년과 영케어러 등 상대적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 미래세대의 현실을 알리고 시민의 관심을 넓히겠다는 취지다. 이랜드재단 관계자는 “외형의 변화 자체보다 새로운 출발을 앞둔 청소년과 청년이 자신감을 얻고 사회와 연결되는 계기를

[박훈의 나눔과 세금] 세상을 바꾸는 기부와 세금

“내 돈이 어디로 갔나요?” 기부하는 사람들이 달라지고 있다. 예전에는 연말에 모금함에 봉투를 넣고 잊어버리는 것이 미덕이었다면, 요즘 기부자는 묻는다. 내가 낸 돈이 무엇을 바꾸었느냐고. 공익법인들도 이 물음에 답하려 애쓴다. 사업의 성과를 측정하고, 수혜자의 삶이 얼마나 달라졌는지 보여 주는 연구가 하나둘 나오고 있다. 기부가 ‘착한 일’에서 ‘투자’로 옮겨 가는 중이라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다. ◇ 세금은 왜 기부를 거들어야 하나 세법도 기부를 거든다. 봉급생활자가 기부하면 세액공제를 받고, 개인사업자나 법인은 기부금을 일정 한도 안에서 경비로 인정받아 소득세나 법인세가 줄어든다. 공익법인에 출연한 재산은 일정 요건을 갖추면 상속세나 증여세 과세가액에 들어가지 않는다. 그런데 이 지원을 늘리자고 하면 곱지 않은 시선이 따라온다. 좋은 일 하겠다는 사람에게 왜 나라가 세금까지 깎아 주느냐, 공익법인은 결국 절세 창구가 아니냐는 것이다. 이런 시각을 무조건 편견이라 하기는 어렵다. 실제로 그런 사례가 없지 않았고, 상속세 및 증여세법이 공익법인에 한 회사의 주식을 일정 비율 넘게 출연하면 세금을 매기는 것도 그 때문이다. 세제 혜택은 결국 국가가 받을 세금을 덜 받는 것이다. 그러니 혜택을 유지하고 넓히려면 정부와 국회를 설득해야 한다. 말로 하는 설득에는 한계가 있다. 국가가 못 하거나 서툰 일을 공익법인이 해내는 모습을 보여 주는 것이 가장 확실한 근거다. ◇ 5년짜리 정부, 1년짜리 예산 국가가 서툰 일이 무엇인지는 구조를 보면 보인다. 대통령의 임기는 5년이고 예산은 1년 단위로 짜인다. 복지예산은 한번 늘리면 줄이기 어렵고, 줄이면

건국대, 빅데이터로 ‘교육 사각지대’ 없앤다…6년 장기 프로젝트 가동

건국대학교에서 교육 격차 심화를 빅데이터로 미리 예측해 차단하는 연구를 추진한다. 건국대 교육데이터과학연구소가 한국연구재단이 주관하는 ‘2026년도 인문사회연구소지원사업’에 선정돼 향후 6년간 미래 교육 위기 대응을 위한 장기 프로젝트를 추진하게 됐다. 이번 연구는 인구 절벽으로 인한 지방 학교 소멸 문제와 인공지능(AI) 기술 보급에 따른 교육격차를 해소를 목표로 한다. 연구소는 저출생 여파로 인한 학령인구 감소와 학교 소멸 위험도를 정밀하게 산출하는 한편, 디지털 인프라 미비로 학습 기회가 부족한 지역을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교육과정 사막 지도’를 그릴 예정이다. 이를 통해 교육 사각지대에 놓일 위험이 높은 지역과 학생을 사전에 발굴하고, 맞춤형 지원 정책을 수립하는 종합 시스템을 완성할 계획이다. 이번 연구에는 단순한 행정·지역 통계뿐만 아니라 패널데이터와 시공간 데이터, 그리고 유아기부터 성인 평생교육에 이르는 전 생애주기 학습 빅데이터가 다각도로 활용된다. 또한 기술 소외를 막고 교육 효과를 높이기 위해 학생과 AI가 유기적으로 상호작용하는 협력 학습 모델 개발도 함께 추진된다. 그동안 건국대 교육데이터과학연구소는 순환신경망(RNN) 모형을 활용한 기초학력 미달 예측, AI 기반 과정중심평가 학습진단, 소규모 학교 학습 선택권 보장 및 유보통합 정착 연구 등 데이터과학 기법을 접목한 정책 연구를 활발히 이어왔다. 연구소는 축적된 방법론적 역량과 실증 분석 경험을 바탕으로, 대한민국 교육 현장이 직면한 구조적 위기를 타개할 실질적인 정책적·교육적 해법을 제시할 방침이다. 이현숙 건국대학교 교육데이터과학연구소장은 “이번 연구 과제를 통해 교육 통계를 넘어 인구·행정·지역·시공간 데이터를 통합 연계해 분석 정밀도를 대폭 높일 계획”이라며 “향후

“국민성장펀드, LNG발전소 투자 배제해야…ESG 원칙 마련 필요”

시민사회 “RE100 저해·좌초자산 우려…재생에너지 등 대안 우선 검토해야” 국민성장펀드의 신규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 투자를 배제하고,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고려한 책임투자 원칙을 마련해야 한다는 시민사회의 요구가 나왔다. 기후솔루션, 경남환경운동연합, 충남환경운동연합,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등이 참여하는 전국 탈화석연료 네트워크 화석연료를 넘어서(KBF)는 15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의 국민성장펀드 운용 원칙을 제안했다. 국민성장펀드는 정부가 AI·반도체 등 첨단전략산업과 관련 생태계에 대규모 자금을 공급하기 위해 지난해 9월 발표한 정책금융이다. 당초 150조원 규모로 조성됐으며, 정부는 지난 7월 이를 200조원으로 확대했다. 지난 5월 출시된 6000억원 규모의 1차 국민참여성장펀드는 판매 시작 5영업일 만에 전량 판매됐고, 금융위원회는 지난 8일 같은 규모의 2차 펀드를 오는 30일부터 판매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국민성장펀드의 우선 투자 검토 대상으로 1차 메가프로젝트 7건을 발표했다. 이 가운데 약 3조3000억원 규모의 ‘반도체클러스터 에너지인프라’ 사업도 포함됐으며, 지원 방식은 인프라 투융자로 제시됐다. 다만 금융위원회는 지난 3월 해당 사업의 구체적인 투자 규모와 일정 등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KBF는 이 사업에 신규 LNG 발전소 건설이 포함되는 데 반대하고 있다. 국민성장펀드 자금이 LNG 발전소 건설에 투입될 경우 기후 대응과 기업의 RE100 이행에 역행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근거로는 LNG 발전이 전 과정 평가(LCA)를 기준으로 석탄 발전 대비 약 60% 수준의 온실가스를 배출한다는 점과 국제에너지기구(IEA)가 ‘2050 넷제로 로드맵’을 통해 신규 화석연료 개발과 발전설비 투자를 제한할 필요성을 제시한 점 등을 들었다. 글로벌 기업들이 공급망에서 재생에너지 사용을 확대하는

고립청년 사회적 비용 5조3000억 원…기업은 무엇을 해야 하나

국내 고립·은둔청년이 약 54만 명에 이르고, 이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이 연간 5조3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취업난과 장기 실업이 은둔 위험을 높이지만, 일자리 제공만으로는 안정적인 사회 복귀를 이끌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관계 회복과 낮은 강도의 일경험을 거쳐 노동시장으로 이동하는 ‘중간 단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국경제인협회는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에서 ‘고립·은둔 청년, 우리 사회에 연결을 묻다’를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경제단체가 고립·은둔청년 문제를 복지 영역을 넘어 청년고용과 노동시장의 문제로 다뤘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 사회적 비용 5조3000억 원…대부분 생산성 손실 이날 제시된 고립·은둔청년 53만7863명과 사회·경제적 비용 5조3000억 원은 한경협과 김성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이 지난 2월 발표한 연구 결과다. ‘2024년 청년 삶 실태조사’를 분석한 결과, 19~34세 청년의 5.2%가 은둔 상태로 추정됐다. 은둔 청년 1명에게 발생하는 연간 사회·경제적 비용은 약 983만 원으로 계산됐다. 실업급여와 기초생활보장 등 정책비용은 35만8000원이고, 경제활동 참여와 직무 성과 감소에 따른 생산성 비용이 947만2000원이었다. 전체 비용의 대부분이 청년의 노동시장·사회활동 이탈에서 발생하는 셈이다. 은둔생활을 시작한 가장 큰 이유도 ‘취업의 어려움’으로, 응답자의 32.8%가 이를 꼽았다. 인간관계의 어려움은 11.1%, 학업 중단은 9.7%였다. 별다른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쉬었음’ 청년의 은둔 확률은 17.8%로, 취업 청년 2.7%의 약 6.6배였다. 구직 1개월 차 실업 청년의 은둔 확률은 15.1%였지만 14개월에는 24.1%로 높아졌다. 실업 기간이 42개월에 이르면 추정 확률은 50%를 넘어섰다. 지난 8월 15~29세 청년 고용률도 44.1%로 전년보다 1.0%포인트 하락했다. 전체 15~64세

그래프·지도를 0.1초 만에 촉각으로…닷 패드, 프리갈리앵 디지털 헬스 혁신상

시각장애인이 화면 속 그래프와 지도를 손끝으로 직접 읽을 수 있도록 돕는 촉각 디스플레이가 디지털 헬스 솔루션으로 인정받았다. 시각장애인용 촉각 디스플레이 기업 닷은 ‘닷패드(Dot Pad)’가 지난 10일 서울신라호텔에서 열린 제1회 프리갈리앵 코리아(Prix Galien Korea)에서 ‘베스트 디지털 헬스 솔루션상’을 받았다고 밝혔다. 닷은 보조공학기기로 출발한 국내 접근성 기술이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 수상작으로 선정된 첫 사례라고 설명했다. 프리갈리앵은 1970년 프랑스에서 시작돼 인류 건강 증진에 기여한 의약품과 의료기술을 선정하는 상이다. 미국 뉴욕의 비영리 생명과학재단 갈리앵재단이 운영하며, 아시아에서 열린 것은 이번 한국 시상식이 처음이다. 올해 시상식은 세계지식포럼과 연계해 진행됐으며 요즈마그룹코리아,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한국바이오협회가 파트너로 참여했다. 최우수 제약제품상은 오스코텍·유한양행의 폐암 신약 ‘렉라자’가, 최우수 바이오제품상은 알테오젠의 재조합 인간 히알루로니다제 ‘테르가제’가 받았다. 퇴행성 뇌질환 신약 개발기업 아델은 최우수 스타트업으로 선정됐다. 닷 패드는 2400개의 핀을 움직여 문자뿐 아니라 그림과 수학식, 그래프, 지도 등을 촉각으로 표현한다. 5000개가 넘는 제어선을 통해 시각 정보를 0.1초 만에 촉각 정보로 바꾼다. 문자를 한 줄씩 전달하던 기존 점자 단말기와 달리 정보의 전체 구조와 맥락을 손끝으로 파악할 수 있다. 닷 패드는 애플의 보이스오버와 연동돼 아이폰과 아이패드, 맥 화면의 정보를 촉각으로 구현한다. 최근에는 마이크로소프트와 함께 파워포인트 속 차트와 그림, 문자를 인공지능(AI)으로 분석해 촉각 정보로 바꾸는 ‘닷 비스타(Dot Vista)’도 출시했다. 닷 패드는 현재 미국과 영국, 브라질, 베트남 등 세계 50여 개국의 교육 현장에서 사용되고 있다. 닷은 이번 수상을 계기로 성인·노인

대북지원 넘어 탈북민 정착·평화 인식…기아대책이 제시한 민간의 역할

대북 인도적 지원에 머물렀던 민간단체의 역할이 탈북민 정착과 시민사회의 평화 공감대 형성까지 확장되고 있다. 희망친구 기아대책은 지난 14일 서울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한반도 평화공존 정책페스타’에 참여해 북한 주민 지원부터 탈북민의 국내 정착, 평화·통일 인식 확산으로 이어지는 사업 경험을 공유했다고 밝혔다. 이번 행사는 한반도 평화공존과 공동성장을 위해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민간단체, 연구기관의 협력 방안을 모색하고 지속가능한 교류협력 모델을 발굴하기 위해 마련됐다. 기아대책은 이날 ‘평화공존, 교류협력 구상 사례 공유’ 세션에서 ‘HOPE MAKES PEACE–희망이 평화를 만듭니다’를 주제로 발표했다. 그동안의 사업을 ‘사람을 살리고, 사람을 세우고, 사람을 잇는다’는 세 단계로 구분해 소개했다. ‘사람을 살리는’ 사업은 북한 아동과 주민을 대상으로 한 급식 지원, 교육환경 개선, 산림 복구, 지역개발 및 긴급구호 활동이다. ‘사람을 세우는’ 사업으로는 탈북 배경 아동과 가정의 안정적인 정착을 돕는 심리·정서 지원과 관계 형성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여기에 시민과 교회, 전문가를 연결하는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평화·통일 공감대를 확산하는 ‘사람을 잇는’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이는 북한 주민에 대한 일회성 물품 지원을 넘어 사람의 성장과 관계 회복, 남북한 주민이 함께 살아가기 위한 사회적 기반을 마련하는 데까지 민간단체의 역할을 넓힌다는 구상이다. 기아대책은 행사장에 홍보부스를 마련해 관련 사업 사례를 소개하고 정부·지자체·민간의 협력 필요성을 알렸다. 최창남 희망친구 기아대책 회장은 “지속가능한 평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정책뿐 아니라 민간단체가 현장에서 쌓은 경험과 관계망이 함께 활용돼야 한다”며 “대북 인도적 지원과 탈북민 지원, 통일 공감대

[사회혁신발언대] 전 국민의 손길이 ‘약손’이 되기를 바라며

“어르신, 약 드시는 데 불편한 점은 없으세요?” 2026 유일한 아카데미 6조가 활동 기간 내내 가장 많이 던진 질문이다. 강남종합사회복지관과 대방종합사회복지관에서 만난 50여 명의 어르신과 두 차례의 발표까지 더하면 적어도 52번은 물었던 것 같다. 우리는 어르신들이 약을 챙겨 제때 복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현장은 예상과 달랐다. 대부분 처방받은 약을 잘 복용하고 있었고, 시중에 나온 복약 관리 앱도 여덟 개가 넘었다. 그렇다면 진짜 문제는 무엇이었을까. 답은 우리가 준비한 질문이 아니라 어르신들의 이야기 속에 있었다. “병원에서 말해야 하는 건 알지만, 막상 가면 몇 개씩 까먹고 오지. 무엇을 빠뜨렸는지도 몰라 다시 처방받거나, 아예 안 먹기도 해.” 한 어르신의 말씀이었다. 문제는 약을 먹지 않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어떤 약을 먹고 있는지가 제대로 기록되고 공유되지 않는 데 있었다. 인터뷰를 마친 뒤 우리는 ‘약을 먹었는가’보다 ‘무엇을 먹고 있는지 누가 알고 있는가’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어르신의 복약 정보가 한 사람에게만 머무르지 않고 의료진과 가족의 돌봄으로 이어지게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그렇게 고령층의 복약 정보를 기록하고 의료진과 가족에게 전달하는 플랫폼 ‘약손’이 탄생했다. 당사자의 이야기를 직접 듣지 않았다면 우리 조의 결과물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우리의 시선은 출발점에 그대로 머물렀을 것이고, 솔루션 역시 청년들의 상상 안에서 끝났을 것이다. 사회문제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가장 먼저 들어야 하는 것은 언제나 당사자의 목소리였다. 특강 첫날 “잘 아는 것보다 잘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회혁신발언대] 유일한 아카데미에서 배운 ‘유일한 정신’

성적을 위한 과제가 아니라,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과 사회문제를 깊이 파고드는 프로젝트를 해보고 싶었다. 그러나 프로젝트 기반 학습(PBL·Project Based Learning)을 경험할 수 있는 수업을 찾기 어려웠고, 기회가 생기더라도 내가 진정으로 관심 있는 주제를 정해 처음부터 끝까지 이끌어갈 수 있는 자리는 흔치 않았다. 그러던 중 유일한 아카데미를 만났다. 생명공학 전공생으로서 제약·바이오 분야에 관심 있는 사람들과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지원을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우리 3조는 ‘희귀난치성 질환과 신약 접근성’을 주제로 선택했다. 희귀난치성 질환 환자를 위한 신약 개발에 기여하는 것은 나의 오랜 꿈이었다. 그렇기에 이 주제만큼은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반드시 깊이 탐구해보고 싶었다. 그러나 막상 활동을 시작하자 예상하지 못한 어려움이 드러났다. 우리 조를 제외하면 제약·바이오 분야를 정면으로 다루는 팀이 없었고, 이 분야에 대해 깊이 있는 조언을 구할 전문가와의 접점도 충분하지 않았다. 당시에는 아쉬움이 컸지만, 돌아보면 그 공백이 오히려 우리를 더 적극적으로 움직이게 한 원동력이었다. 조장을 따로 정하지는 않았지만, 자연스럽게 프로젝트 전체를 기획하고 이끄는 역할을 맡았다. 우리가 처음 세운 가설은 ‘희귀난치성 질환 환자들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복잡한 행정 절차일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이를 검증하기 위해 이민지 전 궤양성대장염 환우회 UC사랑회 회장을 인터뷰했다. 인터뷰 결과, 우리의 가설이 궤양성대장염과 같은 염증성 장질환(IBD) 환자의 현실과 완전히 들어맞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처음에는 공들여 세운 가설이 틀렸다는 점이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이를 인정하고 방향을 수정하면서 오히려 더 중요한

[사회혁신발언대] 매순간 만난 장벽…그럼에도 부딪혀 넘어가다

지금 당신의 앞을 가로막은 벽은 얼마나 단단한가. 주먹으로 가볍게 허물 수 있는 벽인가, 아니면 드릴로도 좀처럼 뚫리지 않는 벽인가. 대학생들이 모여 사회문제의 해법을 찾는 유일한 아카데미에서 우리는 ‘과대·허위 광고’라는 높고 단단한 벽과 마주했다. 첫 번째 벽은 나 자신. 브라질과 미국, 독일, 한국을 거치며 살아온 시간은 나를 설명하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수식어가 됐다. 스스로 온전한 한국인도, 완전한 이방인도 아닌 ‘경계에 선 사람’처럼 느껴질 때가 많았다. 유일한 아카데미 지원서를 쓰고 첫 면접을 보는 순간부터 거대한 벽을 마주하는 일이었다. 팀원들과 대화하는 순간마다 스스로를 검열했다. ‘내 말투가 어색하지 않을까’, ‘전문성이 부족해 보이지 않을까.’ 매번 ‘자신감’이라는 벽 앞에서 넘어지고 다시 일어나기를 반복했다. 디자인 싱킹(Design Thinking) 과정에서 즉흥 발표를 할 때마다 심장이 요동쳤고, 섭식장애를 주제로 박지니 활동가를 인터뷰할 때 진행자를 맡으면서는 긴장감에 숨이 막히는 듯했다. 그러나 서울 시내 청소년센터 6곳에 교구 콘텐츠 기획안을 직접 보내고, 마침내 서초유스센터로부터 회신 전화를 받은 순간 내 안의 벽에 작은 균열이 생기는 것을 느꼈다. 두 번째 벽은 우리 사이. ‘정신건강’이라는 주제로 2조 팀원들을 처음 만났을 때만 해도 모든 일이 순조로울 것이라고 생각했다. 섭식장애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는 교구 콘텐츠를 만들면 된다고 가볍게 여겼다. 하지만 우리 사이의 벽은 생각보다 두꺼웠다. 무엇보다 ‘비교’가 우리를 괴롭혔다. 다른 팀들은 화기애애하고 열정이 넘쳐 보였다. 그야말로 완벽해 보였다. 그들의 ‘완벽’ 안에도 분명 벽이 있었을 텐데, 조급함에 사로잡힌

[사회혁신발언대] 사회문제 해결은 정답을 찾아가는 과정

좋은 기술이 있다면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대학에서 생명공학과 경영학을 공부하며 기술과 사람의 접점을 고민해온 나에게 이 질문은 점차 중요한 문제의식으로 자리 잡았다. 아무리 뛰어난 기술과 서비스가 개발되더라도 정작 필요한 사람에게 제때 닿지 않는다면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갖게 된 계기는 치매안심센터에서 행정인턴으로 일했던 경험이었다. 현장에서는 필요한 지원이 이미 마련돼 있는데도 이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충분히 연결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이를 통해 사회문제를 바라볼 때는 ‘무엇이 존재하는가’보다 ‘그것이 누구에게, 어떻게 닿고 있는가’를 살펴봐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유일한 아카데미는 이러한 고민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는 기회였다. 현장의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보는 데 그치지 않고, 문제를 구체적으로 정의해 필요한 사람에게 실제로 닿는 해결책으로 발전시키는 과정을 직접 경험했다. 우리 팀이 주목한 사회문제는 2030 청년층의 수면제 오남용이었다. 학업과 직장생활 등으로 수면에 어려움을 겪는 청년이 늘면서 수면제를 찾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러나 약을 복용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자신의 상태를 지속적으로 살피고, 필요한 순간에 적절한 도움을 받는 일이다. 우리는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수면제 오남용의 원인을 탐구하고, 웹앱 솔루션 ‘윌로우 케어’를 기획했다. 프로젝트에서 가장 어려웠던 것은 ‘진짜 문제가 무엇인지’를 정의하는 일이었다. 이전에는 문제를 충분히 들여다보기 전에 해결책부터 구상하곤 했다. 이번에는 해결책을 정하기에 앞서 문제의 원인과 본질을 파고드는 데 집중했다. 5주 동안 현장 인터뷰와 설문조사, 시장 분석을 진행하며 처음 세운 가설을 끊임없이 검증하고

[사회혁신발언대] 흩어진 희귀질환 정보, ‘Alook(얼룩)’으로 잇다

“환자들은 자신을 드러내는 것을 두려워합니다.” 이민지 전 궤양성대장염 환우회 회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듣게 된 이 한 문장이 우리 팀의 방향을 바꿨다. 유한양행 유일한 아카데미 2026에 지원할 당시 나는 보건통계를 전공하는 대학원생이었다. 데이터로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하는 방법은 배웠지만, 정작 그 데이터 뒤에 있는 사람을 직접 만나본 적은 없었다. 우리 조가 세운 첫 가설은 명확했다. 희귀질환 환자의 가장 큰 어려움은 산정특례와 같은 복잡한 행정절차일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가설은 첫 인터뷰에서 곧바로 뒤집혔다. 궤양성대장염이나 크론병 같은 IBD 계열 질환은 환자 수가 비교적 많고, 확진 시 병원에서 산정특례를 안내받을 수 있어 예상만큼 행정적 어려움이 크지 않았다. 오히려 환자들이 겪는 문제는 필요한 정보가 여러 곳에 흩어져 있어 찾기 어렵다는 점이었다. 특히 환자 수가 극히 적은 희귀질환에서는 이 문제가 더욱 두드러졌다. 정보 자체가 부족한 데다, 같은 질환을 겪은 환자를 만나 경험과 정보를 나누기도 어려워 정보 비대칭성이 한층 심각했다. 이에 우리 조는 프로젝트 대상을 고셔병으로 좁혔다. 고셔병은 정보 사각지대가 큰 희귀질환인 만큼, 가장 정보 접근이 어려운 질환에서도 작동하는 해결책을 만든다면 다른 희귀질환으로도 확장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후 우리 조는 총 9차례의 인터뷰와 자문을 거쳤다. 궤양성대장염 환우회 전 회장을 시작으로, 유한양행 임상전략기획팀, 국내 고셔병 권위자인 유한욱 분당차여성병원 소아청소년과·임상유전체의학센터 교수, 국제고셔병협회(IGA),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에 이르기까지, 환자와 의료진, 기업, 환자단체의 목소리를 두루 들었다. 희귀질환 확진까지 걸리는 시간이 평균 9.2년이라는 숫자는 리서치를 통해